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7/12/07 11:53:42 |
Name |
kama |
Subject |
[팬픽] 불꽃의 비상 |
불꽃이 튀어 오른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별가지 않는 많은 기계들이 번뜩이는 불빛을 내며 금속을 자르고 붙인다. 부품들이 조립되어 덩어리를 이루고 다시금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조립로봇들을 스쳐가며 서서히 모양새가 나오기 시작한다. 끊임없는 소음과 끊임없는 불꽃들. 파편과 같던 부분들이 매끈하고 날렵한 모습을 갖춘다. 그 날카로운 동선은 평원을 빠르게 날아다니면서 지친 사냥감을 노리는 매서운 새매의 공격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내보인다.
그는 그렇게 한가로이 전투병기가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관찰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서류는 이 시간을 아마 시찰이라는 이름으로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후에 나타날 지도 모르는 떼쟁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종이뭉치 정도로의 가치만 지니고 있으므로 그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그가 극히 일부에게만 통보를 하고선 살며시 공장 내부를 구경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단순했다. 그저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확실히 대외적인 이유는 될 수가 없겠군.’
그는 웃어 넘겼다. 그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과 태연하기 그지없는 태도들은 혹자가 그를 평가할 때 발을 잘못들인 군인이라 여기는 요소를 제공한다. 물론 그건 진실과는 꽤나 동떨어진 평가이다. 야심이 없으면 전장에 몸을 담지도 않았을 것이며, 또한 같은 경쟁자들을 패배의 나락으로 밀어버리지도 않았을 테니까. 처음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그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테란의 지휘관들은 모두 8명이었다. 그리고 포성과 비명이 몇 차례 흘러지나간 후 전장 위에는 오직 그만이 남아있다. 누군가는 행운이라 폄하할 것이고, 누군가는 다른 이의 몰락을 아쉬워하면서 그를 못미더워하겠지만 그 사실이 달라지는 법은 없다. 그리고 그런 자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제일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가 가장 강한 자다.’
철저한 생존의 법칙. 어떤 이유를 붙여도 변하지 않는 진실. 그는 황제를 떠올렸다. 위의 법칙을 몸소 증명했던 존재. 사실 그는 황제의 시대를 멀리서 지켜보기는 하였지만 몸을 체험하지는 못했다. 그가 군복을 입고 도열을 했을 시기에 볼 수 있었던 것은 찬란하게 빛나던 절대적 존재가 아닌 저물어 가는 황혼의 잔상뿐이었으므로. 하지만 황혼이라 하더라도 영광의 크기만큼 거대한 황혼이며, 신기루처럼 사라질 거라는 비웃음 섞인 예상과는 달리 여전히 남아 사실은 새로운 일출이 아닐까 싶은 황혼이다.
‘황제라.’
감미로우면서 위험한 떨림이다. 매혹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멀리 느껴지는 가치. 실제로 위업만으론 이를 능가했던 천재도 이 이름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하지 않았던가. 그런 단어를 그가 입에 올리는 이유 역시 단순했다. 처음 전투를 벌였을 때 일부에서 그의 모습을 황제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신인에게는 꽤나 부담이 되는 칭호다. 더욱이 그는 그러한 비유가 위대했던 인물의 자취를 약간이라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추억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란 것을 알고 있다. 좀 비약해서 말하자면 누구의 후계자, 혹은 누구와 비슷하다는 말은 상대를 그 모습 그대로 보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실제로 말은 그렇게 하면서 정말 그가 황제의 뒤를 이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황제라.’
그러한 점들을 알고 있음에도 충분히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사탕을 굴리듯이 발음을 입 안에 천천히 돌리면서 음미하면서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되짚어보았다. 긍정적인 면은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치열한 전장에서 살아남은 막강하기 그지없는 적들. 싸우기 불리한 전장. 전쟁의 모든 것이 그의 목을 죄이듯이 둘러싸고 있음을 다시 확인한 그는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누구도 순박하다는 평가를 내리기 힘든 미소였다.
