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7/26 02:33:26
Name 기다
Subject [일반] 두번째 스무살, 설레였던 그 날
내 스무살은 우울하게 시작되었다. 수능을 완전히 망쳐버려서 그토록 꿈꿔왔던 상경(上京)은 커녕 너무나 가기 싫었던 집 근처의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던 것이다. 명문대에 진학해서 폼도 좀 잡고, 서울 문물도 누리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연애도 하고, 되게 멋있고 대단한 대학생활을 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냥 중학생 때부터 맨날 놀러다니던 그 대학교를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과 다녀야만 했던 것이다.
애정이라고는 전혀 없이 그렇게 학교를 다니다보니 당연하게도 적응을 하지 못해서 수업은 거의 빠지기 일수였고 인간관계도 전혀 쌓지 못했다. 연애는 커녕 연락하는 여자사람친구 한명 안생기더라. 한 학기를 마쳤을 때 내게 남은건 끝없는 좌절과 자괴감, 그리고 0점대의 처참한 학점 뿐이었다.

여름방학이 되고, 그 좋은 스무살의 여름을 술만 마시며 보내다가,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빠른년생이니까, 아직 열아홉살이잖아? 나에게 아직 스무살은 오지 않았어. 내 진짜 스무살은 내가 꿈꾸던 그런 아름다운 모습일거야.'
나는 그 다음날 아침 바로 휴학신청을 하고, 문제집을 사와서 수능공부를 시작했다. 수능이 100일 조금 넘게 남은 시기였다. 그래도 나름대로의 절박함이 있어서였던지, 어찌 어찌 수능을 치렀고 그 다음해 나는 그토록 꿈꾸던 서울 소재의 학교로 입학하게 되었다.

3월 2일, 새로운 학교에 처음 등교하는날, 그리고 내 두번째 스무살이 시작되던날. 나는 엄청나게 설레였다. 잠을 설치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몇개 되지도 않는 옷을 다 꺼내서 입었다 벗었다 해보고, 잘 쓰지도 못했던 왁스를 덕지덕지 발랐다가 마음에 안들어서 머리를 감고 또 발라보고...
캬 내가 봐도 멋있었다. 오티때 같은 조였던, 일주일동안 나를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던, 그 예쁜 여자애와도 잘 될수 있을것만 같았다. 세상이 마냥 아름답게 보였다.

그렇게 설레이는 마음으로 나섰던 등교길,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는데....헉 이게뭐야.
그 여자애가 내 눈앞에 서있던 것이었다!
이어폰에서는 소녀시대의 Kissing You가 흘러나오고, 내 눈앞에는 나를 두근거리게 했던 그 애가 너무나 드라마틱하게 서있고, 그 애가 수줍게 안녕? 인사를 걸어주는데 진짜 설레이고 또 설레여서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이게 무슨 영화도 아니고,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아 이건 운명이 짝지어준 인연이구나. 역시 내 두번째 스무살은 아름다운 것이었어!



라고 그 때는 생각했었는데......
결국 그 애랑 썸을 타긴 했습니다. 저 혼자..... 역시 그런 운명같은 사랑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개소리지요.
그 친구는 작년에 결혼 했어요. 축의금 3만원 하려다가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서 5만원 해버렸는데, 그 돈이 그렇게 아깝더라구요 크크
그리고 저는 그 때 들은 키싱유가 너무나도 인상에 강하게 남아서 소녀시대의 팬이 되었고 아직도 덕질을 하고 있습니다.
아 윤아 넘나 좋은것


-이 글은 퀵소희 영상을 찾아보다 나오던 빠른생일이야기에 문득 예전 생각이 나서 써봤습니다.
아 소희 넘나 좋은것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07/26 13:20
수정 아이콘
링크가 아무것도 안떠요 ㅠㅠ
맥핑키
16/07/26 13:48
수정 아이콘
아..
http://tistory.com

