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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7/03 23:16:02
Name MystericWonder
Subject [일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선곡의 중요성 (+ 어떤 우승자에 대한 고찰)
언젠가 한 번 써볼까하고 생각은 하고 있던 글 아이디어인데, 오늘이 꽤나 적기인 듯해서 키보드를 잡아봅니다.

노래를 부르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이기는 프로그램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죠. 그러나, 노래 잘 불러서는 절대로 우승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할 수도 있는 게 바로 부를 곡을 선곡하는 안목이죠.

얼마 전에 미국에서 그 동안 장수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명사인 아메리칸 아이돌이 15시즌의 대장정 끝에 "종영"했습니다. (큰따옴표를 붙인 이유는 2018년/2019년 즈음에 다시 부활할 거라는 현지 떡밥이 있기 때문인데, 과연 사실이 될지는 봐야겠죠.) 시즌 1부터 시즌 15까지 오는 과정에서 가장 눈에 크게 띄는 변화는 바로 참가자들이 자신의 선곡과 퍼포먼스를 정하는 데에 있어서 점점 자유도가 더 커졌다는 건데, 특히 후반 시즌에는 대놓고 선곡 주제가 "자유"인 적도 꽤나 됐죠. 퍼포먼스도 처음에는 그냥 피아노 한 대 놓고 노래 부르는 수준이었는데, 이후에는 아메리칸 아이돌 최초이자 최후의 본선 아카펠라 무대를 펼친 시즌 4의 보 바이스, 본 조비 노래에 힙합을 가미한 시즌 6의 블레이크 루이스, 기발한 편곡으로 곡을 가지고 놀면서 유력 우승 후보였던 아담 램버트를 꺾고 우승한 시즌 8의 크리스 앨런 등, 시즌마다 독특하고 개성있게, 좋은 선곡을 자신에게 맞춰 소화할 수 있던 참가자들이 많았다는 게 아메리칸 아이돌이 이렇게까지 롱런할 수 있는 주 요인이라고 봅니다.

이와 관련해서 슈퍼스타K 시리즈가 현재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이유도 어느 정도 나오는 데, 흔히 이야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질린다", "실력자가 없다" 같은 이유는 논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봅니다. 당장 K팝스타만 봐도 시즌 5는 전 시즌만큼 주목도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슈스케처럼 망하지는 않았으며, 원래 시간이 가도 끊임없이 나오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노래 잘 하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망한 시즌"에도 실력자를 제대로 뽑지 않은 게 문제지, 실력자가 없는 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메리칸 아이돌도 "망한 시즌"이 분명 있고, 이 시즌들에는 참가자들의 수준이 몇몇 잘하는 사람 빼고는 평균 이하였으니까요. (그리고 그 몇몇 잘하는 사람마저 광탈해 버린 시즌이 바로 시즌 14... 시즌 15도 문제는 많았지만 일단 탑2가 슈스케3처럼 넘사벽으로 좋았기에 넘어갑니다.) 그리고 그 실력자들도 선곡을 제대로 못하거나, 이상한 노래를 선곡받으면 망하는 게 현실이죠. (대국민 선곡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노래들이 선곡되는 경우도 있다는 걸 보면 선곡에서 외압도 어느 정도 들어간다고 봅니다.) 대표적으로는 장재인의 초대, 존박의 니가 사는 그 집, 홍대광의 뜨거운 안녕 등을 개인적으로 꼽겠습니다.

이렇게 선곡이 좋은 참가자들이 많지는 않다고 할 수 있는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현실에서, 저는 로이킴이 확실히 선곡 면에서는 다른 참가자들보다 앞서나간 것 같다는 생각을 꽤나 오랫동안 했습니다.

