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7/05/02 02:41:04
Name The xian
Subject The Irony Man, NaDa
※ 이전부터 쓰려고 했었고, 앞으로, 당장 내일부터라도 일이 많아지게 되는 관계로 더 이상 글을 잇기 위해 생각나는 게 더 없더라도 무리해서라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주제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별로 대단한 주제라고도, 무언가라고도 생각하지는 않지만 생각이 쌓여 있을 때에 글을 쓰지 않으면 독이 되는 관계로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요.


First Irony - NaDa와 꾸준함

NaDa, 즉 이윤열 이라는 선수에 대해 따라다니는 여러 가지 수식어들은 많이 있을 것입니다만 그 중에서도 오래 전부터 쓰여져 온 '천재 테란'이나 과거의 절대 포스, 즉 본좌이던 시기를 말할 때인 '그랜드슬래머', 그리고 '머신' 등의 수식어들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NaDa에 대해 이렇게 많이 쓰여지는 수식어들의 면면을 뜯어 보면 - 물론 다른 선수들에게 붙여지는 수식어들도 그 선수의 '강함'자체를 대변하는 게 일반적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지만 - 대개는 'NaDa의 강함' 자체에 많이 주목하는 수식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사실 - 지금에 와서 더욱 많이 느끼는 - NaDa가 가진 강점이자 무서운 점은, 그랜드슬램 시절의 '강함'이라기보다는 꾸준함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글의 리플에 달았던 말이지만, 'NaDa만큼 꾸준히 많이 싸우고, 많이 우승한 선수가 다시 나올 수 있겠느냐'라는 제 심정처럼, NaDa와 같이 '본좌의 시기', 즉 '포스의 가호'가 지난 다음에도 양대 개인리그에 3년여 동안이나 꾸준히 남아 있고, 우승도 하고, 더욱이 그뿐만이 아니라 양대 예선으로 떨어진 다음에 다시 그걸 딛고 올라와 또 우승을 하고, 개인리그 성적이 어떻든 프로리그에 출전해서 항상 제 몫을 해 주고 다승왕도 두 번이나 하는 선수의 모습...

그런 것을 보면 NaDa가 쌓아 온 커리어를 다른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의 그것처럼 한 번의 전성기가 끝나면 그대로 없어져 버리는 '포스'에 기준을 두고 설명하는 것이 좀 유감스럽습니다. 아니, 저는 NaDa의 커리어만은 포스를 기초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차라리 구체적인 기준을 대기가 어려운 NaDa의 '천재성'을 기준으로 하는 게 NaDa의 커리어를 해석하는 것이 좀 더 낫다고 볼 정도이니까요.

물론 NaDa의 꾸준함이 수식어로 뒷받침되지 않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우승자의 지위는 물론 예외이지만 - 늘 있을 만한 사람이 본선 자리에 있는 것은 일상으로 받아들여질 뿐이니까요. '로마인 이야기'에 시오노 나나미 씨가 썼던 말처럼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같이 변곡점이 많고 이래저래 화제를 많이 뿌렸던 이들에 대해서는 쓸 말들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아우구스투스와 같이 꾸준한 이들에 대해서는 쓸 말이 없어 역사가들이 고민했다고 한 것처럼 '꾸준함' 자체에 대해 어떠한 수식어로, 더군다나 개인을 표현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죠.

이런 NaDa의 '꾸준함'에 대해 흠결을 주장하는 분들이 드는 것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바로 부친 별세 등의 여러 안 좋은 일이 겹치며 2005년부터 시작된 1년 간의 부진, 특히 그 중에서도 그 기간 동안의 양대 개인리그 본선 탈락 부분입니다. 하지만 앞서 예를 들었듯 그 시기에 프로리그 다승왕을 차지하면서 꾸준히 제몫을 한 점을 생각해 보면, 또한 ClassicMild 님이 작성한 Force Point에서 '부진해도 1200점'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런 정도의 부침을 겪었다 해서 NaDa를 꾸준하다고 말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아마도 NaDa의 '꾸준함'에 과거에서 미래를 통틀어 장애 요소가 될 만한 것은 '마음' 이겠지요. '반드시 이겨야겠다'고 자신을 채찍질할 때 되레 좋지 않은 모습, 경직된 모습을 보여주고 그런 자신에 잠시 실망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굳이 공자의 말을 들지 않더라도, 이윤열 선수와 같이 큰 의무를 짊어진 이들에게는 자신의 일을 '즐기는 자세'를 가지고 적절히 중용을 지킬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봅니다.


저는 한 인간이 이기려고 하는 자세가 과도하게 되면, 때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NaDa의 게임을 보면서 느낍니다.
그러나 신은 그러한 일로 겪은 잠시의 시련을 이겨낼 힘 또한 인간에게 주었다는 것을 NaDa의 커리어를 보면서 느낍니다.



Second Irony - NaDa와 전략

NaDa와 '전략', 이 두 단어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묻게 되면 평가는 극과 극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식으로 갈립니다.

