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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6/16 14:45:04
Name white
Subject 시간퇴행(時間退行)
시간퇴행(時間退行)

李外秀

아무리 생각해도 내 젊음은 아름답지 않았어

가난이 질척거리는 길바닥 맨발의 슬픔으로
그대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
때로는 미농지처럼 바스락거리는 목숨으로
마른 꽃잎 한 장도 끼워 두었지

언제나 그대는 주소불명
편지는 반송되고
밤마다 허기진 불빛으로 돌아오는
남춘천 마지막 열차

나는 늑골을 적시는 겨울비에 진저리를 치면서
사랑을 예찬하는 모든 시인에게 침을 뱉았어

통금이 임박해 오는 목로주점
밤마다 흐린 백열전구 불빛에 흔들리며
차라리 자살한
어느 저음가수의 통속한 생애를 예찬했지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어
인생은 지느러미를 잘리운 채로
어두운 바다 절망의 동굴 속을 헤엄치는 꿈

내 시간의 폴더에는
불러오기 파일이 손상되고
어느새 무서리 내리는 지천명
잠결에 듣는 바람소리에도 온 생애가 펄럭거리네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 젊은날을 회상하면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돌출하는 메시지

'당신의 인생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
pgr에 들어와 글들을 읽으니
갑자기 생각이 정체되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원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불현듯 생각이 나서
시 한편 적어 봅니다

갑자기 비가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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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6/16 15:09
수정 아이콘
나의 새장에는 아주 작은 새가 한 마리 있어서 언제나 즐거웠다.
그 새는 울지 않는 새였는데,
집에 돌아오면 그 새를 보고 내 마음도 맑아졌다.
새계의 끝에서도 들리지 않게 홀로 우는 새.
없어도 있고, 죽어도 사는 새.
그러나 새장의 문을 열자. 문을 열어 하늘에 닿아라.
물빛노을
03/06/16 16:22
수정 아이콘
새장의 문을 여는 것도...절대 쉬운 일은 아니죠. 항상 편하게 살던 새에게 아무런 책임도 없이 무한한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 과연 그 새를 위한 일일까요? by P/R 이영도(원래는 키 드레이번류의 반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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