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9/02/13 13:49:28
Name 회색사과
Subject 아버지 신발을 샀습니다. (수정됨)
749766-038_749766-038_primary.jpg?zoom



제가 요즘 신는 신발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산지 6개월 정도 된 아이보리색 스웨이드 운동화.
다른 하나는 산 지 열흘 정도 된 아이보리색 어글리 슈즈.

어제 아침에 아버지께서, "운동화가 더러운데 빨아 놓을까?" 라고 하시더랍니다.
아니라고, 괜찮다고 하는데도 부득이 빨자고 하시길래...
빨아도 내가 빨아야지 그걸 왜 아버지가 빠냐고 했습니다.
[어글리슈즈야 새거니 세탁의 대상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그리고 스웨이드라 어차피 빨지도 못한다고 했습니다.

출근하는데 따라나오셔서는.... 어글리슈즈를 가리키며 "그럼 얘 신발 끈이라도 빨까?"
라고 하시더랍니다.

은퇴하시고 뭔가 점점 어깨가 좁아지시는 아버지가 안쓰러우면서도,
평생 안해보신 부엌데기가 되어가는 모습이 맘이 안 좋고 속상도하여,
저도 모르게

"아 그냥 두라고! 아빠 그런 거 하지말라고!"

큰 소리를 내고 스웨이드 운동화를 신고 출근했었습니다.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근무하다, 퇴근 했을 때에는 이미 부모님 두 분 모두 주무시고 계시더군요.

...

...


오늘 아침 출근하려고 어글리슈즈를 신고 보니, 아버지의 모든 행동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신발끈이 풀어헤쳐져 있고, (아버지는 저보다 발등이 높습니다)
눈길을 걸으셨는지, 밟으셨는지 신발끈 끄트머리만 새카매져 있는데다가,
결정적으로 신발끈 끝의 플라스틱 마감처리가 깨져 있더군요.


아버지가 제 신발이 좋아보이셨는지, 몰래 신고다니시다가 더럽히시고는...
빨지도 못하고 [왜 빨았냐고 물어볼 테니까]
신발끈만 빨지도 못하고 [왜 풀었냐고 물어볼 테니까]
아들한테 말도 안하고 신었다고 혼날까봐 "신발 빨아줄까?" 만 물어보고 계셨던 겁니다 크크크

점심시간에 아버지 신발을 한 켤레 사왔습니다.
어제 아침의 어색함이 남아 있을 때, 던져드리고 부끄러워 하는 아버지를 보렵니다.


p.s. 아버지 신발 많으십니다. 작년 말에 그리스 가신다고 운동화 한 켤 사다드렸습니다.
p.s.2 아버지는 제 아이템들을 좋아하십니다. 제 뉴에라 모자의 스티커를 떼셨길래 왜 떼셨냐고 한 적 있는데, 후에 아버지 사진첩에서 그 모자를 쓰고 등산가셨던 사진이 있더군요 크크
p.s.3 아버지는 제 아이템들을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가져가서 안주십니다. 제 긴양말은 다 가져가셔서... 올겨울을 페이크삭스로 나고있습니다.
p.s.4 아버지가 나이드시더니 화려한 걸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x키 빡! 에어 빡! 화려함 빡! 들어간 맥스95로 샀습니다 크크 (위의 사진 모델)

* 노틸러스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07-31 12:56)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9/02/13 13:52
수정 아이콘
젊게 사시네요 크크
네이버후드
19/02/13 14:06
수정 아이콘
맥스는 신발 자체가 편한게 아니여서 부모님 신발로는 비춘기는 한데 좋은 일 하셨네요
회색사과
19/02/13 14:11
수정 아이콘
크... 신어봤어야 아는데 .... 인생에 맥스를 신어본적이 없어서 ㅠㅠㅠ
네이버후드
19/02/13 14:12
수정 아이콘
맥스 95가 말 그대로 95년도에 나온 20년도 더 된 기술로 된 제품이라서요 요즘 사드리면 베이퍼맥스나 그런류가 편하시죠
Nasty breaking B
19/02/13 14:15
수정 아이콘
이쁘긴 하잖아요 크크
회색사과
19/02/13 14:42
수정 아이콘
네 ! 모양은 아버지 스타일이더라구요 크크

