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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3 16:50
그 수학문제를 맞춘 친구가 틀린 학생에게
[다른 학생들도 다 못풀어 원래 어려운 문제거든] 라고 말하면 위로가 안되는 거랑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20/06/23 16:50
"일단 너의 힘듦은 알고싶거나 배려해줄 생각이 없고, 나는 더 큰 맥락에서나 관심이 있다 (또는 너의 힘듦을 무시하기 위해서 그 맥락을 써먹어주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세상 곳곳 사회 곳곳에서 열렬히 사용되어주니까, 아무래도 인터넷에서는 (특히 맥락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힘든 인터넷에서는) 일부러 납득이 되지 않을 맥락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초년생인데요, 인터넷에 고민을 올려봅니다~ / 아 그럼 초년생인데 힘들지~ 너만 힘든줄 알아? 왜 유세야?")
인터넷 표현이라는게 다 그렇지 않습니까, 막상 그 이야기한 사람을 앞에 자리에 앉혀두고 커피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면 납득 안가는 이야기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인터넷에서는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고, 주어진 표현들 중에서 최대한 개떡같이 두 무리의 해석으로 싸워서 500 리플 달리는 글만 살아남아서 인터넷 곳곳으로 퍼지고 있지요~
20/06/23 16:58
위의 예시에서 학생이 "남들이 다 못풀던 풀던 그게 무슨상관이에요. 내가 풀줄 모르는데.." 라고 하면 저도 할 말은 없을거같은데... 보통은 아이들이랑 이야기해보면 그렇지는 않더라구요. 배고픈 아이가 있으면 물론 초콜릿을 주는게 가장 상책이지만 (위의 예시에서 학생이 결국 그 수학문제를 잘 풀게되는게 상책인 것 처럼),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이 없는것보단 있는게 그래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요?
20/06/23 16:55
멘탈이 정상적인 때에는 남들도 힘들기 때문에 나도 힘들 때가 있다 라는 말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그건 맞다. 라고 판단할 능력이 되지만,
멘탈이 무너져있을 때는 같은 말도 본문에서처럼 너만 힘든 사람인 것 처럼 굴지좀마. 이렇게 충분히 받아들일 수도 있고, 또 남은 남이고 난 난데 뭐 어쩌라고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겁니다. 어찌됐든 합리적 판단이 어려운 상태임을 감안해야 되는 것 같습니다. 본문의 학생도 연습이나 공부 과정에서 저 조언을 듣는 것과, 실제 수능 등에서 문제를 틀리고 저런 조언을 듣는 상황은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20/06/23 16:56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이나 동기로 삼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물론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만).
본문 같은 경우는 나도 틀렸는데, 남들도 틀렸다. 객관적인 정보가 같고(문제를 틀렸다) 나만 틀린게 아니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면에서 위안을 받은것 같습니다. 근데 일반적인 상황은 이거랑 다르죠. 아니면 불행을 자기가 들었을때 동정이라도 느껴야되는데, 대개 힘들어 죽는 사람은 타인에게 공감을 하거나 동정을 느낄만한 여력까지 다 소비한 상태일 확률이 높거든요.
20/06/23 18:40
살짝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나도 틀렸는데, 원래 어려운 문제다." 라는 상황에서 위안을 받은 이유는, 내가 멍청하거나 뭔가 하자가 있어서 못푸는게 아니라, 문제가 '객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못푼거다. 라는 인식이 발생해서 위안이 된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내탓이 아니라 문제탓. 즉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는 느낌으로요.
근데 인생에서 힘든것은, 너가 이상해서 유별나서 힘든게 아니라 누구나 다 힘들고 애초에 원래 엄청 힘든 과정이다. 라는 내용이 전혀 위안이 안된다고 하길래 왜 차이가 발생하는지 궁금했어요. 이게 내게 주어진 과제를 잘 수행하지 못했을때, 객관적으로 난이도가 쉬운거라고 하면 괜히 기분나쁘고 자존심도 상하고 하는데, 난이도가 어려운 과제면 도전하는 모습 자체로 스스로 뿌듯함도 좀 있고, 승부근성도 발휘되기도 하니까 이런 효과가 저는 왜 인생에서만 유독 발생하지 않는지가 궁금했어요.
