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중간 몇 달씩 금연한 적은 있지만, 그래도 대충 25년 정도 흡연자로 살았는데, 이번에 다시 금연 시작해서 한 달 넘어갑니다.

담배 의존도가 매우 심해서, 한 번은 건강 검진에서 폐암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었는데, 그 날 ~ 정밀 검사 결과 나오는 날 사이에만 금연하고, 오진이었다는 이야기 듣는 그 즉시 바로 한 갑 사서 피웠을 정도죠.

박사 과정 때는 돈이 없어서 아침에 담배를 사면 점심을 굶어야 하는 적이 많았었는데,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밥은 굶고 담배를 피웠던 것 같습니다. 이 당시에 피지알에서 한번 이공계 모임을 제가 주도한 적이 있었는데, 그 날도 담배 엄청 피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그날 저와 동석하신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진짜 매너 없었습니다.

교수 되고 나서는 스트레스 정도는 더 올라가고 반면에 담배를 살 돈은 넉넉하다보니 그야말로 폭풍 흡연을 했고요.

그러다가 올해 초에 '이러다가 정말로 폐암이나 심장병으로 죽어버리면 마누라랑 애한테 너무 미안한데?' 해서 전자 담배, 니코틴 껌, 패치 등등 이것저것 시도했고, 다 실패했고, 그래서 그냥 가장 단순하고 전통적인 '그냥 안 피우기' 를 택해서 한 달째 버티고 있습니다. 다른 금연 시도자 동지들께 도움되시라고 후기 남깁니다.

1. 저는 전자 담배 소용없었습니다. 뭐랄까, 저는 니코틴도 니코틴이지만, 흡연 행위가 주는 자기 학대의 즐거움도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담을 이용해서 건전하게 니코틴을 흡수하는 것이 그다지 만족스럽지가 않더군요. 물론 연초의 일산화탄소가 주는 어지러움도 전담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2. 차라리 니코틴 껌은 좀 소용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충 6년 정도 전에 이걸 이용해서 반년 가까이 끊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이건 개인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는 전담이 최고라고 하고, 누구는 껌이 낫다고 하니까요. 전담을 이용해서 유사 흡연 행위를 하는 것에 만족을 느끼는 분은 전담, 에잇 애매하게 그렇게 하면 오히려 연초가 더 땡기지! 하는 분은 껌이 나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패치는 전혀 효과 없었습니다.

3. 금연을 시작하면 종종 강렬한 흡연 욕구가 찾아오는데, 저는 그게 2~3 주 지나고 나더니 더 심해지더군요. 이미 몸에서 니코틴은 상당히 빠졌을 텐데, 역시 저는 니코틴 자체에 대한 중독이 아니라 흡연 행위 자체에 대한 의존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4. 금연에 성공하려면 그와 동시에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지 싶습니다. 저는 운동 자체는 조금씩이나마 계속했는데, 금연하면서 운동량을 확 늘렸습니다. 그랬더니 운동해서 조금이나마 쌓은 체력을 까먹는 것이 아깝게 느껴져서 금연 의지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좀 되었던 것 같습니다.

5. 아직 흡연 욕구 매우 강합니다. 사실 지금도 담배가 너무 피우고 싶어서 이 글을 쓰는 것이기도 합니다. 반년 금연 성공했던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볼 때, 저는 흡연 욕구가 꽤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 체질이었던 것 같습니다. 뭐, 어쩔 수 없죠. 애초에 시작을 말았어야 했습니다.

다들 금연하세요. 무작정 오래 사는 건 재미없지만, 사는 동안은 건강하게 살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