화려화려화려 한.... [까만 신발이 이렇게 화려하다니..]
차아령
19/02/14 09:06
수정 아이콘
맥스 엄청 편한데요... 가성비가 안좋아서 그렇지.. 뭐 개인차이가 있을수도 있지만요..
맥스 95보단 전 맥스 90이 진짜 편하더라구요
미끄럼틀
19/02/13 14:28
수정 아이콘
아버님 너무 귀여우신데요 크크
회색사과
19/02/13 14:43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 겁나 귀엽습니다 크크
녹용젤리
19/02/13 14:40
수정 아이콘
아버지 연세가 좀 되셔서 항상 뭔가 사다드릴때 이게 마지막이겠거니 하면서 조금 더 좋은것을 찾게됩니다.

그런데 제발 담배좀 아무데서나 피지 말았으면....
제발 집안에서만이라도 ㅠㅠ
회색사과
19/02/13 14:43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는 좋은 놈 집어서 갖다드리면...
뭔가 마음에 안드셔서 백화점에 가서는 같은 걸 고대로 들고 오셔서
"니가 갖다 준게 거기 있는 것 중에 제일 좋더라" 하십니다 크크
데오늬
19/02/13 14:47
수정 아이콘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회색사과
19/02/13 15:47
수정 아이콘
크게 웃어주시니 감사합니다
꿈과희망이가득
19/02/13 14:47
수정 아이콘
저희 아빠도 연세가 되시거니, 제 아이템을 하나씩 가져가서 본인 아이템으로 만드시곤 합니다. 크크.
제가 선물받은 가방이나, 제가 신던 인디안 스타일 허라취 같은건 이제 그냥 아빠 아이템이에요.
지니팅커벨여행
19/02/13 14:59
수정 아이콘
감동파괴를 본인이 ㅠㅠ
19/02/13 15:06
수정 아이콘
효자추..
Zoya Yaschenko
19/02/13 15:11
수정 아이콘
아버지 : 계획대로(?)
회색사과
19/02/13 15:47
수정 아이콘
아버지 계획에 제 신발끈이 ㅠㅠ
19/02/13 15:28
수정 아이콘
저는 제가 아버지에게 선물한 캠퍼 운동화를 가끔 빌려신는데, 말로는 쿨하게 신으라고 하시면서 신고 나면 바로 상태 살피고 먼지 털고 하며 노심초사하시더라고요. 크크
회색사과
19/02/13 15:47
수정 아이콘
캠퍼가 또 가죽이라 크크크
19/02/13 15:43
수정 아이콘
두분 관계가 뭔가 귀엽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글 아래 나이키 배너 광고(저 같은 경우에는 에픽 리액트 플라이니트2, 에어맥스720)가 노출되네요 크크크
회색사과
19/02/13 15:46
수정 아이콘
구글 광고는 본문 내용에서 갖고오는 거군요? 훌륭하다..
티모대위
19/02/13 20:24
수정 아이콘
저는 오실로스코프 광고가....
조선소일용직노동자
19/02/13 15:47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도 제 MLB 모자 하나 달라길래
전부 드리고 계속 사드리고 있어서 현재 30개 넘습니다 크크
회색사과
19/02/13 17:34
수정 아이콘
뜬금없는 질문인데 모자는 어떻게 세척하십니까??
운동할 때 모자 쓰다보면.... 모자에서 안좋은 냄새가 나는데, 도저히 세탁하기가 귀찮네요..
회색사과
19/02/13 17:35
수정 아이콘
망가지거나 말거나 세탁기 돌리고 있기는 핮니다
화요일에 만나요
19/08/24 13:49
수정 아이콘
스냅백용 틀이 있어요 세탁기 돌릴 수 있는. 다른류는 몰겠네요
후마니무스
19/02/13 16:21
수정 아이콘
핳하 재미난 일화네요.