20/06/23 16:56
그렇게 따지면 지금 이 시간에도 굶어죽어가고 있는 아프리카의 아이들과 그 부모들 앞에선 우린 모두 아무 불평도 하지 말아야 하는거죠.
원래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옆에 사람이 죽어가건 말건.
20/06/23 16:58
“다른 애들도 못풀어” 는 “못풀어도 괜찮아” 인데..
“다른 사람들도 힘들어” 에는 괜찮다는 의미가 전혀 없죠.. 징징거리지 말라는 의미지..
20/06/23 17:00
학생이 선생님을 좋은 분으로 여기면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셔도, 심지어 욕설을 하셔도 좋은 말씀으로 받아들일 거고,
나쁜 분으로 여기면 뭔 말을 해도 의심하고 상처받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좋은 분이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20/06/23 17:01
문제 하나를 못푸는거랑 삶이 힘든거랑은 층위가 너무 다른거 같은데...층위도 그렇고 그냥 비유하기엔 상황 자체가 너무 다른 것 같습니다.
20/06/23 17:02
전자는 다른 학생들도 못 푸는 모습이 자기 모습과 겹쳐져서 상상되지만
후자는 다른 사람들도 힘든 모습이 자기 모습과 겹쳐져서 상상되지 않는, 이해받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20/06/23 17:11
왜 그런걸까요? 삶에서 힘듦은 너무 포괄적이고 넓어서 서로가 이해하기 힘든 범주에 있기 때문일까요? 차이가 왜 생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20/06/23 17:31
몇십년을 같이 한 가족, 형제, 친구 등 가까이 있는 사람의 삶도 이해하는 경험은 없고
이러한 경험이 가능하지 않다는걸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지 않을까요?
20/06/23 17:36
생각해보니 삶에서 힘듦은 좀 더 독자적이고 다른 사람의 상황과 완전히 동일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납득이 갑니다. 덧글 고맙습니다.
20/06/23 17:09
나에게만 특별한 얘기
참 진부하죠? 나만 이런 게 아닌 건 알지만 내가 이런 걸 노래 가사인데 딱 이게 답인거 같습니다. 다른사람도 다 그런거 알고 있지만 내가 힘들어 죽겠는데 다른사람 이야기따위 귀에 안들어오죠. 그런 상황에서 너만 그런거 아니야 해버리면 그 이야기가 고까울리없죠.
20/06/23 17:13
수학문제 같은건 누가 봐도 다같이 틀리면 그게 딱 느낌이 오죠... 아 나도 틀리고 내 친구도 틀리고 우리반 1등도 틀리고.. 뭐 틀릴만 했네...
인생은 그렇게 다 똑같이 힘들지 않거든요. 누구는 이게 힘들고 누구는 저게 힘들고 이래봤자... 내가 볼때는 진짜 내가 제일 힘들어 보이는데 ???
20/06/23 17:13
겪고 있는 고난의 정도의 차이+ 말 자체가 가지고 있는 뉘앙스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생각에 24세 건물 물려받은 인싸 금수저 청년이 좋아하던 여자애한테 차여서 인생을 힘들어하고 있을 때, 이때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책 던져주면 아마 위안 받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청춘들도 다 힘들구나... 마찬가지로 수능에서 딱 한문제 차이로 갈망하던 대학교 떨어진 고3한테 이거 다른애들도 못풀어~ 이러면 위안이 전혀 안되겠죠.
