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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5/18 22:27:31
Name roobiya
Subject [일반] [강력스포] 버닝 리뷰 (수정됨)
[주의!!]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매우 많습니다. 안 보신 분은 뒤로 가기 해주세요.
글이 연달아 올라왔네요. 혹시 댓글화가 된다면 댓글로 이동해도 괜찮습니다.


















본 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닌 열린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글을 쓰게 됐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창동 감독의 작품은 초록물고기, 오아시스 딱 두 편 봤고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또한 이창동 감독 스타일의 영화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워낙 칸에서 호평을 받고 있고, 히치콕 스타일이라는 마케팅에 보게 됐습니다. 원작은 읽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관람했습니다. 이미 본 지인이 가급적이면 혼자 보라고 해서 일부러 시간 내서 혼자 봤는데, 혼자 보길 잘한 것 같습니다. 우선 히치콕류의 스릴러라는 마케팅은 전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스릴러일 줄 알고 보실 분이나 곡성과 비슷할 것 같아 볼 예정이신 분들은 다소 실망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장면이나 대사, 또는 어떤 상황 등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했습니다.




01. 종수(유아인), 벤(스티브 연), 해미(전종서)

세 사람의 연기는 너무 좋게 봤습니다. 이게 연기인지 실제 상황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현실감이 살아있었습니다. 뭔가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러웠다고 해야 할까요?

첫 연기라는 해미역을 맡은 전종서 씨의 연기는 다큐를 보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특히 종수와 처음 술먹는 장면과, 귀국 후 곱창집에서의 해미는 너무 친근했고, 서글퍼보였습니다. 정말 술을 잔뜩 마시고 연기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압권은 종수의 집에서 해 질 무렵 춤사위를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정말 역대급이라고 생각합니다!!!

벤은 굉장히 독특했습니다. 설렁설렁, 섬뜩, 진지함, 허무함 등이 엿보였고 대사 톤이나 행동이 그냥 우리 일상 생활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홍상수 영화와 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종수역을 맡은 유아인 씨 역시 좋았습니다. 뭔가 병이 있는 사람 같기도, 사회가 아무리 썩었어도 순수함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02. 해미 죽었나?

본 영화에서 중요한 단어는 비닐하우스입니다. 벤은 이 세상에 필요하지도 않고, 괜히 있어서 흉물스럽게 보이는 비닐하우스를 2달에 한 번꼴로 불태운다고 종수에게 말합니다. 그 비닐하우스를 태울 때 밴의 마음속 깊은 곳에 요동? 심박?이 크게 울린다고 하면서요. 이에 종수는 그런 불법적인 일을 해도 되겠냐? 잡히면 어쩌냐? 라고 묻지만 벤의 대답은 송곳과 같았습니다. 아무도 신경 안쓴다.

결국 비닐하우스는 벤이 2달에 한 번꼴로 여자를 번갈아가며 만나고,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하며 불 질러 죽였을 것이라는 예상이 아마도 일반적일(?) 것입니다. 종수는 벤이 해미를 죽였을거라 확신하고 그 역시 태워버리니까요.



03. 비닐하우스=리틀 헝거

해미가 종수에게 케냐 여행 갈 이야기를 하면서 리틀헝거와 그레이트 헝거 이야기를 해줍니다. 이는 매슬로의 욕구 5단계와 좀 비슷해 보이는데요, 리틀 헝거는 말 그대로 기본적인 욕구를 못 채우고 그 욕구를 찾는 사람을 뜻하고 그레이트 헝거는 비록 배가 고프더라도 좀 더 큰 이상을 찾는 즉, 자기실현 욕구를 갈망하는 사람이라고 해미가 말합니다.

해미는 본인이 리틀 헝거였음에도 결국 그레이트 헝거가 되고 싶은 갈망이 있었지만, 벤의 눈에 해미는 전형적인 리틀 헝거로 보였습니다. 모임에서 해미가 춤을 출 때 벤의 하품으로 추측됐습니다. 해미 다음의 여자도 역시 모임에서 이야기 할 때 벤은 하품을 하게 되죠.

결국 돈이나 쫓고 자기 형편 모른체 이 세상에 흉물로만 존재해 보이는 사람, 특히 여성을 벤은 버닝시키는 것 같습니다. 화장실에서 종수가 찾아낸 여성 악세서리는 이런 리틀 헝거(비닐하우스)들이 꽤나 있었던 것 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04. 너 그 남자랑 잔 거냐?

나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했나? 한번 의심은 굉장히 머릿속을 맴돌죠. 황해에서 하정우는 아내의 외도 즉 다른 남자와 섹스를 했는지 안 했는지 그걸 확인하기 위해 밀항까지 하면서 남한을 온 적도 있습니다.

