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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6/10 10:17:48
Name 우주전쟁
Subject [일반] 인간의 직립보행에 대한 몇 가지 가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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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많은 동물들이 두 다리고 이동합니다. 조류들이 그렇고 포유류로 넘어오더라도 캥거루 같은 동물들도 두 다리로 이동을 합니다. 과거에 살았던 공룡들 가운데서도 두 다리로 이동하던 개체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공룡영화의 단골손님 티라노 사우르스나 벨로시렙터 역시 두 다리로 이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동물들이 두 다리로 이동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긴 꼬리였습니다.

하지만 꼬리도 없이 상체를 제대로 세우고 한 다리씩 체중을 이동하면서 이동하는 직립보행을 기준점으로 삼는다면 현재까지는 제대로 된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은 인간뿐입니다. 고릴라나 침팬지, 곰, 개들도 필요와 상황에 따라서 곧추서서 걸을 때가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고 그것이 그들이 주된 이동의 형태도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설픕니다. 오래 지속하지도 못하죠. 오직 인간만이 전적으로 완벽한 직립보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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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인간 고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직립보행이 나타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해왔고 나름의 가설들을 제시해 왔습니다. 오늘은 이들 가운데 비교적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 가설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직립보행이 인간들이 체온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주장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적도 근방의 아프리카 초원은 더운 지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프리카 대륙의 대부분 동물들은 야행성입니다. 낮에는 시원한 그늘에서 몸을 식히며 휴식을 취하고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 본격적인 활동을 하는 게 일반적인 이들의 행동양식입니다. 하지만 예전 인류의 조상들은 아마도 이런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무서운 포식자들을 피해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는 낮에 움직여야만 했을 것이고 그럴 경우 곧바로 선 자세는 태양빛에 노출되는 면적을 줄여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상체를 세우고 서게 되면 바람을 맞는 면적도 늘어나게 되고 땀을 흘릴 경우 체온 유지를 하는 데도 더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네 다리로 움직일 때 보다 두 다리로 움직이는 경우에 필요한 수분 섭취량이 40%나 줄어든 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러한 동인으로 인해 인류의 조상들이 직립보행을 택하게 되었다는 것이 이 주장의 요지입니다.


두 번째 가설은 에너지의 소비와 관련이 있습니다. 두 다리로 걸을 경우 네 다리로 걸을 때 보다 에너지 소비가 적다는 겁니다. 실제로 하버드대학교에서 침팬지들을 데리고 이와 관련한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침팬지들을 러닝머신에 태우고는 두 다리와 네 다리로 걷도록 하면서 에너지 소비량을 비교했었습니다. 실험 결과 침팬지의 경우 두 다리로 걷든 네 다리로 걷은 인간의 직립보행에 비해서 같은 거리를 걸을 때 2배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예전 아프리카에 기후 변화가 찾아오면서 점차 숲이 줄어들고 초원이 늘기 시작했으며 우리 인류의 조상들은 안 그래도 부족한 먹을 것을 찾아 섬처럼 흩어진 작은 숲과 숲 사이를 이동해야만 했을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 있다면 이를 마다할 리 없었을 것입니다.


세 번째 가설은 수컷 인류의 조상들이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직립보행을 택했다는 가설입니다. 직립보행을 하는 경우 두 팔이 자유로워지는데 이때 이렇게 자유로워진 두 팔에 음식을 최대한 많이 들어서 이동하기 위해 직립보행을 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본인에게 먹을 것을 많이 자주 가져다주는 수컷 개체가 암컷에게 더 선택되었을 것이고 이것이 인류의 조상들이 직립보행을 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꼭 수컷에게만 직립보행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암컷도 아기를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 아기를 팔에 안은 채로 식량을 채집할 수 있고 나뭇가지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뭘 파내거나 하는 동작도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 번째 가설은 직립보행은 어느 한 가지 원인으로 인해 유발된 것이 아니라 위에 열거된 것 외에도 직립보행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유리한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직립보행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속도를 포기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빠르게 달릴 필요가 있을 때 두 다리로만 이동하는 것은 네 다리로 이동하는 것에 비해서 아주 느립니다. 우사인 볼트가 올림픽 육상 100미터에서 금메달은 땄을지 모르지만 그의 최고 속도도 자연 속에서는 꽤 느린 편에 속합니다. 사자나 표범에게는 부담이 없는 속도였을 겁니다. 절대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지션이 아니었던 인류의 조상들이 속도를 버리면서까지 직립보행을 선택한 데는 그 이상의 대가가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결국 여러 가지가 이점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네 번째 가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에 열거한 가설들도 또 나름의 반박들을 다 받고 있습니다. 인류 외에 다른 동물들 가운데서도 직립보행을 선택한 개체가 있다면 비교 연구도 가능할 텐데 오직 인류만이 직립보행을 하다 보니 이러한 연구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떤 이유로 인류의 조상들이 직립보행을 택하게 되었는지는 아마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네 다리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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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아빠
21/06/10 10:25
수정 아이콘
직립보행은 학습의 결과일까요 아니면 본능일까요?
옛날에 늑대소년 기사를 보면 늑대소년은 주변 늑대를 따라서 4족 보행을 했다고 하는데
만약 4족 보행이든 직립 보행이든 둘다 학습시키지 않는 경우엔 최종적으로
어떤 쪽을 선택할지 궁금합니다.
여수낮바다
21/06/10 10:30
수정 아이콘
인간은 일단 대퇴골 구조가 직립보행이 가능하고, 유리하게 방향이 나 있습니다. 타고난게 일단 있고요.
보고 배울게 늑대뿐이라 학습에 의해 4족 보행을 한 게 아닐까요?
무인도에 아이들만 놓고 보육을 해야 할 때마다 눈을 가리고 보육 후 다시 눈가리개를 푸는 방식으로, 2족보행을 하는 어른들을 볼 기회를 박탈하는 특이한 비인도적 실험을 가정한다 해도 결국 두 발로 걷지 않을까요^^;;
우주전쟁
21/06/10 10:43
수정 아이콘
사실 인간은 학습하지 않고도 직립보행을 합니다...
신체발달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직립보행을 하니까요...
여수낮바다
21/06/10 10:27
수정 아이콘
이미 숲 안에서 살 때부터 직립보행이 상당히 완성단계였다는 설도 있더라고요;; 암튼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흐흐

