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대표적인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은 ‘스타크래프트’가 발매된지도 거의 10년. 게이머들은 하루에도 몇 백 판이든 소화하겠다는 기세로 게임에 임하고 있고, 그만큼 온라인 상에서는 처절할 정도의 치열한 승부가 계속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가지는 한계치가 워낙 높기 때문에 아직도 기상천외한 전략이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오랜 기간 동안 플레이 되어 오다 보니 이제는 실력이 대부분 상향 평준화된 느낌이다. 프로게이머를 비롯해 이제는 아마추어들도 왠만하면 혀를 내두를 컨트롤과 물량을 보유하고 있어 PC방에서도 프로경기 못지않은 긴장감을 느낄 정도다.
그래서 요사이 프로게이머들을 비롯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맵’의 밸런스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테란, 저그, 프로토스로 이어지는 각 종족 별 상성을 완벽하게 조정하는 맵이 등장해야 한다
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테란
임요환 이후 이윤열, 최연성 등 ‘스타크래프트’의 당대 최강자를 배출해 왔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테란 진영은 명실공히 3개 종족 중 가장 강력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테란의 강력함은 유닛 개개의 뛰어난 '자원 대 성능비'에 기인한다. 바이오닉 유닛 조합은 같은 자원으로 생산된 저그의 저글링 히드라 조합을 압도하고, 메카닉 유닛 조합은 같은 자원으로 생산된 프로토스의 질럿 드라군 조합을 압도한다. 스타크 마니아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회자되는 '사기 유닛'에 관한 논란에서 상위에 랭크되는 것은 항상 마린, 벌처, 시즈탱크라는 테란 유닛들이 대부분.
유닛의 화력과 조합의 단단함이 테란의 장점이라면 기동성은 테란의 대표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물론 '스타크' 유닛 중 최고속도를 자랑하는 벌처를 보유한 테란이지만 '조합'이 전제되어야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는 종족 특성상 벌처를 제외한 타 지상군의 답답한 기동력은 항상 테란의 아킬레스건이 되어왔다. 또한 유닛의 조합 이후에는 최고의 효율을 보이지만 조합이 갖춰지기 이전의 초반 타이밍 역시 테란의 약점 중 하나.
자원 대 성능비라는 장점과 떨어지는 기동력이라는 단점에 기인해 테란은 스타팅 포인트 간의 러시거리가 가까운 맵에서 유리함을 보인다. 반면, 확장 포인트가 많고 이동루트가 복잡한 지형일 수록 타종족의 자원 확장을 저지하기가 어려워지기에 테란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테란이 강세를 보인 대표적인 맵들
신개마고원(OSL)
T:Z - 78:43
T:P - 32:29
확장기지 수가 적고 러시루트가 짧고 간단하여 타종족이 테란상대로 자원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Ragnarok(OSL)
T:Z - 12:1
T:P - 1:0
본진입구 간의 거리가 대단히 짧아 테란이 압도했던 라그나로크. 대표적인 밸런스 붕괴맵으로 꼽히고 있다.
테란이 약세를 보인 대표적인 맵들
Raid Assault(MSL)
T:Z - 28:35
T:P - 7:20
러시루트가 길고 복잡하여 테란의 상대 자원확장 저지가 힘들었다.
Neo Requiem(OSL)
T:Z - 53:55
T:P - 23:46
러시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역언덕'이라는 입구의 특성상 테란의 초반방어가 힘들었다.
저그
싸다, 많다, 빠르다로 대변되는 저그의 강력함. 지금은 테란의 득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한 때는 스타크 계를 장악했던 바 있다. 저그의 강점은 단연 기동력이다. 저글링, 히드라 리스크, 뮤탈 리스크 등 저그의 주력 유닛은 모두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준족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루트가 길고 복잡한 맵일 수록 상대의 거점을 치고 빠지기가 쉬워 저그가 강세를 보인다. 손쉬운 확장 기지 건설 역시 저그의 강점. 따라서 자원 확장이 많고 멀리 떨어져 있는 맵일 수록 저그의 폭발적인 생산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저그가 강점을 보이는 요소를 역으로 뒤집으면 바로 그것이 저그의 취약점이 된다. 스타팅 포인트 간 거리가 짧다면 저그가 미처 특유의 생산력과 확장력을 발휘할 자원을 확보하기도 전에 상대 주력병력과 교전을 벌어야할 상황이 벌어져 저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수송선 확보가 세 종족 중 가장 느리고 주력 공중유닛인 뮤탈리스크의 천적 유닛이 상대 종족에 존재하기에(커세어 등) 섬맵 역시 저그가 고전하는 대표적인 맵이라 할 수 있다.
