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나의 뉴스가 나왔습니다.

http://news.donga.com/3/all/20170512/84337927/1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뉴스입니다. 또한 공공기관 평가 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적을 중요한 평가 잣대로 활용한다고 합니다. 여태까지 비정규직이 받아왔던 설움을 생각하면 옳은 방향인 것 같습니다. 서민들의 삶을 살피는 따뜻한 대통령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공기업 취업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흉흉합니다. 공기업 취업 커뮤니티 중 가장 커뮤니티 기능이 활발한 '공준모'에서 글을 좀 보시면 이 정책에 대해 성토하는 의견이 많네요. 대략 이러 내용이네요.

1. 중소기업도 못 들어가서 비정규직 하는 사람들이 정규직이라니? 대학 4년간 8대 스펙 관리하고, 졸업 후 2년 ~ 3년 동안 공부한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네?

2.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좋다 이거야. 하지만 그 사람들 임금이 하늘에서 떨어지나? 어차피 공공기관의 공채 규모와 임금 수준은 정부기관에서 결정하는건데, 그 엄청난 인건비 상승을 무슨 수로 감당하려고? 장기적으로 신입 공채 규모가 줄어들것이 뻔하다.

3. 비정규직도 자기 일 하느라고 힘들었던거 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월급 받았어. 취준생들이 공부할 때 월급 받았나? 오히려 일하면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공부량이 부족해서 대부분 불합격이기 때문에 기존에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혹은 부모님 눈치 보면서 공부해왔다. 그런데 월급 받으면서 일했던 사람들이 뭔 대단한 노력을 했다고 정규직화 시키냐?

4. 기존 공기업 정규직도 피해를 볼 것이다. 인건비는 정해져 있는데 정규직이 늘어나니까 N빵 될게 뻔해.

5. 그나마 한국에서 실력(공정한 시험)으로 좋은 일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곳은 공무원과 공기업 밖에 없다.(공기업도 요즘은 거의 필기 점수 빨로 합불이 결정됩니다.) 그런데 공기업이란 바늘구멍 뚫으려고 몇 년 동안 아둥바둥 거리던 사람들의 뒤통수를 쳐?

6. 공공기관의 정규직은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이 보장되지만, 계약직은 높으신 분들이 인맥으로 꽂아넣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이 정규직 전환된다면 완전 낙하산 아니냐? 이런 X 같은!

7. 고졸 공채 / 사회형평 전형 / 지방대 가점도 감안하겠다.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비정규직으로 월급 받으면서 1년 일하고 정규직 전환이라니? 해도 해도 너무하네 정말.

8. 이런 정규직 전환을 감당할 수 있는 공기업은 몇몇 흑자 공기업(인국공, 한전 등) 밖에 없다. 나머지는 결국 민영화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정도의 반응들입니다. 헌데 워낙 많은 글이 있고, 지금도 올라오고 있어서 위의 8가지 의견 외에 다른 의견들도 많아요. 공준모에 가입하신 분들은 한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현직자들의 의견도 약간씩 올라오고 있네요.

저의 생각으로는, 당장 신입 TO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째됬든 정권 초기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과연 감당 가능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또한 정규직을 바라고 몇 년 동안 노력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 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추가. -------------------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신규 정규직 정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 합격 확률이 낮아진다] 그래서 반발하는 겁니다. 딱히 비정규직을 밟고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취준생인 만큼 비정규직으로 일해본 사람들도 많아요. 물론 구조적 문제로 인해 한쪽이 TO를 많이 먹으면 다른 한쪽의 TO는 적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인성 탓으로 돌리는 것은 좀 그렇죠. 다들 성인군자는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