20/06/23 17:16
수학문제 못 푼 사람이 또 있다는 말과
코인 탔다가 반토막도 못 건진 사람에게 그런 사람 또 있다는 말은 전혀 다르게 느껴지겠죠? 뭐 비슷하게는, 고시 떨어진 애한테 '야 너만 떨어진거 아니야. 붙은 사람보다 떨어진 사람이 더 많아.' 이런 식의 말이 위로가 전혀 안될거라는 예시도 들어볼 수 있겠네요.
20/06/23 17:27
남 힘든 것과 내가 힘든건 상관관계가 없으니까요.
남은 남이고, 나는 나죠. 내가 슬프고 힘든게 중요한겁니다. 남이 어떻든 말이죠. 또한 남들이 다 힘들다 해서 내가 힘든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요. 아울러 뭔가 초점을 나에서 다른 무언가로 흐리는 행위도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겁니다. 따라서 너만 힘드냐 다 힘들어~ 식의 리엑션은 안 좋은 리엑션이며, 처음부터 그런식의 위로는 싸움이 날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20/06/23 17:27
결국엔 사소한 문제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
필즈상 수상이 목표인 학생이라면 다른 학생들도 못 푸는 문제라는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20/06/23 17:35
혹여 동일 사안이라도 나보다 더 힘든 타인이 있다는 걸 안다고 해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일단 내가 힘든게 없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20/06/23 17:37
수학문제를 푸는것도 남들도 다 못푼다는걸 알아도 내가 못풀었다는 사실이 변하는게 아닌데 왜 위안이 되는지를 모르겠어서 질문드렸습니다. 그 차이가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시나요?
20/06/23 18:06
과업이나 과제를 이루고자 했을때 오는 잠깐의 좌절을 극복하는데는 작은 위로나마 될 것 같습니다. 그것도 학생마다 다르긴 하겠지만요.
그리고 예시하신 바는 내가 혹여나 타인에 비해 문제풀이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비교 우위가 있는 상대평가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보통 수학문제를 풀지 못하였다고 술마시고 인생을 포기할 만큼 힘들지 않겠지요. 그리고 예시한 학생분은 다음에는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맞추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서 그렇게 속상해 했겠지요. 보통 성인이 되어서 인생의 힘듦은 애정, 돈, 가정 환경(편부모로인한 결혼의 어려움, 친지의 사망 외), 취업 실패 등 내가 할 노력으로는(소위 말하는 견적) 되돌릴 수도 도저히 이룰수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가 학생때 같다면 비웃음을 사게 되겠죠. 이 힘들다는 평가는 내가 나를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진단한 절대적인 가치로 남과의 비교 우위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내가 힘든 그 사실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상태의 친구에게는 아무런 의견도 말하지 않고 그냥 힘들다고 말하는 쪽의 그 이야기를 그냥 들어주는게 최선이더군요.
20/06/23 17:39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판 남이 힘들든 말든 별 감흥을 못 받습니다. 본문 경우에는 다른 학생이라는 집단이 비교적 동질감을 느낄만한 집단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상대평가인 시험 제도 하에서 나 혼자 틀린 게 아니라는 안도감이 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틀린 게 나와 상관이 있는 상황입니다.
20/06/23 18:44
위에 제가 추가한 덧글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싶어서 그대로 복사하여 가져왔습니다.
살짝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나도 틀렸는데, 원래 어려운 문제다." 라는 상황에서 위안을 받은 이유는, 내가 멍청하거나 뭔가 하자가 있어서 못푸는게 아니라, 문제가 '객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못푼거다. 라는 인식이 발생해서 위안이 된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내탓이 아니라 문제탓. 즉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는 느낌으로요. 근데 인생에서 힘든것은, 너가 이상해서 유별나서 힘든게 아니라 누구나 다 힘들고 애초에 원래 엄청 힘든 과정이다. 라는 내용이 전혀 위안이 안되길래 왜 차이가 발생하는지 궁금했어요. 이게 내게 주어진 과제를 잘 수행하지 못했을때, 객관적으로 난이도가 쉬운거라고 하면 괜히 기분나쁘고 자존심도 상하고 하는데, 난이도가 어려운 과제면 도전하는 모습 자체로 스스로 뿌듯함도 좀 있고, 승부근성도 발휘되기도 하니까 이런 효과가 저는 왜 인생에서만 유독 발생하지 않는지가 궁금해요.
