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1/12/06 17:42:12 |
Name |
bbvoice |
Subject |
밑에 김기홍님이 쓴 글을 읽고 생각난 일화 하나... |
전에 선동열이 은퇴할 즈음...
주니치가 욕을 많이 먹었죠..반강제로 은퇴시킨다고..
그래서 전례가 없는 은퇴경기를 다음 시즌 개막전에 시행했습니다.
이렇게 상황이 되자 선동열은 겨울 중에 틈틈히 런닝과 피칭을 병행하며 몸만들기에 들어갔습니다.
이를 본 한국 기자들 왈...
"은퇴할 사람이 왠 훈련이냐?"
이에 선상이 말하기를...
"은퇴경기에서 망신당할 수는 없지 않느냐? 허리가 굵어져서 피칭이 잘 안된다. 그래서 런닝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상대 선수가 정해져서 요미우리의 4번 강타자(이름 까먹음..-_-;;)이었지요. 그 또한 말하기를....
"선상은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다. 내가 만약 대충한다면 그에게 이는 치욕이 될 것이다."(머 대충 이런 식...)
그래도 한국 기자들은 일본의 예의 문화를 생각하며 헛스윙을 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당일 은퇴 피칭에는 시작 전부터 긴장이 감돌았고, 상대 타자도 매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선동렬이 슬라이더로 유인해도 꿈쩍 안하면서...
결국, 선동렬은 모양새상 볼넷은 안될 것 같으니 '배째라 ' 몸쪽 직구를 던졌고, 이를 노리던 타자의 방망이는 빠르게 돌았다. '따-악' 하는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타구는 1-2루간은 꽤뚤었고 2루수의 다이빙 캐치도 미치지 못했다. 이 때 선동렬은 평소 투수의 습관대로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다. 결국 공은 우익수 앞 깨끗한 안타!! 그리고 두 선수는 자연스레 1루에서 만나고 긴장이 풀어지면서 악수를 나눈다.
우리는 지금 한국에서 시작된 프로게임계의 전사들에게 이걸 원하는 지 모르겠다. 이런 모습이야 말로 최후까지 최선을 다하고 그 최선에 승복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이 아닌가? 그러나 이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밑에 님 말씀대로 은연 중에 중상모략이라던지 부풀리기, 혹은 따돌리기와 같은 유치찬란한 수법은 양반이고 대 놓고 비방을 가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논리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인간적이지도 않은 방식들이다.
왜 우리 게이머들의 의식에는 이러한 정신이 싹트지 않는 것일까?
갠 적으로 세 가지만 들고 싶다. 이유는 들지 않겠다. 왜냐면 팔 아프니깐...^^;;
1. 프로로서 대접도 권위도 받지 못하기에 따라오는 의무감도 상쇄된 것이다.
2. 성공한 이의 상황과 실패한 이의 상황이 별반 차이가 없다. 따라서 위기의식, 자기성찰, 자기개발은 뒤따르지 않는다.
3. 팬들의 권한이 한정되어 있다. 이는 어떤 프로 스포츠, 레져에서도 발전의 근간이다. 이것이 한정되어 있는 craft는 이미 나가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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