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1/21 12:20:50
Name malicious
Subject 인간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다(최연성 논란을 보며...)
아래 글중 '최연성 선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입사이후 수습교육을 받으면서 이런 말을 들은적 있습니다.

'인류역사를 보면 보수와 진보는 8:2의 비율이다'

역사적으로 한 국가를 집권하는 세력(정치집단)의 기간을 보면 보수파 8년, 진보파가 2년정도라고 하더군요...

저요? 저는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요즘들어 발생하는 사회현상들을 보다보면 제게도 보수적인 시각이 상당히 많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래서 고민도 많이 했죠.... 제가 변질(?)되고 있는게 아닌가....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변화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것 같습니다. 머리로는 변화해야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지만 내면에는 변화의 두려움이 깔려있다는 것이죠.

특히 현 상태에 만족하는 사람은 새로운 것을 인정하는데 상당히 인색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쁜 의미의 보수가 아니라 자연스런 현상이죠.

최연성 선수가 요즘 스타계에서는 돌풍의 핵으로 등장했습니다.

그가 이미 최강 테란으로 인정받고 있는 임요환, 이윤열 선수를 뛰어 넘었을수도 있고, 반대로 어쩌다 한 두번 자신조차 깜짝 놀랄만한 플레이를 보여준 것일뿐 아직은 배울게 더 많은 선수일수도 있습니다.

최연성 선수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 내리는게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사람이 내리게 되겠죠.

그런데 그 사람들(스타팬들)의 성향은 제각각입니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지극히 진보적인 사람이거나, 임요환-이윤열의 계보를 이을만한 테란 플레이어(서지훈, 변길섭, 김현진 등) 중 아직 만족할만한 플레이어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 또는 특별한 이유(임요환의 팬이거나 동양의 팬으로 자연스럽게 최연성 선수를 좋아하게 된) 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최연성 선수가 이미 최고 수준에 올랐다고 평가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인간은 기본적으로 보수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경험을 한 사람(나이를 먹은 사람)일수록 보수성향이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왜 그럴까요?

잠깐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현상들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당시만해도 '이것이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최고가 아닌'것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죠.

한때 새롬기술의 시가총액이 SK텔레콤보다 많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새롬이 SK텔레콤을 능가하는 기업이 될 것으로 믿고 그 회사 주식을 샀습니다. 적어도 당시에는 언론들조차도 새롬이 '대한민국 최고'가 될 것처럼 떠들어댔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년이 흐른 지금.... 과연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몇명이나 있을까요?

이러한 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더 지켜보면서 오랜 시간을 두고 검증하는 작업을 해야합니다.

이런 성향이 바로 '수구'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보수'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나쁜 의미가 아니죠.
진보는 다소 도박적입니다. 오랜 기간을 거쳐 검증된 제도도 중요하지만, 그 제도의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는 새로운 제도(비록 검증이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를 선호하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대선때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이회창이 당선되면 우리나라는 3년 후퇴할 것이고, 노무현이 당선되면 10년 전진하거나 10년 후퇴할 것이다'

물론 이 말도 후퇴와 전진의 기준(경제냐 정치냐, 복지냐 등등)이 무엇이냐에 따라 맞는 말이 될수도, 틀린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배우는 많지만 '국민배우'라는 칭호를 얻은 배우는 '안성기'뿐이고 '안성기'는 수십년동안 검증을 받은 배우입니다. 보수파의 특징은 한번 인정을 하면 끝까지 인정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최연성 선수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최연성 선수가 이미 최고가 되어 있을수도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반짝 선수일수도 있죠. 결국 시간과 최선수 본인의 노력이 정답을 말해줄 것입니다.

만약 최연성 선수가 1년 후에도 정상권에 머문다면 지금 그를 최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이 맞는 것이고, 그들의 선택은 적중한 셈입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먼저 선택(판단)했다는 것만큼 리스크(위험부담)도 있다고 할 수 있죠.