20/06/23 21:14
인생이 힘들다는 건 상대적인 이유와 절대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본문의 상황이나 티타늄님이 말씀하시는 난이도가 어렵다, 쉽다같은 상황은 상대적이고 상관관계를 가지고 변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또한 이런 상대적인 위치 비교는 내가 비교군이라고 생각하는 집단 내에서만 작동합니다. 본문 상황을 짚어보면 상대평가인 입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학생은 정확히는 자기가 그냥 멍청한 것 같아서 힘든 게 아닐 겁니다. '입시를 목표로 하는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서' 멍청한 것 같아서 힘든 겁니다. 이때 주어진 문제가 객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못 푼 거다라는 정보는 구체적으로는 '입시를 목표로 하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어렵다' 라는 정보입니다. 학생은 그 정보를 듣고 자신의 위치를 입시생 평균 미만이 아니라 평균 수준이라고 격상시킬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안도감을 느꼈을 겁니다. 만약 위로가 '서양 학생들도 잘 못푼다, 60대 어르신들도 잘 못푸는 문제다' 였으면 어땠을까요? 안도감보다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잘 풀던가요?' 같은 질문을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사람들도 다 힘들어 인생이 원래 힘든거지]라는 위로를 보면 절대적인 고통도 해소가 되지 않지만 상대적인 고통도 해소가 안됩니다. 우선 멘트 자체가 상대를 납득시킬 정보가 없습니다. 이것을 좀 구체적으로 해서 '제 3세계 사람들은 너보다 더 힘들다' 면 어떨까요? 이 경우는 내 비교군이 아니기 때문에 별 감흥없다고 반응합니다. 지구 어디선가 굶주리든 혹은 석유국의 일반 시민들이 롤스로이스를 한 대씩 끌고 다니든 나랑은 크게 상관 없는, 마치 60대 어르신들이 이 수학문제 못 푼다는 정보 같은 것으로 여기고 나의 상대적 위치에 아무 변화도 주지 못합니다. 다른 예를 들어 주 70시간씩 일하느라 고통받는 사람에게 '다른 한국인 노동자들도 중소기업 다니고 주 70시간씩 일해' 라는 위로를 한다고 가정해보면 이 또한 '좋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많고 수저물고 태어난 사람들도 많다' 라고 반박이 가능합니다. 결국 뭐냐면 이 '다른 사람들도 힘들다'는 위로는 '힘든 사람도 많겠지만 좀 덜 한 사람도 많고 나는 힘든 사람 축에 속한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설득하지 못하는 멘트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문제가 쉽고 어렵고에 비해 인생이 힘들고 안 힘들고는 쉽게 객관화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절대적인 관점(남들이 힘들다는 걸 안다고 내가 안 힘들어지는 게 아니다)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도 많이 얘기 했고 티타늄님도 그 부분은 논하고 싶지 않으신 듯 하니 생략합니다.
20/06/23 17:43
특정 문제를 못푸는 학생에게 이문제는 난이도가 높아서 다들 못푸는 문제다 하는 상황과 수학을 포기하려는 학생에게 수학은 원래 다들 싫어하는거라고 막연하게 이야기 하는게 다르겠죠.
문제도 명확하고 답도 어느정도 좁힐수 있는것과 아닌것의 차이도 있다고 봅니다.
20/06/23 18:05
본문에 대해서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제 가치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꽤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상태였는데, 그런 저한테 조언하거나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도움을 주더라도 좋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저 사람의 조언은 나한테 맞지 않아, 위로되지 않아, 저렇게 말하면 듣는 사람이 좋아한다고 초등학교에서 배워온 말들이겠지, 이렇게 생각들을 했습니다. 어떤 망상에 빠져 있었다고나 할까요. 지금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아마 저 조언의 내용이 "다들 그렇게 힘들어" 가 아니라 다른 내용이었더라도 똑같이 느꼈을 것입니다. 다들 힘들다는 것에 공감할 여력이 없어요.
