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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3/08 14:09:33
Name IN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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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진격의 거인, 엘빈 스미스와 작클레 총통 - 부제 사람은 논리적일 수 있을까? (수정됨)






사람들은 흔히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그 논리에 따라 결론을 내린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내가 커뮤니티에서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결론이 먼저 정해져 있고, 그 결론에 맞는 논리를 나중에 끼워 맞추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이 먼저 있고, 그 감정을 합리화할 이유를 찾아내는 식이다.

이런 방식은 진격의 거인 속 두 인물, 엘빈 스미스와 작클레 총통을 떠올리게 한다.

엘빈 스미스는 인류의 승리를 위해 싸우는 듯 보였지만, 그의 진정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어린 시절, 그는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세계는 정말 진실일까?"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그는 수많은 병사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표면적으로는 '인류를 위한 싸움'이라고 했지만, 본심은 오직 자신이 궁금했던 진실을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리바이가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을 때, 엘빈은 "나는 선택받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깨달음과 함께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고 죽음을 맞이한다.

작클레 총통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왕정과 귀족들의 부패를 타도하고 자유를 외치는 지도자로 보였지만, 사실 그를 움직인 것은 그보다 더 단순한 감정이었다.
높은 자리에 앉아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자들이 역겨웠고, 그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정의'를 내세운 그의 행동은 결국 개인적인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두 인물을 통해 돌아보면,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브랜드가 싫으면 "저 회사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잖아"라고 말하지만, 사실 단순히 그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정치인이 싫으면 "그 사람 정책이 별로야"라고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이 말하는 방식이나 태도가 거슬려서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어떤 것을 좋아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 제품이 가성비가 좋아서"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디자인이 예뻐서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논리적으로 사고한다고 믿지만, 사실 감정이 먼저 작용하고, 이후 논리가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감정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하는 방식은 다양한 곳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SNS나 커뮤니티에서 특정 인물이 논란에 휩싸이면,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사소한 일까지 들춰지며 도덕적 잣대가 바뀐다. 과거에 사람들이 큰 문제 없이 넘어갔던 행동이, 한번 찍힌 이후에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와 비슷한 예로, 스포츠 팬덤에서도 특정 선수나 팀이 편파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할 때가 있다. 같은 상황이라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피해를 보면 공정성을 주장하며 분노하지만, 반대로 유리한 상황이 되면 그것이 심판의 실수일 뿐이라며 무시하기도 한다. 결국, 논리는 감정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감정을 논리로 포장하지만, 결국 근본적인 동기는 감정에서 출발한다. 논리는 감정을 숨기기 위한 가면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정당화하는 도구일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와 논쟁할 때, 표면적인 논리가 아니라 "이 사람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 를 생각해보면 좀 더 명확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내리는 판단들은 정말 순수한 논리적 결론일까? 아니면 감정이 만든 환상을 논리로 꾸며낸 것일까? 이 질문을 곱씹어 보면, 우리의 사고방식이 생각보다 훨씬 감정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감정과 논리를 어떻게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을까? 먼저, 자신의 감정이 어떤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이슈에 대해 강한 반응을 보인다면, '나는 이 주제에 대해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걸까?'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감정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논리를 보다 객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의 논리를 해석할 때도 표면적인 주장이 아니라 그들이 내세운 논리의 출발점이 감정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논쟁을 할 때 상대방이 논리적으로 보이는 주장을 펼치더라도, 그것이 감정에 기반한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더 깊이 있는 토론이 가능해진다.

결국, 감정은 인간 사고의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감정을 자각하고, 그것이 논리를 왜곡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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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08 14:15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정보 과잉시대는 인류의 비극이라 생각합니다. 그 어떤 개소리와 어떤 미친 놈의 헛소리도 레퍼런스가 존재 자체는 하다보니 다들 믿고 싶은데로 믿기 너무 쉬워졌어요.
시나브로
25/03/08 14:19
수정 아이콘
인식, 인지, 자각 좋은 말들 나오고 유익하네요
자가타이칸
25/03/08 14:24
수정 아이콘
최근에 듣고 무릎을 탁 친 말(격언)이 있습니다.

"판단은 감성이 하고, 이에 대한 합리화는 이성이 한다" 위 본문 사례들을 봐도 판단의 근거는 다 개인적인, 감성적인 이유이고, 이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이성이 하는 것이겠죠. 결과에 대한 책임도 본인이 하는 것이고요.

