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6/27 18:12:03
Name 식별
Subject [일반] 물고기 입속에서 발견된 쥐며느리? (수정됨)


약 3억년 전인 고생대 석탄기 시절의 바다에, 키틴질 외골격과 분절된 사지를 가진 채 바다를 누비는 등각류라는 녀석들이 처음 등장했다. 


갑각아문(=갑각류) 연갑강에 속해있던 이들은, 같은 갑각류이자 연갑강에 속하며 우리가 즐겨먹는 친구들인 새우나 게, 가재와는 먼 친척뻘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드넓은 해양 생태계 속에서 상당히 다양한 형태로 적응방산하는데, 어떤 녀석들은 바다 속에서 가장 흔하게 볼수 있는 물고기들에 빌붙어 사는 생존방식을 터득했다.


 이렇게 비교적 평범한 '흡혈' 전략을 취한 녀석들은 그냥 물고기의 비늘에 들러붙어 피를 빨아먹거나 살을 파먹는데, 조금 창의적인 녀석들은 대신 더 소름끼치고 영리한 전략을 구사한다.


물고기의 혀에 달라붙어 썩게한다음 숙주의 혀뿌리 근육에 착 달라붙어 혀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다. 


유생단계엔 모두 수컷인 이들은 숙주 물고기를 찾아 바다 속을 유영하는데, 마침내 적절한 숙주를 찾아내면 아가미에 달라붙어 그대로 수컷 상태를 유지하거나, 혀에 달라붙고 탈피하여 헤엄치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고정된 암컷이 된다. 암컷은 이 상태로 계속 숙주의 혈액이나 점액을 빨아먹는다. 


 이들은 물고기 혀의 기능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어서 물고기들은 이들에게 감염된 이후에도 그럭저럭 살아가지만, 둘 이상의 개체에게 중복감염된 개체는 대개 저체중이며, 혈액 손실로 인한 빈혈이나 상처로 인한 병변, 영양실조 등으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 이렇게 숙주가 사망하면 이들은 혀에서 분리돼 시체를 뜯어먹기 시작하는데, 이후의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선 아직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있다.


인간에게 어획된 물고기 중에서도 혀가 이들로 대체된 불쌍한 녀석들이 종종 발견되는데, 사실 이들의 끔찍한 외모와 생활양식 때문에 좀 (많이) 혐오스럽긴 해도, 갑각류의 일종이니만큼 사람이 먹어도 별일은 없을 것이고, 맛 자체도 생각보다 먹을만할 것이다. (본인은 안먹어봐서 모릅니다)


 참고로 양식장에서도 감염되면 물고기들 크기가 줄어들어서 퇴치대상인데, 어부들은 그냥 혀에 달라붙은 녀석들을 손으로 잡고 뽑아버리는 방식으로 치료한다고 한다. (물고기 속에 사는 애들이라 화학약품으로 어떻게 처리할 수가 없나봅니다.)


그런데 등각류 중에는 생활방식말고도 아예 서식지 자체가 달라진 녀석들도 있었다. 일부는 바다가 아닌 담수에 적응해 강바닥을 기어다니기 시작했으며, 바다 깊숙한 곳의 심해로 흘러들어가 '심해 거대화' 현상을 겪은 녀석들은 최대 50c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해졌다. 


등각류 중에서 가장 작은 축에 속하는 녀석들이 겨우 0.5mm 크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100배나 거대한 바튀노무스속(Bathynomus)의 이 녀석들은 그야말로 초거대 등각류인 셈이다. 

(아니 지금 다시 보니  1,000배네요...)



(참고로 영장목에서 가장 작은 녀석들은 피그미마모셋Cebuella pygmaea이라는데, 얘네가 15cm 전후라고 합니다. 인간은 대충 10배 정도 큰 것 같으니, 대충 17m 짜리 영장류가 있는 느낌으로 크기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 이것도 다시보면 170m짜리 느낌이네요) 


그러나 어쩌면 가장 독특한 축에 속하는 녀석들은 따로있었으니, 2억 년 동안의 물 속 생활을 청산하고 약 1억 년 전에 처음으로 육지에 상륙한 위대한 벌레들이 바로 그들이다. 


심해에 사는 초거대등각류들을 마치 크기만 축소해서 그대로 육상에 옮겨놓은 것처럼 생긴 이녀석들 중 일부가 바로, 우리가 아는 '쥐며느리', 즉 쥐며느리아목에 속하는 꼬물거리는 녀석들이며, 쥐며느리,  콩벌레,갯강구 모두 쥐며느리아목에 속하므로, 전부 '쥐며느리'라고 부를 수도 있다. 


