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3/07 19:17:10
Name 맥주귀신
Subject [일반] 국민 참여 재판 배심원 후기
0.
한 달 전쯤 법원에서 웬 우편물이 하나 왔다.
법원이나 경찰서 근처에도 가 보지 않으셨던 어머니께서는 한없이 근심스런 말투로 이게 뭐냐고 물어보셨다. 나 역시 드디어 그 동안의 행각에 대한 벌을 받는건가 생각하고 봤는데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선정 통지서였다.

사법기관에 익숙하거나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민참여재판을 들어본 적은 있고, 내가 형사 사건의 유무죄를 판결할 수 있는 배심원으로 선정이 되었다고 하니 뭔가 작은 흥분이 일기도 했다. 미드나 소설에서 보던 일이 일어나다니.. 배심원들을 포섭하기 위해 검은 조직에서 나에게 검은 돈가방을 내밀면 어떡하지? 아니면 신변의 위협?

조금 알아보니 나는 '배심원 후보'로 선정이 되었던 것이다. 배심원 후보로 선정된 사람들 한.. 100명 정도가 법정이 모이고 추첨을 통해 10명의 '정배심원'을 선정한다고 한다.  정배심원으로 선정이 되어야 배심원의 역할을 하는 거고 아니면 그냥 집에 돌아간단다. 결국 배심원이 될 확률은 10퍼센트밖에 없는 거. 어쨌든 마침 재판당일이 쉬는 날이기도 하고,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 50.1% 귀찮은 마음 49.9%의 생각으로 잊지 않기 위해 달력에 동그라미 표시를 했다. 배심원 후보로 선정됐는데 그냥 이유없이 안 가면 과태료 200만원이라더라.

1. 배심원 선정

9시까지 법정에 도착해야 한다. 8시 20분이면 만차가 되어 주차를 할 수 없다는 친절한 안내까지 있어서 나는 아예 8시까지 법원에 도착했다. 전날 새벽 3시까지 친척 어른과 스크린도 치고 술도 마셨지만 뭐 괜찮았다. 어차피 선정될 확률은 적으니까. 추첨에만 안걸리면 오전 10시면 끝난다더라. 끝나고 사우나나 갔다가 뭐 하고 싶은 거 하다가 이따 밤에 있는 약속 가야지라고 생각함(정말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다)

법원 근처 분식집에서 라면 먹고 시간 맞춰 들어가니 법정 방청석(?)에 배심원후보자들이 가득하다. 한.. 80명쯤 되었던 것 같다. 검사, 직원, 변호사들이 착석해 있고 영화에서만 듣던 '재판장님 입장하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십시오'라는 소리를 실제 듣고 군대 생각이 나서 벌떡 일어났다.

재판장님 정말.... 정말 정말 인상도 좋으시고 말투도 좋으시고.
배심원들에게 감사인사. 이것저것 안내.

오늘 정배심원으로 선정되면 일찍끝나면 오후 6시 늦게 끝나면 9시도 넘을 수 있다고 하신다.(정말 이런 표현 안되지만 9시 같은 소리하고 앉았다) 오늘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정배심원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사람이 꼭 있겠느냐고 물어보니까 15명 정도가 손을 들었다. 하나하나 묻더라. 참여 못하는 사정도 다양하다. 아이 하원. 요가 강사인데 오후 수업 해야함. 지방에 물건 납품해야함. 감기 걸렸음(이거 좀 웃겼음) 등등 그런 사람들 일단 보류하고 추첨에 들어갔고 10명을 뽑았지만 나는 뽑히지 않았다.

그런데 기피 단계라는 게 있었다. 추첨된 10명 배심원 후보자들에게 검찰측과 변호인측이 몇가지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따라 검찰측과 변호인측에서 특정 배심원후보를 밴하는 단계였다.

질문은 이런 식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옆사람이 흘린 지갑을 보고 순간적으로 충동이 들어 지갑에 손을 댔다. 하지만 바로 후회하고 그 지갑을 원위치에 놓았다. 이럴 때 그 사람에게 고의성을 물을 수 있겠는가?" 뭐 이런?

질문의 답변에 따라 5명이나 배제가 되었고 남은 자리를 채우기 위해 또 추첨을 했는데 이런.. 내 번호가 불렸다.

나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물어보더라. 어디선가 미필적 고의라는 개념을 들어본 나는
"고의성이라는 개념을 법률에서 어떻게 정하는지 잘 모르겠다. 일상의 의미로서의 고의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미필적 고의도 법률에서 고의로 본다면 고의성을 물을 수 있지 않겠나" 식으로 되게 똑똑해 보이게 대답을 했고, 검사 누님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주셨다.

