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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4/07 22:32:11
Name 초모완
Subject [콘솔] 게임패스로 떠난 작은 여행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를 구매하고 나서, 참 많은 게임을 플레이 해 보았다.
너무 많다 보니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질 때도 있었고, 아무 게임이나 깔아서 5분 만에 삭제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끝까지 플레이하게 만들고, 나름의 여운을 남긴 게임들이 있다.


1. 데스루프 (Deathloop, 2021)

“죽음을 반복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루프 FPS”

주인공은 한 섬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이 섬은 뭔지 알 수 없는 채로 노래를 부르듯 말한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알 수 없는 섬에서 깨어난 주인공은 그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총기 액션은 타격감이 괜찮고, 다양한 스킬 조합으로 전투의 재미도 있다.
하지만 중반까진 솔직히 좀 심드렁했다.
“그냥 쟤네 다 죽이면 되는 건가?” 그런 느낌.

그런데 엔딩 즈음, 하나씩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내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 선택 이후, 이 게임은 내 머릿속에 잔상처럼 남았다.
스토리 게임에 잘 몰입하지 못하는 나조차,
이 게임은 끝내고 나서 한참을 멍하게 만들어 줬다.
그 선택 하나로 이 게임은 내 기억속에 오래 남게 되었다.



2.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 (Age of Empires IV, 2021)

“RTS의 귀환, 그런데 패드로도 된다?”

이 시국에, 그것도 콘솔로 RTS라니.
마이크로소프트가 참 용감한 시도를 했다.
그런데 실행해보니, 놀랍게도 꽤 괜찮다.

기대하지 않았다.
RTS라면 APM 300에 마이크로컨트롤 바쁘게 돌려야 제 맛 아니냐는 생각도 있었다.
(스타 apm 100도 겨우 넘기는 주제에)

하지만 이 게임은 다르다.
패드로도 충분히 자원 수집하고 유닛 생산하고 전황 파악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물론 클릭 신공으로 유닛 빼고 넣고 하는 플레이는 어렵긴 하다.)


그리고 이 게임의 진짜 매력은 따로 있었다.
미션을 깨면 그 내용에 맞는 실사 다큐멘터리가 나온다.
성 건축부터 공성무기, 갑옷, 병사들의 전술까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고퀄 전쟁사 다큐 보는 기분이었다.

알고 보니 이 다큐도 직접 제작한 거였다.
그 열정이, 그 정성이 게임 전체에 묻어 있다.
그들은 모두가 반대하는 RTS를 만들었고, 역사까지 함께 기록했다. 나는 그걸 즐겼고, 제작진을 존중할 수 밖에 없었다.




3. 더 헌터: 콜 오브 더 와일드 (The Hunter: Call of the Wild, 2017)

“사냥보다 아름다움이 먼저 와닿는 게임”

솔직히 이 게임은 소개할지 말지 고민했다.
자막이 한글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소개하는 이유는 게임패스에 있는 게임을 소개하는데 백 시간을 넘게 한 게임을 빼기엔 아쉬움이 남아서였다.

이 게임의 기본은 사냥이다.
무작정 쏘는 게 아니라, 흔적을 추적하고, 소리를 분석하고, 바람 방향을 고려해 위치를 잡아야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저기 호숫가에 고개를 숙인 물소 한 마리…”
“바람을 타고 내게 다가오는 엘크…”
“숨죽이고 엎드린 나와 옆에서 낑낑대는 사냥개…”

이 조합이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사냥도 재미있지만,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붉은 노을이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가고,
구름이 바람을 따라 흘러가고,
귓가엔 바람소리와 새소리, 멀리선 사슴 울음.

어느 순간 총은 내려놓고,
그저 자연을 바라보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아, 이렇게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잠깐이지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가끔 헤드폰을 쓰고 그곳으로 돌아간다. 아무 말 없이 그 조용한 숲 속으로.




게임패스에는 수백 개의 게임이 있다.
그중 일부는 깔자 마자 삭제했지만, 이 세 게임들은 즐겁게 플레이했고, 마음에 무언가를 남겼다.

하나는 예상 못한 선택으로 여운을 남겼고,
하나는 불가능해 보이던 장르를 가능하게 했으며,
하나는 총이 아니라 자연이 기억에 남게 해 주었다.

이유는 다 달랐지만,
그때의 화면과 소리, 그 순간의 감정이 아직도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다.




혹시 여러분에게도 이런 게임이 있다면,
게임을 했던 그 시간들 속에 분명 무언가가 남아 있을 겁니다.

남들이 손가락질하고, 한심해 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도,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 찍고, 현실 도피라고 치부하고,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고 단정 짓고, 생산성 없는 취미라며 무시하고, 그 나이 쳐 먹고 아직도 게임이나 하냐고 조롱해도...

그 시간들은 결코 헛된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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