그런데 나이가 드실수록 화려한 걸 찾는 이유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적인 아름다움이 쇠퇴해 가는 것에 대한 반발심이라고 합니다.

여하간에 아버님께서 아드님의 젊음을 부러워 하신듯 하네요.

어릴적 아빠 구두를 신는 어린 아들의 모습이 오버랩 됩니다.
회색사과
19/02/13 17:33
수정 아이콘
크으...
저는 어릴 적 엄마 하이힐 신고 놀았습니다?..
홍승식
19/02/13 16:27
수정 아이콘
내 감동 물어내욧!
회색사과
19/02/13 17:33
수정 아이콘
현실에 그런 건 없습...
19/02/13 17:36
수정 아이콘
울준비 하고 들어왔다가......크크크크
회색사과
19/02/13 17:37
수정 아이콘
웃겨서 눈물 흘리셔도 됩니다!!
홍준표
19/02/13 18:1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추천 드렸습니다.
19/02/14 05:14
수정 아이콘
효자시네요
차아령
19/02/14 09:07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아버님 인싸되셨네요. 맥스95 크크크크 효자시네요!
회색사과
19/02/14 09:16
수정 아이콘
아들도 못 신어본 맥스를....
난제 제 자식이 맥스 사줄까요?..
19/08/01 14:35
수정 아이콘
크 간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공지 추천게시판을 재가동합니다. [6] 노틸러스 23/06/01 30161
3733 (장문의 넋두리) 헤어짐은 언제나 슬픕니다. [18] 다시마두장1335 23/05/30 1335
3732 팀켈러 목사님이 지난 5/19 소천하셨습니다 [61] Taima1146 23/05/29 1146
3731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현실과 한계 [104] 퀘이샤1099 23/05/27 1099
3730 [LOL] DRX 스킨 공개기념 2022 DRX 롤드컵 서사 돌아보기 (약간스압) [25] 종말메이커1063 23/05/27 1063
3729 아기가 너무 이쁘네요 [112] 보리차1099 23/05/25 1099
3728 [PC] 가정의 달 기념 삼국지 조조전 모드 이야기 [46] 손금불산입13448 23/05/24 13448
3727 전기차 1달 타본 소감 [111] VictoryFood13794 23/05/21 13794
3726 나의 주식투자답사기, 손실로 점철된 짧은 기록 [58] 숨결12722 23/05/18 12722
3725 초등자녀를 둔 부모가 자기자식 수학과외하면서 느낀점 몇가지 [88] 오타니13019 23/05/17 13019
3724 [역사] 그 많던 아딸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 떡볶이의 역사 [48] Fig.112860 23/05/17 12860
3723 [똥글] 사도세자 입장에서 바라보기 [50] TAEYEON15409 23/05/15 15409
3722 비혼주의의 이유 [75] 소이밀크러버15889 23/05/15 15889
3721 아주 소소한 취미.jpg [37] 아스라이15243 23/05/13 15243
3720 [PC] 정치적 올바름과 스카이림 [40] 이선화14936 23/05/09 14936
3719 사진40장.jpg [45] 이러다가는다죽어15057 23/04/18 15057
3718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 번역(의역) - 1부 [36] 김유라13681 23/05/08 13681
3717 요리는 아이템이다. [49] 캬라13224 23/05/06 13224
3716 (스포) 전지(全知)하면서 전능(全能)할 수 있을까? [51] 마스터충달13152 23/05/05 13152
3715 아내 이야기 1 [41] 소이밀크러버13151 23/04/25 13151
3714 [역사] 평양냉면 vs 함흥냉면 / 냉면의 역사 [70] Fig.112990 23/04/20 12990
3713 40대 중반. 인생 2라운드의 두려움. [48] 한글날만기다려15837 23/04/24 15837
3712 정신재활중인 이야기 [8] 요슈아14407 23/04/24 1440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