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면서 이것저것에 시달리고, 또 때로는 앓아버리기도 하지요.
그래서 다들 조금씩은 힘을 주고 긴장된 신경을 세우면서 길을 걸어다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어딘가를 황급히 찾아가는 길에는 그런 사람들이 가득했던 일안지, 조금씩의 짜증섞인 소리와 시끄러운 발걸음 소리가 서로 엇박을 내면서 왕왕 울려대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또 많은 사람들은 서로를 부딪혀가며 가야 할 곳을 생각하고 있었을 터인데, 그곳이 쉴 곳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기대를 품은 표정은 보이지 않아 쓸쓸했습니다.
골목을 나서고, 귀퉁이를 돌아 저는 조금 넓은 길에 이르러 숨을 고르고 다시금 길을 재촉하려 했었습니다. 그리고 크케 들이쉰 숨을 급히 닫아 가두고 흠뻑 가슴을 그 향기로 적셔 보았습니다.
귀퉁이를 돌아서자 마자 만난 작은 빵집의 작은 연통에서는 갓 구워낸 빵들이 저마다의 웃음으로 방긋거리며 지나는 이들의 코를 간질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릴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시장길을 다녀오면, 하나 둘 씩 지나치는 빵가게를 헤아리며, 마지막 집에서는 기어코 어머니의 옷자락을 끌던 맛난 식빵 냄새들 처럼. 배부름 내음이 그 길 앞의 모든 긴장을 다 가져가 버리고 사람들을 나른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후우~ 후우~. 서너 번, 곧 배가 불러오고 힘이 들어가 있던 어깨는 삐딱하게 풀려서 약간은 멍한 어린애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또 걸어가야 했지만, 사람들은 저를 보고 의아해 했을지도 모르지요.
애써 예쁜 말을 가려하기 보다는, 서로가 이야기하면서 배부를수 있는 것. 꼿꼿이 세워진 우리의 신경이 바라는 곳은 아마 그런 자그마한 빵가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문을 열면 딸랑이는 종소리가 들리고 시원스레 웃는 아주머니가 작은 의자를 내 주시며 빵 고르는 동안을 쉬라고 권할것만 같습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이제 빵을 고르러 일어나봐야 겠지요. 배부른 향기가 오늘도 가득한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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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님 까페 "현주 베이커리"에 손님으로 놀러가서 남긴 글입니다.
현주님이 황공하게도 친히 손님으로 초대해 주셔서 ^_^
http://cafe.daum.net/SprinG
pgr도 이런 맛난 빵집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