해미가 벤과 함께 귀국했을 때 종수는 그 둘을 본 순간 놀라면서도 뭔가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자기랑 관계를 맺은 여자가 웬 남자와 귀국했고, 그 후 밴과 해미는 더욱 가까워지죠. 단순 질투라기보다는 종수의 자위 모습을 보면서 황해의 하정우 씨가 맡은 주인공이 오버랩됐습니다. 결국 종수는 벤에게 고백했고, 그 때 벤이 바로 비닐하우스 태우는 이야기를 한거죠. 거기에 더해 종수는 웃옷을 벗고 춤사위를 벌인 해미에게 창녀나 아무데서 쉽게 옷을 벗는다는 말을 내뱉습니다.

하지만 종수는 단순히 해미가 벤과 관계를 맺어서 복수한 것은 결코 아닐겁니다.



05. 암울한 젊은 세대와 작금의 우리 사회

본 영화는 현재 청년실업률, 금수저/흙수저 등 젊은 세대의 문제를 잘 녹였습니다. 이는 여러 장면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대놓고 뉴스 내용이 나오고 미국 대선 시절 트럼프 대통령의 실업률 해소 관련된 내용이 살짝 나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극 중 세 사람을 통해서도 이 문제는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해미의 좁은 방과 북향, 그리고 그레이트 헝거가 되고 싶은 욕망과 카드값 잔뜩 남겨놓고 집 떠난 모습, 돈 모아 해외여행 가고 성형 수술하고, 행사 도우미를 하는 이유 등이 복합적인 내용을 쉽게 보여줬습니다.

반면 벤은 금수저로 노는 것조차 일하는 것과 같다는 말로 종수를 어이 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한편 대마초를 같이 피우면서 죄도 같이 공유하게 되는 순간 밝혀지기 어렵다는 것을 벤의 이야기를 통해서 기득권측의 담합 내지 결합은 쉽게 깨 부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06. 우물 실제 있는 거냐?

우물을 통해 해미가 얼마나 어릴 적에 부모의 사람을 못 받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자식이 빠진 것도 모르고 있어 혹시 종수가 잘 못 알고 있나 했지만, 종수의 친모가 있었다고 말함으로써 이는 사실?인 것처럼 보입니다.

16년 만에 집나갔던 엄마가 종수를 만나는 장면 또한 압권입니다. 돈 이야기도 그렇고, 만나는 중에 톡 보면서 낄낄 거리는 엄마의 모습은 우리의 적나라한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종수는 엄마에게 돈을 해준다고 합니다.

우물은 없을 수도,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07. 판토마임과 고양이

해미와 종수가 처음 만나서 술을 마실 때 해미가 판토마임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줍니다. 실제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면 안되고, 간절히 원해야만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말 해 줍니다. 이 내용은 종수가 해미의 고양이에게 밥을 줄 때 고양이를 결국 못보다가 벤의 집에서 그녀의 고양이를 실제 발견할 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종수가 해미의 집에 처음 와서 관계를 맺을 때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은 건 아직 고양이에 대한 간절함이 없었었습니다. 제 생각은 오로지 해미라는 여자였습니다. 그 후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해미와 연락이 끊기고 그 간절함이 극에 달할 때 우연찮게도 해미의 고양이를 보게되고, 주차장에서도 종수가 찾게 된 이유일 것입니다.



08. 종수는 그레이트 헝거인가? 벤은?

저는 종수는 셋 중 유일하게 그레이트 헝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면접 갔었을 때 군대식 조직문화로 예상되는 면접자의 질문에 답도 안하고 자
리를 떠납니다. 종수는 배고픔이 우선이 아니었던 것이죠. 그리고 벤과 종수의 아버지 변호사(문성근)가 어떤 소설을 쓸 것인지를 물어봤을 때도 아직 모른다는 말은 종수의 이상을 좇는 과정이 결코 만만하거나 물질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벤은 그레이트 헝거인 종수를 의외로 높게? 봐줬을 공산이 큽니다. 반면 벤은 전형적인 리틀 헝거입니다. 겉으로 모든 물질적  풍요로움을 갖고 있지만 그레이트 헝거인 척하는 리틀 헝거였죠. 바로 쾌락 추구라는 점은 벤 자체도 비닐하우스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종수가 벤을 불질렀다?)




09. 이 모든 것이 종수의 소설인가?

사실 영화초반부터 다중인격이나 현실과 소설 내용의 혼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주변 인물이 나오면서 소설 내용은 아닌 것 같았고, 여전히 종수가 다중인격일 것이라는 데에 조금 의심이 남습니다.

