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민
딩크로 7년이나 살면서 자녀계획을 5년이상 고민해본 과거의 나를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사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진짜 자녀가 내 삶에 그렇게 필요한 것인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남편도 저도 애를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었고 차이는 남편은 애는 삶에서 굳이 필요없다는 쪽이고, 저는 그래도 태어났으면 인생 컨텐츠는 다 누려봐야한다는 쪽이라 [자녀]라는 결정에 시간이 걸린쪽이라고 생각합니다.
[System]
새로운 맵에 진입하시면 난이도가 [이지]모드에서 [헬]모드로 바뀝니다.
- 1년내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60%상승합니다. 매해 상승합니다.
- 개인 여가시간이 95% 감소합니다.
- 집안일이 300% 늘어납니다.
- 이동의 제약이 생깁니다.
- [육아]기간동안엔 잠을 제대로 잘수없게됩니다.
- 영구적으로 걱정거리가 생깁니다.- 가정 지출에 [자녀 교육비] 항목이 추가됩니다. 성인이 될때까지는 필수항목이며, 그 이후에도 이 항목이 사라지는 시기는 렌덤입니다.
[여성에게만 열리는 항목]
- 여성은 1년간 신체적인 제약이 가해지며 큰 고통이 수반됩니다. 신체에 영구적인 손상이 가해지며 회복 가능성과 기간은 렌덤입니다. 또한 낮은확률로 당뇨, 실명, 죽음 등 영구적인 장애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여성은 육아로 인한 사회적 페널티가 생깁니다. 직장에서 페널티가 생기며 아이의 예민도와 건강상태에 따라 업무능력 렌덤 하락(30~100%)이 생깁니다. 10년이상 지속되며, 이 시기동안에 실직하는 경우 재 취업에 페널티가 생깁니다. 업무능력의 공백은 가족노동력(양가부모님, 남편)과 외주로 커버가능합니다. (어린이집, 가사도우미, 돌봄도우미 등, 재화사용: 월 -50~400만원 이상)
보상: ???
일단 시작하시면 이전 모드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시작하시겠습니까? [YES]/[NO]
농업사회같은 옛날에는 보상 부분에 [보장된 가내 생산 노동력 추가]나, [노후 재원, 돌봄 보조]등이 들어갔다고 하지만, 사회가 변하면서 더이상 이런 추가 보상이 사라졌기에 선진국화 된 국가, 특히 맞벌이를 해야만 가정경제가 유지되는 부부가 많은 대한민국에서는 [YES] 버튼을 누르는 선택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출산과 육아에 메인탱커로 부여된 '여성'쪽인 제가 [자녀]-Yes? 쪽인지라 확장팩의 [Yes] 버튼을 누르고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임신기간
임신기간동안의 체험은 다들 다양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분은 자녀를 가진 기간동안 가장 행복했다고 하는 분도 있었는데, 저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입덧이 엄청났던 케이스라 사실 힘들었다는 기억만 어렴풋이 납니다.
임신하고 4주는 모르고 지나갔고,
12주간은 입덧으로 쥬스랑 물만으로 연명했는데, 하루 12시간씩 10분마다 구역질을 해대는 종류의 입덧이었는데 코로나시기가 적절하게 와줘서 재택근무로 변환된 시기인지라 겨우 직장에서 하차 안하고 토하고 일하면서 토해가며 어쨋든 입덧 시기 완주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적절한 당분과 물만 잘 먹어주면 12주간 거의 음식을 먹지 못해도 사람이 살아집니다.
하루 크레커 6조각과 쥬스, 물물로 버텼는데 개인적으로는 계속 나는, 대항해시대의 선원이다, 혹은 무인도에서 살고있다 하고 상황극으로 그 시기를 버텨냈습니다. 토하고, 일하고, 토하고, 일하고 (업무 능력이 안따라와서 야근으로 일하고) 나머지는 자면서 어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노산으로 인한 임당으로 애가 태어날때까지 먹고싶은 것을 못먹고 애를 낳았습니다.
