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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6/29 21:48:36
Name Farce
Subject [일반] 뮤지컬 "어쌔신": 이들과 어떻게 살 것인가? (수정됨)
안녕하세요, Farce입니다.
오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에 대해서 적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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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스티븐 손드하임의 "어쌔신"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피지알의 자유게시판에 소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이유는,
이 작품이, 오래 되었다고 할 수 있는 1990년에 만들어진 작품인데도,
오히려 요즘 시대에 더 중요한 메세지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손드하임'이라는 극작가의 이름이 익숙하신가요?
사실 저는 전에 다른 글에서 손드하임의 다른 작품을 다룬 적이 있었답니다.

고기가 먹고 싶어서 식인을 했던 아즈텍 제국에 대한 글을 적었을 때,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누가 먹히고 먹느냐지~]
라고 하면서, 뮤지컬의 한 노래 가사를 인용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작품인데 저런 말이 나왔을까요?
손드하임의 '스위니 토드'는 산업혁명 시기 런던에서 한 이발사가 자본주의 생존경쟁에 극단으로 몰린 나머지
"그래? 그럼 나도 열심히 살아서, 너희들에게 생존경쟁을 시켜줘?" 라는 뒤틀린 목적으로
이발소에 찾아온 사람을 죽인다음 그 고기로 인육파이 장사를 해서 대박을 터트린다는, 그런 블랙 코미디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면 다른 작품의 이름이 '암살자들'이라면, 또 어떠한 생존경쟁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감이 오지 않으시나요?
행복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웃지도 못할 정도로 비틀린 블랙 코미디죠.



"[촐고츠라는 사내의 이야기를 들어보십시오. 미시건에서 온 산업역군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정말로 멋져서, 열심히 땀흘려 노력만 한다면 남들보다 앞설 수가 있습니다.
시작점은 다를 수도 있지만, 자신의 길을 찾아서 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죠.
미국에서는 그 누구도 방법만 찾아낸다면, 줄의 맨 앞에 설 수 있답니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줄의 맨 앞에 도착한 촐고츠는 악수를 청하는 맥킨리 대통령에게 권총을 꺼내 쏘고, 노래가 끝납니다)

제목에서 말하는 암살자들은, 여태까지 미국의 역사에서 대통령을 암살했거나 미수로 그친 9명의 등장인물을 말합니다.

미국 정치 및 역사에 관련된 풍자극이니,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없을 것 같으면서도,
흥미롭게도, 2005년, 2009년, 2012년에 세 번이나 한국에서 상영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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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굳이 미국의 역사와, 교과서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암살기도들을 꼼꼼히 외우고 있지 않은 관객에게도,
전달되는 무언가가 있었기에 이렇게 계속해서 시도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암살자들'을 다루는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이들이 나쁜 사람들이었으며, 이런 잘못이 반복되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둘째는, 이 사람들 역시 미국 사회의 피해자들이며, 오히려 동정의 여지가 많다고 온정적으로 다루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세번째, 다른 여러운 길을 택했습니다. 요즘 말로 '모두까기'를 시전하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그 안에 웃을 수는 없지만, 코미디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무언가가 꽃핍니다.

자,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아 그렇습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혹시나 이 작품을 보실 계획이 있으셨다면, 여기서 멈추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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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초월한, 어느 미국식 야외 축제장소.]
한 이름 없고 형체 없는 주최자의 목소리가 "사격장이 열렸습니다! 경품을 원한다면 쏘세요!"라고 울려퍼집니다.
이에 호응하듯이, 미국 역사의 여러 시점에 존재했던 대통령의 암살자들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모든 사격장이 그렇듯이, 한 사람이 한 번에 총을 쏴야겠지요?
각자 차례를 기다리면서, 이들은 '아니 근데, 당신은 어쩌다가 여기 왔소?'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교환합니다.
그러다가 "큰 형님"이 등장하니 바로 일동 기립! 을 합니다. '형님'의 정체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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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암살자, '존 월크스 부스'였지요.]
잔치를 시작하고, 다른 암살자 후배들에게 시험을 보이기 위해,
부스는 링컨 대통령의 시대로 들어가 그에게 총을 쏩니다.

