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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1/05 20:52:01
Name 날아와머리위
Subject [자작소설]꿈꾸는 자
  19로 위에서 흰돌, 혹은 검은 돌을 놓는 자들를 우리는 향수에 찬 목소리로 '기사'라고 부른다.  그리고 19로에 검고 흰 별들이 쉼없이 반짝이던 시절, '날라'라는 기사가 있었다.


  날라는 정석을 쓰지 않고 좀처럼 볼 수 없던 독특한 행마를 고집했다.  그리고 많이 졌다.  사람들은 그에게 권했다.

  "그런 독특한 행마로는 이길 턱이 없소.  포기하고 당신도 정석 행마를 쓰는것이 낫지 않겠소?"

  이에 대한 날라의 답은 간단했다.

  "두고보시오.  내가 어떻게 이기는지."


  그리고 그의 장담처럼, 그는 서서히 이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돌아보니 그는 최고의 자리를 향해서 무서운 속도로 전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바둑 애호가들은 그의 독특한 행마에 열광했다.  


  날라는 일문(一門)이라고 불리우는 행마를 발전시켰고, 이본진류(二本陣類)를 선보였다.  그리고 특히 단두대가 있던 자리에서 만들어진 대국장에서는 기록적인 연승행진을 선보이며 마침내 최고의 자리인 온바둑배 바둑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를 만난 상대 기사들은 마치 그의 꿈속에서 헤메는 듯한 착각을 느꼈고, 사람들은 날라를 '꿈꾸는 자', '夢想家'라는 별호를 붙였다.  그리고 날라는 사람들의 기대처럼, 대국때마다 어김없이 꿈을 펼쳐서 상대를 사로잡곤 했다.


  그러나, 날라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서운 기세로 치고올라오던 '괴물' 우브에게 연패했고, 차기 온바둑배도 조기에 탈락했으며, 온바둑배 예선마저도 조기 탈락했다.  날라는 꿈을 짜내다시피 대국에 임했고, 간신히 승리하기도 했지만 점점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꿈꾸는 자'는, 최고의 자리에서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날라는 우브에게 또다시 지면서 신음을 흘렸다.

  "내 꿈에...  내 꿈에...  현실이 파고들었어..."


  더 잃을 것도 없는 상태에서, 어느날 날라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꿈꾸는 자'로군."

  "사람들이 그렇게 부릅니다.  당신은 누굽니까?"

  "나는 꿈이다."

  "꿈?"

  "그렇다.  듣자하니 그대는 19로에 꿈을 펼쳐놓는다 하더군."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곤 합니다."

  "그건 잘못되었다."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19로에서는 꿈을 펼쳐놓을 수 없다.  꿈은 상대방에게 보여줄 수 없는, 자신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날라는 몸이 오싹해졌다.

  "그렇다면, 제가 그동안 패한 것은 대국중에 꿈을 꾸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까?  하지만 그것은 말하지 좋아하는 자들의..."

  "그렇지 않다.  너는 그 말들을 들으면서 너 자신 자체를 규정지어버린 것이다.  그렇지 않느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너는 그 전에 어떻게 했느냐?"

  날라는 생각했다.

  "저는..."



  "저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날라는 그 말을 하면서 잠에서 깨었다.  날라는 멍한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생각했다.  그랬다.  그가 그동안 진 것은, 항상 새로운 것을 짜내려고 하는 강박관념 때문에, 그리고 그때문에 서투른 '꿈'을 너무 가다듬지 않고 내보낸 것이 그 패인이였을 것이다.

  날라는 이제 이른 잠에 꾼 희미한 꿈을 내보내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제 깊게 잠들어 완성된 꿈을 현실에 구현해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제, '꿈꾸는 자'는 다시 깊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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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gr 첫글이네요.  사실 바둑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문외한입니다만, 직접적으로 비유하기보다 스타와 비슷한 류의 것에 대입시키는 것이 나을것 같아서 바둑에 비유했습니다.  많이 모자란 글이 된 것 같네요.

  끝으로, 강민선수의 부활을 깊게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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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05 21:36
수정 아이콘
강민선수 오늘 멋졌습니다.. 현재 팀기여도 1위져 최근 연승하는걸 보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강민선수 화이팅!
춤추는소년
05/01/05 22:09
수정 아이콘
제목보고 강민선수인줄 알았습니다~~캬~~ 바둑에 연관지으니 이렇게 소설을 쓸수 있군요~~ 잘읽었습니다
아케미
05/01/05 23:48
수정 아이콘
부활할 겁니다. ^^
Peppermint
05/01/06 01:11
수정 아이콘
"저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이말에 동감 백만개 입니다..乃

단지 꿈꾸는 플레이만으로 그가 승승장구 할 수는 없었죠.

날라의 무서운 점은
단지 그가 무엇을 할지 모른다라거나 기상천외한 전략으로 뒤통수를 친다는 점이 아니라,
믿을 수 없을만큼 치밀하게 최적화된 준비를 해온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민 선수가 이기는 경기는 완벽하게 준비된 시나리오 대로 흘러가 상대선수가 아무것도 못하고 끝나버리거나,
초반에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기고 중후반에 매우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전자는 말할 것도 없이 치밀한 계산과 무한연습에 의한 준비의 승리일 것이고,
후자의 경우도 단지 운이 좋거나 임기응변이 좋아서 위기를 넘긴 것이 아니라,
그러한 위기까지 연습에서 겪어보고 그에 대한 대처까지 철저히 준비했기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는 스스로도 늘 자신은 엄청난 노력을 할 뿐 천재는 아니라고 말하고,
엄청 무모한 전략이 운좋게 성공한 것으로 보일 때조차 자신은 절대 도박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니까요.


요즘 강민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찔러도 피한방울 안날 것 같은 단단한 준비,
어떤 상황, 어떤 위기도 이미 겪어본 것인양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그의 부활이 임박했음을 예감케 합니다.

오늘도 준비된 전략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니,
기대감에 설렐 뿐입니다.
레퀴엠에서 또 어떤 새로운 플토전을 보여줄지..^^
깡민꿈☆탐험
05/01/06 10:36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저도 역시 꿈을 현실로만드는자라는것에서 감동이 물씬.....ㅠ 아..... 강민선수! 느낌이와요!!(♡)
souLflower
05/01/06 13:23
수정 아이콘
아트토스...드림토스...몽상가....숱한 별명들이 있지만...저는 그에게 이 별명 또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노력의 천재...강민....강민선수가 보여주었던 환상적인 플레이들 뒤에 얼마나 숱한 좌절과 노력들이 있었을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듭니다....노력으로 결과물 그 이상을 이끌어내는것은 아무나 하는게 아닙니다...노력의 천재...강민...사람들 곁으로 자신의 꿈 곁으로 돌아오고있는거 같습니다....
여.우.야
05/01/06 18:12
수정 아이콘
(아트토스닷컴여러분 반가워요^^;)

꿈은 소중한것이고,
그게 강민선수가 완전소중한 이유죠 ^^;;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다보니
강민선수가 떠오르더군요 ^^;
글 잘봤습니다 :)
날아와머리위
05/01/06 19:0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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