로이킴의 3차 예선으로 기억을 되돌려 봅시다. 당시에는 다른 두 심사위원들이 불합격을 때렸지만 이하늘이 슈퍼패스를 써서 로이킴이 예선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 부른 곡이 Damien Rice의 Volcano라는 아주 좋은 곡이었는데 (그러나 대중적 인지도가 엄청 높다고 보기는 어렵죠), 이 곡은 당해에,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11에서 우승자인 필립 필립스가 슬슬 거품 소리를 듣던 시점인 탑4 무대에서 굉장히 멋진 무대를 선보여 여론을 다시 호의적으로 돌려 놓은 곡이기도 합니다. 로이킴은 알다시피 유학파이기 때문에, 저는 어느 정도 아메리칸 아이돌도 모니터링 하지는 않을까 예상은 해보는데, 팔로우하고 있지 않았더라 하더라도 대중이 자주 들어보지 못한 곡을 알아 본 능력이 대단하다고 볼 수 있고, 팔로우를 했다고 하면 거기서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왔던 곡으로 자신 역시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 게 단순히 운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그 이후에도 제 생각에 로이킴의 능력이 빛났다고 생각하는 무대는 라이벌 미션 때의 먼지가 되어, 그리고 본선 때의 청개구리, 힐링이 필요해, 그리고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있다고 보는데, 저는 이 중에서 청개구리를 특별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이 무대는 이후 로이킴이 싸이를 위한 필살기로 준비했다는 무대라는 뒷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미션 주제를 보면 고백(Go Back), 예전의 사연으로부터 영감을 끌어와 노래를 하는, 속된 말로 사연팔이 미션인데요, 여기서 로이킴은 실제로 감성적인 무대를 준비하는 다른 참가자들과 정반대의 노선을 취합니다. 그 이전에 2연속으로 발라드를 선곡하다가 다시 예선처럼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신나고 활발하고 결정적으로 제대로 소화까지 한 무대를 준비했는데, 이 때까지 유력 우승후보 중 둘이던 유승우와 정준영이 망한 때와 동시에 좋은 결과를 끌어온 것이라서 이후의 투표 상황에도 좋은 영향을 주죠. 저는 로이킴이 이 미션에서 자신을 다른 참가자들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한 게, 좋은 무대 자체와 더불어 이 미션에서 대박을 친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보통 장르가 겹치는 경우에는 표가 그 장르가 겹치는 참가자들 사이에 분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죠.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도 컨트리가 그렇게 호불호가 갈림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점까지는 꼭 컨트리 참가자가 살아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에도 비록 대국민 선곡에서 한동안 뜸했었지라는 정체불명의 암초를 맞지만 이도 그럭저럭 소화해내고, 결국 탑3에서 레전드 무대를 두 개 만들어 내고 결승전까지 가서 딕펑스를 상대로 우승을 거두는 데 성공하죠.

로이킴이 노래 실력만 놓고 봐서 가장 뛰어난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였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할 사람이 많겠죠. 하지만 선곡이나 편곡 관련된 능력으로 보자면 분명 우리나라의 참가자들 중에서는 최상급의 능력을 가졌었다고 생각하고, 이 때문에 우승자로서의 역량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오디션 프로그램은 노래 실력으로는 이길 수 없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니까요. 물론 제작진이 로이킴을 푸쉬해준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겠지만, 로이킴은 그 푸쉬를 이용해서 우승으로 가는 길을 만들 줄 알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역시 제작진이 처음에 의도했던 "재벌 2세 꽃미남"에서 실력파 이미지를 쌓아갈 수 있었죠. (정준영도 똑같이 푸쉬를 해줬는데 결국 예능감은 최고일지더라도 실력이나 선곡 능력 상으로는 로이킴보다 부족했고요.)

긴 글 읽느라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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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othrace
16/07/03 23:22
수정 아이콘
음악은 잘 모르지만 추천
에버그린
16/07/03 23:23
수정 아이콘
로이킴은 그 외모 때문에 오히려 저평가 받는 케이스라고 봐요.
16/07/03 23:26
수정 아이콘
선곡빨은 예전 슈스케3 신지수였나요 그분이 대단했죠..
사실상 처음 불렀던 rolling in the deep 한곡만으로 탑텐 가고 기획사까지 들어갔다고 봅니다.
MystericWonder
16/07/03 23:56
수정 아이콘
아마 Rolling in the Deep이 그 당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나온 곡인 것이 주요했을 거라 봅니다. 지금은 그 곡으로 그런 임팩트를 남기는 건 불가능이죠.

신지수는 슈퍼위크에서 악마의 편집+본선에서 목 컨디션 난조 2연타를 맞은 게 타격이 좀 컸죠.
영원한초보
16/07/04 00:43
수정 아이콘
그 곡 금지곡한 오디션도 있지 않나요 크크
도라귀염
16/07/04 11:30
수정 아이콘
그때 참가자들 사이에서 신지수가 원탑이다라고 말이 돌았던데 그래도 노래 좀 부르는 사람들(슈퍼위크참가자)사이에서 인정받은 정도면 나름 꽤 했지 않았을까요
16/07/03 23:27
수정 아이콘
봄봄봄에 먼지가 되어 사라진 그이름...
클레멘티아
16/07/03 23:41
수정 아이콘
게임(롤)으로 따지자면,
한 캐릭만 파서, 흔히 말하는 장인이라고 불리는 부류가 있는 반면,
장인의 실력보다는 1% 떨어지지만, 적재적소에 맞는 캐릭을 꺼낼 수 있는 부류가 있듯이,
노래 경연 부대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이 2가지 모두가 갖춰지면, 그 사람은 당대 최강이 되는 것이고요.
(게임으로 따지면 페이커, 노래로 따지면 슈스케3 - 울랄라세션 / 복면가왕 - 음악대장)
그리고 이번에 붙은 건 전자의 더 원과 후자의 로.... 흑기사였죠.
아마 더 원이 자기 말마따라 발라드를 불렀다면 (이은미의 녹턴과 같은) 흑기사를 미세하게나마 이겼을 것입니다.
흑기사도 무척 뛰어난 실력자이지만, 나는 가수다에서 보듯, 장인의 경지를 이뤄낸 사람들을 모두 이겨낸 가왕이었으니깐요.
하지만 더 원은 욕심을 부렸고, 그 욕심은 무리수로 남겨졌습니다.
(아마 전임이 음악대장이었으니... 더원은 뻔하긴 했죠. 그래도 이건 아니었습니다,)
로... 아니 흑기사는 제가 생각하는 그분이 맞다면, 무척 영리한 사람입니다.
경연에서 어떻게 하면 자기가 이길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죠.
1차전은 빠른 음악 , 2차전은 잔잔한 음악, 3차전은 록 스타일. 다 계산된 선곡순서이죠.
그래서 다음순서가 기대가 되네요.
흑기사라면, 뻔한 무대는 안 할꺼에요. 늘 다른 무대를 준비할 껍니다.
(심지어 흑기사가 좋은 날을 선택 하더라도, 이보다는 훨씬 나을 겁니다.)
다만..... 정면 승부가 되었을 때는 1% 모자라는 감은 있어요..
Jace Beleren
16/07/03 23:59
수정 아이콘
근 1년 겯연 프로그램 선곡중 1위는 더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 우승자 조던 스미스의 1차 경연곡 샹들리에
MystericWonder
16/07/04 00:10
수정 아이콘
공교롭게도 이번 시즌 15 아메리칸 아이돌 우승자도 똑같은 곡을 불러서 우승했더라고요.