그리고서는 역사에서도 그랬듯이, 선언문을 낭독합니다.
"내가 링컨 대통령을 암살한 이유는... 그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남부에게 가혹한 조약을 강제했으며..."

하지만 축제는 초대가수가 없이 진행되지 않지요.
축제의 초대가수 "발라디어 (영어 배역명은 그냥 가수라는 뜻 밖에 없습니다.)"가 끼어들어서,
그에게 비꼽니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가수가 뜰 기회라고 하던데..."
"남부 사람도 별로 동의를 안 했다고 하더라고..."



(영상의 2분 17초에서 부스는 계속해서 자신의 암살에 진지하게 이유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잘보면 부스의 '다 링컨 탓이야!'를 발라디어가 따라부르는데, 표정부터가 비꼬는 느낌이죠.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지!'
그러다가 멘탈이 털리고 마는지 조리있게 스스로를 변호하던 부스는 3분 42초에,
"나라를 지켜야지, 내 나라를... 더러운... 깜둥이 박이 (Nigger-lover)로 부터..."라 털어놓으면서 스스로 동정 받을 가능성을 없애버립니다.

부스가 체포과정에서 총에 맞아 죽자, 드디어 무대를 혼자 가지게 된 발라디어는 계속해서 자신의 비꼬는 노래를 이어가죠.
"도대체 왜 그런거야 조니? 너가 미국을 망쳤어!"
"너 때문에 미치광이들이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을 쏘는 걸로 해결하려고 굴기 시작했다고!"

이렇게 뮤지컬 '어쌔신즈'의 첫번째 막이 끝납니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뮤지컬답게 다양한 장르와 방식으로 각 암살자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보여주죠.



장가라의 이야기는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장가라는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힘겹게 이민을 왔지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곁돌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마음 고생이 심해 스트레스성 만성 복통을 얻게 되지요.
그 때문에 제대로된 일자리도 얻지 못하고 이런저런 곳을 전전하던 그에게,
존 월크스 부스가 (방금 자기 노래에서 총 맞아 죽지 않았냐고요? 이 작품의 전개가 이렇습니다 크크) 다가와서
'복통을 치료하는 법이 이 방법도 저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을 한번 쏴보는 것이 어때?'라고 설득력(?) 있는 말을 합니다.

그래도 복통은 났지 않았죠.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이름을 기억해주기라도 한다면 기분 좋게 죽어줄텐데,
언론 인터뷰의 '조명'은 말 그대로, 장가라 앞에서 '내가 어떻게 암살자를 밀쳤냐면요!' 하면서 달려드는 미국인들만 비쳐주고,
장가라는 어둠속에서 전기의자에 묶인 상태로 짧은 영어로 '간첩 아니야!', '내 이름 쉽거든!' 하면서 언론만 반박하게 되죠.
결국 누가 암살을 막았는지 자랑하려던 미국인들은 몸싸움/말싸움을 벌이게 되고, 그 꼴을 보고 있던 장가라는,
'으아아악! 전기 땡겨! 죽여!' 라고 외치고, 음악이 끝납니다.



힝클리와 프롬은 이 뮤지컬에서 유일한 '사랑 노래'를 아주 전형적이고 신파적인 듀엣으로 소화합니다.
'당신이 주는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요.',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무엇이 그대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무엇을 바쳐서라도 사랑을 증명하리'.

힝클리는 조디 포스터라는 여배우의 이목을 끌려고, 레이건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하고,
프롬은 연쇄살인범이자 사이비 교주인 찰스 맨슨에게 사랑을 증명하려고, 제랄드 포드 대통령 암살시도를 한다는거만 빼면요.



귀토의 경우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인데요.
'부스의 발라드'에서의 경우에서처럼, 발라디어가 정말 사람 하나 죽일 정도로 엄청나게 비꼽니다.

