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알 고수익 재택 알팔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낮에는 염전에서 참외를 깎고 밤에는 역삼초등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파는 진귀한 아뮬렛 상인 리듬파워근성입니다.
오늘은 신비로운 직업체험 수기를 하나 알려드리려고 나왔습니다.
그전에, 최근 글을 너무 자주 싸서 죄송스럽고 더군다나 이런 개인적인 일로 시간을 낭비하게 해드려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쪽지도 받고 질문글도 올라오고 나중에 가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제가 미리 써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오늘도 난 키보드와 쌈박질 엔터에 침을 뱉고 놈의 목을 꽉 잡지.
전말은 이렇습니다.
1. 아주 오래 전에 저는 피지알 자유게시판에 어떤 영화 관련 잡담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전산 상의 오류로 추천게시판에 가고 말았습니다. 운영진은 반성하십시오? 그리고 아마도 카페나 SNS 상으로 몇 군데 퍼져나간 모양입니다.
2. 때마침 모 웹툰회사에서 애타게 작가를 찾고 있던 한 PD의 눈에 그 글이 포착됩니다. 그리고 PD는 글쓴이를 찾아 몇 달간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헤메었지만 글쓴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3. 왜냐면 저는 페이스북도 안하고 트위터는 야짤... 아이고 말이 잘못나왔네요. 로… 아이고 키보드가 왜이러징? 로버트 드니로 사진 및 행복격언이나 명언 등을 리트윗하는 용도로만 쓰는지라 PD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4. 그러나 후각이 좋은 PD는 글에서 풍기는 수상한 똥냄새를 쫓아 결국 인터넷의 똥문객잔, PGR21을 찾아내 운영진의 도움으로 저에게 쪽지를 보냅니다.
쪽지를 받아든 저는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을 5분. '사기꾼인가?' 하는 생각을 3분. '제정신이 아닌 사기꾼인가?' 하는 생각을 1분간 하고 그냥 닫아버렸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생각이 나서 회사 동료들에게 원래 자랑할 땐 뻥을 좀 보태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194525군데의 웹툰회사에서 연락이 왔고 다들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며 이제 우리의 여정은 끝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동료들은 속이 후련하다며 즐겨찾기에 미리 추가해놓은 잡코리아에 들어가더군요.
제가 일하고 있는 동네는 기상천외한 사기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구라 안치고 일주일에 한가지씩은 아주 참신한 사기 수법을 전해듣는 곳이죠. VIP의 비자금이라거나 대통령의 숨겨진 측근이라거나 각하의 최애캐라던가… 벌건 대낮 프랜차이즈 커피숍 구석에서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년들 중 30% 가량은 사기사건 진행 중이다. 라는 농담도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웹툰 작가로 사기를 칩니까? 곱씹을수록 이게 뭔가 이상한 거에요. 혹시 진짠가? 진짜 나를 웹툰 스토리 작가로 쓰려고 하는 건가? 대체 이유가 뭘까? 돈을 주웠나? 얼마나 다급하길래 나 같은 놈에게까지 제안을 했을까?
많은 궁금증을 안고 저는 결국 해당회사를 찾아갔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에서 불과 3k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저희 사무실보다 번듯하고 아주 활기찬 “진짜” 웹툰회사였습니다.
게다가 보나마나 야쿠자 혹은 삼합회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PD님과 그 외 직원분들은 아주 상냥하고 사기와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판다리아의 전승지기같은 분들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을 놓고 대체 이유가 뭐냐? 왜 하필 나냐?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어머님이 누구니? 등등을 물어봤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끝가지 다 본 웹툰이 다이어터랑 이끼밖에 없어요. 아! 강풀만화도 몇 작품… 웹툰이 어떤 건지 하나도 모릅니다. 아, 피지알 공식 웹툰 썸툰도 몇 번 봤네요 부들부들... 그런데 제가 갔던 날 그 사무실에는 아주 유명한 작가분들이 많았어요. 웹툰에 대해서 문외한인 저도 알만한 아주 유명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다녀와서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다들 어맛! 놀라면서 물개박수를 칠만한 분들이요.
저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 회사는 정말로 저랑 계약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일주일에 한 편씩 영화 리뷰를 쓰래요. 그럼 돈을 준대요. 저는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어요. 웹툰 그거 재미 없으면 욕 엄청 먹지 않나요?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괜찮대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막 쓰래요. 드립도 막 치고 약도 막 빨으래요.
저는 깜짝 놀랬죠. 드립이라니? 그게 뭐죠? 뭘 빨라구요? 사람 잘못 보셨네요. 빠는 거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빨지만 약은 안 빱니다. 군대시절에도 저는 장병들 사이에서 잘 빤다고 소문이 자자했어요. 제가 빨면 묵은 때도 쏙 빠졌죠. 그리고 피지알에서 우연히 제 글을 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저는 항상 학술적이고 진지하며 온 가족이 함께 탐구할만한 그런 글만 쓰거든요?
그러나 회사 측에서 제시한 금액이 '이 정도면 제법 좋은 대우다' 라는 설명에 저는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방끗.
그래서 3개월 계약을 했어요. (...)
제 입장에서는 사실 꿀빠는 겁니다. 왜냐면 영화리뷰 까짓 거 아무렇게나 한 30분 막 키보드 두드리면 나오는 거 아닐까요? 그리고 웹툰이 재미없으면 그림 작가가 욕을 더 많이 먹지 않을까요? 게다가 이 돈이 이렇게 쉽게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제 생활비까지는 못해도 공과금과 관리비, 보험, 유류비 정도는 충분히 해결할만한 금액이었어요.
