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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8/17 18:29:56
Name minyuhee
Subject 한국산 외계인들.......
'언어는 창조의 기술'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언어, 그것이 한국어입니다.
으뜸꼴이란 개념이 명확한 유일한 언어라고 생각되는군요.
한국어는 명사를 제외하곤 특별히 정해진 단어가 없이 항상 어간과 어미의 결합, 그리고 조사의 조합으로 창조성을 발휘합니다. 일어도 약간의 조합이 있지만 일어는 타언어와 마찬가지로 명사로 승부하는 언어에 가깝죠.

일부사람들은 한국어를 매우 치켜세웁니다. 예를 들어 색채를 나타내는 단어,  타언어에 (RED, 赤)하나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붉은색에 우리 한국인은 수많은 단어를 쓸 수 있다고. 그러나, 과연 그것이 우수성의 증거가 될까요? 그건 조합의 언어라는 증거는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수하다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타언어는 필요하면 그 단어를 만들어내 사전에 기록합니다. 때문에 한국어사전보다 타 언어의 사전에 RED를 의미하는 단어가 훨씬 많죠. 그들은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선 단어를 만들어어 하고, 한국어는 그럴필요없이 몇가지 조합을 통해 해결하니까요.  
쉬운 예로 영어의 문장은 단어의 배열일 뿐입니다. 사전을 찾아볼 때도 매우 쉽죠. 그에 비해 한국어 문장이 사전에 그대로 나옵니까? 단어의 배열, 조합, 때로는 창조까지 합해지는 한국어의 문장은 사전같은 일관적인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게 아니죠.  

흔히 한국어가 높임말이 발달되었다고 하는데 그 단어로 따지면 일어가 더 많지 않을까요? 단어로 승부하는 일본어가 많은 호칭어가 만들 사이에 한국어는 조합을 통해 몇십개 단어를 사용하는 일어보다 훨씬 체계적인 높임말을 구가할 수 있었습니다. 타언어가 말이 필요하면 단어를 만들 사이에, 한국어는 굳이 그럴필요없이 그 특징인 조합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단어를 만들기 위해선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지만 이 한국어만은 사회적 약속 없이도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입니다. 바로 그것이 외계어의 난립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요? 한국어만이 가진 특유의 창조성......단순한 조합만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내고 그 뜻이 통용되는. 비록 사전에 기록되는 정식단어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언어는 창조의 기술'

타언어가 숙련된 대장장이의 기술이라면 한국어만은 연금술사가 될 수 있습니다. 대장장이는 어지간해선 실패하지 않죠. 그에 비해 연금술사는 잘못된 화합물을 남길 가능성도 크죠.

인터넷의 시대는 대장장이와 연금술사에게 새로운 재료를 선사했습니다. 대장장이는 새로운 재료를, 새로운 설계도에 따라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연금술사들은 새로운 재료를 흡수한 결과 무수히 많은 새로운 화합물의 창조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그 새로운 화합물이라는 것이 너무도 새로움만을 추구한 결과, 독을 품게 되 버렸습니다. 과거에는 어떤 실험을 하고, 그 결과가 아무리 엉터리라고 해도 독이 들어있지는 않았습니다.

.....연금술의 궁극적 목적은 '현자의 돌을 통한 세계의 창조'지만 너무도 거대한 까닭에 분자구조의 재배열을 통한 물질의 창조가 주류를 이루죠. 길드의 젊은이들은 새로운 재료에 빠져서 닥치는대로 분자를 재배열하는 실험을 계속했고, 서로 모여서 그 화합물의 새로움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들의 화합물은 분명 새로운 것이지만 그 일그러진 분자구조는 독을 품고 그 자체를 붕괴시켜버릴 수도 있게 되 버리고 말았죠.      

작은 집단으로도 그 특유의 개성으로 라틴연합, 중국어조합 등 거대한 대장장이 길드에 맞먹을 수 있었던 연금술사 길드에 외계인 집단이 커져가고, 외계인들을 길드에서 탈퇴시켜버리는 강경책이 계속되는 가운데 연금술사 길드는 힘을 잃어가만 있는 상황이 현실입니다.
더구나 연금술사 길드를 탈퇴한 젊은이들은 거대한 대장장이 길드나 혹은 이웃섬나라 화가길드를 원했고, 물론 그들 길드에서 연금술사 젊은이들은 하인에 불과하겠지요. 그 젊은이들은 대장장이 길드의 숙련된 재련법도, 화가길드의 탁월한 센스도, 연금술사 길드의 창조성도 잃어버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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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8/17 18:3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군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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