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보면 가끔씩 왼손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왼손잡이"들이죠. 왼손을 쓰는 것은 많은 문화권에서 결코 환영받지 못하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왼손을 주로 쓰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오른손으로 식사를 하고 글을 쓰도록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심하면 체벌까지 동원하곤 했지요. 그래서 왼손잡이이면서도 식사나 글 쓰는 것은 오른손으로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영어단어에서도 right에는 "바른, 맞는"의 뜻이 있고 우리나라 말에도 "오른"에는 "옳다"는 의미가 들어 있을 정도이니 (진보는 "좌파", 보수는 "우파"라고 불리는 것도 그런 영향이 아닐까 합니다.) 왼손을 쓰는 것이 과거에는 환영받지 못할 일이었다는 것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통계를 보면 전체 인구의 약 10% 정도가 왼손잡이라고 합니다. 이런 비율이 유지가 된 것 역시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고 고고학적인 증거들을 봤을 때 적어도 50만 년 전서부터 이런 정도의 비율로 왼손잡이들이 존재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과거의 유적에서 발굴되는 농기구라든가 무기들을 볼 것 같으면 왼손잡이들을 위한 것들도 출토가 되곤 하고 고대인들의 유골들을 봐도 왼팔이나 왼쪽 다리의 골밀도가 더 높은 경우들이 발굴되곤 한다고 합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10%...
그렇다면 일단 "왼손을 쓰는 것이 유전적인 영향 때문인가?"하고 물어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건 일정 부분은 맞고 일정 부분은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일단 유전적인 것이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것이 실제 왼손잡이로 발현되는 것은 확률의 영역도 관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이 둘의 DNA는 동일하지만 형제끼리 서로 다른 손을 주로 사용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는 것이지요. 왼손잡이가 나타나는 것이 순전히 유전적인 원인에 따라서만 결정이 된다고 하면 일란성 쌍둥이들은 항상 주로 쓰는 손이 같아야만 하겠지요. 따라서 유전적인 것은 왼손잡이가 발현할 수 있는 기반까지만 되는 것이고 그게 실제로 발현이 되는 것은 “우연”의 영역에 가깝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왼손잡이 발현의 유전적인 가능성을 분석해 보면 아빠가 왼손잡이고 엄마는 오른손잡이일 경우 자식들 가운데 왼손잡이가 나타날 확률은 약 17%정도로 거의 일정하다고 합니다. 부모가 둘 다 오른손잡이일 경우 왼손잡이의 자식이 태어날 확률은 약 10%정도이고 아빠가 오른손잡이, 엄마가 왼손잡이인 경우에는 자식이 왼손잡이일 확률이 약 22%정도가 되며 마지막으로 부모가 둘 다 왼손잡이일 경우는 그 확률이 약 25%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이것이 확률...
그런데 왜 인류사에 있어서 왼손잡이들은 항상 약 10%정도의 비율로 일정하게 나타나게 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많은 이론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인간의 진화에 있어서 "경쟁의 압력"과 "협동의 압력"이 묘한 균형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모델이 있습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왼손잡이들이 오른손잡이들에 비해서 우위를 점하는 분야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상대를 놓고 싸우는 전투나 경기 같은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복싱이나 종합격투기 같은 분야에서 왼손잡이의 우월성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꼭 격투기 종목들이 아니더라도 야구 같은 경우에도 왼손잡이 타자나 왼손투수가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메이저리그 격언 중에는 “왼손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와라!”는 것도 있다고 하니까요.
왼손잡이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오른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들과 싸우거나 오른손잡이들을 상정해놓고 훈련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가 왼손잡이들과 마주치면 곤란을 겪게 된다는 겁니다. 왼손잡이들은 원래부터 오른손잡이들과 많이 마주치게 되기 때문에 이런 부담이 없다는 거지요. 한쪽(왼손잡이들)은 다른 쪽(오른손잡이)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 있는 반면 이 역은 성립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따라서 고대의 전투에서도 이러한 것들이 그대로 적용이 되었을 것입니다.
(여담입니다만 80년대 복싱 미들급을 씹어 자셨던 마빈 해글러라는 형님이 계셨습니다...빡빡이 해글러 형님...그런 형님도 챔프가 되기 전에 상대방들이 자신을 피하면서 상대해 주질 않아서 맘고생이 컸는데 하루는 스모킹 조라는 별명을 가진 헤비급의 강자 조 프레이저 성님이 해글러 동생을 불러서 이런 말을 해줬다고 합니다...
"헤이! 브라덜! 니가 왜 세계타이틀에 도전하지 못하는 지 아남? 거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어...하나는 니가 흑인이라는 점...두 번째는 니가 사우스포(왼손잡이)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자네가 너무 세기 때문이야!"
그 만큼 사우스포는 상대방 입장에서는 상대하기가 거북했다는 말이지요...--;;)
너, 오른손잡이?...일단 맞고 보자...--;;
그런데 만약 위의 얘기가 맞는다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왼손잡이들이 오른손잡이들에 비해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면 당연히 왼손잡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져서 마침내 그 우위의 의미가 없어질 때까지 (즉, 왼손잡이들이 오른손잡이들보다 수적으로 더 많아지거나 동등해질 때까지) 진화가 이루어졌을 텐데 과거나 지금이나 왼손잡이들의 비율은 늘 10% 안팎으로 일정하게 유지가 되어 왔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더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진화의 과정은 100% 경쟁적인 환경에서만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인간은 서로 경쟁도 하지만 협력도 하면서 생존해 왔습니다. 이러한 협력의 압력은 경쟁의 압력으로 인해 우월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 개체들의 비율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경쟁적인 분야가 아닌 일반적인 협력의 분야(예를 들어 농사와 같은)에서는 오른손잡이들을 위한 도구들을 더 많이, 더 쉽게 찾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왼손잡이들은 이러한 도구의 불편함 등으로 인해 오른손잡이들에 비해서 성과를 내는 게 더 힘들어지고 그러한 도구들을 사용하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들도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이 왼손잡이들의 출현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왼손잡이들의 고충...--;;
따라서 위에서 얘기한 이 왼손잡이 10%의 수치는 이러한 경쟁의 압력과 협동의 압력이 균형을 찾은 타협점이라는 얘기가 되는 것입니다. 이 수치는 결코 전체 인구를 따져볼 때 많은 수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2, 3% 정도로 줄어들지도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자녀가 왼손잡이라면 협력 보다는 경쟁이 있는 분야로 진출시켜 보시기 바랍니다. 피지알 회원님들의 자녀들이 미래에 WBC 미들급에서 오른손잡이 선수들을 두들겨 패고 있을지 또는 뉴욕 양키즈 제1선발로 오른손 타자들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찾아봤더니 게나디 골로프킨은 "오른손잡이"로군요...뭐, 예외는 늘 있는 법이니까요...--;;)
아무나 다 맞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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