여기에 한 번 접속하시고 나면 보입니다. 별건 없어요;
지니팅커벨여행
16/07/26 08:36
수정 아이콘
아... 안타깝네요.
그럴 때 축의금은 3만원으로 해야 복수하는 건데...
Knights of Pen and Paper
16/07/26 09:16
수정 아이콘
축의금 3만원 내고 와이프랑 애 둘 데려와서 뷔페를 초토화 시켜야 복수답죠 크크크
다크나이트
16/07/26 10:12
수정 아이콘
두번째 스무살이라 40살 형님의 러브 스토리인줄.. ㅠㅠ
16/07/26 13:21
수정 아이콘
저 아직 아재 아닙니다 크크
cluefake
16/07/26 16:22
수정 아이콘
그건 저희 아버지 얘기네요.
어머니랑 16살 차이나는데..
우리아버지 존경합니다..
근데 왜 나는 모솔이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6603 [일반] 2016년 KBO 저평가 그 자체인 투수 [22] 길갈7390 16/07/26 7390 1
66602 [일반] 식당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서비스? [35] 성동구6166 16/07/26 6166 1
66601 [일반] . [7] 삭제됨4561 16/07/26 4561 2
66600 [일반] 오늘도 카카오대리를 이용하는 이유 [16] 동해원짬뽕밥7246 16/07/26 7246 1
66599 [일반] [프로야구] 엘지트윈스 양상문감독의 마법의 단어 '리빌딩' [47] 삭제됨7923 16/07/26 7923 0
66598 [일반] [WWE/스포주의] 레알못의 배틀그라운드 후기 [24] 피아니시모3792 16/07/26 3792 0
66597 [일반] [페미니즘]'접혔던 종이' 이론(확실하지 않음) [55] 불타는밀밭5837 16/07/26 5837 5
66595 [일반] 이진욱씨 고소인이 무고혐의에 대해 인정했습니다. [35] Ahri10003 16/07/26 10003 7
66594 [일반] 10년전으로 타입슬립할 당신을 위한 8천원으로 122억 벌기 [54] 예루리8015 16/07/26 8015 7
66593 [일반] 양성평등은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것일까? [85] 다빈치5756 16/07/26 5756 3
66592 [일반] 지난 4년간 KOSPI 200에 투자했을 경우 기대 수익은 얼마나 될까 [27] 예루리6957 16/07/26 6957 1
66591 [일반]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들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펴면?... [23] Neanderthal11612 16/07/26 11612 0
66590 [일반] 싸우지마!! 싸우지 말고 XX해!! [34] 세인트8679 16/07/26 8679 2
66589 [일반] [야구] KBO 승부조작 은폐시도 [45] 이홍기9374 16/07/26 9374 0
66588 [일반] 글쟁이로서 평생 한번 있기 힘들 아주 사소한 일과 감사 [14] 좋아요5384 16/07/26 5384 4
66587 [일반] 악동뮤지션 스페이스공감 공연 영상 모음. [11] 홍승식4845 16/07/26 4845 4
66586 [일반] 우리는 DNA로부터 공부를 얼마나 잘할지 예측할 수 있을까? [21] TimeLord8141 16/07/26 8141 2
66585 [일반] 주식은 도박 그 자체입니다. 아예 손도대지 마시길 권고합니다. [238] 긍정_감사_겸손32409 16/07/26 32409 4
66584 [일반] 판타걸스(최유정,김도연) 꽃길만 걷게 해주세요 [56] 작은기린14027 16/07/26 14027 10
66583 [일반] 나는 페미니스트다. 하지만 메갈은 아니다. [302] 슈퍼잡초맨14783 16/07/26 14783 26
66580 [일반] 두번째 스무살, 설레였던 그 날 [8] 기다4445 16/07/26 4445 4
66579 [일반] 오아시스 - D'You Know What I Mean? (노엘 갤러거 2016년 리믹스 버전) [6] MystericWonder2938 16/07/26 2938 1
66578 [일반] 공무원 되기 참 힘드네요.. [40] 밴더11685 16/07/26 11685 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