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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1/04 18:54:26
Name 스폰지뚱
Subject [정치] 한 국가 안에 두 나라로다. 통재라. (수정됨)
요즘 부쩍 이런 생각이 자주 듭니다.

이 나라 대한민국은 이미 심정적으로는 7:3 으로 인구가 분단된 상태가 아닌가 합니다. 거울상을 바라보듯 언듯보면 외모가 비슷한 것 같으나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너무나 판이하여 도무지 서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쪽에서 내란수괴 범죄자로 간주하는 자를 한쪽에서는 목숨 걸고 보위해야 하는 대통령이자 국가원수로 떠받드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구요. 서로가 서로를 사회에 대한 암적인 존재요 나라를 좀 먹는 구제가 불가능한 집단으로 여기며 대립하고 있으니 화해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군요.

해방 이전부터 잉태되어 있던 이념적 대립으로부터 군사적 대립으로 확대되면서 남과북이 서로 적대국으로 쪼개진 것이 한반도의 1차적 분단이었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제6공화국 말기에 나타난  것은 아마도 한반도의 2차적 분단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 후대에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닐른지요. 단순히 국정농단과 정치 질서 문란에 대한 단죄가 8년 전 우리가 경험한 사건의 내용이었다면 (이 또한 범상한 사건은 아니었지만), 지난 1달간 표면화된 사회적 혼란에서 감지되는 것은 그보다 훨씬 오래된 뿌리를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질환의 발병이 아닌가 합니다.

식민지 시대와 해방 이후 독재정권을 거쳐 약 40년 가까이 지속되어 오고 있는 제6공화국의 오랜 기간 동안에 국민들과 정치인들의 노력에 힘입어 제도적으로나 인식면에서나 나름대로 정치적 선진화를 이룬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망스럽게도 이번 사태를 통해서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고 쌓여온 모순과 대립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아직도 유신시대를 동경하고 무속과 주술을 의지하며 지연과 학연에 기반하여 활동하며 좌파 빨갱이 타도를 외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걸 말입니다. 그들은 선거 부정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우리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평하던 잠깐의 기간이 지나고 나니 가려져 있던 처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듯이 대한민국은 이미 무력을 동반하지 않은 내전 상태에 있는듯 합니다.

본인은 대구 출신입니다만 마음 같아서는 경상도를 따로 떼서 7대 3 중에서 3에 속하는 집단을 그 통치권력자들과 함께 묶어 경상도 일대를 거주지로 삼고 나머지 지역들과 국경을 새로 세우는 그런 상상을 하게 됩니다. 서로 이렇게 한 국가 안에서 대립하고 못잡아 먹어서 으르렁 댈 거면 차라리 두 나라로 분리하는게 속 편하지 않겠냐는 거죠. 교역이나 거주, 출입국은 자유롭게 허용하는 우방국의 관계를 유지하되 정치체제나 방식에는 상호 관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그러면 참 편할텐데요. 이미 심정적으로는 타국인으로 서로를 간주하고 있지 않나요?

계엄령 이후 탄핵 국면에서 나왔던 말 하나가 유독 강하게 다가와 박혔습니다.
"오죽했으면 계엄했겠느냐."
이 한마디에 참 많은 것이 담겨 있는 것을 두고두고 곱씹어야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계엄하고, 탄핵 거부하고, 체포 거부하고, 압색 거부하고....

그리 생각하는 것이 단지 대구 서문시장에서 배추 파시는 아주머니 한 분의 말이 아니라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의 말이기도 하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난감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말로도 설명되거나 납득되어지지 않고, 온갖 자료를 들어 '속고 계시다'고 말하려 할수록 정작 '속고 있는 것은 너야'라는 눈빛이 돌아올 뿐인 건널 수 없는 강을 마주한듯한 느낌이 있죠. (역시나 사람은 증거나 팩트로 설득되지 않는듯 합니다.)

'오죽했으면 계엄했느냐'던 그 말이 시간이 지나서  '오죽했으면 내전을 치렀겠냐'로 비화된 -- 어쩌면 우리들은 한반도가 두번째 쪼개지는 국가적 비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암울한 생각도 듭니다. 요즘 시대 서로가 서로에게 실제로 총칼을 겨눌 일이야 없겠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불신과 갈등이 이미 현실화된듯 하여 답답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목하면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만든 가해자로 여기면서 원망하고 가슴에 분노를 축적해 가고 있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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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해주세요
25/01/04 18:58
수정 아이콘
머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는 그 3의 국민들에게 지속적인 좌절감과 불행감, 패배감, 나라가 망했다는 절망감, 자신이 쓸모 없다는 무력감을 안겨 주면서 실제로는 나라를 망하지 않게 만들 방법을 궁리해야 하는 것이죠.

그것이 그 분들도 같이 사는 길이니까요. 그 분들이 불행해질수록 나라는 나아지고 함께 살아갈 길도 열리는 겁니다.
수메르인
25/01/04 18:58
수정 아이콘
심경은 이해하나 안 그래도 분단으로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는데 여기서 또 분리하기엔 너무 큰 대가를 치러야합니다.
하지만 이 사태가 종결되더라도 저 3에 해당하는 사람, 집단을 대체 어떻게 다뤄야할지 정말 모르겠네요. 죄다 박멸할수도 없고 그냥 상수로 계속 남아 있을건데 공동사회를 같이 살아가는게 가능하긴 할지 의믄이에요.
유인촌
25/01/04 19:05
수정 아이콘
애초에 우리나라만 겪는 문제도 아닌걸요 뭐.
25/01/04 19:11
수정 아이콘
3이라고 치고 그 3의 절반이상은 자연사가 가까운 분들이 많아서 그냥 기다려야죠.
안군시대
25/01/04 19:16
수정 아이콘
그 미국조차도 메카시즘의 열풍때문에 찰리채플린도, 헬렌켈러도 버림을 받았습니다. 어차피 한번은 겪고 지나갈 진통인거죠.
소련의 붕괴로 미소냉전은 종식됐으나, 안타깝게도 한반도엔 북한이 남아있다보니 이게 완전히 사라지기 힘든 환경이기도 하고요,
날개를주세요
25/01/04 19:16
수정 아이콘
인종이나 종교가 다른것도 아닌데
꼴랑 이걸로 갈라질까요
정치색이 다르다고 나라를 쪼개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반대 상황이 되었어도 마찬가지로 비상식적인 지지를 보낼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둥그러미
25/01/04 19:25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입니다만 동시에 정신이 번쩍드는 말씀을 드리자먼