해미와 연락 두절 된 이후 해미의 방이 왜 깨끗한지....

종수가 벤이 해미를 죽였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 정황은,

- 해미의 고양이 보일이. 보일아 하니까 고양이가 왔고, 그 고양이가 벤의 집에 있었다. 그 고양이 실제 이름이 보일이 맞나?
- 해미의 손목 시계가 벤의 화장실에 있었다. 하지만 해미의 동료도 그 시계를 차고 있었다.
- 다른 여자 만나서 그 여자가 모임에서 말할 때 역시나 하품한다.
- 가장 가까운 곳의 비닐하우스를 태운다 해놓고 실제 비닐하우스는 태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종수는 판토마임을 본 건 아닐까?



10. 왜 버닝인가? 감독의 메시지는?

불로 태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바로 드는 생각은 남는 것 없이 소각, 내지 증발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100을 50이나 10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0으로 만든다는 의미라고 보입니다.

솔직히 감독의 메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말에 한 번 더 볼 예정인데, 두 번 보면 좀 알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0. 사족

(1) 종수 아버지는 분노조절 장애에 고집이 세고 타협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런 역을 지금 MBC 사장이 연기했더군요.

(2) 도대체 종수는 왜 벤을 죽였을까요? 해미의 복수? 그럼 벤은 해미를 죽인 것인가?

(3) 벤이 해미 다음으로 만난 여자를 마지막에 화장(?) 비슷하게 해주는데 그건 무엇일까? 제물로 쓰기 위한 것일까?

(4) 해미의 자취방에서 종수와 섹스 중 해미가 자신의 침대 밑에서 콘돔을 꺼내는 장면을 봤을 때 해미는 벤과도 관계를 맺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러나 해미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종수 뿐이라는 말로 봤을 땐 안그랬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5) 후반부를 보면 종수가 해미 방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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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걸제시카
18/05/18 22:49
수정 아이콘
제가 의문이 들었던 씬이 두가지가 있는데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1. 유아인의 유년시절로 추측되는 어린아이가 흠뻑젖은채로 불타는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는 씬.

2. 벤이 두번째 여자에게 화장을 시키기전, 눈에 렌즈를 끼는 씬.
친절한이웃
18/05/18 22:58
수정 아이콘
1. 종수 내면에서 살인을 하고 싶은 욕망
2. 렌즈를 끼고 자신의 외모를 단정히 하고 여자를 화장시키죠. 일종의 의식이겠죠.
18/05/18 22:58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 관객 혼란용이 몇개 있는 것 같은데, 그 중 하나가 종수집에 전화오면 말없이 끊는 장면이었습니다. 결국은 친모가 한 것으로 추측이 되는건데, 은근 긴장감을 유도했던 것인데 결국은 별 의미없는 걸로 생각했습니다.

우선 2번이 위와 비슷한 취지 아닐까 합니다. 저는 화장을 해주는게 일종이 제물을 받칠 때 성의를 표하는 의식 같은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렌즈를 낄 정도로 벤이 스스로 정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1번은 불타는 비닐하우스는 벤이 비닐하우스 태울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꿈에서도 나올 정도니까요. 그런데 흠뻑 젖은 어린 아이의 모습은 악몽을 상징하는 거 아닐까요? 땀에 흠뻑 젖은.
짱짱걸제시카
18/05/18 23:04
수정 아이콘
화장시키고 매춘부로 팔아버렸다는 해석도 있던데 흥미롭더군요
친절한이웃
18/05/18 23:06
수정 아이콘
저도 그 생각 해본적이 있습니다. 그냥 고급업소 브로커인데 종수에게 오해가 쌓여서 그만...
18/05/18 23:07
수정 아이콘
헐 그건 좀...아닐것 같은데요. 하하하
자전거도둑
18/05/18 23:0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가 읽어본 후기 중에 가장 인상적이였던 부분...

