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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5 19:18
논조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시니컬하게 개인주의를 외치며 남을 믿지 않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분들이 점점 더 많이 보이는데 제가 보기엔 좀 우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지만 정의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서 신뢰가 값싼 농담이 된 시대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겠죠. 순간순간 임기응변으로 내 자신이 믿는 정의를 지키면서도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위태로운 줄타기를 할 뿐입니다.
23/02/25 19:19
개념을 혼용해서 쓰고 계시는데 신뢰외 신용은 다른 겁니다. 대출이 잘 나오는 것은 신용과 관계가 있지 신뢰를 가지고 이야기 할 것이 아닙니다.
23/02/25 19:50
네 맞는 말씀이십니다. 둘을 엄격하게 구분하는건 너무 어렵더라구요.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데는 신용이 필요하지만 친구에게서 돈을 빌리는데는 신뢰가 필요한게 아니겠습니까.
23/02/25 19:29
서로에 대한 신뢰라...사생활 보장과 개인존중 문화가 확산될수록 사람간에 믿음은 줄어들수밖에 없죠. 옆집 김씨 숟가락 개수까지 파악하고 있던 과거 사회에서 서로를 더 믿을수있단건 너무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반대로 현재 사회는 백년해로를 약속한 부부간에도 스마트폰 속 대화내용은 보여줄수없다는 사람들이 다수죠. 그저 하나를 얻은만큼 하나를 잃었다, 정도로 생각해야겠죠.
23/02/25 19:29
윗분 말씀대로 신뢰와 신용이 섞여서 아쉬운 부분이 있긴한데 글 전반적인 맥락에는 매우 공감합니다
한국사회는 개인간, 단체간 신뢰가 많이 사라졌고 그 결과 중 하나가 각자도생이죠 그리고 신뢰가 깨진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언론과 법조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이야 더 말할것도 없고 법조계는 곽상도 아들 50억으로 설마하며 법조계를 믿던 사람들마저 대놓고 엿을 먹이면서 신뢰가 바닥으로 갔다고 생각합니다
23/02/25 22:39
말씀하신 게 바로 신뢰와 신용(돈)을 약간의 수수료만 내고 환전한 케이스죠.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든든한 자본금을 얻었으니 다시 자본을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할거라는게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23/02/25 19:51
공감되네요. 상대방에 대한 신뢰는 차치하고 나자신에 대한 신뢰, 내가 이 사회에서 꾸준히 쓸모있는사람일 수 있을까? 촤근 chatgpa에 더 심화되는 생각이네요.
23/02/25 20:30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의 후속 실험 중에서 마시멜로를 주기 전에 과자를 주겠다고 해놓고서 약속대로 과자를 준 팀과 안 준 팀 간에 격차가 유의미하게 보였죠. 원본 실험과는 상황이 달라져 버려서 얻을 수 있는 결론도 여기서 달라졌지만 여기서 얻어낸 결론은 "부모도 자식에게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한번 어기면 신뢰는 수복하기 힘들다"라는 거였죠.
사실 각자도생 얘기는 최근에 나온 것도 아니고 한참 전부터 할 사람들은 하고 있거나 눈치 챈 사람들도 반사회적이라고 욕 먹을까봐 가만히 있었던 거지 이미 10년 전에도 알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었죠. 이미 1953년 이후에 만들어진 약속은 1997년에 완전히 깨져버렸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은 없을 거라 봅니다만은 그 이후로도 이미 깨져버렸음에도 어떻게든 주워담으려는 노력은 없었고 지금까지 이미 깨져버렸으니까 그냥 가루로 만들 사람들만 득실득실 했었던 거로 느껴집니다.
23/02/25 22:45
말씀만 들어도 깨진 신뢰를 다시 붙이는 것은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새로 신뢰를 구축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될것 같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23/02/26 13:30
53년 이후 만들어진 약속 같은게 있긴 했는지가 문제 아니니가요.....
사기당한걸 부정할 수 없게 된 것이 97년 이후라고 볼수도 있는 일인지라....