7:3 양쪽을 모두 걱정하는 글쓴이같은 통합에 관한 의견조차도 7인쪽에서나 나오지 3인쪽에서 나온걸 본적이 없는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저쪽에서 민주당 강성지지자들도 같은 국민이니 안고 가야된다거나 개딸들도 우리 딸들이니 통합해서 가야한다거나 하는 취지로 말하는걸 들은적 없는것 같습니다
하이퍼나이프
25/01/04 19:26
수정 아이콘
실제로 분리독립 국민투표 하는 나라들도 어찌어찌 잘 살더라고요
뭐 어쩌겠어요 다 잡아가둘수도 쫓아낼수도 없애버릴수도 없이 국민 일부가 그렇게 생각할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면 인정하고 대신 정상적 사고가 가능한 사람들 다수가 정신 잘 차려서 대통령 잘 뽑고 정상적이지 않는 사고의 사람들이 나라 좀먹지 못하게 지키며 살아야지
망고베리
25/01/04 19:27
수정 아이콘
미국, 유럽도 극우들이 부상하는데 한국은 이정도로 제압한 거 보면 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손을 잡으
25/01/04 19:28
수정 아이콘
삼김시대때보다는 좋아지는 것 같다가도...이끌어야 할 정치인들이 자기 유리한 데로 선동하는 것 같아요.
나중에 "오죽하면 죽였겠나." 할까 겁나네요.
두지모
25/01/04 19:42
수정 아이콘
7대3으로 나누면 그 안에서 또 7대3으로 나뉘지않을까요..
25/01/04 19:52
수정 아이콘
저 개인적으론 극단인 사람들은 양쪽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민주적 커뮤니티들(대표적으로 클리앙,뽐뿌 등등) 가면 거기도 어지러운 의견들 내는 사람들 많습니다.
이번에 김상욱 의원이나 김예지의원들도 얘네들도 결국 국힘이니 쓰레기들이다 이런 의견 내는거 보니 어질하더군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국힘 쪽은 극단적인 사람들 혹은 그들의 세력을 등에 업은 사람들이 정치 주류를 잡고 있는 느낌이라면
민주당 쪽은 아직까지는 그 정도까진 아니나 여기도 사실 안으로 파고들면 위험한 부분이 보인다고 봅니다.
실제로 권력형 부정 의혹이라든지 친페미니즘적인 부분등등 말이죠. 아직까진 내부정화의 목소리가 있는게 다행이죠.
결국엔 서로가 견제하여 허튼짓을 못하게 해야 하는데 예전 정글고 웹툰에서처럼 비판도 잘하는 놈이 해야 설득력이 있지.
지금 국힘이 허튼짓을 하고 있는걸 맹렬히 비판할수 있는 민주당처럼 나중에 민주당이 허튼짓 하면 비판할수 있는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상대가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결국엔 상대가 나와도 이름 바뀐 국힘이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는게.....
25/01/04 21:59
수정 아이콘
저는 이게 다 유튜브의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레거시 미디어는 그래도 선이라는게 있었는데 유튜브 양쪽 끝단이 위치한 종자들은 선이란걸 모르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로 온갖 찌라시를 뿌리며 선동하고 있어요.
모두에게 도움될 합리적인 말이 아니라 그들에게만 듣기좋을, 그들이 듣고싶어할 말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냅니다.
이쪽 유튜브에서 저쪽 유튜브 말을 증거로 갖다쓰고, 저쪽에선 이쪽 말로 증거삼고. 확대재생산이 끊임없이 이뤄지면서 그들의 생각을 강화시킵니다.
그건 비단 극우 지지자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양 끝단에서 모두 일어나는 일이에요.
미국 유럽 할것없이 어느 집단에서건 비슷한 현상이 진행되는 중입니다만, 유독 한국이 심한것 같긴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대화가 필요합니다. 서로 싸우고 지지고 볶더라도 같은 자리에 앉아서 마주 볼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상대방의 말을 조금이라도 듣습니다. 설령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내 생각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정도는 판단할 여지가 생깁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의 장입니다.
서로를 악마화 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힘들어도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그게 미래를 위한 최선의 길입니다.
mudblood
25/01/04 22:09
수정 아이콘
한 국가 내부의 좌우대립은 자석의 쌍극과 같은 것이라, 아무리 나누고 분리해도 결국 다시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지금의 여론지형인 7대3으로 분리해봐야 그 7 내부와 3 내부에서 또 정견이 두 쪽으로 갈리겠죠.
현재의 문제가 얼마나 올바르게 해결되느냐는 지금의 7이 얼마나 오랫동안 3에 대응해 뭉쳐있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이는 현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몫인 동시에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기도 합니다.
엔드로핀
25/01/04 22:49
수정 아이콘
양극 대립은 미국도 사실 만만치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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