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년 정도 전의 일입니다.
나는 건물 내부 공사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는 사장과 나, 그리고 동료 2명이 전부여서 모두 꽤 친한 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이 없어서 한가한 날이면 자주 스키를 타러 가곤 했습니다.
우리 회사는 나고야의 교외에 있어서, 19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면 스키장까지 금방이었기 때문에 정말 자주 갔었죠.
밤 12시쯤에 출발하면 언제나 새벽 3~4시 경에는 도착하기 때문에, 한숨 자고 나서 스키를 타곤 헀습니다.
그리고 그 날도 우리는 평소처럼 12시쯤 회사에 모여 19번 국도를 타고 있었습니다.
반쯤 갔을 무렵에는 도로가 좁아져서, 오가는 차들도 트럭이나 우리처럼 스키를 타러가는 사람들 뿐이었습니다.
차는 사장이 운전하고 있었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뒷좌석에는 동료 K와 Y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잔뜩 신이 나서 아이들처럼 떠들고 있었죠.
그런데 문득 사장이
[뒷길이라도 좀 찾아볼까?] 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뒷길을 찾는다던가 미스테리 스팟에 가는 걸 제법 좋아했기 때문에 대찬성이었죠.
그리고 우리는 19번 국도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는 산길에 향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왜 사장은 그런 제안을 했던 것인지 이상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평소대로 가던 길로 갔다면 그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텐데...
어쨌거나 산길로 들어서서 잠시 달리고 있자니, 또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왔습니다.
다른 길도 딱히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로 가기로 했습니다.
다시 5분쯤 갔을까요?
그 곳은 별다를 것이 없는 보통 시골길이었습니다.
도로는 포장되어 있었지만, 양 옆은 쭉 논투성이였고 어두운 길거리가 보이는 평범한 길이었습니다.
모두
[별 거 없구나.] 라고 생각하며 슬슬 돌아가자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길거리에 흰 원피스를 입고 양산을 쓴 여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런 늦은 시간에 양산을?] 이라고 생각한 나는 나도 모르게 차의 시계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시계는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차는 시속 50km 정도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곳인데다 밤이라 졸려서 헛것을 본 것이라 생각한 나는 그냥 별 생각 없이 지나갔습니다.
우리는 돌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 5분 정도 그대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먼 길거리에 흰 원피스를 입고 양산을 쓴 여자가 서 있는 것입니다.
그 여자는 짧은 머리를 한 채, 창백한 얼굴로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길거리였기 때문에 마치 여자가 혼자 둥 떠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무서워진 나는 운전하고 있는 사장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사장 역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너도 봤냐?]
[네.]
[사실 난 아까도 봤어...]
[어, 저도 그랬어요.]
[위험한데...]
[진짜 무섭네요.]
뒤를 돌아보면 동료 2명도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잠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갈지, 아니면 그냥 앞으로 나아갈지 고민했지만, 그냥 앞으로 조금 더 가보기로 했습니다.
아무 말도 없이 차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습니다.
그러자 1분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또다른 길거리에 흰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서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제 무서워서 말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사장은 핸들에 달라붙듯 밀착해서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모퉁이를 돌자, 우리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거리와 거리 사이에, 그리고 다음 길거리에도...
자세히 보면 모두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무수히 도로 옆에 줄지어 서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보며 씨익 웃고 있었습니다...
너무 무서워진 나는 조수석에 몸을 딱 붙여 고개를 숙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숙인 고개 밑, 내가 발과 발 사이에 검은 머리를 한 여자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여자는 나를 보고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찾았다.]
나는 너무 무서워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우리들은 정신을 잃고 있었고, 차는 그대로 논두렁에 쳐박혀 있었습니다.
다행히 남자 4명이었기 때문에 차를 꺼낼 수는 있었지만, 그 날은 스키고 뭐고 그냥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회사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K가
[으악!]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K에게 가보니 짐 위에 흰 양산이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당연히 우리들은 그런 양산을 가져온 적이 없었고, 사장의 소지품도 아니었습니다.
나는 다시 한 번 등골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후 그 양산은 사장이 가까운 절에 사정을 설명하고 공양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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