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년 가까이 같은 폰번호를 쓰고 있습니다(011->010 빼고요)
평소에 어디 가입하거나 앱 깔거나 인증 받을 때
항상! 언제나! 필수만 체크하고 선택은 무조건 걸렀고
광고나 마케팅 동의는 당연히 절대 절대 안해줬고
동시에 다중 체크하는 곳은 꼭 꼭 하나씩 두개씩 짝지어서 체크 눌러 최소로 통과했기 때문에
광고 문자는 비교적 일반인 중에서 적게 받는 편이죠

그런데 작년 12월에 업무용 서브폰 하나를 알뜰하게 개통했는데 신세계를 경험했네요
폰번호 이전 주인에게 온 광고 문자가 쏟아져 들어온 겁니다

번호는 제가 원하는 끝번호 네자리 맞췄더니
사용 가능한 번호 2개가 떠서 하나 골랐습니다

김OO 고객님, 어디 어디입니다~로 시작하는 광고 문자들을 통해
이전 번호 주인의 이름 석자와 성별을 바로 알 수 있었고
백화점에서 온 문자로 다니는 백화점과 살고 계신 도시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사용하는 화장품 브랜드, 이용하는 쇼핑몰이나 음식점 몇군데, 거래하는 은행들,
어느 골프 클럽에 가입했는지, 어느 병원 다니시는지 기타 등등 많은 정보들을 알 수 있었네요

카톡 들어가서 등록된 지인들 프사들 뜬 거 보고 대략적인 연령대도 추측 가능했습니다

안경을 쓰신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 도시에 있는 안경 매장을 비롯해서 문자 온 특정 매장 몇개 검색하면
살고 계신 동까지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물론 저는 안했습니다)

포인트 소멸 알리는 문자도 하나 있었는데
해당 사이트 들어가서 포인트 유효기간 확인하고 소멸이 월 단위인지 분기나 년 단위인지도 체크하면
이번에 소멸되는 포인트로 언제 얼마큼 구매했는지도 제법 근접하게 추측할 자신 있었고(당연히 안했습니다)
구매 브랜드나 시기를 통해 대략적인 소비 패턴이나 취향, 재산 정도도 희미하게 윤곽 잡히지 않을까 싶었네요

이게 끝이 아니라 제가 평상시에 메인폰으로 받는 문자나 카톡을 비교해봤을 때
이 분이 운전자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니 운전 못하실 것 같고
부동산 문자가 안오는 걸로 보아 세대주는 아니실 것 같고(남편이 계시거나 아들집에 살고 계실지도..)
올해 건강검진 문자가 안오고 있어서 이미 받으셨거나 아니면 번호를 갱신하셨을 것 같고..

이런 저런 제게 불필요한 개인 정보들이 흘러들어오거나 추측 가능했습니다

아래 거짓말쟁이님이 올려주신 글처럼 막 몇억씩 대출받을 수 있는 그런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
어떻게 보면 사소하고 작은 정보들이지만
제가 번호를 이어받았다는 것만으로 필요 이상의 많은 개인 사생활이 노출된 셈이라
받았던 문자들은 모두 차단하고 지웠지만 찝찝 씁쓸하네요

전화 개통했는데 이전 주인이 매력적인 이성이거나 유명인이라면?
평소에 자신을 깔보거나 눈치 주던 직장 상사나 동료가 번호 바꿨다는 소식을 듣고 앙심 품어서 그 번호 대기 타서 이어 받는다면?
아니, 그냥 다 떠나서 제 번호를 이어받은 모르는 누군가가 의도치 않게 제 사생활이나 취미를 엿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너무 싫네요

광고나 마케팅 동의는 필요없다면 꼭 꼭 거르시고
번호 바꾸거나 해지하시기 전에는 번거롭더라도
평소에 오는 문자 체크해서 거기 탈퇴하거나 정보 변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