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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2/02/24 03:32:05 |
Name |
과일파이 |
Subject |
돌아온 마왕 김성훈 |
마왕 김성훈, 개인적 사정으로 3차리그에 불참했던 그가 이번에 새롭게 시작하는
온게임넷 커프리그 4차 시즌에 돌아온다.
아이디 [S..JANUS..S], 나이 19세의 게이머 김성훈. 나는 그를 '마왕'이라고 부른다.
온게임넷 커프리그 1차 시즌, 그는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사내였다.
각종 대회 전적도 그다지 대단치 않았고(다른 주목받는 참가자들에 비하면),
당시 지존이라 불리던 유병옥 선수, 하이텔배 우승자 이성진 선수, 노래하는
드워프 강경원 선수, 16강-8강을 무패로 장식하며 SKELTON의 전설을 커프에서까지
떨치려던 봉준구 선수 등 소위 우승 후보라 불리는 이들이 버티고 있는 커프리그
에서 솔직히 나에게 그는 존재 가치가 미미했다(성훈님 죄송T.T;;).
그는 첫출전부터 봉준구 선수에게 패배하였다. 아직은 노련함이 부족한 플레이는
나로 하여금 그에게 큰기대를 하지 않게 하였다. 단지 시합 중에, 시합 후에
보여준 그의 차가운 눈빛과 냉철한 표정만이 인상에 남았을 뿐이었다.
후에 전설이 되는 김성훈이란 게이머의 진가는 봉준구에게 패하고 난 다음
경기에서부터야 비로소 발휘된다. 최강이라는 이성진 선수를 맞아 업그레이드에서
밀리고, 영웅 2명에게도 몰리는 상황에서 그는 놀라운 역전승을 하고만다.
이런 극적인 역전승은 다음 라운드에서도 이어진다. 아무튼 당시 그 상황과
김성훈의 모습을 생각해보았을때 판타지 형식을 빌자면 마왕으로서의 각성을
시작했다랄까? 어쨌거나 마왕 김성훈의 전설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게의 만화나 소설같은 픽션에서 볼 수 있듯이,
앞으로 어마어마하게 강력하게 될 존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아직은 약하게
보이는 그 존재를 무시하다가 종국에는 그에게 멸망당하는 우매한 사람들을
보며 난 그들을 조롱했는데, 그때의 나는 그 우매한 사람들과 다를게 없었다.
[S..JANUS..S] 김성훈, 처음에 내가 무시했던 그가 후에 커프계 전체를 압도한
마왕이었을 줄이야..(내가 만약 픽션에 등장했다면 그에게 제일 먼저 당한 우매한
인물은 바로 나였을 것이다^^;;;)
1차 커프리그 당시의 히어로라면 단연 강경원일 것이다. 노래하는 드워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그는 놀라운 유닛 컨트롤과 참신한 전략전술로 승승장구하며
지존 유병옥등이 탈락한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되고 있었다.
이때 8강, 4강에서 김성훈은 자기보다 평가가 좋던 강자들(유병옥, 봉준구등)을
차례로 격파하며 점점 자신의 입지를 늘려갔다. 그는 소리없이 실력을 커프계
만방에 떨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용하던 그의 성격에 맞춰 '조용한 풍운아'로
통했다.
결승에서 맞붙은 두사람의 대결은 마왕과 영웅의 결전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물론 결과론에 짜맞춘 것이긴 하지만).
당시의 김성훈은, 무섭지만 아직은 덜성장한 마왕이었다. 아직 풍운아 정도랄까.
첫경기는 강경원을 압도하였으나, 영웅 강경원은 방심하던 마왕을 용감히 무찔
렀다. 영웅은 마왕이 더욱 강해지기 전에 무찔러 세상의 평화를 도모했다고하면
맞을까^^;;?
그런데 어쩌랴. 우승 준우승자에겐 다음 시즌 시드라는 것이 있어 마왕은
부활할 수 있었으니.. 아, 여담이지만 당시 결승 2차전을 못본 분은 꼭 보시라.
절대 후회가 없음이 되겠다. 온게임넷이나 게임 맥스가면 보실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다시 태어나면 그전보다 강해지기 마련이다. 부활한 마왕은 2차 리그
에서 비로소 진정한 마왕으로서의 각성을 하였다. 1차 리그에서의 패배는 부활을
위한 필연이었다. 부활한 마왕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어려운 경기도
있었지만 그것들도 역전해내었다. 마왕 김성훈, 그는 결승
3차전에서 '처절한 영웅' 전지윤에게 잠시 주춤하기 전까지 본선 10연승이라는,
그야말로 마왕의 면모를 만방에 떨쳤다. 본선 10연승이란 기록은 다른 게임에도
없었던 그야말로 전무한 기록이었다(나중에 아트록스 리그에서 정인호 선수가 11연승
전승으로 우승하며 기록이 깨어진다). 전 시즌에서 자신을 물리치고 이번에도
자신을 저지하기 위해 나선 영웅 강경원을 준결승에서 2:0으로 넉아웃시키고 커프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결승에 오른다.