변호인의 질문은 훨씬 간단한 거였고 뭐 여튼 배제당하지 않고 정배심원이 되었다.  
정배심원되지 않고 그냥 집에 돌아가면 6만원 받는데
정배심원되면 하루를 포기하는 대신 12만원이나 받는단다. 오예. 심지어 6시를 넘기면 4만원 추가 수당을 준단다. 완전 개이득. 그럼 보자... 7시쯤 끝나면 딱이겠군. 이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이때는 하고 있엇다.

2. 다음편에..
(길지도 않은거 한번에 올려야 되는데 월급 루팡질 하면서 쓰다보니 ㅠ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소린이
18/03/07 19:18
수정 아이콘
흥미롭네요 다음편 기다립니다
홍승식
18/03/07 19:21
수정 아이콘
아무리 생각해도 정배심원 안되고 6만원 받는게 개이득인거 같네요.
궁금하니까 다음편 빨리 주세요. 크크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8/03/07 19:21
수정 아이콘
아 궁금하다
18/03/07 19:22
수정 아이콘
밤12시를 넘겼다거나..?크크
18/03/07 19:25
수정 아이콘
아니 끊어쓰기라니.......
라라 안티포바
18/03/07 19:26
수정 아이콘
절단신공뭡니까 ㅠㅠ
cadenza79
18/03/07 19:28
수정 아이콘
흐흐... 쓰실거 진짜 많으실듯...
DUCATI님 말씀대로 무박2일 국민참여재판은 꽤 많죠.
하루빨리
18/03/07 19:29
수정 아이콘
https://cdn.pgr21.com/?b=26&n=116982
이 질문에 답을 하시면서 겸사겸사 이 글을 쓰신거군요. 크크크

