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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11/18 19:06:31 |
Name |
로바로바 |
Subject |
영원한 강자는 없다 |
e스포츠의 발전과 무관치 않지만 요즈음 우리는 스타리그를 일주일 내내 볼수있게 됐다. 중계되는 종목의 편중 현상이 아쉬운 대목일 수는 있으나, 스타리그팬들에게는 스타를 즐기기에 점점 더 부족함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듯하다.
물론 프로리그에 대한 빈도수 증가가 개인리그에 대한 관심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것은 경계해야만 하며,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 오히려 프로리그를 통한 선진화된 시스템, 그리고 개인리그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풀리그의 매력이 널리 알려지면서 궁극적으로 개인 리그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여전히 요소요소에 아쉬운 측면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요즈음의 방송 환경은 '스타라는 컨텐츠 그 자체'로도 충분히 열광할 수 있었던 옛 시절과는 천양지차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더라도 대략 99년부터 브라운관을 통해 등장했던 99PKO야말로 스타팬들이 최초로 방송을 접할수 있었던 스타리그였다. 그러나 당시의 방송은 생방송과는 거리가 먼 녹화중계를 보여주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러한 방송만으로도 고등학생이였던 필자가 느꼇던 강렬한 인상은 지금까지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고 있다. 필자가 국기봉(저그)과 최진우(랜덤저그), 김창선(테란), 봉준구(저그)와 이기석(랜덤플토), 김태목(플토)과 조정현(테란) 등등을 기억하고 있는 것도 전적으로 그 방송의 덕택이다. 지금과는 비교하기 힘들정도로 열악했던 컨텐츠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선수들의 플레이 특성을 또렷하게 기억하는건 엄재경 해설의 감칠 맛 나는 목소리도 한몫했을것이다.
이렇게 스타리그 초창기 시절을 돌이켜 보면, 그때와 지금의 스타리그 강호들의 지도가 많이 달라져 있음을 쉽사리 느낄수 있다. 적어도 필자의 기억으론, 스타리그 방송 초기는 임요환과 홍진호가 등장하는 경기들에 집중되어 있었고 이들 이외에 방송적으로 우대받던 선수들은 김동수, 강도경, 김정민, 기욤 패트리와 같은 선수들이었다. 물론 임성춘과 최인규의 플레이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김정민과 임성춘은 현재 프로게이머를 은퇴, 방송 해설을 하는 중이다. '당대 스타계의 강호들'로 명성 높았던 김동수와 박용욱은 프로게이머 생존을 근심해야 하는 처지다. 당시엔 친숙하게 들렸던 기욤 패트리라는 이름은 이제는 전설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물론 시대에 개의치 않고 '스타리그의 자존심'을 자임해온 선수도있는데 그 주인공은 알기 쉽게 임요환일 것이다. 그러나 이 스타계의 자존심도 현재로선 작지 않은 상처를 입고 있다.
올해 스타계에선 실로 놀랄만한 일이 일어났다. 3월을 시작으로 당대 최강의 포스를 내뿜던 마재윤과 그를 꺾고 화려한 등장을 알렸던 김택용이 11월 다시 신인 박성균에게 완벽히 제압당한 사건이다. 물론 이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을 끄는 선수는 역시 마재윤이다.
유례없는 '5연속 MSL 결승진출'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마재윤은 3월 3일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비틀거리고 있다. 그는 이미 스타리그의 본좌자리에서 멀어졌을 뿐 아니라 팬들로부터 신뢰를 획득하는 데에도 실패해왔다.
작년, 끊임없이 절찬받아왔던 즐거운 기억과는 판이하게, 마재윤의 올시기는 빠른하이브의 답습과 변화의 부족, 그리고 테란전 운영 및 전술상의 실패들로 인해 잇따른 비판에 직면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상 이러한 측면들은 마재윤이 중상위권 테란들을 상대로 만족스런 결과를 따내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져왔다. 분명 마재윤은 송병구 만큼 견고하지 않으며 이제동만큼 장쾌하지도 않다. 아마도 요즈음 스타리그 팬들은 마재윤이 아닌 이제동의 경기를 관전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마재윤을 괴롭혔던 또다른 작지 않은 문제는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의 불충분한 성과다. 특히 지난 시즌 8강전에서 변형태에게 당한 패배는 어쩌면 '마재윤의 한계'를 절감하게끔 했을 수 있다. 역사가 증명해주듯 '큰 무대 체질'인 마재윤에게 있어 스타리그 8강은 결코 만족스러운 위치가 아니다.
본좌 마재윤을 완벽히 제압하며 새로운 프로토스의 대명사였던 김택용은, 불과 8개월만에 무명의 테란에게 퍼펙트하게 무너졌다. MSL S3 결승에서 김택용은 그 동안 노출해왔던 대테란전 전술의 답습과 창의성의 부족을 절감하며 1-3의 패배를 당했다. 4경기에서의 패배는 실망스런 결과였다.
이제 다음주를 기점으로 이 두명의 상처입은 선수 마재윤, 김택용이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맞붙는다. 아직도 스타리그 우승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경기가 남아있을뿐 아니라 실상 마재윤과 김택용의 팬들에게 8강 탈락이라는 사태는 상상조차하기 어렵지만, 그러한사태가 현실적으로 나타나게 된 상황이 마련된것이다.
'마재윤 천적'의 김택용에게도 일말의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의심의 여지없이 저그전의 최강자이자 마재윤 킬러인 김택용이라 하더라도, 그가 불과 6일전에 무명테란에게 완벽하게 제압당했다는 사실은 마재윤과 김택용의 현 상황에 있어 어떻게 작용하게 될런지도 지켜볼 여지를 남기는 까닭이다.
어쩌면 지금 김택용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3월3일'에 보여줬던 신인의 정신력을 부활시키는 일이다. 물론 이 정신력이란 요소는 스타계에서의 사투에 임하고 있는 임요환과 홍진호에게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일게다.
그리고 이 선수들의 멋진 모습을 보며 스타리그에 빠져들었던 '팬들'에게 있어, 이들이 각각 직면한 현재의 위기는 완벽하게 영원한 강자, 끊없이 영원한 강자란 존재하기 어려운 스포츠 세계의 건전한 법칙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지도 모른다.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11-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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