쥐며느리의 맛은 이들이 갑각류인데다가,  '땅새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는 불쾌한데, 아주 진한 소변의 향과 맛이 난다고 한다. (진짜 안먹어봤으니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소변과 쥐며느리 양쪽 모두를 말하는겁니다물론) 


이런 거지같은 맛이나는 이유는 요산 농도가 높기 때문이라 한다.

 


끝.


 


 



참고문헌

Brusca, R. C., & Gilligan, M. R. (1983). Tongue Replacement in a Marine Fish (Lutjanus guttatus) by a Parasitic Isopod (Crustacea: Isopoda). Copeia, 1983(3), 813–816.

Sfenthourakis S, Taiti S (2015) Patterns of taxonomic diversity among terrestrial isopods. In: Taiti S, Hornung E, Štrus J, Bouchon D (Eds) Trends in Terrestrial Isopod Biology. ZooKeys 515: 13–25.

Parker, D., Booth, A.J. The tongue-replacing isopod Cymothoa borbonica reduces the growth of largespot pompano Trachinotus botla . Mar Biol 160, 2943–2950 (2013). 

Horton, T., & Okamura, B. (2001). Cymothoid isopod parasites in aquaculture: a review and case study of a Turkish sea bass (Dicentrarchus labrax) and sea bream (Sparus auratus) farm. Diseases of aquatic organisms, 46(3), 181–188.

Mladineo I. (2003). Life cycle of Ceratothoa oestroides, a cymothoid isopod parasite from sea bass Dicentrarchus labrax and sea bream Sparus aurata. Diseases of aquatic organisms, 57(1-2), 97–101.

 



* 본래 유튜브 영상으로 만든 대본이니 (점잖으신 분들이란 걸 당연히 알지만) 수익화하지는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pgr 사이트 특성상 이미지 업로드가 힘들어서 그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여담


쿠쿠 최근에 삼국지 공부하느라 동물 공부를 너무 게을리한 것 같아서 한번 써봤습니다. 쥐며느리처럼 생긴 녀석들(등각목)이 생각보다 엄청 다양한 녀석들이더라구요! 생물이란 참 신기한것 같아요. 혐오스럽게 생긴 기생충같은 녀석들도 사실 그냥 생활양식만 그럴뿐 우리가 먹는 새우같은 놈들하고 크게 다를 것은 없다는 게 또 신기해요. 저런 혐오감만 없앨 수 있다면 충식도 도전할 수 있을텐데 말이에요... 


곤충 <- 절지동물문 육각아문 곤충강

새우, 게, 가재, 쥐며느리, 바티노무스, 엑시구아... <- 절지동물문 갑각아문 연갑강


우리는 곤충강은 혐오하면서 또 연갑강에 속하는 새우, 게, 가재는 잘만 먹고 또 연갑강 중에서도 등각목 친구들은 대체로 혐오하면서도... 그 등각목 친구 중에서도 콩벌레는 귀여워하고 키우기도 하면서도 마찬가지로 등각목인 엑시구아는 혐오스러워하는... 신기한 원숭이들인 것 같습니다 쿠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카즈하
24/06/27 18:14
수정 아이콘
소변과 쥐며느리를 먹어보시다니........ 대체 어떤 삶을......