1. "NaDa? 전략적이지. 괜히 '프리스타일'이란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니까."
2. "NaDa? 전략은 모르겠고, 힘은 엄청 세잖아. '앞마당 먹은 이윤열'이란 말이 그냥 있겠어?"
3. "NaDa? (요즘) 매번 원팩 더블(혹은 원팩 원스타, SK테란)만 하던데?"


뭐 특정 경기의 임팩트가 강하게 박혀 있는 분들에게는 여러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지만 말이죠. 물론 NaDa에게 전략이 있다, 없다 하는 식의 말을 하려고 이 단락을 쓰는 건 아닙니다. 굳이 의도를 먼저 밝히자면 NaDa에게 있어 '전략'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도 3번과 같은 말을 하는 분들이 엄청 많은 것 때문이랄까요.

물론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NaDa의 570전이 넘는 수많은 승리들 중 제가 더 임팩트 있게 본 경기들이 바로 전략적인 모습이 빛난 경기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최근 경기 중에는 마스터즈 우승 트로피와 우승 반지를 끼게 해 준 신 백두대간의 vs 마재윤 선수 전에서 보여준 '몰래 팩토리 - 앞마당 건설 후 자원채취 없이 바이오닉 1부대로 앞마당 급습'으로 승리를 챙긴 사례가 있고 그랜드슬램의 정점을 찍은 Emperor of Emperor 맵의 vs 강도경 선수 전처럼 '몰래 투배럭 이후 파이어뱃 러쉬' 같은 경우도 있지요.

(뭐 제가 생각하는 NaDa가 전략으로 상대를 가장 분통터지게 한 경기는 벼룩시장 FindAll배 챌린지리그 8강 2경기, Forest of Abyss 맵의 vs 강도경 선수 전이라고 봅니다. 해설자들의 만담(?)을 틈타 더블 벙커링으로 상대를 애먹이더니, 팩토리를 짓다가 취소하고 3스타포트를 간 다음 저글링 급습으로 본진이 쓸리니까 커맨드센터를 섬으로 옮긴 다음 그새 생산한 레이스 몇 기로 상대의 드론을 모두 몰살시켜 소위 '말려 죽인' 경기였죠. 당시 강도경 선수는 결국 분통이 터진 나머지 자신의 메인 해처리를 자신의 저글링들로 강제 공격해서 파괴한 다음 GG를 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_-)

NaDa는 전략적이다, 전략적이지 않다는 말은 어찌 보면 우문(愚問)일 겝니다. 이윤열 선수는 전략적인 모습도, 전략적이지 않은, 아니 '고집스러운'모습도 보여주는 선수이니까요. 승률이 낮으면서도 몇 달간 특정 종족 상대로 같은 전략만 고집하는 모습도 보여줄 때가 있고, 때로는 제가 본 경기처럼 거의 엽기적이다 싶은 경기도 보여주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변화가 많고 보여줄 면이 많은 선수가 사람들에게 한쪽 면만 읽혀지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이윤열에게는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해'라고 말하는 것이야 개인이 보고 싶은 것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이윤열은 맨날 그게 그거다'는 소리는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해야 할까... 뭐 그렇습니다.

물론 이윤열 선수의 경우는 너무 강한 '본좌 시절의 포스'가 전략적인 부분을 덮어 버린 것도 있습니다. '앞마당 먹은 이윤열'이라는 말이 대표적인 예이겠지요. 말이란 것의 위력이 참 무서운 게, 그 당시 경기를 다 챙겨 본 분들이야 이윤열 선수가 그 당시 그랜드슬램을 했을 때 '상대가 무슨 짓(?)을 하건 말건 앞마당 어찌어찌 먹은 다음 엄청나게 물량 뽑아서 이겼다'라는 말을 하면 '아니, 그렇지 않아. 그 당시 어떤 경기 보면 전략도 이러저러하게 쓰고 해서 이긴 거지, 어떻게 앞마당만 먹어서 그랬겠냐?'라고 말하겠지만, 그 당시의 일을 잊었거나, 모르는 이들 중 적잖은 이들은 그저 이윤열 선수는 예전에 앞마당만 먹어서 이긴 줄 아는 것을 보면 느껴집니다.

이윤열 선수의 천재성을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NaDa는 NaDa일 뿐인 듯 합니다.
여느 기준으로, 특히나 '전략적이다, 전략적이지 않다'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Third Irony - NaDa와 인기(혹은 인정받음)

사실 이 부분을 다룰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두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The xian이라는 사람이 NaDa의 팬이고, NaDa의 경기를 보면 '영혼에서 오는 공명'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느끼는 사람이기는 하나 실제로는 NaDa의 인간관계를 속속들이 알기는 커녕 실제로는 일면식도 없다는 점 때문이지요. 그래서 인기에 관한 부분은 순전히 주변인 또는 팬의 시각으로만 본 것임을 말합니다.

둘째는 글을 읽다 보면 아시게 될 것입니다. 이 때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글이니 할 말은 해야 겠지요.