프롬이 총을 장전하다가 실수로 격발해서, 귀토를 거의 스치자.
귀토는 "그래, 총! 이거면 내가 중요하다는 걸 세상에 알릴 수 있겠지!?" 라면서 가필드 대통령을 암살합니다.

그리고는 '우리 당에서 나를 좋아해줄 거야. 당론은 이제 통일될거야!' 하면서 죽음을 앞두고서도 기쁘게 맞이하겠다면서,
'주님 곁으로 돌아가리~ (I am going to the Lordy)'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자 영상 1분 45초부터 발라디어가 끼어들어서 '독실한 기독교인들은 와서 죄인의 죄많은 죽음을 보십시오'라고 비꼬지요.
'그는 재판정에서도 내가 했습니다라고 했고, 떳떳하게 교수대에 매달리러 갈거에요. 본받을 가치가 있네요!'

자신을 비꼬는지도 모르는 귀토는 발라디어와 함께 음을 맞춰서 노래를 부릅니다.
"삶의 밝은 면을 봅시다! 저는 적어도 이루고 싶은걸 다 이루었잖아요! 주님께 저는 갑니다!"

영상 4분에서 귀토는 "우린 뭐든지 될 수 있어, 대통령도 될 수 있잖아! 삶의 밝은 면도 있어!" 라고하고,
발라디어는 교수대를 코웃음치면서 가르킵니다.

5분 50초에서는 곧 죽을 귀토에게, 가수가 "너는 뭐든지 될 수 있었어. 목사도 했었잖아!"
/ "그래 맞아!" / "작가도 했었잖아!" / "그래 맞아!" / 
"이제는 살인자고!" / "(어..?) 그래 맞아!" / "더 나은 사람일 수도 있었지" / "그건 맞네!"

"삶은 더 나은 면을 봐야 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도 말이야!" (교수형 집행)



새뮤얼 비크는 이 작품이 혹여나 신나는 노래에 의지해서만 전개를 할까봐 준비된 함정 카드입니다.
그는 고증에 맞는 우스꽝스러운 산타클로스 복장을 입은 상태로 등장해,
저런 복장이라면 '어떤 노래를 부르고, 상황극을 하려나?' 하며 궁금해 하는 관객들의 선입견을 저격합니다.

그의 차례가 왔을 때, 가장 먼저하는 말은
"야 요즘 대통령 죽여버리고 싶지 않냐?"거든요. 아무런 반주도 없이요.
술집에서 들을법한 정치적인 비판으로 시작해서, 상궤를 벗어난 광란으로 끝나는 것이 그의 '이야기'이지요.



이야기의 끝부분에서는 암살자가 한 명이 아직 사격장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바로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자, '리 하비 오스왈드'입니다. 자리에 모두 모인 암살자들은 그를 직접 배웅하려고 그의 시대로 갑니다.

그리고 관객들이 보는 것은, 잠에서 깨어난 오스왈드... 아 아니.. 여태까지 암살자들을 비꼬던 발라디어였지요.
부스는 오스왈드에게 '이제 삶에서, 너의 차례가 왔다'라고 말합니다.
당황한 가수는 '차라리 내 대가리를 쏠거야! 내 일가족을 쏘고 말겠어!'라면서 거부합니다.

'무슨 소리야? 너의 인생을 잘봐. 이제 대통령을 쏘는 것 말고는 너희 박살난 인생, 너희 결혼 생활을 고쳐줄 방법이 없어.'
라고 설득하던 부스는, 주변을 한번 돌아보고는 다른 암살자들에게 설득해달라는 제스처를 보내죠.

"힝클리가 레이건 암살에 실패하고 체포되었을 때, 이 녀석은 너의 책을 가지고 있었어! 세상이 널 기억해줄 거라고!"
"나는 너의 앞에 있었지만, 너의 뒤에 올 사람들은 너가 없으면 죽어! 끝난다고! 흐름을 이어! 이게 너가 역사에서 할 일이야!"

[난 미래를 보았어. 리, 네가 바로 그 미래야.]

마침내 발라디어는 장총을 들고, 창가로 걸어가서 케네디 대통령을 겨냥합니다.