-벤이 해미를 죽였는지 안죽였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정답도 없다.
확실한건 종수가 벤을 칼로 찌르고 태워버렸다는 것.
가난에 대한 열등감과 꽤 그럴듯한 '분노'의 원인이 결합되었을때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현시대 젊은이들의 분노)
18/05/18 23:05
수정 아이콘
오호 인상적인 내용입니다. 해미의 죽음은 정말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친절한이웃
18/05/18 23:07
수정 아이콘
해미 역시 분노일 수 있죠. 죽은게 아니라 분노때문에 사라진 걸수도...
유아린
18/05/18 23:44
수정 아이콘
나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크크..
몇가지 유추해보면
1. 벤에게 살해당했다.(벤 집안의 시계, 비닐하우스 등)
2. 자살(여행갈때도 안하던 집안 청소, 떠나고싶다, 그레이트헝거에 대한 암시 등)
3. 빚쟁이(혹은 벤)에게 납치 후 인신매매(모델의 증언, 카드빚, 잠적 후 종수에게 걸려왔던 쫒기는듯한 전화 등)
친절한이웃
18/05/18 23:03
수정 아이콘
(수정됨) 벤을 이창동 혹은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예술가라 하고 종수를 지망생이라고 해석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벤이 말하잖아요. 뼛 속까지 울리는 베이스를 느끼라고
불에 태우고 옷을 벗는다->데미안 소설에서처럼 새가 알을 깨고 나온 거죠.
벤이 종수에게 칼 맞고 종수를 끌어 안은 그 장면이 묘하게 따듯한 포옹처럼 느껴졌던 게
선배 예술가의 응원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18/05/18 23:08
수정 아이콘
저도 좀 따듯한 포옹처럼 느껴졌는데 그건 그레이트 헝거에 대한 존경의 표현은 혹시 아닐까 싶습니다.
짱짱걸제시카
18/05/18 23:32
수정 아이콘
저는 옷을 태우는 행위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나쁜 버릇같이 느껴지더군요. 아버지의 칼로 벤을 죽인것도 그렇고, 어머니가 가출하던 날 어머니의 옷을 태우게 했다는 것도 그렇고.. 뭔가 부분적으로 부자지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것도 같긴한데.. 잘 모르겠네요 크크
라푼젤
18/05/18 23:16
수정 아이콘
버닝은 계급과 욕망에 관한 영화로 저는 읽었습니다....계급에 대한 열등감은 자신의 욕망조차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 하게 합니다....변호사의 얘기처럼 성질 죽이고 자존심을 버려야 살 수 있습니다...그걸 어긴 아버지처럼 되지 않기 위해 다른 남자가 자기 여자를 뺏는 것도 묵인 합니다....어딘지 모르는 비닐하우스를 지키는 것처럼 그의 욕망의 대상은 공허하며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우물과 고양이처럼 모호하기만 합니다...꿈속에서 비닐하우스를 태워버린 그는 자기를 버린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만나지만 돈500을 구걸하는 하찮은 사람일 뿐 입니다...모호했던 욕망의 대상은 우물과 고양이의 실존으로 구체화 됩니다...
마침내 그는 당당하게 그녀를 상상하며 자위를 할 수 있고 이제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남은 것은 아버지가 은밀히 남겨 놓은 칼로 그놈을 없애는 것이죠...

돈을 열심히 벌어서 가난하지만 아프리카에 가는 것과 아무 것도 안 하면서 부모의 돈으로 아프리카에 가는 것 어느 것이 허영인가?
한 푼도 없지만 포크너를 좋아해서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것과 포르세를 세워두고 카페에서 포크너를 보는 것 어느 것이 허세인가?...
친절한이웃
18/05/18 23:32
수정 아이콘
충분히 그렇게 읽히라고 의도한 장면이 많죠.
종수가 해미와 벤을 태우고 곱창집에 가서 한참 술마시는데 벤 친구가 포르쉐를 가지고 옵니다.
저는 그거 보고 술 자리 중간 즈음에 몰래 전화해서 포르쉐 가지고 오라고 했겠구나 싶더군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계산하죠. 그 전에 해미하고 종수가 술 마실 때 종수가 계산하면서 영수증을 물끄러미 보는 것과
굉장히 대조됩니다.
요슈아
18/05/18 23:40
수정 아이콘
아무 정보 없이 그냥 봤습니다. 왜이렇게 성적인 이야기가 주우욱 이어지는가에 대한 답을 엔딩 후 원작에서 찾았습니다.
물론 하루카도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만, 워낙 그 쪽으로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를...

해미 배우가 신인이라는데 계속 벗는(....)것 때문만은 아닌, 본능적인 요염함이 묻어나옵니다. 그렇게 예쁜상은 아닌데 처음부터 끝까지 요염하더라구요. 제 눈에만 그렇게 비친 지는 몰라도. 다음 작품이 매우 기대됩니다.

뭐 벤이 해미를 죽인 건 맞겠죠. 단지 벤은 이미 종수의 차도 직접 타고 왔으니 알고 있으며 매일 자기를 미행하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죠. 마치 나에게서는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을 것이니 니 마음대로 해 보렴. 해미도, 내 본질도. 아무것도 찾을 수 없을 거야. 하면서 일부러 유도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초반에 말했던 노는것도 일이다 라는 것처럼 그 역시 하나의 유희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너무 놀다가(?) 소시민의 죽창에 쓰러지고 그 역시도 비닐하우스가 되죠.