인간성이나 사생활에 있어서 큰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역대 커리어 최고의 성적을 가지고 있고, 데뷔 이후 매 년(매 시즌이 아닙니다) 우승을 차지하는 선수가 팬들에게 있어 역대 최고의 인정을 받고 인기를 받는 일이 발생하지 못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실제로는 스타크래프트 E-Sport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런 이윤열 선수의 인기, 특히 커리어에 비한 저평가 측면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윤열 선수의 커리어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NaDa가 '황제라는 아이콘이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심지어는 황제 자신조차도 이루어내지 못한 선수로서의 절대적인 업적을 가장 먼저 쌓았기 때문에 되레 NaDa가 상대적으로 더 저평가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따지자면 그것은 팬 사이의 문제라기보다는 미디어의 관심도, 프로게이머로서의 아이콘도 이미 '황제'라는 이가 선점해 있는 상황에서 그 선수보다 나은 성적을 낸 선수를 '새로운 아이콘'으로 삼을 마음이 없었던 미디어의 방치 때문이랄까요. 골든마우스나 마스터즈 우승 이후 'King of Masters' 등으로 칭하며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는 것은 팬의 처지에서 방송사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지만, 진작에 그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둘의 업적을 비교해서 어느 선수가 낫냐, 어느 누가 낫냐 하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우문입니다. 황제인 임요환 선수가 최초의 양대리그 우승을 하고, 프로게이머라는 지위를 그의 명성을 통해 알리고 공군 팀의 창조 원동력이 되는 등의 업적을 쌓았기에 '황제'라고 불리고 그만한 관을 머리에 씌워야 한다면, NaDa의 경우에도 그랜드슬램, 골든마우스, 역대 다전 / 다승 1위 등의 전설에 남아도 흠잡을 데 없는 명성을 쌓았기에 '천재' '그랜드슬래머'등으로 불리고 그만한 관을 머리에 씌워져야 한다는 점도 인정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NaDa의 인기가 그만큼이 될 수는 없고, 실제로 그렇게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은 미디어에서만이 아니라, 팬덤에서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개인적으로 겪은 자잘한 비화 같은 것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PGR에서 보았던 일과 있었던 일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철의 장막'경기 직후 있었던 분위기나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 3 결승 직전의 분위기만을 보더라도 그것이 포스 때문이건, 팬층 및 팬심의 차이 때문이건 간에 NaDa에 대한 인기나 관심 부분은 때로 가혹할 정도로 그 커리어에 비해 폄하되어 왔던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만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물론 그런 부분은 팬으로서는 매우 통탄할 일입니다. 상처를 겪은 개인으로도요.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가 쌓아올린 업적만큼의 대우를 받아도 부족하다고 하는 게 팬인데, 그만큼의 대우조차 받지 못하는 광경을 몇 번이고 목격하는 심경이 어떻겠습니까. 더욱이 이윤열 선수가 인정받고 말고 하는 부분을 넘어, 정말이지 유명한 '다전'은 물론 그가 들어가는 조는 어김없이 '죽음의 조'가 되곤 했던 조편성의 불운, 프로리그에서 혹사당하는 부분, 그리고 상금지급 사건 등의 잘 알려진 비화로 인해 NaDa는 운은 고사하고 '인복'조차 없다고 느끼는 팬의 시각에서는 '(때로는 지나치게) 덜 인정받아 온' 부분에서의 아쉬움과 유감이 더욱 진하게 남습니다.


그러나 예전에 있던 일을 신경쓸 이유는 이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오현제에 해당하는 황제들의 이야기를 다룰 때 '시오노 나나미'는 그 황제들에 대해 이렇게 서술합니다.

"한때 일본에서는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때마다 "나서고 싶어하는 사람보다 내세우고 싶은 사람을 뽑자"는 말이 나오곤 했지만, 이 말은 지금도 생명력을 잃지 않은 것 같다. 이 기준에 비추어보면, 트라야누스 황제는 '나서고 싶어하는 사람'과 '내세우고 싶은 사람'의 비율이 반반인 타입인 듯하고,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분명 백 퍼센트 '나서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야기할 안토니누스 피우스 황제는 백 퍼센트 '내세우고 싶은 사람'이라 해도 좋다."(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9권 '현제의 세기' 424p)


훗날 프로게이머로서 전설의 지위에 오를 이들을 마음에 꼽아 보게 될 때가 온다면.

NaDa 자신이 '나서고 싶어하는 사람'일지는 그의 마음 속에 들어간 적이 없으니 모르겠고
다른 이들이 NaDa를 '내세우고 싶은 사람'이라고 아니 생각할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NaDa는 '나서고 싶어하는 사람'도, '내세우고 싶은 사람'만도 아닌 '전설의 자리에 내세울 수밖에 없는 사람'이기에.

상처를 잊기는 곤란하고 일희일비를 멈추기는 어렵다 할지라도 NaDa의 팬으로 남아 있는 것이 나는 좋습니다.

그가 주는 Irony의 즐거움을 풀어가는 길은 아직도 멀고, NaDa에게나 저에게나 아직도 많은 날이 남아 있으니까요.



- The xian -

* 퍼플레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5-07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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