제가 더 궁금한건, 정말 본문 쓰신 것처럼 직립보행의 장점은 많아 보이는데, 왜 인간만 이렇게 진화했을까 하는 겁니다.
수렴진화라고 있자나요? 다양한 방향에서 진화해도 수렴하는..

캥거루나 티라노처럼 두발로 걷는 다른 동물들이야 많지만, 인간처럼 두 팔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진화한 동물이 없는 것이 신기합니다. 분명 엄청난 진화적 이점이 있을 텐데.. 뭐 진화야 미래를 내다보고 하는게 아니라서 두 팔을 자유롭게 쓰게 되기 전에 이미 퇴화해 버리면 나중엔 직립보행 후에도 팔을 못 쓰게 되겠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진화시키다 보면 다른 진화의 가지에서도 두 팔을 이용할 수 있는 진화가 나올 법도 한데, 인간 하나만 딱 이렇게 된 것이 왜 그런 걸지 궁금합니다..
두둥등장
21/06/10 10:43
수정 아이콘
포유류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하긴해요
닉네임을바꾸다
21/06/10 10:49
수정 아이콘
인류의 아종이야 여럿 있었죠 다 죽고 우리만 남아서 그렇지...
Lord Be Goja
21/06/10 10:51
수정 아이콘
새들도 주변에 별위협이 없고,시간이 많이 남아돌면 걷거나 총총 튀어서 이동을 하죠.비둘기뿐 아니라 참새 앵무새 까마귀 까치 다 마찬가지더군요.펭귄이나 타조같이 이족 보행에만 최적화된 몸은 아니지만 나는것보다야 에너지효율이 좋을테니 그러는거같습니다.
21/06/10 11:01
수정 아이콘
인류가 아직 네발로 뛰는것이 빠르다면
올림픽에서 100미터 달리기는 네발로 하고있을수도있겠네요 흐흐
에어크래프트
21/06/10 11:03
수정 아이콘
직립보행을 하도록 창조되었습니다.
설사왕
21/06/10 11:10
수정 아이콘
이족 보행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키가 커 보이게 되지요. 그럼 포식자로 하여금 쉽게 덤비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지 않을까요?
사족 보행만 접해 온 동물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큰 동물로 인식할 테니까요.
HA클러스터
21/06/10 11:13
수정 아이콘
그럼 다이어트를 위해 러닝머신을 뛸때 네다리로 뛰면 2배의 효과가...
21/06/10 11:30
수정 아이콘
장담하는데 3분도 못합니다.크크
abc초콜릿
21/06/10 12:34
수정 아이콘
그거 딱 1분만 하면 쓰러지는 거 경험 가능할 겁니다. 제가 한번 해봤거든요
레드빠돌이
21/06/10 11:25
수정 아이콘
살아남기 위해 직립보행을 한게 아니라
살아남은 인류가 직립보행인게 아닌지..
진화에는 방향과 목적이 없다고 알고있는데 아니였나요?
이선화
21/06/10 17:34
수정 아이콘
엄밀히 따지면 그렇긴 한데 보통 진화생물학에서 종이 진화를 선택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잦고 이건 대충 그 형질이 자연선택된 이유 정도로 바꿔보셔도 됩니다..
위키미키
21/06/10 11:46
수정 아이콘
직립보행을 하면서 속도는 포기했지만
그 대신 훨씬 오래달릴 수 있는 지구력이 생겼죠.
트린다미어
21/06/10 12:02
수정 아이콘
한 5년 전에 읽은 바로는 나무 위에 살던 때부터 직립 보행이 완성되어 있었는데 그냥 계속 나무 위에 살다가, 기후변화로 밀림이 줄어들자 나무에서 내려와 마치 예전부터 그랬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바로 걷기 시작했을 거라는게 최신 학설이라고 했었던 것 같네요. 즉 네발로 대지를 뛰어다닌 시기가 아예 없다는 사실.
abc초콜릿
21/06/10 12:35
수정 아이콘
두발로 걷는 것으로 남은 두 손은 투척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게 어느 쪽이 먼저일지가 궁금한 사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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