빵.

이제 모든 암살자들이 모였으니 함께 모여서 노래를 부를 시간이겠지요.



[우린 모두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
"자유국가! 우리는 원하는게 될 수 있어! 노력하면 되지! 세상을 바꿔봐! 우리 모두! 힘을 모아서!"
...라는 말을 암살자로부터 들어야하는 관객들은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요.

아니, 관객들조차도, 아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발라디어에 불과할까요?
세상에 다양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도 있지만, 저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우리는 어떻게 같이 살아야하죠? 같이 살 수는 있는 것 입니까?

ass-06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들과 어떻게 살아아할까요?

정신병원을 늘리면 되는것인가요?
형량을 늘리면 되나요?
수용소를 지어서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면 그만인가요?

사회가 주는 힘든 날로부터 우리는 어떻게 도망을 칠 수 있죠?
우리는 참을 수 있어도, 옆집 사람이 못 참는다면요? 그래서 나한테 화풀이 하면요? 짜증내면 나도 짜증나잖아요.
세상이 힘들다면, 도대체 옆사람이 우리에게 좋은 긍정적인 영향이 있기나 한 것일까요?
아무리 착한 사람이여도 오랫동안 고통받으면 툴툴거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요.

ass-04

["우리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We Live in a Society)"]
이 표현은, 영화 '조커'에서 직접 나온 대사가 아닌데도, 조커와 함께 유행했던 표현입니다.
왜냐면, '당신은 이해 못할거야'류의 농담이거든요.

우리가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말은 어떻게보면 참 당연한 말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사람들이 만든 사회에서 더불어서 살고있고, 그래서 배려를 해야할 때도 있고, 기분 나쁜 일을 당하기도 하죠.
그러니, 조커 같은 이해의 경지에 이르신다면, 이 농담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사회에서 산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그 특유의 갑갑함과 답답함, 죽어버릴거나 죽여버리고 싶은 울분이 내면화되거든요.

세상엔 저런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언제 누구에게 어떤 해코지를 당해도,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라고 말하지도 못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적어도 조커적인 의미에서는 그렇습니다. 옆사람이 맘에 드시나요? 아마도 그 사람은 충분히 힘든 때가 아직 오지 않았나 봅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잠재적인 범죄자가 되는 순간, 사회는 배틀로얄만도 못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뮤지컬 "어쌔신"은 암살자들을 비웃고, 암살자를 비웃는 사람들도 비웃습니다.
이 세상에서 노력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추구되어야하는 가치가 맞기는 한가요?
하지만 노력 없이 가만히 있기만 한다면 얼마나 더 끔찍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가요?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 밖에서 보르드웨이 작품으로 편입되는 것에는 10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줄거리와 가사도 많이 손을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거부감이 큰 코미디 작품이니까요.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무언가 부셔진 것 같아요 (Something Just Broke)"라는 뮤지컬 넘버가 브로드웨이판에서는 추가되었다는 것입니다.]

발라디어이자 리 하비 오스왈드가 케네디 대통령을 쏜 다음, 무대가 암전한 이후에 바로 이어지는 곡입니다.
"대통령이 암살당했습니다."라는 건조한 라디오 보도 소리가 반복되고,
사람들은 "저는 그때 이런 것을 하고 있었답니다." 라면서, 그 날을 기억해보지요.
아이들은 학교에 다녀오고, 주부들은 요리를 하고, 직장인은 출근 중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암살당했습니다.", "무언가 부셔진 것 같아요.", "그날은 평범한 날이었는데...", "왜 그날이 자꾸 기억나지..."