우리나라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 이를 대응해 보면..... 누구를 싫어하는 것은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싫어하는 이유를 합리화 하는데 전혀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거 같아 한숨만 나옵니다.
아이폰15pro
25/03/08 15:00
수정 아이콘
'바른 마음'이라는 책에서 나오는 말이죠. 좋은 책입니다. 크크
25/03/08 16:48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감성이라는 말을 탄 기수가 이성이다. 사실 말이 가고 싶은대로 가고 있지만 기수는 자신이 말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다.
에이치블루
25/03/08 14:49
수정 아이콘
전 요새 이 짤 볼때마다 "그래서 쿠데타를 일으키고 싶어했구나 보기싫은 사람들 고문하려고"가 떠오릅니다.
여수낮바다
25/03/08 15:10
수정 아이콘
진격거 저 장면 첨 볼 때 정말 소름 돋았던 기억이 납니다
내용에도 동의하고, 또한 이런 불완전한 것이 인간이다 싶습니다
사부작
25/03/08 15:48
수정 아이콘
근본적으로 나랑 반대되는 사람의 의견도 듣고, 그사람의 논리를 배척할 때도 최대한 말이 되는 방향으로 이해해보려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동질한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나, 알고리즘에 기반한 유튜브 등으로만 지식을 얻는 것만큼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길이 또 없습니다.
마르틴 에덴
25/03/08 18:15
수정 아이콘
저 작클레 총통의 고백은 작가가 얼마나 사람 심리를 잘 알고 작품을 쓰는지 알게 해주는 부분이죠.
25/03/08 18:54
수정 아이콘
캐릭터들이 다들 입체적이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죠. 그래서 더 재밌게 느껴집니다
김재규장군의결단
25/03/08 20:33
수정 아이콘
저도 살면서 일단 결론을 내 놓고 그 결론을 위해 논리를 세워본 경험이 있습니다. 내가 어떤 주장을 할 경우 제 주장을 지켜보는 이들은 불특정 다수이며 그들을 내 주장에 동조하게 하려는 포장지로 논리와 합리성이 동원될 때도 있습니다. 
진격거를 생각해보면 조사병단 멤버 등 캐릭터들은 자신의 행동을 ‘인류를 위해’란 명분으로 포장하시만 실제 그들에게는 그런 명분을 뒷받침할 합리적 근거는 딱히 없어 보였습니다.
포장지 뒤의 사람의 민낯을 잘 보여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모링가
25/03/08 20:42
수정 아이콘
슬프게도 사람들이 못나서가 아니라, 그냥 뇌가 하는 일이 그겁니다.
그저 그때 들어온 자극의 총합과 과거의 경험, 그때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체내 물질들의 조합인 감정을 설명하는데는
앞에서 언급된 것들이 제대로 제시될 수도, 아닐 수도 있을 뿐이에요.
LLM처럼 단지 그때 운좋게 높은 확률에 의해 의식에 떠오르게 된 자극만이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똑똑할수록 기똥찬 자기논리를 만들어내죠. 스스로도 속을만큼.
판사님들도 오전 오후 유죄 판결율이 다르다고 하잖아요.

제 아무리 자신을 갈고 닦아도 뇌 자체가 실제 근거와 무관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소설가입니다.
25/03/08 20:52
수정 아이콘
챗지피티가 팩트가 있는 쉬운 질문에도 헛소리하는건
그런 뇌의 기능을 따라한 것일까요?
모링가
25/03/08 21:25
수정 아이콘
자성이나 메타 인지로 불리는 활동들을 기계한테서는 자가 검증을 기대할 수 있을텐데, 그 조차도 확률에 의해 내러티브를 생성하는 것일 뿐이죠. 우리는 메타 인지를 뭔가 대단한 걸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뇌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구라의 판 속에서, 보다 높은 경지에서 자신을 관조했다고 착각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마치 부처님 손바닥 위 같은 모양새죠.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판단 근거를 확신할 수 없듯, 지피티가 헛소리를 내뱉는 것에는 단지 학습을 그렇게밖에 하지 못해서가 아닐까라는 추측밖에 할 수가 없을 겁니다.
25/03/09 00:55
수정 아이콘
결국 인간은 육체의 한계를 못 벗어나됴

공감합니다
안군시대
25/03/09 01:08
수정 아이콘
인류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운 아인슈타인도 죽을때까지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고 통일장 이론을 만들려다가 실패했죠. 돌아보면 아인슈타인은 그저 닐스보어가 싫었던게 아닐까...
앙겔루스 노부스
25/03/09 14:16
수정 아이콘
사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사회든 역지사지는 가장 핵심적인 윤리중 하나였는데, 이게 박살났죠. 특히 요즘 한국 세태에선 그냥 나 좋은대로 하는거 이외의 다른 것을 전부 꼰대짓 취급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는게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성찰 -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라는게 메말라 버리니 진짜 사회가 이렇게 황폐화될 수가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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