20/06/23 18:22
과거에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보였습니다.]라는 느낌을 받은 경험을 했던적이 있는데, 계속 잊고있다가 덧글을 보고 갑자기 생각났네요.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깊이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23 18:10
현실에선 그런 생각을 해도 보통 예의상이건 뭐건 실제로 도움이 안 되더라도 입 밖에 내는 사람이 없는데, 인터넷에선 그런 게 없으니..
유독 넷상에서 삐죽한 댓글이 많이 달리는 건 그런 영향도 있으리라 봅니다.
20/06/23 18:34
수험이야 일단 모두가 경쟁자잖아요. 내 경쟁자들이 못 푸는 문제를 맞추는 게 베스트지만 같이 못 풀면 본전이니 위안이 되죠.
사회생활에서 다른 사람도 힘들어 이런거야 나한테 하등 도움이 안 되니 위로가 안 되지 않을까요.
20/06/23 18:43
위에 제가 추가한 덧글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싶어서 그대로 복사하여 가져왔습니다.
살짝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나도 틀렸는데, 원래 어려운 문제다." 라는 상황에서 위안을 받은 이유는, 내가 멍청하거나 뭔가 하자가 있어서 못푸는게 아니라, 문제가 '객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못푼거다. 라는 인식이 발생해서 위안이 된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내탓이 아니라 문제탓. 즉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는 느낌으로요. 근데 인생에서 힘든것은, 너가 이상해서 유별나서 힘든게 아니라 누구나 다 힘들고 애초에 원래 엄청 힘든 과정이다. 라는 내용이 전혀 위안이 안되길래 왜 차이가 발생하는지 궁금했어요. 이게 내게 주어진 과제를 잘 수행하지 못했을때, 객관적으로 난이도가 쉬운거라고 하면 괜히 기분나쁘고 자존심도 상하고 하는데, 난이도가 어려운 과제면 도전하는 모습 자체로 스스로 뿌듯함도 좀 있고, 승부근성도 발휘되기도 하니까 이런 효과가 저는 왜 인생에서만 유독 발생하지 않는지가 궁금해요.
20/06/23 20:10
수학 문제의 난이도는 내 표준점수 자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애초에 시험공부라는 가치에선 내 실력의 상대적 위치가 본질이고, 이 정보에 대한 갱신은 돈 없어서 힘들어하는 사람한테 잃어버린 돈 찾아준거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20/06/23 20:53
수학문제는 문제가 같다는 전제하에 문제자체는 누구에게나 객관식이지만 내가 힘든건 나만의 주관식이니까요.
남들도 어려워하더라는 같은 조건에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비교를 통해 평가조정도 가능합니다. (이 문제는 수학과 교수님도 힘들어해!) 근데 삶에서 내게 힘든 일은 남들이 알 수도 없고, 안다고 얘기한들 이해는 하여도 공감까지 가긴 힘들죠. 그 차이겠지요...
20/06/23 22:11
문제는 다 같은건데 다 같이 못푼거고
삶이 힘든건 각각의 이유가 다르니까요 그리고 수학문제는 개선의 방법이 확실하지만 삶이 힘든건 안그런 경우가 많아서...
20/06/24 17:20
수치화가 안돼서요.
선생님이 이 문제 정답률 5프로야 남들도 다 못풀어라고 말하면 위안이 되듯이 잠자다가 꿈에 신이 나와서 너의 힘듬은 하위 5퍼센트야 너보다 힘든 사람이 인구의 95프로야 라고 말하면 위안이 될텐데요. 남들도 다 힘들어~ 라는건 내가 얼마나 힘든지도 모르고 남들이 얼마나 힘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내뱉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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