23/02/25 22:07
저신뢰 사회 강조 자체가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 효과를 가진다고 생각해서... 예를 들면 "적자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건보재정(혹은 국민연금, 전기, 난방, 대중교통...등 각종 사회 인프라들)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시스템 신뢰도 문제를 지적할수록 각자도생(사보험, 이민, 사적 품앗이망 구축...), 자력구제, 개인쉘터 마련 방향으로 이탈하는 개인들이 늘어나게 되고, 그럼 시스템을 신뢰하는 잔류자들에게 걸리는 시스템 유지보수 분담 비용이 상승하고 지속가능성 전망이 더 나빠져 신뢰도 이슈로 이탈자들이 또 늘어나게 되고 다시 피드백, 장기적으로는 정말로 시스템이 무력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의료민영화 체제 전환을 바라는 사람에겐 좋은 전략일 듯.) 비유하자면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불황이 오고 있다고 믿기 시작하면 그에 따라 소비가 줄어들고 투자가 줄어들어 정말로 불황이 오는 것처럼. (그 경우 가장 크게 피해 보는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불황이 오리라 생각하지 않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사람이겠지만, 불황에 대비한 사람들도 손해를 보긴 보죠. 크든 작든 모두의 손해.) 물론 사회적 신뢰는 공짜가 아니고 갈수록 비싸지고 있으며 사용하고 나면 다시 채워넣어야 하는 자산인데 한국은 그간 그걸 소홀히 한 업보 같기도...
23/02/25 22:52
출산율을 비관하면 비관할수록 출산율은 더 나빠지는 효과도 비슷하게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비관이 어찌 보면 한국사회의 본모습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그게 달리 말하면 세속성, 돈에 대한 맹목적 신앙, 냉소적인 현실주의, 효율지향 및 안전지향, 위험의식의 개발 등등이 아닌가 싶거든요. 그래서 저는 대충 살자. 아무렇게나 대충 살아도 적당히 행복하다는 그런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보구요.
https://cdn.pgr21.com/humor/470839 그러고 보니 예전에 유게에 올라온 이 글도 좀 생각나네요. 장기계획, 불확실성회피, 자유로운 영혼 지표 보면 확실히 한국은 그런 면이 강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너무 획일적이고 다양성이 부족하고 틀에 맞춰지고 꽉 막힌 뭐 그런 사회가 아닌지...
23/02/25 23:00
눈에 잘 보이지 않아 환경 오염이나 지구 온난화가 문제가 된 것처럼 신뢰도 역시 지켜야했던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나 합니다. 누군가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소모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3/02/25 22:17
전후관계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전 가끔 요즘 한국인의 사고방식이 지나치게 세속적이고, 이게 상호 신뢰의 붕괴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시시콜콜한 인터넷상의 농담에서도 그런 기류가 좀 보이는게, 문과밈이라던가, 외모나 돈만 있으면 인생프리패스~ 같은 거라던가, 자기가 감성적이지 않다는걸 자랑스레 생각하는 사회적 기류라던가, 뭐 그런거요. 뭐 그런 사고방식이야 충분히 가질 수 있는것인데, 문제는 세속적인것 보다 정신적인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선' 혹은 '도태' 취급하는 분위기가 너무 짖게 형성되어있다는거지요. 사회적 신뢰 붕괴가 세속화를 만든건지, 아니면 세속적인 한국인의 특성이 상호간의 끊임없는 의심을 만드는건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23/02/25 23:30
어떤 심리학 실험에 따르면 미담보다는 악담이 4배 빠르게 퍼진다고 합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도덕적인 이야기보다는 자극적이고 파괴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데 사람들은 과몰입하지 말고 현생을 살라고 말하죠. 저도 뭔가 악순환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팍팍한 현실 커뮤니티 대신 인터넷을 선택한 만큼 현실을 좋게 만들어야 그런 분위기가 줄어들지 않을까 합니다.
23/02/25 22:55
한국은 철학이 부족한 나라라고 하던가요?
윗분 말씀대로 문과밈 하나에도 그런 천박함이 묻어나 있죠. 얼마 전에 한국은 극단적으로 속물적인 국가라는 조사가 유게에 올라오기도 했었구요. 그렇듯 돈을 신봉하는 세속성과 수단 지향적인 태도가 한국을 여기까지 끌어올린 것도 맞겠지만요. 돈에 대한 신뢰만큼은 하여튼 최고인 사회.
23/02/26 12:13
신뢰라는 말이 너무 포괄적으로 쓰이긴 했는데, 전체적으로 저 신뢰 사회로 가고있다는 것 자체는 동의합니다.
전세계가 다 그렇지만, 한국은 유독 심한느낌이예요. 굳이 최근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선 입소문, 리뷰 등이 해외보다 훨씬 큰힘을 발휘한건 스마트폰 이전 시대에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23/02/26 13:17
독재시절에 군부와 중정 등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거기 아부하고 뇌물을 먹이면서 성장한게 지금의 대기업들이고, 그 대기업들이 아직까지도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당시 재산을 축적한 사람들의 자손들이 여전히 사회 지도층, 엘리트, 고위층을 차지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신뢰가 그나마 이정도라도 남아있는게 더 신기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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