그리고 이 곡 뒤에 암살자들이 모두 무대 위에 모여 '우린 모두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를 부르고,
관객들에게 다같이 총을 쏘면서, 브로드웨이 이름값이 있는 이 작품이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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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9 22:05
수정 아이콘
스위니토드 원작 뮤지컬이 스티븐 손드하임이 만든 작품이었군요. 뮤지컬은 통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파스님의 글로 간접경험을 해봅니다.
21/06/29 22:4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손드하임 작품을 영어로 한번 접하고나서는 '여기에 뼈를 묻어도 되지않을까?' 정도로 빠져 버렸답니다 흐흐흐. "숲 속으로 (Into the Woods)"도 그렇고 "태평양 서곡 (Pacific Overtures)"도 파격, 관객 뒤통수 때리기, 선악 섞어놓고 같이 까버리기 등등의 고유의 테마가 워낙 잘 살아있는데 소재는 천차만별이지요 (스위니 토드는 산업혁명, 어쌔신은 미국 대통령사/문화사, 숲 속으로는 디즈니 동화 비틀기, 태평양 서곡은 개항기 일본). 다음 작품이 뭘지 너무나도 기대되고 (그것치고는 연세가 많으시지만... '로드 쇼' 같은 경우도 이젠 새 작품 없을거다~ 했던 타이밍에 등장해서...), 작품 사이에서 비교만 해도 할 이야기가 쏟아지는 게, 평생 팬하면서 먹고 살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먹고 사려면 논문이 잘 나와야합니다... 그런데 어째 국내작품은 이름을 빌려서 잘 들어오면서도 자체 흥행은 영 못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그걸 비판하는걸로 기고하면서 연구비를 벌어야하나 고민중입니다...
21/06/29 22:33
수정 아이콘
2012년 크리스마스에 라이센스 공연을 봤는데 정말 너무 재미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숀드하임 다른 작품인 스위니 토드 라이센스 공연에서도 비슷하걸 느꼇는데. 숀드하임 특유의 불협화음이나 엇박이 주는 긴장감 같은게 가사가 번역이 되면서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걸 느껴져요. 그래서 어쌔씬도 가사를 알아듣는 한국어는 지루한데 브로드웨이 OST를 들으면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집중이 되는 특이한 작품이였습니다. 저에겐.
21/06/29 22: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 학부생 시절 레포트 하나, 그리고 학부 졸업논문의 주제가 "왜 '어쌔신'의 한국 공연은 상업적으로 실패했는가"였습니다. 이 글은 그걸 재활용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크크크... 솔직히 손드하임이 너무나도 영어의 천재이다보니, 한글 번안이 그걸 못 따라가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한국어로도 그 정도 각본을 쓸수 있는 사람내지 그 이상이 되어야 한국어 가사로도 동일한 임팩트를 줄테니까요.

음음.. 그리고 좀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세 번의 상영 모두 어쌔신을 블랙 코미디보다는 그냥 '희소한 주제의 코미디'정도로 접근한 해석적인 실패가 반복되었다고 보고요. 그래도 저는 뒤늦게 있는 자료를 짜집기 했지만, 아츠님께서는 직접 보셨다니 너무나도 부럽습니다! 제 어설픈 평가보다 수십배는 진정성이 있는 말씀이라고 봐요!
21/06/29 22:46
수정 아이콘
뭐 뮤지컬 소비 강국이니 기다리시다 보면 언젠가 또 하지 않겠습니까. 2012년 공연엔 나름 세태풍자한다고 MB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21/06/29 22:52
수정 아이콘
언젠가는 정말 괜찮은 국내 프로덕션이 나올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재가 한국정치하고도 아주 무관한 것도 아니고요. 한국의 재해석을 보는 그날까지 여기저기 홍보를 해놔야겠습니다 :D
시간여행
21/06/30 08:33
수정 아이콘
지나간 캐스팅과 작품은 돌아오지 않죠. 어쌔신 못 본게 지금도 너무 아쉽습니다. 스위니라도 돌아온게 어딘가 싶지만 오디버전은 너무 말랑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달컴 버전 어떻게 한번만..
21/06/30 15:3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손드하임 작품에 대한 국내 극단의 해석은 아쉬운게 좀 많습니다. 연극계에 평생 몸 바치신 분들이 손드하임을 모른다기 보다는, 아무래도 사우스파크 같이 풍자가 심한 작품이라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내면의 국내정서가 승리했던 것이 아닌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딱 한번만 더 시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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