저그가 강세를 보인 대표적인 맵들
Raid Assault(MSL)
Z:T - 35:28
Z:P - 21:10
러시거리가 멀고 진출로가 복잡한 대표적인 맵인 레이드 어썰트
Mercury(OSL)
Z:T - 27:27
Z:P - 33:13
저그가 플토를 상대로 가질 수 있는 모든 유리함을 모아놓았던 맵
저그가 약세를 보인 대표적인 맵들
Paradoxxx(OSL)
Z:T 9:8
Z:P 1:9
플토를 상대하는 저그 유저가 테란으로 출전할 정도로 PvZ밸런스가 붕괴되었던 패러독스
Neo Forte(OSL)
Z:T - 28:56
Z:P - 39:48
테란상대로 더블스코어가 기록된 맵. 플토가 지상전에서 저그를 앞서는 보기드문 맵이다
프로토스
사소한 맵의 불리함만으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프로토스의 특성은 맵 제작자들에게 항상 큰 고민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종족 상성상 항상 불리함을 안고 치러야만 하는 프로토스의 대 저그 지상전은 언제나 맵밸런스의 논란거리. 테란, 저그전에서 모두 질럿이 주력병력으로 사용되고 있고, 주 생산건물인 게이트웨이와 주력 방어건물인 포톤캐논이 모두 미네랄만을 소비하기에 본진 미네랄이 많을 수록 프로토스에겐 큰 힘이 된다. 또한 최강 대공 공중유닛인 커세어와 최강 대지 공중유닛인 캐리어를 보유하고 있기에 섬맵에서 압도적인 강함을 보인다.
사실 테란 대 프로토스전은 상대적으로 맵밸런스의 영향을 적게 받는데 반해, 저그 대 프로토스전이 항상 맵 밸런스의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러시거리가 멀 수록, 공중거리가 가까울 수록, 러시루트가 많을 수록, 확장 자원이 멀리 떨어져있고 많을 수록, 진출로가 좁을 수록, 자원견제가 용이할 수록, 미네랄이 적을 수록 프로토스는 저그에게 취약점을 보이게 되는데 이러한 요소를 모두 고려하며 세 종족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작업인 것이 사실이다.
플토가 강세를 보인 대표적인 맵들
Neo Requiem(OSL)
P:T - 46:23
P:Z - 56:50
테란상대로는 강한 초반압박으로, 저그상대로는 하드코어 질럿러시로 플토가 득세했던 맵
Neo Forbidden Zone(OSL)
P:T - 34:15
P:Z - 18:18
PvZ의 밸런스에 신경쓴 반섬맵. 허나 PvT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플토가 약세를 보인 대표적인 맵들
Mercury(OSL)
T:P - 18:21
P:Z - 13:33
숱한 프로토스 유저들의 한이 서린 곳. 대 저그전 프로토스의 무덤으로 불린 바 있다
남자이야기(OSL)
P:Z - 12:18
P:T - 15:22
앞마당 방어가 힘들었기에 플토가 고전을 면치 못한 맵
‘맵’ 밸런스 위한 시스템 구축해야
이렇듯 ‘스타크래프트’는 종족 별로 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관계자들은 각 종족간 맵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온게임넷 맵 제작팀 소속의 변종석 씨는 “현재는 맵을 만들 때 여러가지 지형지물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 예상으로 밖에는 제작할 수 없다. 이런 부분은 충분한 테스트를 통하지 않으면 예상이 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송국과 맵 제작자, 그리고 프로게이머가 함께 맵을 만들어갈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경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맵을 함께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종석 씨는 또 “현재 새로운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e스포츠 협회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학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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