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때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유전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친구는 유전자 분야의 전문가는 전혀 아니지만(애초에 이과 쪽이 아님) 친구들 사이에서 넓고 얕게 이것저것 많이 안다고 인정받는 녀석입니다.
대략적인 대화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긴가민가 하면서도 뭔가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유전자 공학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들이 보기에도 그럴듯한 이야기인지 그냥 비전문가의 넓고 얕은 말에 불과한지 궁금합니다.
대화를 하고 나서 다른건 몰라도 유전자가 편집된 강화 인류가 세계를 지배한다던가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다 안심을 하면서도 궁금해서 이렇게 올려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 : 얼마 전에 기사를 봤는데 도플갱어들도 사실은 유전적으로 비슷한 면이 있다더라. 언젠가 유전자 공학이 극도로 발달해서 좋은 유전자만 남기면 사람들 생김새도 다 비슷해지는거 아닌가?

친 : 그거는 어렵다. 유전자 조작이 안되는건 생각보다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나 : 이미 20년 전에 인간 게놈 지도를 다 완성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유전자 조작을 할 수는 있지만 윤리적 문제로 안하는 거 아닌가?

친 : 인간 염색체는 23쌍이 있고 각 염색체 안에 수천만개의 염기쌍이 있다. 유전자 조작을 성형수술처럼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 1번 염색체의 어떤  부분을 건드리면 키가 커지거나 얼굴이 작아지거나 하는게 아니다. 예를 들어 1번 염색체의 a라는 부분을 건드렸을 경우 키가 커질 수는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키가 커지는 대신 손가락이 6개가 되거나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다던가 할 수 있는 거다. 유전자 편집했을 때의 부작용까지 전부 알아낸 게 아니다.

나 : 그러면 게놈 지도는 뭘 만들었다는 건가?

친 : 게놈 지도는 말 그대로 각 유전체의 내부 구성이 어떻게 됐는지를 파악했다는 것이고, 각 유전체의 특정 부위를 편집했을 경우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는 실험을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염색체 내의 염기쌍만 해도 수십억 개인데 그걸 어느 세월에 실험을 할 수가 있나? 우리 생애에는 유전자 편집한 강화인류 이런거는 없지 않겠나

나 : 몇년 전에 중국에서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태어났다고 하는데 그건 뭐냐

친 : 그건 부모가 에이즈 환자라서 아기는 에이즈에 걸리지 않게 유전자를 편집한 경우다. 물론 기술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는데,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 대신 그 아기가 어떤 부작용을 갖게 됐는지는 그 아이가 성장하기 전에는 그 유전자를 편집한 교수도 아마 모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