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신을 무척이나 싫어했어요.
written by. sp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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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을 싫어했어요.
그냥 당신이 지기를 바랬어요.
무참히 밟히고, 밟히고, 밟히게.
그냥 당신이 싫었어요. 잘 하는 사람이 그렇게나 싫었어요. 내가 선택한 종족이 져갈수록, 당신을 싫어하게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그 결승전, 당신이 지고 나니까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어요.
몰라요. 그냥 이겼다! 라는 기분. 그래서 좋은거라고 생각했어요.
난 정말 당신이 싫었어요. 위에 있는 당신이, 무척이나 미워할만하다- 라고생각했었어요.
그렇게 난 당신을 싫어하고 있었고, 스타리그를 계속 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났어요.
난 스타리그를 그만 보게 되었죠.
그리고 당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게이머에게서도 멀어지고 있었어요.
3년 전일거에요. 내가 떠나버린건.
그리고 아무것도 안 보고 있었죠.
그 후로, 이런저런 이야기만 주워듣고 있어요.
난 당신의 경기도, 아니, 그 누구의 경기도 못 보고있었어요.
그리고, 난 당신을 좋아하게 되버렸어요.
난 강한사람은 싫어해요. 하지만, 당신은 결코 강하지 않았어요.
단단하게 보이는 껍질 속에는, 수많은 상처들.
얼어있다고 생각하는 마음 속에는, 뜨거운 눈물이 가득.
당신을 알게 되어버렸어요. 조금씩 다가가요.
그리고 난 당신의 안티가 아닌, 당신의 팬이 되어버리고 있어요.
좋아하는데에는 이유가 없데요.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좋아한다는 그 감정만큼은, 사실이라는거, 알고 있어요.
당신이 질때마다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이 이길때마다 이겼구나. 라고 좋아하고 있어요. 화면이 아니라 글로만 보고 있어도.
당신의 경기를 한번 보았어요. 현장에서 보고 있었어요. 당신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당신은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을까요. 당신이 이겼어요. 난 기쁘다고 생각했어요. 이겨서 좋다고, 응, 잘된거라고.
더이상 강하지 않은 당신을 좋아해요. 다시 일어나는 당신의 모습이 아름다워요, 그래요. 걸어가는 당신이, 내 앞에 서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난 꿈을 꾸고 있어요. 당신이 그 꿈을 나에게 주었어요.
난 당신의 꿈을 꾸고 있어요. 수없이. 수많은 시간동안. 그리고 난 당신을 닮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당신이니까. 그만큼 나에게 꿈을 주고, 희망을 준 당신이니까. 그런 당신을 어떻게 난 미워할 수 있나요.
그래도 난 아직 팬이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해요. 아직도 몇년이나 더 있어야, 팬이라고 감히 부를 수 있을 정도가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의 그 불타는 영혼을, 난 느낄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가 마지막으로 본 스타리그는 MBC 스타우트배 1주차 경기였어요. 체러티에서의 그 경기. 난 외쳤어요. 우승해 달라고. 혼자서 뻘쭘하게도. 그리고 그는 우승했어요. 그러니까, 다시 외쳐보고 싶어요. 우승해 달라고.
하지만 이번엔 당신에게 외칠께요.
하나. 둘. 셋.
요환님, 우승해주세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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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ㅁ;!
"그 결승전" 은 2002 SKY였습니다. :)
그리고 "그 경기" 는 알포인트 vs 인기효였고,
"그" 는 강민선수입니다. 전 그래도 강민선수 팬입니다-ㅂ-);;
아니, 그것보다는 전 이걸 외쳐야 합니다.
요환님, 살아남아주세요!
우리모두 unipolar 님이 임요환선수를 죽이지 않게 기원합시다. 꼭 말이죠.
sp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