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할머니께선 참 음식을 잘하십니다.
그리고 그 음식솜씨는 고스란히 우리 이모가 물려받았습니다.
사실 제 이모는 육류를 전혀 못 드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닭백숙 등등 고기 요리를 그렇게 잘합니다.
맨날 이모한테 '솔직히 고기 못 먹는 거 거짓말이지?'라고 장난을 칠 정도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 엄마는 할머니의 손재주를 물려받았습니다.
요리를 잘하지 못하는 우리 엄마 덕에 제 성장기의 밥상은 주로 배달음식이었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우리 엄마랑 같이 밥을 먹으니까요.
엄마는 그래도 가끔 음식을 해주셨습니다.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게 바로 '두부조림'입니다.
원체 두부를 좋아하긴 하지만 엄마가 해준 두부조림은 정말 특별한 맛이 났습니다.
그래서 맨날 엄마한테 두부조림을 해달라고 떼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나이를 먹고 타지로 대학을 가며 엄마를 보는 날이 점점 적어질 시점에,
집에 가면 항상 '뭐 먹고 싶어?'라는 물음에 '두부조림'이라고 답을 했습니다.
입대하고 휴가를 나와도 제 대답은 항상 같았어요.
그러면 엄마는 왜 자꾸 그걸 얘기하냐고 툴툴대면서도 만들어 주셨습니다.
사실 두부조림은 집 앞 반찬 가게에 흔히 보이는 음식이지 않습니까?
서울로 직장을 잡은 후 어느 날 두부조림이 너무 땡기는 겁니다.
해서 집 앞 반찬 가게에 급히 가서 두부조림을 샀습니다.
확실히 맛있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해준 그 오묘한 맛이 안 나는 겁니다.
우리 엄마가 해준 두부조림은 짠맛과 단맛이 묘하게 섞인 그런 맛이거든요?
헌데 가게에서 파는 두부조림은 맛이 너무 깔끔해요.
뭔가 모를 실망감에 사로잡힌 저는 엄마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나 이번 주말에 내려갈 테니까 내가 자주 먹는 걸 해달라'고 말이죠.
엄마의 '아 조림?'이라는 그 대답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실은 요즘 직장 스트레스가 상당해서 힘이 듭니다.
원형탈모에 스트레스성 위염에 멀쩡하던 사람이 종합 병동이 되어가고 있더라구요.
흔히 몸과 마음이 아프면 맛있는 걸 먹고 푼다고 하잖아요?
얼마 전부터 엄마가 해준 두부조림이 너무 땡깁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 두부조림을 먹으러 집으로 내려갈까 합니다.
어쩌면 두부 핑계를 대고 엄마를 보러 가는 걸지도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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