따라서 지금 최연성 선수를 '최고'라고 평가한 사람들은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앞서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일 것이고, 판단을 유보한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에 대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한 사람일뿐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인간은 기본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최 선수를 아직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을뿐입니다. 이는 최 선수의 기량과는 상관없습니다. 즉 기량이 모자라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최연성 선수가 지속적인 성적을 내준다면 그땐 '보수적'인 사람들도 모두 그를 인정할 것이고, 또 그들에게 한번 인정을 받으면 그가 언젠가 무너지더라도 '영원한 최고'로 기억될 것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휘발유
03/11/21 12:23
수정 아이콘
저는 최연성 선수에 대한 반감을 예전의 이윤열 선수에 대한 현상과 같이 생각합니다
임요환 선수가 한창 주가를 올려 인기스타가 되었을 때
'이윤열'이라는 괴물이 나타났습니다
단순히 실력만으로는 오히려 임요환을 능가할 지도 모르는..
그러한 괴물이었죠
그러자 몇몇 사람들은 이윤열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러다가 황제의 자리가 흔들리는 것은 아닌가?'
하고요..
하지만 이윤열 선수.
지금은 독자적인 위치를 어느정도 확보하고 있다고 봅니다
최연성 선수도.. 그러한 케이스 아닐까요?
대학생은백수
03/11/21 12:30
수정 아이콘
휘발유님 말씀같은 부류의 사람도 있고, malicious님이 말씀같은 부류의 사람도 있겠죠.
전자는 무시당해도 싸지만, 후자의 경우까지 싸잡아 매도당하는게 문제죠.
항상느끼지만 어렵습니다. 글은 정말 생각 많이 하고 써야한다고 절실히 느낍니다.
malicious
03/11/21 13:35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중에는 휘발유님이 말씀하신 부류도 분명히 있겠죠... 그것 역시 기존의 '최고'를 지키고 싶어하는 보수적인 성향때문이 아닐까요? 임요환이 '과거'의 인물이 아닌 '현재'의 인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때문일 것입니다.
메딕아빠
03/11/21 14:24
수정 아이콘
여러가지 생각들을 나누는 사람들...그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생각 한가지...
' 최연성...잘하긴 정말 잘하네...^^ ' ...!!
마요네즈
03/11/21 15:19
수정 아이콘
이기석 선수를 필두로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갈수록 그 끝의 세계를 넓혀가는 선수들이, 보는 입장으로서는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과연.. 테란의 끝은 어디일까? 앞으로는 프로토스, 저그 유저에도 계속 기존의 선수들을 능가하고, 능가하는 선수가 나와서 어디까지가 보여줄수 있는 한계인지를 구경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구요.. 그런 선수들이 나오면 나올수록, 기존의 최강자들도 자극을 받아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실력으로 그 끝을 향해 달려갈테니까요..
이러한 현상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며, 또 당연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djxorEkdqhdl
03/11/21 18:00
수정 아이콘
저 또한 malicious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진보와 개혁은 기존의 보수세력이 가지고 있던 페혜와 문제점을 비판하고 바로잡기 위한 대안이며, 결국은 보수화에 귀속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시대 어떤지역이든 모든이를 만족시킨 사회제도는 없어쓰니까요...
03/11/21 19:33
수정 아이콘
아~~ 정말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저 자신조차 진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글을 읽고 보니 보수라는 생각이 아니면 수구세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금은 이윤열선수를 엄청나게 좋아하지만 언급한바와 같이 초창기에는 저도 이윤열 선수의 실력을 인정하였지만 왠지 싫더군요..

이 정신을 바꿔야 진정한 진보가 될 수 있을듯 합니다. 물론 진보가 좋고 보수가 나쁜것은 아니지만말이죠...

진정한 진보세력이 되기위해서.........
03/11/22 00:24
수정 아이콘
최선수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부족한거 같아서..
마치 임요환선수 전성기때의 나다같다는 거죠.지금은 나다 전성기때의 자기만의 스타일이 부족한 최선수라고 생각되는거구요

최선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은것은 개개인의 이유가 있는 것이지 단순히 진보와 개혁으로 나누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5194 챌린지리그 1위 진출자들이 스타리그에 진출할 확률 [6] 덴장.. 비벼머5152 03/11/22 5152
15193 김병현에 대해 - 마지막입니다. [10] 불멸의저그4301 03/11/22 4301
15192 [잡담]인류 문명의 변천사와 나의 행복론 [4] 베르커드3519 03/11/22 3519
15191 최연성과 강백호 [5] 白い死神4786 03/11/22 4786
15188 백수 할까요, 말까요.. [14] 50kg3961 03/11/22 3961
15185 동양 소속 프로게이머 사인회!(카멕스) [3] 공고리4869 03/11/22 4869
15184 내가 만나본 프로게이머... [15] Mechanic Terran6445 03/11/22 6445
15183 [펌글]DOC 사건의 피해자 [30] Sopp5660 03/11/21 5660
15181 흠~ 이런 명칭 어떨까요??? [22] 테마저그5858 03/11/21 5858
15178 [잡담] 변해가는 그대.. [5] 낭만드랍쉽4053 03/11/21 4053
15177 "올드보이"(스포일러 없음) [28] 그리고4390 03/11/21 4390
15176 첼린지 참가자로써 정말 열받네요;; [34] 임병성8068 03/11/21 8068
15175 [잡담]게임을 하고 있노라면.. 킬러3682 03/11/21 3682
15173 MBC 게임 판(?)을 바꿔라 [14] 김희성6164 03/11/21 6164
15172 챌린지리그 예선 누구말이 맞는거지? [11] The Siria6162 03/11/21 6162
15171 사실보도와 공정보도.... 신문이야기... [63] malicious5001 03/11/21 5001
15170 헌트리스 맵에 대하여 [7] freman5538 03/11/21 5538
15169 그 녀석을 이기고 싶습니다. [31] MastaOfMyself5121 03/11/21 5121
15168 크리스마스에 대한 잡담.. [16] 원츄-_-b3660 03/11/21 3660
15167 '최연성 선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의 글에 대한 자기반성입니다.. [15] 토이스토리7373 03/11/21 7373
15166 인간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다(최연성 논란을 보며...) [8] malicious5011 03/11/21 5011
15165 [잡담]베넷 공방에서 이런 경우 당해보신분 계신가요? [15] 반아4370 03/11/21 4370
15164 Daum 카페 - 게임 카테고리 내 스타크래프트 카페 순위 [20] Altair~★6846 03/11/21 684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