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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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6/07 11:13:20
Name 열혈둥이
Subject [일반] [14] pgr21 과 나
04년부터 07년까지의 내 인생은 일단 와우로 시작해서 와우로 끝났다.
그때 당시의 나의 웹 생활은 와우플포. 그러다가 좀 더 사람 사는 냄새 나는 곳으로 갔던 게 초창기의 와우인벤이다.
이곳에서 나는 은인?을 만난다. 그의 아이디는 deathmage 그는 와우인벤에 유머글을 자주 올리던 사람이었다.
그의 유머글을 즐겨 읽던 나는 어느 날인가 그 글들의 출처가 궁금해졌다. 그의 유머글의 출처는 대부분 pgr21이라는 사이트였다.
나는 이렇게 한 개씩 볼 바에는 차라리 이 글의 출처를 찾아가 모든 유머글을 보리라 마음먹었고.
그날부터 나의 인생은 와우 혹은 피지알 유게 읽기로 바뀌었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 유게의 글들을 섭렵하고 자유게시판을 탐독할 때쯤.
구경꾼에서 참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피지알러의 가입 이유가 그럴 테지만.. 가끔씩 키배에 너무 뛰어들고 싶은데 나는 비회원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가입하고 그 이후로 내 인터넷창의 시작페이지는 일단 pgr21이 되었다.

그 이후로 피지알에도 내 개인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에 인상 깊은 몇몇 이야기를 하자면

08년도에 미국에 어학연수를 떠나 마침 보스턴에 계시던 orbef 님과 moncafe 님을 만나 술을 얻어마셨다.
20대 중반의 치기 어린 꼬맹이가 떠들어댔던 그 얘기들을 들어주시던 두 분에게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피지알 정모에 참석해서 친구도 생기고 나름 피지알 유명인의 민낯을 보고 실망도 하고 , 취해서 꼬장도 부렸다.

그리고 2015년 Love&Hate님이 피지알 소개팅 이벤트를 개최하신다고 했다.
사실 난 그때 좀 썸타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피지알을 하는 다른 친구에게 소개팅 이벤트를 적극 권유했다.
그와중에 나만 죽을 순 없지 라는 말과 함께 친구와 함께 신청했고 .
그 친구는 안됐고 난 됐다.-_-
나중에 선택하신 분께 물어보니 만화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취향이 맞을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하신다.
그렇게 두 번 만났고 세 번 만났을때 고백해서 연애를 시작했고 결혼해서 아빠가 되었다.

지금은 나보다 레이드 딜량이 높은 와느님의 가르침 아래 pgr21길드에서 쿠킹덤을 하고있다.


약 17년간 피지알 생활을 하면서 얻은것과 느낀것들이 있다.

내 개인적으로 가장 감사한 것은 아내님을 만난 것과 눈시BB님의 역사글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내 역사관과 가치관에 있어서 "공으로 과를 덮지말고 과로도 공을 가리지말라" 는 말은 매우 중요한 지침이다.
orbef 님의 글을 보면서 나도 저런 아빠가 되고싶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되새기고는 있지만 이성적인 아빠가 되는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

지난 세월동안 키배하다 현피해서 두드려 맞았던 어린아이가 피지알에서 존대말로 멘탈이 터져보면서
존댓말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구나 라는걸 느꼈고.
한때는 내 가치관이라는게 없이 피지알 자게의 의견이 내 의견인것 처럼 홀린 적도 있었고.
일부러 반대로 생각해보려고 말꼬리잡고 키배하다가 레벨업할 뻔한 적도 있었다.

뭐 지금도 어른은 못돼서 맘에 안드는 의견에 맘에 안드는 소리하다가 벌점을 받곤한다.
그래도 욕은 안했지 않냐고 억울한 마음에 와느님께 물어보지만 벌점 받을 만 하다고 혼난다.
지금은 레벨업 점수가 거의 도달해서 손가락이 움찔하면 바로 뒤로가기를 누르지만..

커뮤니티의 주 게임이 스타에서 롤로 바뀌면서 유저층도 바뀌고
새롭게 유입되는 젊은 친구들과 정치성향이나 남녀문제의 의식 차이에서 거리감이 느껴질때가 많다.

가끔씩 이런 친구들이 한심하게 느껴질때면 나의 20대를 돌아보곤한다.
아.. 나도 그랬었지. 지금 남녀가 싸우듯이 난 민자당과 스갤을 그렇게나 싫어라 했더랬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한심한 부심따위.
나이가 들면 현명해진다기 보다는 어렸을때 했던 부끄러운짓들이 떠올라서 한번 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뭐 그래봐야 아직 꼬꼬마지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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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7 11:19
수정 아이콘
응? 부들부들한 내용이 중간에... 글 잘 읽었습니다.
닉바꾸기힘들다
21/06/07 11:35
수정 아이콘
뭔가 스크롤을 내리면 아무도 못읽을만한 포인트에 스리슬쩍 써있었는데 잘 보셨네요.
21/06/07 11:38
수정 아이콘
저도 그렇더라구요
의식차이에서 거리감을 아주 크게 느끼긴하는데 돌이켜보면 저 역시 20대에는 똑같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
개구리 올챙이적 기억 못 한다더니 딱 맞더라구요 ;;
회전목마
21/06/07 11:58
수정 아이콘
음 PGR 소개팅에서 반려자를 만나셨겠다?
(죽창을 들어라!!!)
이라세오날
21/06/07 12:25
수정 아이콘
그 이벤트 기억이 나네요
저도 참석하고 싶었는데 이미 짝이 있어서 아쉬웠음
저도 비슷한 감정이 듭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하진 않았지만요
Grateful Days~
21/06/07 13:06
수정 아이콘
아. 그 이벤트..
아이셔 
21/06/07 15:56
수정 아이콘
동생이 자주 가는 사이트로 알게 되어 슬쩍 슬쩍 보다가.. 자주 들락거리지만 눈팅만 하다가.. 본격 가입한 것이 09년도네요.
중간중간 다른 사이트들은 가지 않게 되었지만 피지알 만은 꾸준히 매일 새로 고침하며 새 글을 찾네요. 온라인 마음의 고향 같은 느낌..
김홍기
21/06/07 18:26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연차가 오래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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