역시 닉부터 범상치 않으셨....
24/06/27 18:18
수정 아이콘
새우와 같은 양의 쥐며느리를 먹는다면 높은 요산 수치때문에 통풍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아보이니 절대절대 시도하지 마시길 추천드립니다~!!
카즈하
24/06/27 18:20
수정 아이콘
헐... 새우와 같은 양을 먹어보신겁니까.... 대단하십니다 -_-b
24/06/27 18:21
수정 아이콘
아닙니다! ㅜ_ㅜ
24/06/27 18:26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흐흐
유리한
24/06/27 18:30
수정 아이콘
기갤여신 엑시구아..
내우편함안에
24/06/27 18:34
수정 아이콘
요산때문에 그래서 닭이 그렇게 쥐며느리를 좋아했던건가
어릴때 외가시골집에서 자주 잡아 줬는데
롯데리아
24/06/27 18:47
수정 아이콘
그래서 연갑강류를 공평하게 혐오하는 문화권이 있지요.. 바다가 없는 내륙권 쪽에서 주로... 독일이라든가
43년신혼1년
24/06/27 18:53
수정 아이콘
https://www.fmkorea.com/best/7185917902
어....이미지가 안 보여서 이미지가 첨부된 글 링크를 올려드립니다.
참고로 위 링크 글을 보시는 책임은 오롯이 링크를 클릭한 본인에게 있습니다.(제 기준 약혐 정도 입니다.)
세인트
24/06/27 18:57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둘 중 하나는 드셔보셨단 말씀이시죠?
14년째도피중
24/06/27 23:26
수정 아이콘
다들 먹는 거 얘기하니까 거...베트남 대만 쪽 심해에서 잡힌다는 갑각류 그거 생각나네요.
겁내 비싸고 혐오스런 비주얼이지만 맛있담서요.
24/06/28 05:32
수정 아이콘
심해 갑각류 먹는 영상은 여러번 봤는데 육지에 적응한 애들은 못먹는거군요...
리니시아
24/06/28 08:35
수정 아이콘
펨코에 작성하신 글 보니 재밌어보이는 글이 많군요.. 정주행갑니다
24/06/28 10:56
수정 아이콘
내가 니 시어머니가!!!
퍼펙트게임
24/06/28 11:40
수정 아이콘
예전에 어디서 엑시구아 여신님(...) 하던 걸 봤던 기억이 나는거 같은데
네모필라
24/06/28 13:12
수정 아이콘
아마 디씨 기생충갤...
일반상대성이론
24/06/28 11:56
수정 아이콘
최근 계통분류학 공부해보는 중인데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크크 어쩔수없이 학명이랑 친해지는중
갑각류가 측계통군이었다니…
우유크림빵
24/06/28 12:05
수정 아이콘
(대충 유익한 글은 개추라는 내용)
Mouse_pad
24/06/28 16:21
수정 아이콘
제가 그래서 새우도 잘 안먹습니다. (편식)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791 [일반] 사기꾼 형벌이 낮은 이유 [74] 멜로13492 24/06/29 13492 25
101790 [정치] MBC를 과연 지킬 수 있을까요? [50] 홍철12155 24/06/29 12155 0
101789 [일반] 한 달 전 글 A/S. 중국에서 입국 후 신분을 세탁한게 확인된 앨리스 궈 필리핀 시장 [11] 매번같은10139 24/06/29 10139 6
101788 [일반] 삼국지 장각 시점에서 본 황건적의 난 [1] 식별7454 24/06/28 7454 11
101787 [일반]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엔화 [66] 及時雨13591 24/06/28 13591 0
101786 [일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주식 사기범 이희진 근황 [58] GOAT13281 24/06/28 13281 6
101785 [일반] 已(이미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 - 써 이, 별 태/나 이 등 [8] 계층방정5998 24/06/28 5998 5
101784 [정치] 김진표 전 국회의장 "尹, '이태원참사 조작가능성' 언급" [107] 빼사스18817 24/06/27 18817 0
101783 [일반] <핸섬가이즈> - 오묘하고 맛깔나는 (호불호는 갈릴) B급의 맛.(노스포) [24] aDayInTheLife7801 24/06/27 7801 4
101782 [일반] 물고기 입속에서 발견된 쥐며느리? [19] 식별11797 24/06/27 11797 11
101781 [정치] 美 6개 경합주 유권자 "민주주의 위협 대처, 트럼프 > 바이든" [29] 베라히10036 24/06/27 10036 0
101780 [정치] 최근 핫한 동탄경찰서의 유죄추정 수사 [437] wonang20744 24/06/26 20744 0
101779 [일반] 육아 1년, 힘든 점과 좋은 점 [59] 소이밀크러버8262 24/06/27 8262 38
101778 [일반]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날 (스포유, 전편 보신분은 스포무) [9] 헝그르르7148 24/06/27 7148 0
101777 [정치] [서평]《대통령과 한미동맹》 - 자율성은 동맹과 상충하지 않는다 [21] 계층방정6851 24/06/27 6851 0
101776 [일반] [추천사] 핸섬가이즈, 썩시딩 유 '시실리2km' [37] v.Serum8463 24/06/27 8463 7
101774 [정치] 저한테 미친여자라 그랬죠? [51] 어강됴리14976 24/06/26 14976 0
101773 [일반] 인터넷 가입 피싱 사기 전화 이야기 [24] 류지나7956 24/06/26 7956 1
101771 [일반] 병원 에피소드(전혀 무겁지 않습니다) [16] 두부두부8869 24/06/26 8869 19
101770 [일반] 우리는 왜 '오너'의 경영권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100] 사람되고싶다13052 24/06/26 13052 50
101769 [일반] 삼국지 장각은 거대한 음모의 희생자였을까? [4] 식별6955 24/06/26 6955 10
101768 [일반] <테이크 쉘터> - 증폭하다 끝끝내 삼켜버릴 불안.(스포) [4] aDayInTheLife6437 24/06/25 6437 1
101767 [일반] 문화와 경제의 동반론 [13] 번개맞은씨앗8311 24/06/25 8311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