밤에 갑자기 일어나서 먹고싶은거 사달라고 남편을 조르는 그런 아내의 모습...
나도 한번 해보고는 싶었는데, 임당에 걸리면 그냥 먹고싶은것에 당분이 들어가면 (현대 식품이라면 당연히 들어갑니다) 혼자 웁니다.
그래도 세상이 좋아져서 당뇨환자도 먹을수 있는 과자나 대체품이 있는게 다행입니다. 사실, 당뇨라도 아예 못먹는건 아니고, 먹자마자 그 당분을 소비하면 먹을 수는 있는데, 참고로 개인 경험으로는 라면 한개정도는 먹자마자 일어나 어디던 3시간정도 걸으면 됩니다.
당분이 들어간거 먹는다 = 임신한 배 끌어안고 계속 도보 + 30분, 1시간마다 혈당체크 (피뽑기) + 혈당 정상수치 올때까지 안먹기
그래도 1시간 반거리를 대중교통으로 8개월까지 풀 출근하며, 향후 육아로 들 재원 확보를 끝까지 했었죠. 너무 힘들어서 때려치고 싶을땐, 산후조리원 비용을 살짝 열어보면 다시 이 악물고 다닐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가끔 인터넷 보면 뭐 산후조리원 비용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어짜피 둘이 벌어 둘이 누리는데 애는 뭐 혼자 낳나 싶더라고요. 솔찍히 산후 조리원 기간 2주동안 아내와 남편 중, 남편이 더 꿀 빱니다.
이 임신을 겪고 난 후 한마디로 소감을 굳이 이야기하자면, [애는 젊어서 낳자] 였습니다.
애는 회복이 빠른 10대 후반~20대 초에 낳는 이유가 있습니다.
3. 출산 & 산후조리원
옛날에는 여성 사망원인 1순위가 출산이었는데, 요즘엔 많이 좋아졌죠.
절 포함해서 제 주변에도 옛날에 태어났으면 난산으로 죽었을 사람 꽤 있었는데 제왕절개로 20센티정도 개복수술하고 애 꺼내서 산모도 애도 건강히 잘 낳았습니다.
배 20센티 째고 3일후 퇴원했는데,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겠는데 육아는 하나도 모르는 부부 둘이서 개복치같은 신생아를 키우라고요? 그리고 메인탱커가 나다?
2주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1주는 몸을 일으키고 눕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주간 뭐했냐면, 육아 벼락치기 했죠. 조리원에서 애 돌보는 것 배우고 (실전) 안볼땐 이론공부 했습니다.
왜 미리미리 안하고 조리원에서 육아공부했냐고요? 어... 그전엔 일했는데요... 그리고 어디서도 안알려줍니다? 누가 안알려줘요. 일부러 찾아서 공부해야하는 과목이에요.
그리고 아마 육아에 대해서 여성을 미리 교육시키지 않는 건.... 음, 제가 생각하기엔 알면 [Yes] 버튼 안눌렀을 겁니다.
와.... 생각보다, 더 가혹합니다. 임신기간? 출산? 그것은 신생아 육아에 비해선 잔챙이였죠. 후후.
산후조리원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여성분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드리는 조언은,
자연분만이고 경력직 (출산 경험있음) 이거나 친정 어머니께서 한달정도 집에서 거주하시면서 도움 주실 수 있으면 고민가치가 있지만, 초짜다? 그냥 돈써요.
친정부모님도 신생아 육아는 오래되서 잘 모르시니 남들하듯 그냥 단기 숙식 육아 기숙 학원 (산후조리원) 다니면서 배우세요. 약 30년전 육아가 어쩌구 하시는 분들.. 그때 영아 사망율 한번 찾아보시고요.
그리고, 생각보다 자연분만... 노력해도 안되는 경우 많습니다...