윗 링크글 댓글이 스포라서 관심있는 분들만 눌러보세요.
소린이
18/03/07 19:35
수정 아이콘
보고 나니 더 기대되네요 흐흐흐
계란초코파이
18/03/07 19:34
수정 아이콘
'나 역시 드디어 그 동안의 행각에 대한 벌을 받는건가 생각하고 봤는데'라뇨...ㅜㅜ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
18/03/07 19:36
수정 아이콘
크크 글 재밌네요
18/03/07 19:58
수정 아이콘
부럽습니다. 전 이거 진짜 해보고 싶은데...ㅠ
RedDragon
18/03/07 20:03
수정 아이콘
크크크 글 잘쓰시네요 다음편 빨리 주세욧
푸른봄
18/03/07 20:08
수정 아이콘
궁금합니닷!!! 오늘 내로 2편을!!!!
브라이언
18/03/07 20:08
수정 아이콘
저도 생각나네요... 저는 그냥 처음부터 정배심원으로 당첨되고, 그대로 쭉~ 9시까지 했던거 같네요.
18/03/07 20:12
수정 아이콘
과태료 200만원이라니 덜덜덜;;
18/03/07 22:22
수정 아이콘
안나온 사람 과태료 200만원 받아서 나오신 분들 나눠주는????
비연회상
18/03/07 20:27
수정 아이콘
아니 이 절단타이밍 무엇....?
이사무
18/03/07 20:29
수정 아이콘
저도 2주뒤에 가야하는데 고민입니다. 너무 시간 오래 잡아먹으면 어찌해야하나 싶네요
고분자
18/03/07 20:43
수정 아이콘
흥미롭게 글 잘 봤습니다 그런데 좀 무서운게 주소가 바뀌거나 확인을 못해서 못 가도 200만 과태료일까요?
하루빨리
18/03/07 21:01
수정 아이콘
위에 제가 링크한 질문게 글 답변에 있는데 본문 스포가 될 수 있어 여기 긁어봅니다.
///
사악군
아마 서류에 불참시 과태료부과에 대한 안내가 있을텐데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무단불참해도 과태료를 잘 부과하지는 않습니다....만 법적으로는 부과할 수 있는 것이고 부과하는게 맞는데
판사들이 민원이 귀찮아서 잘 부과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FM판사를 만나면 과태료 부과될 가능성 자체는
있습니다. 적힌 사유에 해당하는 사유는 없더라도 사유서라도 하나 써내시면 과태료부과는 안할겁니다.
됍늅이
18/03/07 22:51
수정 아이콘
200만도 아니고 200만 이하의 과태료일 텐데 그럼 현실적으로는 훨~씬 적은 액수가 부가되고 당연히 귀책사유 없아 못 간 건 해당 없습니다. 귀책사유 있는지 없는지 알기 쉽지 않아서 결론은 실제로 과태료 낼 일은 거의....
18/03/07 20:55
수정 아이콘
잘봤어요~근데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선정은 예초에 무작위로 우편을 보내는건가요?
그리고또한
18/03/07 21:19
수정 아이콘
네. 자격자에게 뜬금없이 우편이 옵니다.
저도 작년 12월인가 되서 한번 갔다왔던 기억이 나네요.
18/03/07 21:49
수정 아이콘
헐 그렇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軽巡神通
18/03/07 22:44
수정 아이콘
아니 여기서 절단을 크크
Je ne sais quoi
18/03/08 00:15
수정 아이콘
해외 여행중인데 느린 데이터로 읽고 있습니다.. 어서 다음 편 써주세요~~
마더데몬
18/03/08 00:29
수정 아이콘
사람을 화나게 하는법 두가지중 하나를 쓰시다니....!
세인트
18/03/08 09:56
수정 아이콘
와 바로밑에 다른분이 쓰신 소설글도 그렇고 이렇게 재밌게 읽고있는데 끊으시면 어떡합니까 흑흑.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망디망디
18/03/09 00:47
수정 아이콘
이거 말이 6시지 밤늦게 끝나지 않나요? 크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6047 [일반] 군 인권센터 긴급 기자회견 - 촛불혁명 당시 군 친위쿠데타 시도는 사실 [149] The xian20589 18/03/08 20589 39
76045 [일반] 푸쉬업 참 좋은 운동이네요. [70] B와D사이의C23449 18/03/07 23449 9
76044 [일반] 남자 브라질리언 왁싱 간단한 후기.. [51] 걱정말아요그대16334 18/03/07 16334 1
76042 [일반] 상상력에게도 조금은 [144] 선비12941 18/03/07 12941 14
76041 [일반] 국민 참여 재판 배심원 후기 [30] 맥주귀신12826 18/03/07 12826 30
76040 [일반] 가쟈사라씨 이야기 上 [19] 누구겠소5096 18/03/07 5096 16
76038 [일반] 찌라시 가짜뉴스가 그냥 찌라시가 아닌 이유 [56] 길갈16293 18/03/07 16293 22
76037 [일반] 김기덕 - 악마를 보았다 [129] 도들도들20024 18/03/07 20024 39
76036 [일반] 미국 오스카 시상식이 역대 최저 시청자 수를 기록했습니다 [33] 자전거도둑11933 18/03/07 11933 1
76035 [일반] 광역자치단체는 필요한 것일까요? [76] 홍승식13631 18/03/07 13631 5
76034 [일반] 경찰대가 파격적인 개혁을 하려하네요 [71] 고진감래16448 18/03/07 16448 5
76033 [일반] 정봉주 전의원도 성추행의혹이 터졌습니다. [342] 아지메32010 18/03/07 32010 11
76032 [일반] 북한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에 대한 시나리오 [69] 키무도도12868 18/03/07 12868 15
76031 [일반] [무료나눔] 에이핑크 "핑크 업 - Pink Up" 앨범, 당첨자 발표. [15] 진산월(陳山月)4842 18/03/07 4842 8
76029 [일반] 대북특사단이 방북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521] 光海32973 18/03/06 32973 44
76028 [일반] [후기] 바르셀로나에서의 몇 가지 인상 [25] aurelius8592 18/03/06 8592 5
76027 [일반] 전국 여성단체가 남성중심 사회의 종언을 선언했습니다. [223] 원시제21111 18/03/06 21111 10
76026 [일반] 폭력의 고백 [35] 휘군8903 18/03/06 8903 10
76025 [일반] '연방제 통일'의 문제 [41] 녹차김밥9622 18/03/06 9622 2
76024 [일반] 아이 아빠의 아이 찬양기 [63] Jun9119203 18/03/06 9203 29
76023 [일반] 중국의 독재화 단계를 보면서 [10] 나가사끼 짬뽕9511 18/03/06 9511 5
76022 [일반] 초록창 검색어를 보며 한 사람이 생각 났다. [13] PROPOSITION7583 18/03/06 7583 4
76021 [일반] 이명박 전 대통령이 화이트데이 선물을 받았습니다. [57] 덴드로븀13071 18/03/06 13071 4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