..사실 내가 김성훈을 마왕이라고 부르게 된 근본적 계기는 다름아닌 2차 커프
리그 결승전 때문이다. 김성훈은 압도적인 힘으로 전지윤을 연거푸잡으며 2연승.
이 기세론 3차전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 내용도 그랬다. 그런데..그런데.. 전지윤은 모든
것이 불리한 상황에서 거의 질 것 같았던 3차전에서 역전승을 한다. 정말.. 처절
했다. 전지윤은 김성훈이라는 마왕이 커프계를 정복하는 것에 대항할
유일한 영웅으로써 정말 처절하게 저항하여 3차전을 승리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김성훈은 조금 방심했다는 듯 목운동을 잠깐하더니 4차전에서 그대로 승리.
결국 커프계를 정복했다. 정말이지.. 이러한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를 마왕
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었다. 그리고 마왕이란 별명을 붙이자 지금까지 그와 싸워
패배한 선수들이 모두 마왕을 저지하기 위해 덤벼들다 쓰러진 영웅들로 다시
그려졌다.
잠시 여기서 이야기를 하나 지어보자.
" 변방에서 태어난 김성훈은 마왕의 힘을 타고났다. 성장해나가면서 점점 자신의
힘을 깨닫게 되고 차츰 세계 정복의 의지를 키우며 조용히 세력을 넓히기 시작
한다. 영웅 강경원은 김성훈의 마왕적 기질을 일찍이 알아채고 그가 더 강해지
기 전에 무찌른다. 세계는 평화를 찾는 듯 했으나 그것도 몇십년, 김성훈은
부활하여 마왕으로써 완전히 각성, 세계를 하나하나 정복해나가며 자신에게
덤벼든 숱한 영웅들을 모조리 물리쳐낸다. 사람들은 다시 강경원을 찾았으나
이미 마왕으로써 완전체가 되어버린 김성훈을 나이먹은 강경원은 이길 수
없었다. 결국 김성훈에게 패배한 강경원은 자신의 제자 전지윤에게 뒤를 맡기
며 쓰러진다. 이제 세계를 구할 유일한 영웅으로써 사명감을 짊어진 전지윤.
그러나 마왕은 너무나 강대했다. 김성훈의 압도적인 힘에 맞서 전지윤은 처절
하게 싸운다. 쓰러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투지를 발휘하여 마왕에게 상처를
입혔으나 거기까지였다. 모든 힘을 다한 전지윤은 쓰러지고 결국 마왕
김성훈은 세계를 정복한다."
..물론 위의 이야기는 나만의 감상이다. 단순히 한 게이머의 플레이 모습과
결과론만 가지고 멋대로 상상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무언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만들어내서라도. 그런데 나는 김성훈 선수가
시합을 마치고 냉철한 표정으로 헤드폰을 내리는 모습에서 마왕의 이미지를
발견했다. 그의 힘있는 플레이에서 마왕의 파워를 느꼈다. 그리고 그의 전적에서
마왕의 무서움을 느꼈다. 왜일까. 어느모로 보나 나의 눈에는 그의 마왕이라는
강대한 존재가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가 보여진다. 사람들이 임요환에게서
황제의 카리스마를 보듯이.
게임에서 마왕의 면모를 보여준 김성훈은 현실에선 고3 수험생이었다. 2차리그를
압도한 마왕으로써 3차 리그에 당당히 입성할 수 있었던 그는 '수능'이라는 현실의
마왕(^^;;)에 맞서 싸우기 위해 3차리그에 불참하고 그대로 전설이 되었다...
..3차 리그를 끝으로 이제는 열리지 않을 거라던 커프 리그. 그러나 영웅을
원하던 팬들의 성원에 의해 극적으로 성사되어 2월 20일, 4차 리그가 시작되었다.
1차리그 준우승, 2차리그 우승에 빛나던 마왕 김성훈도 다시 예전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안착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본인은 나가
노느라고 중계를 놓쳤다-_- 듣자하니 다음에 김성훈 선수가 나온다고 하는데,
누구 첫날 결과좀 말해주세요..T_T(VOD도 아직 안올라오고..)
어쨌건 공백이있던 김성훈 선수였기에 그의 카리스마를 기억하던 팬들은
벌써부터 걱정을 한다. 공백기간때문에 감각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을까하고.
글쎄, 그럴 수도 있겠다. 하루 연습을 안하면 0.1mm 뒤쳐진 실력 때문에 패배
한다는 프로 게이머들이 아닌가.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마왕의 힘을 눈으로 체험했던 난 전혀 걱정이 안된다. 나의 관심사는
김성훈 선수의 승패여부가 아니라 어느 영웅이 마왕과 멋진 결전을 하느냐이다.
그(김성훈)는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마왕으로써 최선을 다하는 멋진
시합을 보고 싶을 따름이다. 물론 김성훈 선수 때문이 아니더라도 어렵게 성사
되었다고 하는 4차 커프리그가 정말 기대된다.
자, 마왕이 돌아왔다. 마왕과 맞서 싸울 새로운 영웅들도 함께. 여러분은 여러
영웅들 앞에 다시 당당히 선 마왕의 오오라가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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