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9/15 15:17:43
Name kama
Subject [그냥 써본 글]The road of faith
여기에 올라오는 여러 소설을 보고 감동받아서 쓴 글입니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하기 싫어서였는지 단편 소설도 쓰고 그랬는데 오랫만에 쓸려니 엄청 힘들군요ㅡㅡ; 그리고 주로 소설들이 프로토스나 테란에 대한 글이라서 한 번 저그에 관한 글을 써볼려고 했습니다. 근데 스타의 스토리를 잘 모르는지라 원래 스토리와는 전혀 다르게 움직인 것 같군요. 어쨌든 허접하더라도 줄겁게(^^;) 읽어주시길~




주위에는 짙은 적막의 장막이 내려깔려있다. 오히려 어색한 조용함. 수많은 종들이 제각각의 소리를 내던 이 땅도 저 테란들이 태양이라 부르는 빛나는 별이 모습을 감추면 조용해진다. 오버마인드의 땅. 위대한 오버마인드가 우리를 실은 엄청난 수의 오버로드를 이끌고 광대한 우주를 항해해갔던 창조주 젤-나가의 우주선이. 오버마인드는 이 우주선에 남아 수많은 저그족을 부리면서 신에 가장 가까운 종족 프로토스와 어디선가 나타난 불청객 테란을 향한 전쟁을 수행했다. 아니......정확히 말하자면 했었다.

나? 아, 소개를 하지 않았군. 난 오버마인드가 창조한 셀레브레이트 나즈굴. 테란들이 전설속의 악마, 리바이어썬이란 이름 붙힌 브루드의 지휘자다. 비밀리에 있던 오버마인드 호위 브루드. 비록 나중에는 부족한 병력 보충을 위해 전장으로 나서 조르문갠드 브루드 공격을 도우는 별동부대로 활약했었지만. 수많은 전쟁 속에서 많은 수하들을 잃어갔고 그래도 많은 수의 부하들이 내 밑에 있었다. 테란의 포화 속에서도, 프로토스의 아둔을 위한 검을 맞아가면서도 오직 저그족의 진보를 위해 달려들었던 부하들이. 하지만 우리 브루드의 최후를 가져온 것은 그 둘이 아니었다. 캐리건, 오버마인드가 죽은 후 등장한 저그족의 새로운 지도자. 캐리건은 오버마인드에 대한 모든 저그족의 맹목적인 충성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대부분의 브루드는 모두 충성의 대상으로 바꾸었다. 어차피 저그란 종족은 다른 자에 대한 충성이 아니면 살아갈 방법을 모르니까.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충성심이 너무 과했기 때문이었을까. 오버마인드에 대한 나의 충성은 결코 다른 자에게 변해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대가로 돌아온 것은 동족에 의한 학살이었다.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 학살에서 간신히 도망쳐 나왔던 부하들을 모았다. 우리가 행했던 곳은 캐리건이 차지하고 있는 오버마인드의 땅. 지금 내 밑에는 그래도 꽤 많은 수의 저글링과 히드라들이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오버로드와 퀸도 일부 숫자가 히드라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디파일러나 울트라리스크 같은 상급 병사는 물론, 뮤탈리스트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죽어버렸다. 나를 대피시키기 위해서. 맹목적인 충성심, 그것이 저그라는 종족을 우주에서 제일 무섭고 잔혹한 종족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알고보면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충성은 충성하는 대상과 관계없다는 것을 난 확인했던 것이다. 유전자 깊숙이 박혀있는 본능적 충성......난 이 땅로 왔다. 무엇을 하고자? 복수? 글쎄. 내 수하들을 죽인 동족들, 그리고 그것을 명령했던 캐리건에 대한 복수라는 감정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이렇게 움직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과 같은 맹목적 충성심, 유전자에 박혀있는 충성 때문일 것이다. 단지 나의 충성은 오직 오버마인드를 위하여 존재한다는 것이 다른 모양이다.

아마 캐리건의 앞으로 이 병력을 이끌고 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이미 나의 행동을 다른 셀레브레이트가 발견했을테니까.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듯 곳곳에 많은 병력을 가지고 있는 오버로드들이 곳곳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내가 맡은 일, 그들을 피해가며 그리고 어쩔 수 없을 경우 피해를 최소하하는 전투를 벌이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한 발 한 발 앞으로 전진해갔다. 그러는 사이 적었던 병력은 더욱 적어졌다. 하지만 전멸되지는 않았고 나도 아직 살아있다. 결코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도망친다 해도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은 적었다. 이 행성계는 나를 죽이려 벼르고 있는 세 종족이 장악하고 있으니까.