남성분이라면 그냥 입 다물고 돈써요, 산모에게는 본인보다 산후 조리원에서 해줄수 있는게 더 많습니다. 그리고 산후조리원 2주동안 그냥 향후 2년간 못만날 친구 만나고 취미생활하고 잠이나 미리 푹 자둬요. 육아공부 여자한테만 미뤄두지말고 집에 쌓여있을 육아서적도 함 들쳐보고요.
3. 신생아육아
빡샙니다. 근데 50일 지나면 좀더 괜찮고 100일지나면 좀더 나아요.
일단 100일까지만 버텨보세요.
그냥 화이팅.
참고로 육아템은 있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4. 애는 예쁜가
와... 솔찍히 50일까지는 뭔정신으로 살았는지 모르는데 애는 예뻐요. 정말 예뻐요.
일단, 확실한건 29개월까지는 정말 예쁘고 점점 더 예쁘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더 예쁠것 같습니다.
5. 그래서 결론은?
사실 이게 메인 포인트죠. 인생이 급 하드코어 모드되는데, 이게 할 이유가 있냐.
이게요, 정말 하드코어 모드가 되는데, 그만큼 또 세상이 정말 넓어집니다. 그 하드모드나 레이드같은거 다 보상때문에 하는 거죠. 없으면 하나요. 거의 미성년자에서 성년 되었을때 열리는 인생팩 확장 모드만큼, 세계관이 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성년 되서 이제 스스로를 부양해야하지만 자유도도 넓어지고 책임감이 확 늘어났잖아요.
부모가 되면 부양해야할 자식이 생겨 책임감이 더 커지고 그만큼 부담도 늘어나는데 '사랑'에 대한 세계가 정말 확장합니다.
세상에 레이어가 하나 더 생긴정도로, 세상과 삶이 커져요.
목숨을 다 바칠정도로 사랑하는 대상이 생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실체하게 됩니다.
자식을 위해 목숨바치는 부모는 각종 소설이나 영화, 매체등에서 흔히 보이는 클리셰중의 하나인제 그전엔 자식의 입장에서만 공감할수 있지만, 그걸 부모입장에서 공감할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세상의 변화인지 모릅니다.
[희생을 감수한 사랑]이 가능하게 되는 패치가 바로 이 확장팩의 진 의미라고 저는 느낍니다.
[희생]을 감수한 사랑이 아니라, 내 희생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랑]을 느낀다는 것이 가장 크죠.
육아는 힘들고 고통스럽고, [내]가 사라지고 누군가의 [어미, 아비]로 산다는 것은 정말 가치관이 바뀌고 존재성의 바뀔정도로 힘든 일입니다. 특히 여성은 더 그럴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감내할 정도로 세상이 그만큼 아름답고 행복해질수 있습니다. (대신 좌절과 절망 포인트도 높아짐)
아이와 함께 하는 더 확장된 삶과, 아이가 행복해하며 웃는 얼굴을 보며 느끼는 그 행복함, 그리고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충족감.
이게 거의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구나, 하고 느낄 정도의 대단한 가치에요.
누군가는 자녀가 태어나고 키우면서, 아, 내가 이러려고 태어났나보다라고 느꼈다던데 확실히 그정도의 가치는 있습니다.
물론 자녀가 없을때의 나도 충분히 행복했고 제 삶에 만족했습니다.
그리고 자녀가 없는 삶이 무슨 부족한 삶이나 그런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그 자체로 충분하고 결혼만큼이나 자녀도 꼭 삶에서 필수적이거나 해야한다, 그런건 아닙니다.
그저 제가 하고싶은 말은 5년이상 고민했던 과거의 제게 하고싶은 말입니다.
애를 낳아보고, 키워보니 [자녀와 함께 하는 삶] 이 당장 지금 네 삶에 손해인것 같이 보이기는 하는데 감내할정도의 가치는 있더라.
뭐, 여기까지 29개월 확장팩 후기고요. 종종 올리겠습니다.
더 오래 플레이한 선배님들 부디 후기과 꿀팁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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