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3/17 21:45:46 |
Name |
분수 |
Subject |
Pgr21.com을 사랑하는 이유 |
여자친구와의 즐거운 한때를 뒤로 하고 급한 마음에 달려와 파워 스위치를 힘차게 누르고, 밝아지는 모니터 화면을 보며 입가에 달린 미소는 PgR21.com이란 사이트에 대한 제 느낌입니다.
늘 한번 씩 또는 여러번 씩 이곳을 들릴때마다 입술 한 쪽엔 기분 좋은 웃음을, 눈 한 쪽엔 진지한 고민을, 그리고 가슴 한 구속에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하는 PgR21 쥔장을 처음 이곳에서 만났을 때 전 손발이 시려운 차디찬 겨울 날 따듯한 겨울 산장의 문을 열어두고 한구석엔 발갛게 일렁거리는 난로불을 피워두고 부글거리는 소리를 내는 난로위의 주전자에서 찬 속을 녹여 내리는 녹차 한 잔을 잔잔한 미소로 건내는 느낌을 받았죠.
혼자 이 산장을 지키던 PgR21 쥔장에게 정말 좋은 일이 생긴 건 같이 이 산장을 가꾸고 다른 분들에게 접대해야 할 입맛 돋구는 간식과 속을 포만감 있게 해주는 식사를 같이 준비해주는 운영진 여러분을 맞이한 일이겠죠.
그때 쥔장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는 밝은 웃음을 짓는 얼굴을 상상했었습니다. 초대를 받은 운영진 여러분의 쑥쓰럽지만 너무나 벅찬 임무를 맞게 된 사실에 대한 가슴 울렁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산골의 작은 겨울 산장에서 늘어난 식구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자 도회지로 이사를 한 것이 저를 이렇게 가슴 들뜨게 만들었나 봅니다.
그랬습니다. 그렇게 이 곳을 밟게 되었고 그리곤 아직까지도 이 곳에서 발을 못 빼고 있습니다. 아직도 컴퓨터를 켜면 가장 먼 저 이곳에 들러 새롭게 올라왔을, 또는 빨간 플러스 표시의 짧은 댓글에 대해 반짝이는 눈으로 탐색하고 읽고 그리고 동감하고 반대하며 거부하기도 하면서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예전에 두 번 정도 쥔장의 눈에 거슬렸던 사람과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 조치에 아쉬움을 그 다음엔 씁쓸함을 그리고 마지막엔 포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자주 가던 곳에서 문전박대를 받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입니다. 그 아픔을 여기 운영진도 그리고 쥔장도 잘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그러한 문전박대에 항의할 수 없는 건 이곳에서 따듯한 한 잔의 커피에 만족하고 달콤한 한 조각의 초콜렛에 행복을 느끼는 분들이 더이상 쉴 수 없도록 장소를 빼앗겨 버릴까 하는 노파심에섭니다.
아파테이아님. ^^ 읽는 글마다 감성이 풍부해지는 아파테이아님의 글은 삭막해지기 쉬운 제 마음에 늘 한방울의 이슬을 적셔 주는 바람에 늘 다음 글에 대한 갈증에 목말라 있습니다.
항즐이님. ^^; 항상 정열적이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항즐이님의 글엔 제가 그 나이대에 가지지 못했던 뜨거움에 움츠러드는 제 마음의 불꼿을 피우는데 충분한 불쏘시개가 됩니다.
두 분 운영진들을 포함한 모든 운영진 여러분이 있기에 저는 오늘도 이곳에서 따듯한 난로 옆에서 곁불이나마 쬐고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도 그 한적한 겨울 산장의 모습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수도 없이 어지럽게 지나가는 사람들과 경적을 울려대는 차들에 둘려쌓인 도회지에 있을지라도 이곳만은 그 때의 그 산장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아마도 어쩌면 전 언젠가는 이곳을 떠날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오시는 많은 다른 분들도 그럴겁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다시 이곳에 들렸을 때 제가 떠날 때 제 눈에 투영되었던 그 맑은 산장 그모습 그대로 살아 숨쉴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전 이곳을 사랑합니다.
P.S. - 글 삭제와 ip 접근 금지 조치에 대한 많은 의견들이 있습니다. 전 여기 운영진분들이 늘 옳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엄연한 개인 사이트이기에 운영진 스스로가 자신들의 공간을 깨끗하게 만들 권리와 의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비록 그 결벽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로 인해 그 권리와 의무를 그 분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좀 더 너그럽게 대해 주셨으면 하는 부탁의 말씀을 감히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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