또 한 기, 날렵한 새매가 완성되어 공장을 나선다. 잔인하고 흉폭한 이 맹금이 어두운 비구름을 가르고 날아올라 갈 수만 있다면 시체의 살점이 아닌 그보다 훨씬 탐스러운 전리품을 새매의 공작에게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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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을 넘어서는 적막감. 적막감을 넘어서는 황폐함. 신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죽은 땅 위를 혼자 걸어간다. 달이 얼은 밤에 어느 곳을 보더라도 지평선의 너머까지 보일 것 같은 장소를 걷는 것은 그리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었지만 정작 그는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한 산책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위아래에서 덮쳐오는 뼈에 스밀 냉기에 몸은 차분히 얼어붙어 갔지만 그는 서둘러 돌아가는 대신에 오히려 어느 장소에 몸을 멈추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정말로 얼어 죽을 수 있었지만 그는 대자연에 몸을 눕히고 동화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에 서둘러서 불을 피울 만한 도구들을 꺼냈다. 어차피 태울 것이라고는 주변에 널려있었으니 다른 준비물은 딱히 필요치 않았다.
그는 모닥불에 몸을 녹이면서 그가 만들어낸 장대한 폐허를 바라보았다. 그가 직접 이런저런 중장비를 몰면서 부셨던 건 아니었지만 그의 군대가 쓸어버린 것이니 명령권자인 그의 행위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멀지 않았다.’
그의 눈은 솟아오르는 불꽃을 향하였지만 그는 그 막 안의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는 낙제생에 가까웠다. 이른바 천재라던가, 신동이라던가 하는 재능의 상징과는 거리가 먼 소년. 9번 장교진급 시험에 떨어졌다가 10번째 시도에서 간신히 자격을 얻었던 기억은 지금에야 웃을 수 있는 추억으로 변했다. 그렇게 수많은 장교 중 주목받지 못한 한 명이 해야 할 일은, 해야만 했던 일은 분명했다. 이기는 것.
적을 발견하면 달려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세에서 압도하는 것. 예봉을 꺾고 흐름을 자신에게 가져온다. 무작정 공격만이 능사는 아니다. 몸은 달리고 팔을 휘두르면서도 눈은 쉴 새 없이 상대 진영의 허점을 찾아야 한다. 찌르고 때려라. 두들기고 계속 움직여라. 더 거칠고 더 위협적으로.
타닥타닥. 뭔지 모를 파편들을 태우면서 모닥불은 불꽃이 춤을 춘다. 저 불꽃처럼 그렇게 그는 자신의 앞을 막는 적들을 끊임없이 태우면서 달려왔다. 그리고 많은 것을 얻었다. 사실 그 결과들이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여전히 사람들은 그의 실력을, 그가 전쟁터에서 가져온 승리를 의심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실망하지도, 분노하지도 않았다. 먼저 너무 많은 것을 이루었기에 의도치 않게 많은 이들을 가렸던 한 거장을 시기하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것도 그 중 한 가지.
‘가장 강하다는 것을 가장 쉽게 알리는 방법은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
그는 몸을 일으켰다. 몸도 얼추 녹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만한 처지도 아니다. 날이 밝으면 곧바로 상대의 군세와 마주칠 것이니까. 어차피 간단한 기분 전환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힘든 기행이기도 했다. 그는 일어나 잘 타오르던 모닥불을 흙과 신발을 이용하여 짓눌러 껐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향해 짧게 휘파람을 불렀다. 아마 지평선으로 연결된 땅 위에 갑자기 그가 나타났다는 점을 의아해했던 사람이 있다면 만족했을 것이다.
힘찬 날갯짓과 함께 뮤탈리스크가 날아오른다. 고도와 속도로 추위는 더욱 강해졌지만 방금까지 남아있던 온기가 남아있어 괴롭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고개를 돌려 더 광대하게 보이는 폐허를 바라볼 여유를 가졌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가 가려는 길을 막는 자에게 주어지는 선택은 무릎을 꿇고 굴복하느냐, 아니면 이곳처럼 철저히 잔해만 남긴 채 사라지느냐, 이 두 가지뿐이다.
뮤탈의 날개소리가 아득히 멀어져간다. 고요 속에 길게 남던 여운도 사라져갈 때, 꺼져있던 모닥불 가운데서 작게 남은 불씨가 다시금 솟아올랐다. 그리고 불꽃 하나가 하늘을 밝히려는 듯이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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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4강 두 번째 대진에 대한 기대감일까, 오늘 하는 4강 1경기에 대한 관심이 덜한 것 같네요. 시간이 시간인지라 급하게 쓰기도
했고 어설프나마 응원글 한 번 써봤습니다. 둘 다 좋아하는 선수라 딱히 누굴 응원하기가 난감하네요. 좋은 경기가 나오기만을 바래야
겠네요;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12-1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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