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데이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네, 한국 인터넷에서 망작/괴작을 이야기할 때 꼭 빠지지 않는 바로 그 영화요.
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지만 차마 이 영화를 욕하지 못합니다.
이 영화 덕에 처음으로 여자사람친구가 아니라 여자친구가 생겼었거든요.
영화 감독이 했던 인터뷰 중에 순복음교회 목사님과 상담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아직은 그냥 여자사람친구였던 친구가 어느날 뜬금없이 저한테 시간이 있냐며 묻습니다.
마당발인 저라서 그나마 인사나 하고 다니는 정도의 친분만 있었는데
말을 걸더라구요.
대학 때 영화 비평 동아리를 빙자한 영화 감상회 및 술먹기 그룹의 멤버로 '맹활약(?)'을 하던 저인지라
혹시 이번에 새로 개봉하는 영화가 있는데 같이 보러 가주지 않겠냐고 묻더라구요.
자기가 다니는 교회 큰목사님께서 영화 감독과 상담을 해주셨다고 은총받은 영화라고 말씀하셨다고...
하... 이때 눈치 챘어야했는데
그때는 공짜 영화라는 말에 혹해서 ok! 그럼 영화 보고 밥은 내가 사줄께라고 하고 약속을 정했습니다.
아참 중요한 여자사람친구의 외모를 말 안했네요. 전형적인 교회누나 스타일인데 단발...이었습니다.
괴담 아닌 괴담으로 대시하던 선배가 술자리에서 여차저차해서 1루 터치까지는 성공했는데 1루 터치하니까
'저는 이런 걸로는 흥분 안해요.'라고 말해버러셔 선배가 얼어버렸다...라고 선배가 무용담처럼 떠들던 애였는데
그래도 길가다 보면 키크고 시원시원하게 길쭉길쭉해 보이는 애였죠.
결국 영화를 같이 봤습니다.
영화는 뭐 익히 알려진데로 아니 왜? 어째서? 뭐하는 거지? 저게 뭐야? 이런 이미지의 중구난방식의 나열인데
그나마도 의미가 없... 남주인공 배우는 못하는 연기는 아닌데 맨날 인상만 죽어라고 쓰고 개후까시나 잡고 있고
영화보는 내내 극장에서 나가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영화시작 10분후부터 끝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극장 내에서도 그나마 없는 사람들이 영화 보면서 얼척없어하는게 실시간으로 느껴질 정도...
이런 반응은 김희선 씨 나오는 영화인 귀천도 때에나 봤던 건데...
여튼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나왔더니 그 여자사람친구가 몹시 미안해하더라구요.
그래서 밥은 자기가 사겠다고 하는 걸 처음 말한 게 있으니 오늘 저녁은 제가 사고 다음에 학교에서 커피나 한 잔 사달라고 했죠
뭐 그다음에는 여차저차이러쿵저러쿵얼쑤덜쑤하고보니... 여친이 되어있...
나중에 헤어진 뒤에 복학하고 나서 졸업생인 여자사람친구한테 그 때 왜 나랑 사귀었냐고 물었더니
역시나 맨데이트 보게 한 게 미안해서였다고... 확언을 들었... 크흡...
전 그래서 망작이니 뭐니해도 맨데이트 포스터 볼 때마다 절 한 번씩 합니다.
자, 이제 사귄 이야기는 했으니 헤어진 이야기
간단합니다.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말도 잘 통하고 취미도 비슷하고 같이 있으면 좋고 떨어져있으면 생각나고
좋은 거 보면 같이하고 싶고 재밌는 것 보면 같이 웃고 싶고 뭐 그랬던 사람
암튼 여자친구가 제가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 자기 취향 아닌 영화도 저랑 종종 보러 가주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극장에서 보게 된 영화가 '기담'
네, 그 엄마귀신 나오는 그 영화요. 영화는 뭐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공포를 느끼게 하는 정도가...
정말 와, 공포영화...딱 이런 느낌
그런데 영화를 보고 헤어진 뒤부터 여친이 저를 만나는 것을 꺼려하기 시작합니다.
전화통화는 살갑게 하는데 만나면 가끔 흠칫흠칫 놀랩니다.
그게 너무 신경이 쓰여서 그래서 물어봤죠. 무슨 일이냐고...
여자친구 말인 즉슨 절 볼 때마다 같이 봤던 영화 '기담'이 생각난다고 그래서 절 볼 때마다 밤에 악몽 꾼다고...
자기도 아직도 절 좋아하기는 하는데 영화가 같이 생각나서 무섭다고
같이 영화보러 극장가려고도 해봤는데 공황발작 비슷하게 와버리더군요.
저혈당쇼크마냥 순식간에 애가 차게 식으면서 새하얘지면서 의식을 잃는데 정말 보면서도 겁이 날 정도였으니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겠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헤어졌습니다. 기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공포영화로서도 추천해줄 만한 영화구요.
하지만 저는 그 이후로 기담을 다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맨데이트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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