오버마인드. 내가 그에게만 충성하는 것은 내가 그를 믿기 때문이다. 저그라는 종족은 진화의 종족이다. 진화를 하지 못하면 저그에게 오는 것은 오직 멸망뿐. 하지만 불행히도 젤-나가는 우리에게 저 테란이나 프로토스와는 달리 스스로 진화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우리는 다른 종족의 유전자를 흡수, 정확히 말하면 강탈하는 수 밖에 없었다. 오버마인드는 저그라는 종족을 유지시키기 위해 다른 생물들을 습격하고 유전자를 가져와 우리를 진화시켰다. 그리고 또 다시 좀 더 뛰어난 유전자의 생물을 습격하고 또, 또......우리가 살던 제러스의 모든 생물의 유전자를 흡수했고 그 때 우리는 행성에서 진화가 멈춘체 사라져야만 했던 운명이 아닌, 우주로 나가 새로운 진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운명을 얻어내었다. 우주를 항해하던 기간티스 프록시매의 유전자를 얻을 수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또한 창조주 젤-나가의 우주선에서 우주에 있는 다른 수많은 생명체들과 신의 종족 프로토스의 존재를 발견한 것이었다. 오버마인드는 유래없는 기쁨의 표시를 했었다. 새로운 진화의 방향, 진화의 완성형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오버마인드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셀레브레이트인 나에게 제대로된 표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저그는 진화의 종족이다. 진화를 하지 못하면 도태되어 멸망할 수 밖에 없는. 하지만 모든 생물체의 유전자를 습득해서 최고의 진화에 오른다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존하기 위해 다른 생물들을 습격하면 할수록, 진화를 거듭하면 할수록 그의 걱정은 더욱더 심화되어갔다. 멸망의 때가 가까워지는 것은 아닐 것인가하면서. 그런 상황에서 프로토스란 존재는 하나의 커다란 빛이 되어주었다. 신의 종족, 그들의 유전자를 얻으면 저그라는 종이 영원한 진화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하지만 오버마인드는 죽었다. 그리고 캐리건이라는, 테란의 유전자를 간직한 새로운 저그의 진화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캐리건은 매우 영악했고, 또한 잔인했다. 적어도 우리의 습격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흡수되고 멸망됐던 생물에게 위안은 되지 못하지만. 하지만 캐리건은 달랐다. 오직 정복만을 위한, 정복. 파괴만을 위한 파괴. 매우 뛰어나고 위대한 지도자이지만 오버마인드와 같은 저그족의 미래를 위한 고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을 알았기 때문에, 결국 그녀로 인해 저그가 멸망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난 그녀의 지배에 반대를 했던 것이다. 프로토스의 유전자로 저그의 진화에 방향을 틀겠다던 그런 오버마인드와는 달랐기에.......여기서 캐리건을 죽이더라도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아니 새로운 지도자를 잃은 저그족은 프로토스와 테란의 대 반격에 그대로 무너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내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나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다. 목숨을 버린 저그족 특유의 충성을. 그것을 알기에 난 쉽게 그들을 버릴 수는 없다. 또한 내가 믿고 있는 것을 버릴 수도 없다. 그렇기에 난 이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오버마인드의 유지를 위해, 저주받은 저그의 진화의 끝을 낼 수 있는 최후의 희망을 위해......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Elecviva
02/09/15 17:48
수정 아이콘
음.. 짧아서 아쉬운 걸요 ^^;
김현욱
02/09/15 22:07
수정 아이콘
와~ 잘쓰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_^
02/09/15 22:37
수정 아이콘
재미 있습니다. 다음편... 도 있는거죠? 기다립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6188 [kid] 유령이 되어버린 kid... [7] kid1124 02/09/15 1124
6187 [잡담]다시정리해본챔피언제스타리그 [3] SlayerS[Dragon]1435 02/09/15 1435
6186 West 썹 길드 홍보 입니다.. [2] 윤해성1204 02/09/15 1204
6185 [의견글]pgr21s의 클랜화에 대하여..... [9] Zard1467 02/09/15 1467
6184 [진짜잡담]자드가 어렸을 때 이야기....여섯번째 [16] Zard1502 02/09/15 1502
6180 정말 심심해서 또 해본 결과.. [20] Elecviva1585 02/09/15 1585
6179 선수들의 애칭 -_-ㆀ ? 맞을려나....흠.. [21] RanDom[Tr]1615 02/09/15 1615
6178 스타관련 잡담 [14] 공룡1382 02/09/15 1382
6177 [헛소리]최강의 태란 3인방// [25] 12341863 02/09/15 1863
6175 [잡담]온겜넷 4강 진출전 조작론. [2] 12341631 02/09/15 1631
6174 [그냥 써본 글]The road of faith [3] kama1319 02/09/15 1319
6173 [잡담]레슬링과 같이 챔피언제 스타리그를 한다면? [6] SlayerS[Dragon]1072 02/09/15 1072
6172 베르트랑은 왜 선글라스를 애용하는것일까. [8] 나의꿈은백수1835 02/09/15 1835
6169 [가입인사] 안녕하세요....^^;; [1] 김현영1102 02/09/15 1102
6168 (허접단편) 오! 필승 코리아 #2 [15] 마치강물처럼1209 02/09/15 1209
6165 맘대로 로템수정판-_-;;(다시수정 [7] oops-_-1145 02/09/15 1145
6163 (허접단편) 오! 필승 코리아 #1 [8] 마치강물처럼1106 02/09/15 1106
6162 명인전 VOD 감상기 -1,2차전- 이도근1157 02/09/15 1157
6161 이선수가 보고 싶다. [7] 최종찬1521 02/09/15 1521
6160 명인전 VOD 감상기 -프롤로그- 이도근1064 02/09/15 1064
6159 사춘기라.. [3] 니가게맛을알995 02/09/15 995
6158 저그유저를 보고 싶다... [11] 이도근1164 02/09/15 1164
6157 진정한 그랜드 슬램의 의미 [3] kabuki1333 02/09/15 133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