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수백만명이 즐긴다는 스타크래프트는 우주 지배권을 다투는 사이버게임이다. 테란, 프로토스, 저그 중 한 종족(種族)을 택해 다른 종족을 택한 상대방과 대결한다. 싸우는 방식이 전쟁 그대로다. 한쪽에선 군수품 경쟁을 하고 다른 쪽에선 전투를 하는 복합 전장(戰場)에서 이기려면 탁월한 전술·전략이 필요하다. 인기 프로게이머 임요환은 “스타크래프트와 워게임(war game·컴퓨터 모의훈련)은 별 차이가 없다. 정찰하고 거짓 정보를 흘리는 것까지 비슷하다”고 했다.
▶프로게이머로 성공하려면 손놀림·반응속도·상황대처 능력, 3가지가 탁월해야 한다. APM 측정기로 프로게이머의 손놀림을 재면 1분에 300~600차례가 나온다. 명령어 하나를 실행하는 데 0.1~0.2초밖에 안 걸리는 셈이다. 시각반응속도도 일반인보다 2~3배나 빠르다. 프로게임단 ‘SK텔레콤’ 주훈 감독은 “훈련으로 손놀림과 반응속도를 높인다. 상황대처 능력을 길러주려고 손자병법도 읽힌다”고 했다.
▶공군이 4월 중에 프로게이머 5명을 특기병으로 뽑아 워게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임테스터(tester)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게임대회에도 출전시키고 공군 자체 대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미국산 워게임만 쓰던 공군은 재작년부터 52억원을 들여 워게임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디지털전쟁 시대에 대비하려는 노력이다.
▶미 국방부는 일찌감치 ‘군·산(軍·産)복합’에 이어 ‘군·엔터테인먼트 복합’을 도입했다. 1997년 해병대가 MAK테크놀로지사(社)와 비디오 전투게임을 공동개발한 이래 국방부와 게임산업의 인적·물적 교류가 꾸준히 확대됐다. 미 국방부는 지상통제소에서 조종사 한 명이 무인전투기(UCAV) 6~7대를 조종하는 실험을 2002년 끝내고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컴퓨터게임과 실전(實戰)이 진짜 구별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우리 프로게이머들은 세계 정상급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선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그러나 세계대회를 제패했던 프로게이머 1호 신주영, 개인전 스타리그 우승자였던 최진우는 제대 후 무진 애를 썼지만 재기에 성공하지 못했다. 극도의 순발력이 필요한 프로게이머가 2년씩 손을 놓는 것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공군의 프로게이머 모집은 워게임을 발전시켜 국방을 다지고 프로게이머들의 능력을 더욱 키우는 일석이조다. 몇 년 전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합’이다.
밑에 글과 다르게 비교적 프로게이머에 대해서 호의적으로 쓴 것 같아서 퍼왔습니다.
주용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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