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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6/14 18:16:22
Name 일찍좀자자
Subject [기타] 승부는 승부다.
어제의 우리대표팀의 승부와 경기운영에 대한 논란글들을 보면서 저는 몇 사람이 떠오르더군요.

이창호, 김재박, 최연성....

다들 패기없고 재미없다는 평을 많이 받지만 극강의 성적을 보여주기도 하는 사람들이죠.

우선 이창호...

어린 시절 스승 조훈현으로부터 패기없다고 욕을 많이 먹었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지 않았죠.
바둑팬분들께선 아시겠지만 특히 전성기 시절에는 1집반을 이기고 있을 때 상대방이 도발하자 그냥 1집손해보고 반집만 이기곤 했었습니다. 바둑에 승부에는 지더라도 기세에선 지지마라는 격언도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는 바둑에 "끝내기"라는 분야를 창시하면서 세계최강자가 되었습니다.


김재박...

야구 참 재미없게 만든다고 욕많이 먹는 감독이지만 2000년대에 가장 우승많이 한 감독이기도 합니다. 요즘(삼성과의 경기)도 4:0으로 이기고 있어도 6회에 찬스나자 3번타자한테 번트시키더군요. 저도 좀 심하다 싶었는데 7회에 삼성이 4점뽑아서 5:4까지 쫓아갔습니다. 실책만 아니었으면 역전되는 분위기였구요. 만약 6회의 그 1점이 없었더라면 경기는 동점이되고 권오준선수올라오면 어찌될지 알 수 없었겠죠.

최연성...

이 선수도 특히 신인시절 유리하다싶으면 공격을 조심하고 그냥 막멀티로 상대를 짓눌러버리는 운영을 많이했었죠. 그래서 버스운전한다 어쩐다 말도 많았구요. 하지만 그는 안정적인 승률로 엄청난 업적을 쌓았고 스타에 "물량"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더랬습니다.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끌어간다는게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닙니다. 바둑에서 상대 대마를 잡고 경기를 바로 끝내버릴 수 있는데 그걸 참고 1시간 넘게 몇초몇초 세어가면서 경기를 안전하게 이긴다는거.. 정말정말 힘든겁니다. 한회에 10점도 날 수 있는 야구에서 1점만 더 얻고말자고 참는 거.. 정말 아까운 생각듭니다. 그것도 확실한 것도 아니고.. 스타는 다들 잘 아시니 생략..

사실 강자는 그 유리함을 승부로 이끌어가는 능력이 뛰어난 겁니다. 축구에서 1골차로 이기고 있고 경기가 거의 끝나갈 때 1골만 더 얻어 2점차가 되면 그야말로 경기 끝난겁니다. 또 월드컵이란 큰 경기에서 골을 기록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영광스러운 일이구요. 그걸 포기하고 1점차의 위태한 상황에서 더 안전하게 가고자하는 거 정말 힘든겁니다.

그게 만약 관중을 즐겁게 해줘야하는 프로리그라면 또 모르겠지만 오직 승부만이 남는 국가대항 경기에서 우리 국가대표들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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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수라객
06/06/14 18:25
수정 아이콘
글쎄요 멀리보면 스위스, 프랑스와의 득실차 승부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골을 노리는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다못해 프리킥 정도는 차주는게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자리도 좋았구요.
그렇게 걱정이었다면 수비 8명 뒤로 물리고 차는 방법도 있었는데 말이죠.
일찍좀자자
06/06/14 18:33
수정 아이콘
철혈수라객님// 물론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선수들도 몰랐을리 없구요. 하지만 우선 월드컵 첫 원정 "1승"이 너무 소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골득실 역시 "1승"을 전제한 다음의 얘기니까요.
06/06/14 19:43
수정 아이콘
이창호가 조국수에게 욕들어먹긴요.. 다른 사람들은 다 욕해도 조국수는 욕 안할껄요?^^
언젠가 젊은 기사가 기백없는 수를 두는걸 보고 저건 장래가 없는 바둑이라고 혹평을 하는 조국수에게 누군가 이창호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했더니 참는 것과 굴욕적인건 다르다고 잘라 말하더라구요. 그때 참 겉으로 내색은 별로 안해도 제자를 아끼는 마음은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했었죠.
일찍좀자자
06/06/14 20:06
수정 아이콘
ljchoi님// 님의 말이 맞습니다. 제가 좀 감상적으로 나가다보니 ^^;; 하지만 더 쉽게 이길 수 있는데 어렵게 가는것에 대해서 초반에는 전투력을 키워준다는 목적으로 지적을 가끔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암튼 욕한 건 아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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