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주간은 그닥 좋은 시간들을 보냈다고 말하긴 굉장히 어려운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표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어요. 걷기를 시작했고, 새로운 것들을 배웠으며, 그래서 좀 바쁘게 지냈던 것 같거든요.
근데 뭐, 그런 것들이 저에게 그닥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선후 관계에선,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바쁘게 살아서 좀 지쳤느냐, 아니면, 뭐 하는 게 그저 관심을 돌리기 위한 방법이었느냐. 가끔씩 저는 모든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순환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에 개인적인 트리거와 함께, 뻥! 하고 터져버렸습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으며, 아무런 의욕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생활의 컨베이어 벨트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어요. 가만히 있어도 모든 것이 제공되는 그런거.
지난 몇 주간 그 처지는 순간들을 보내면서, 저는 그닥 '즐겁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우울해서 그렇다라든가, 혹은 지쳤다든가, 그런 의미보다는, 그저, '행복하다는 감정이 되게 멀게 느껴진다'에 가까운 감정이었거든요. 그래서, 좋아하는 단편 소설의 제목을 따와서, 이번 글의 제목을 이렇게 지었습니다.
'행복하지 않다.'는 감정이 강렬하지만, 그렇다고, 이걸 어떻게 '전환'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은 어떤 감정을 최대한 줄이고, 부풀은 감정의 공기를 빼고 구석에 쳐박아 놓는 방식이었던 것 같거든요. 제가 해왔던 영화보기나, 책읽기나, 여행 같은 것들이 그저 어떤 사이클의 일환으로 작용할 뿐이지, 이게 정말로 나를 전환해줄거냐는 생각이 별로 안 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모르겠어요, 어쩌면 그저 멀리 떠나고 싶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도피라는 건 어느 정도는 깨닫고 있고, 또, 도피를 하는 건 좀... 내키지 않아요. 물론, '도망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도망쳐서 문제를 해결했던 게 많이 없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꾸준히 약을 먹고 있습니다. 우울과 불안에 대한 그런 약들이요. 개인적으로, 먹으면 졸리는 약들은 참 감사하면서도 아쉽습니다. 그러니까, 우울과 불안을 줄이면서도 그닥 잠들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조금씩 있는 것 같아서요. 어찌보면 지금과 같은, 조금은 숨쉴 공간이 있는 이런 순간을 조금 더 만끽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