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6/18 10:02:16
Name 비타민C
Subject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

빛나는 갑옷을 입고 시골을 여행하고 있는 기사가 있었다.

말을 타고 길을 가던 그는 갑자기 여인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듣게 된다. 순간 그는 온몸에 혈기가 솟는 것을 느낀다.

전속력으로 말을 달려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성에 이른 기사는 용이 그녀를 가두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는 당장 검을 빼어 그 용을 처치한다. 공주는 자기를 구해 준 기사를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인다.

성문이 열리고, 그는 공주의 가족과 마을 사람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는다.

사람들은 그에게 마음에서 함께 살기를 청하고 그를 영웅으로 떠받든다. 공주와 그는 사랑에 빠진다.

한달후.

그 훌륭한 기사는 다시 여행길에 오른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자기의 사랑하는 공주가 도와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된다. 또 다른 용이 성을 공격한것이다. 기사는 용을 죽이려고 검을 뺀다.

그가 막 칼을 휘두르려는데 공주가 성루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소리친다.

"검보다는 올가미를 쓰세요. 그게 더 나을 거예요!"

그녀는 그에게 올가미를 던져 주며 몸짓으로 그 사용법을 일러준다. 기사는 주저하면서 그녀의 지시에 따른다. 그는 용의  목에 올가미를 던져 힘껏 잡아당긴다.
용은 죽고 마을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축하파티에서 그 기사는 사실 자기가 한 일은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됐건 그녀의 지시대로 검을 쓰지 않고 올가미를 사용해 용을 잡았기에 그는 마을 사람들의 신뢰와 찬미의 대상이 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조금씩 활기를 잃어 가고 값옷에 윤을 내는 일도 그만 시들해진다.

한달쯤 있다가 그는 또 여행을 떠난다. 그가 검을 챙기려는데 공주가 그것보다는 올가미를 가지고 가라며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여행을 끝내고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성을 공격하고 있는 또 한 마리의 용을 만난다.

그는 검을 들고 돌진하려다가 올가미를 써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하느라 잠시 머뭇거리는사이 용이 불을 뿜어 오른쪽 팔에 화상을 입는다.
당황한 그는 성루 위를 올려다보고, 공주는 그에게 손을 흔들며 이렇게 외친다.

"독약을 쓰세요. 올가미는 소용없어요!"

그녀가 독약을 아래로 던지자 그것을 받아 용의 입 속에 쏟아붓자 마침내 용이 쓰러진다.

모든 이들이 기뻐하고 축하해도 그는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한달후 그는 또다시 여행을 나선다. 검을 가지고 가려는 그에게 공주는 조심하라고 이르며 그것보다는 올가미와 독약을 가지고 가라고 한다. 그는 그녀의 지시에 기분이 언짢았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그것들을 챙긴다.

여행길에서 이번에는 다른 여자의 비명소리를 듣게 된 그는 예전처럼 자신감이 솟아오르고 기운이 샘솟은 것을 느낀다.

그러나 용을 죽이려고 칼을빼려다가 그는 다시 망설인다.

그는 생각한다.

칼을 써야 할 것인가, 아니면 올가미를 쓸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독약을? 공주가 있다면 뭐라고 했을까?

잠시 그는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곧 그는 공주를 알기 전, 오직 검만을 지니고 다니던 때라면 자기가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본다.

그는 새로이 자신감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며 올가미고 독약이고 다 던져버리고 검을 택한다.

마을 사람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용의 죽음을 기뻐한다.

빛나는 갑옷의 기사는 다시는 공주에게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그 새로운 마을에 정착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살았다. 마침내 그는 결혼을 했지만, 상대는 올가미나 독약 따위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후였다.

......






어느 알려진 책에서 발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이야기 입니다.

남녀간의 사랑, 스타와 팬 사이의 관계, 부모와 자식간의 대립.

그밖의 인간관계에서 생각해볼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글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여름비
03/06/18 10:24
수정 아이콘
전 제가 사랑하는 여자가 저보다 능력있는여자가 아니라는것에 행복합니다. 왜냐면 그여자에게는 지금의 저의 모습이 커보이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를 감싸안아도 남는 제 모습을 보고 저또한 흐뭇하기 때문입니다.
이광배
03/06/18 20:01
수정 아이콘
오해의 여지가 있을수 있는글..
남녀차별적인 냄새가 풍기네요.. 남자가 여자의 힘을 빌어 일을 해결하는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머뭇거렸다..<-- 이런 해석이 가능할수 있지 않나요?
비타민C
03/06/18 21:24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적은 제 의도는 남여 가리지 말고 자신의 입장을 기사와 공주에 대입해보아 생각하는것입니다. 남자라도 공주의 입장에서 행동하고 있진않은지. 자신이 여자인데도 기사의 입장이진 않은지.
어렵겠지만 글 그대로의 해석보다는 글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려주길 바랬어요^ㅡ^
이광배
03/06/19 01:29
수정 아이콘
아하~ 그렇군요.. 그런 속뜻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0155 [哀]그녀...우울한 하루 [2] 이카루스테란1289 03/06/18 1289
10154 플래시 광고에 대한 유감... [7] 프렐루드1341 03/06/18 1341
10153 베컴, 레알 마드리드행이 확정 됐군요,. [32] 원삔2408 03/06/18 2408
10152 마의 수요일? [11] Laputa1619 03/06/18 1619
10151 심심해서 해보는 듀얼토너먼트 4, 5, 6조 예상(바램).. [20] 시릴로㉿1909 03/06/18 1909
10150 프로토스의 선전으로 인해 오히려 좋아하는 종족은 따로 있겠군요. [3] 랜덤테란1774 03/06/18 1774
10149 한방러쉬애기가 나와서인데... [4] 꽃보다질럿1426 03/06/18 1426
10148 [단편] 저글링 (하) [11] 공룡1408 03/06/18 1408
10147 저그의 악몽은 시작이 되었다. [15] 임한국1943 03/06/18 1943
10145 어제 듀얼의 승자 경기에대해... [5] clonrainbow1363 03/06/18 1363
10144 컴퓨터와 인터넷이 인간을 메마르게 할까요... [12] 여름비1176 03/06/18 1176
10143 이주영 선수는 장브라더스의 천적?그리고 현재 진출률은? [2] 랜덤테란1364 03/06/18 1364
10142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 [4] 비타민C1294 03/06/18 1294
10140 엄재경님! 어제 듀얼토너먼트장에 프로기사 이창호 9단이!!! [4] 마이질럿2541 03/06/18 2541
10139 난 너의 팬이야 [5] 해원2840 03/06/18 2840
10138 이제 대저그전에서 한방러쉬는 없어졌는가? [8] 이광배1650 03/06/18 1650
10136 노스텔지어 예측 성공.--v [2] 김연우1378 03/06/17 1378
10134 [잡담] tightrope. [9] Apatheia1792 03/06/17 1792
10133 프로게임단 탐방 - GO팀 [16] 아자2878 03/06/17 2878
10131 함부로 말할것이 아니다. [7] 나의꿈은백수1822 03/06/17 1822
10130 이윤열선수의 물량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17] 영준비2590 03/06/17 2590
10129 두 GO팀 선수간의 경기군요.. [5] 피팝현보1561 03/06/17 1561
10128 벌처의 수훈이 대단했던 경기였습니다.. [6] 정지연1102 03/06/17 110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