종수는.....하루카같은 대 문호가 되었을 겁니다. 잡히지만 않았다면 말이죠. 아니면 벤의 모든 것을 자기가 탈취한 채로 자신이 벤이 되어버리는 그런 결말도 있겠죠. 역시 잡히지만 않았다면 말이죠. 뭐...비닐하우스 하나 탄 거니까 딱히 관심을 안 가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담담한데 몰입되는 희한한 감성은 처음이네요. 본 후에 오히려 할 이야기가, 곱씹을 거리가 많이지는 것이 신기한 영화입니다. 지금도 여러분의 리뷰 의견 다 보면서 아 이건 이렇게 해석되는구나 하면서 재밌어 하고 있네요.
친절한이웃
18/05/18 23:46
수정 아이콘
여자가 노출한 채 춤추는데 가슴에 눈이 안 가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분명 느리고 지루한데 눈을 뗄 수 없었네요. 몇 몇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머리에서 잊히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크리스피
18/05/18 23: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종수가 엄마를 만났을때 엄마의 대사 중 “젊었으면 장기라도 팔았을텐데”라는 말이 기억에 남더군요. 해미와의 마지막 통화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앰비언스였어요. 나레이터 모델을 불규칙적으로 했던 사람이 얼굴을 못알아볼 정도로 고치는 수준의 성형수술에 그 비싼 아프리카 여행이 가능했을까요? 게다가 동료 나레이터 모델의 대사처럼 여자는 돈이 많이 들죠. 단지 카드빚만 있었던건 아닐겁니다.
윌로우
18/05/19 00:10
수정 아이콘
7번 마임의 대사는, 없다는 걸 잊어버리라, 였습니다.
18/05/19 01: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벤이 해미를 죽였는지에 대한 실체는 별 상관 없다고 봤습니다. 감독은 여러 단서를 통해 노골적으로 그걸 숨기고 있고요. 벤은 해미(욕망)를 갈구하는 종수를 의도적으로 혼돈에 빠트리는 존재죠. 벤 뿐만 아니라 종수 주변의 모든 것들은 종수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종수는 한 세대를 대표하고 그 세대를 둘러싼 미스터리 또는 그 미스터리를 양산하는 것들 자체가 영화의 주제라고 생각해요.
공부맨
18/05/19 01:59
수정 아이콘
저는
화장 해준다는게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의도한 장면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는 영화 `화장` 에서 사용된바있습니다)
화장실에 화장품이랑 세트로 같이 있는건 유물이구요.

그리고 벤이 해미를 죽인게 합당한 추리라고 봐요
1.방을 이렇게 치울애가 아닌데 -> 남이 치웠음을 암시.(집주인 생각처럼 여행간것처럼 보이게.) -> 그리고 그다음에 바로 보여주는 분홍색 캐리어
2. 고양이를 보일아하고 부르고나서 종수는 고양이를 보일이로 확신하고 이 이후에
물어볼게 있어서 오지 않았느냔 벤의 말에 냉담한태도로 바껴서 그냥 가버립니다. 적어도 이때부턴 종수는 벤이 살인을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요슈아
18/05/19 02:03
수정 아이콘
2. 정확하게는 하-품 후 였을 겁니다.
유아린
18/05/19 02:57
수정 아이콘
1. 자살로 생각할수도있는게 자살하기전에 보통 주변정리는 깨끗하게 하죠.
양현종
18/05/20 11:07
수정 아이콘
고양이를 찾은 후 바로 가는게 아니라 벤 친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죠. 벤의 새로운 여자와 그녀를 바라보는 벤의 태도(하품)를 보면서 그녀가 해미의 대체제라는 것을 알게 됨. 종수는 비닐하우스 방화의 의미(연쇄살인)를 확신. 그리고 이후에 슬쩍 사라지고 벤이 주차장으로 따라나오죠.
대치동박선생
18/05/19 08:19
수정 아이콘
저는 벤이라는 캐릭터를 신자유주의 혹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로 놓고 보았는데, 대체로 예술에 대한 영화로 해석하시는 분이 더 많더군요. 아무튼 좋은 영화인건 틀림 없는 것 같아요.
짱짱걸제시카
18/05/19 15:00
수정 아이콘
감독 인터뷰를 보면 메인 주제는 가난,자본 뭐 그런 거고 서브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예술과 문화에 대한 상징도 배치해 놨다는 뉘앙스 던데 님 해석도 맞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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