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0/20 00:33:31
Name 막군
Subject 접어야만 하는 아쉬운 꿈. 그리고 새로운 꿈을 향하여.
제에겐 꿈이 있었습니다.

주변사람에겐,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고이 간직했습니다.
항상 털털하다는 말을 들어고, 모든 비밀을 다 얘기해줄것 같던 저라도, 그것만큼은 얘기해주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아니, 단 한분 그랜드슬램님에게만 말이죠.

예, 제 꿈은 사실 '프로게이머' 였습니다.
단지 게임이 좋아서, 즐겁게 게임을 할수 있는 프로게이머 말이죠.

그래서 밤이면 밤마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제가 좋아하는 옐로우와 5판 3선승제의 치열한 경기를 하는걸 상상하곤 했고, 아제님, 슬램님과 함께 -_-;; 같이 찍은 사진이 스플래쉬 이미지에 나오는 희한한 상상도 해봤으며, 분위기가 암울한 상황에 다크가 한기 나와서 전세를 모두 역전시켜버리는 드라마틱한 경기도 상상해왔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게임이라는게 너무 어렵네요. 손도 느리고, 판단력도 나쁘며, 물량과 컨트롤 둘다 안됩니다. 정말, 스타크래프트는 제 적성에 맞지 않는거 같습니다. 맨날 지고요. 진짜 공부가 더 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분했습니다. 제 꿈을 어쩔수 없이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물론, 노력하면 더 잘 할수 있고, 운이 좋아 프로게이머가 될수 있는 기회도 잡을수 있겠죠, 하지만, 저에겐, 너무나도 크나큰 도전이였습니다.

그렇게 오늘부로 프로게이머의 꿈은, 진짜 꿈으로만 남겨뒀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새로운 꿈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항상 말씀하십니다. '하나의 기업을 만들어 큰 일을 이루어 내라' 라고 말이죠.

사실 전 '예, 알겠습니다.' 하면서 항상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속은 그렇게 찬성할 기분이 아니였죠.

하지만, 저에겐 정말 그런쪽이 마음에 드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분야를 정했습니다. 자랑스럽게도, '게임계에서 최초로 무언가를 시도해보자' 라는 취지를 가지고 말이죠. 예를 들어, 프로게임쪽에도 경제학을 도입해서, 마치 축구의 벤치마킹같은 일을 해보거나, 마케팅 사업을 더욱더 철저하게 한다거나, 그렇게 말이죠. 부모님에게 말씀을 드리니 '좋은 생각이다.'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시더군요.

전, 주연은 될수 없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옆을 찬란하게 비쳐주는 조연이라도 되고 싶습니다. 훗날, 100년뒤 200년뒤에도, 프로게임계가 존재해서, 역사의 한페이지에 제 이름 석자가 들어가고 싶습니다.

물론, 아직 어립니다만, 10년뒤에는 그런 회사를 만들어 여러분들앞에서 서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스타는 줄이는 쪽으로 나가고요.

그럼, GG / GL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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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0/20 00:43
수정 아이콘
헉..89년생이였네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 줄 알았는데^^;;
pgr은 참 애늙은이들이 많은거 같네요(퍽!! 죄송^^;;)
님 나이에는 무엇이 된다고 해도 비웃을 사람은 없습니다...
무엇이든 할수있는 나이...열심히 하십시요 --v
*난 꿈이 뭐지....;;;
꿈그리고현실
03/10/20 01:00
수정 아이콘
꿈은 언제나 현실과 거리가 멀지만...그래도 꿈은 꿈대로 좋은 거겠죠..
scent of tea
03/10/20 01:38
수정 아이콘
꿈이 없는 사람의 비참함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렇거든요. 이렇게 자신이 나아갈 분야를 일찍 정하신 막군님께 축하를 드립니다. 부럽네요 ^^ 꼭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03/10/20 02:23
수정 아이콘
당연지사 공부가 가장 쉽습니다... 책도 있지 않습니까...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개인적으로 이책을 접할 당시 학생이었기에 정말 저자가 정말 짜증 났었지만요... 지금도 학생입니다만...)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보셨고, 결정까지 하셨다니 참 부럽고 대견할 결정을 하신 듯 합니다.
10년 후에 그런 회사를 만들어서 저희 앞에 나선다면 이미 그대는 주연입니다. 남들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기 삶의 주연입니다.
그랜드슬램
03/10/20 02:41
수정 아이콘
역시.. 막군님이십니다.
글쓰기의 천재..
북고양이
03/10/20 02:54
수정 아이콘
10년 뒤에도 아직은 젊어요~^^ 더 넓게 넓게 보시기를 바랍니다~
이곳엔 정말 똘똘한 친구들이 많은거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질럿은 나의힘!
03/10/20 03:03
수정 아이콘
같은 중학생이신데 글 되게 잘쓰시네요 저는 88 ^^
출발드론팀
03/10/20 06:24
수정 아이콘
나도 중딩때는 별 생각을다했느데.. 지금은 그 가능성이 부럽네요..
물빛노을
03/10/20 10:39
수정 아이콘
장승수씨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진실입니다-_-;
저도 참 짜증냈던 책입니다만;ㅁ; 저때 공부 열풍이 불어서 교보 베스트셀러 1위가 저 책, 2위가 초학습법이었고 3위도 무슨 공부 관련된 책이었죠;;
쉬면보
03/10/20 13:21
수정 아이콘
어리신데 글 잘쓰시네요. ^^ 부럽습니다
03/10/20 14:34
수정 아이콘
멋진 선택인걸요^^ 열심히 하셔서, 꼭 꿈 이루셔요.
LikeAlways
03/10/20 16:00
수정 아이콘
애늙은이.. 기분 나쁜 표현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이곳에 오시는 10대분 들은 성숙한 것 같습니다... 본인도 10대입니다만, 전 뭘 하고있는지 모르겠네요 -_-;
박아제™
03/10/20 17:05
수정 아이콘
사실 저도 공부가 제일 쉽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래게 됩니다^^;;
유군님//PGR에서 활동하게 되면 애늙은이 되지 말래도 됩니다^^
뒹구르르곰돌
03/10/20 19:46
수정 아이콘
막군님 // 저도 89년생입니다. 여기서 동갑을 만나니 매우 기쁘네요 ^ ^:
저는 하고싶은게 너무 많아서 오히려 걱정입니다 -_-;
저는 막군님처럼 한분야를 파고들 열정이 없습니다. 쓸데없이 호기심만 많아서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고 ^-^;
저도 제 꿈이 확실하게 정해지면 그때 여기에 당당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막군님, 우리 함께 달려요 ^-^!!
날으는 저그
03/10/20 21:50
수정 아이콘
오우! 그 꿈 잊어 먹지 마시고, 이루길 바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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