https://youtu.be/a2bfaoOc8G0
Jace Beleren
16/07/04 00:21
수정 아이콘
제 기준으로는 조던 스미스 편곡이 훨 좋네요. ㅠㅠ

https://www.youtube.com/watch?v=vHR4oOIcVZo
Deadpool
16/07/04 00:34
수정 아이콘
두 분 다 잘 불렀는데...조던 스미스 외모가 아끼던 소대후임 닮아서 그런가 더 정감가네요 크크
영원한초보
16/07/04 00:49
수정 아이콘
와 남자라서 더 놀랬네요
영원한초보
16/07/04 00:52
수정 아이콘
이승철 : 목소리가 자주 들으면 질리는 스타일이야

하지만 최근에 저한테는 감성적으로 가장 잘 맞는 음악을 하는 가수네요.
가창력은 더원이 더 좋다고 느꼈는데 좋은날이 문제가 아니라 더원의 이전 곡들과 비교해도 저한테는 로이킴 음악이 가슴에 더 들어오네요
사이버포뮬러
16/07/04 06:57
수정 아이콘
휘파람은 아직도 매일 들어요.
Naked Star
16/07/04 08:25
수정 아이콘
이번 가왕이 로이킴이 맞다면 제 편견을 아주 시원하게 박살내줬다고 생각합니다.

박자를 거의 밀듯이 그러면서 읊조리듯 부르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완전 달라진 모습을 본거 같습니다.
16/07/04 09:00
수정 아이콘
음대 등장 이후론 누가 가왕이 되든 다음 결정전이 기대가 안되더군요...
괄하이드
16/07/04 09:46
수정 아이콘
가왕 등극 기념 글인가요? 크크
앙토니 마샬
16/07/04 11:02
수정 아이콘
로이킴은 그 외모 때문에 오히려 저평가 받는 케이스라고 봐요. (2)

슈스케4 보면 로이킴은 본선 내내 꾸준하게 안정적이고 심사위원에게 평가도 좋았던 참가자였죠. 다만 전시즌 우승자가 대한민국 오디션 역사상 최고 사기캐릭인데다가 외모때문에 밀어준다 이야기까지 나와서 저평가 받았을뿐.
열혈둥이
16/07/04 11:50
수정 아이콘
슈스케를 안보는데 로이킴은 서울이곳은 이곡 하나만으로 저에겐 감성 발라더로 인식이 되어버렸네요 흠
예쁘면다누나야
16/07/04 12:50
수정 아이콘
그 표절건만 없었어도 훨씬 잘나갔을텐데. 표절 하나 덕분에 폭삭 가라앉았죠...
라됴헤드
16/07/04 23:51
수정 아이콘
로이킴 실제로 세번 라이브 무대로 봤는데 성량이 너무 부족합니다.. 성량이 안되니 기교를 아무리 부려도 못부르는것 처럼느껴집니다. 로이킴 다음에 10센치 무대였던적이 있는데 권정열이 가창력으로 뜬것도 아니었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너무 심하게 비교가 되더군요. 로이킴이 노래잘하는 일반인이라면 권정열은 진짜 가수 느낌.. 그렇다고 로이킴이 음색이 장범준처럼 유니크한 것도 아니고 그냥 어쿠스틱한 컨셉으로 먹고사는 가수 그정도? 저한테는 그정도네요. 그래도 라이브 말고 앨범으로 들었을때는 나쁘지 않은 정도,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 라이브를 들었을때 실망감은 책임못지고요 크크.
미소나
16/07/05 16:12
수정 아이콘
저도 음악대장이 부른 라젠카 세이브 어스를 현장에서 들었는데 비가 억수로 쏟아져서 음향장비가 좀 미흡할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도 전율이 쫙 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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