PD님과 그림 작가님에게 묻어가기로 했습니다. (...)
그것이 3월 초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마지막 13번째 원고를 보냈어요.
3월부터 일주일에 한 편씩 보냈는데 5월이 되어서야 첫 만화가 나왔어요. 그러니까 저는 두 달간 아무것도 모르고 진짜로 그냥 영화 리뷰를 써서 보낸 거에요. 그래서 첫 만화가 나왔을 때 저는 '아차' 하는 것도 많았고 '아이고 이렇게 했어야 하는구나' 싶었던 것도 많았습니다. 웹툰이라는 형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어떤 식의 설명이 재미를 주는지 너무 늦게 깨달아 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반성도 많이 하고 아... 뭐랄까... 그림 작가님과 웹툰회사에 너무 폐를 끼친 것 같아서 부끄러워요.
그리고 가장 치명적으로 저는 이 웹툰의 독자층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계약한 이 웹툰회사는 어떤 어플리케이션에 만화를 공급하는데 계약 당시 저는 그게 뭔지도 몰랐고 조금 지나서 버스 광고를 봤을 때는 '새로 나온 배달 어플인가?' 생각할 정도로 저는 세상 물정을 몰랐어요. 이 만화가 10대~ 20대 초반의 독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저 아재들 보는 만화일 줄 알았어요. 밥 대신 죄를 짓는 기분이에요.
쉬울 거라고 생각했던 글 쓰는 일도 예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물론 키보드에 손을 얹고 요시, 이꾸요~! 하면 대충 나오긴 했는데 어떤 영화를 리뷰해야 하나? 영화 내적인 이야기를 얼만큼 해야 하나? 지나치게 스포 위주로, 혹은 설명 위주로 가는 것은 아닌가? 반대로, 영화 이야기는 안하고 내내 헛소리만 하는 것은 아닌가? 같은 고민들은 제쳐두고-_- 저는 마감에 허덕이며 글을 썼습니다. 작가 분들 존경합니다....
13편 중에 마감을 지켰던 원고가 손에 꼽네요.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게다가 무턱대고 평일날 보내겠다고 약속을 해버려서 더 지키기 어려웠습니다.
평일에는 스투를 하거든요. 월화수목금 모두 스투를 합니다. 가끔 단기대회나 해외대회 열리면 주말도 그냥 사라지는 거에요. 그러니 스투팬 분들은 재때치, 재택 알바 때려 치시길 바랍니다.
매번 피지알에서 조회수 천 가량의 글을 쓰다 갑자기 수만 명, 수십 만 명이 보는 글을 쓰게 되니 독자들의 반응도 재밌더라구요. 가장 많았던 반응은
1. 이게 대체 무슨 헛소리냐 2.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 3. 병맛? 병맛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이는데 이게 뭐죠? 궁금… (…)
그리고 제가 일베를 하면 어쩌나 하는 반응도 있던데 저는 그것도 재밌었습니다. -_-;;;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라고 해야 하는데 아이디가 없어서 답변 드리지 못했네요.
아무튼 이러쿵 저러쿵 해서 저는 지난 석달 간 작가로 살았어요. 엣헴. 여러분 작가의 삶은 어떨까요? 엣헴.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실은 아주 친한 친구 몇 명만 알고 비밀이에요. 욕 먹는 거 부끄러워서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만화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저는 칼국수에 매달려 번지점프를 하는 기분이에요. 젊은 친구들 앞에 알몸으로 선 기분입니다. 좋은데요?
그러나 이제 계약도 끝났고 후련하기도 하고 아주 뜻 깊은 임금도 받았고 무엇보다 정말 재밌었어요.
사실 그림작가님은 뵌 적도 없고 어떤 분인지도 모르지만 제 글을 만화로 그리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매일 깨닫고 있습니다. 그 분 최소 미륵보살. 제 입장에서는 신기하기도 했어요. 자판기에 글을 넣으니 만화가 툭! 하고 나오는 경험이었죠. 통곡의 동굴에서 쩔쩔매고 있는데 만렙 성기사가 와서 같이 죽어주는 기분?
뭐,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체중감량기 얼굴인증 했을 때보다 더 부끄럽네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다 뻥이었어요. 웹툰이라뇨? 크크크크크 그게 말이 됩니까? 으이그 이 순진한 님드라. 하하하 막내 회원분들, 또 속았구나. 그러니까 여러분들 혹시 낯선 만화를 보시다가 익숙한 고수익 재택 알팔렘 냄새가 나도 그건 저랑은 상관 없는 일일 겁니다. 아까 오후에 계속 연재를 부탁한다는 계약 연장 전화를 받긴 했지만 게임 중독으로 인한 환각 증세가 분명합니다.
역시 기분 탓 이겠죠.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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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킹스맨을 아주 좋아해서 웹툰 중 킹스맨편 봤었어요! 우리 아빠 미국갔어!나 기철이 등등의 센스를 보고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고 콜린퍼스의 비교상대로 저그가 나오길래 뭔가를 느끼긴 했는데 리듬파워근성님이셨다니! 글도 좋고 그림도 좋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킹스맨 팬들 쪽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멋있어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