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에는 100개가 넘는 챔피언이 존재하고 있고, 5:5 팀 게임인 만큼 다양한 조합을 구성해서 게임에 임할 수 있습니다. 이때 어떤 조합을 선택해서 게임에 임하는가는 게임 내용과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프로씬에서는 벤픽에 대한 역량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 벤픽은 고려할 변수가 워낙에 많기 때문에 절대 쉽게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라인전 상성, 챔피언 풀, 공성 능력, 시간 대별 상성의 변화, 조합에 대한 숙련도 등등 너무나도 많은 요소들이 벤픽을 결정하는 것에 영향을 주고 모든 것을 다 생각해서 조합을 짜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벤픽에 대해 어떤 체계적인 접근을 한다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기본적인 매커니즘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쓰는 내용이 절대적인 관점에서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얼마든지 다른 관점에서 접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틀리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지적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1. CC기에는 목적이 있다.
일단 CC기가 많은 조합이 좋은 조합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는 정설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CC기를 가진 챔피언들을 조합에 많이 넣으려고 합니다. 보통 메인 딜러 같은 경우는 밸런스 상 유틸성과 DPS가 어느정도 반비례 하는 관계가 있기 때문에 메인 딜러를 주로 배치하지 않는 탑 라이너, 정글러, 서포터에 이러한 CC기를 가진 챔피언들을 많이 배치합니다.
그렇다면 왜 CC기가 많은 조합이 좋은 조합일까요?
그건 기본적으로 싸움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의 간격이 좁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 이 간격을 얼마나 잘 조절하고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한타가 결정 됩니다. 이때 CC기는 이 간격 조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이니시를 걸고자 하는 쪽에서는 상대방과의 간격을 좁히고 그 이니시를 받아치는 쪽에서는 그 간격을 다시 벌리는 것이 CC기의 역할이죠. 이건 5:5 한타에서 뿐만 아니라 수적 우위가 있는 상황에서 강제로 싸움을 걸 때, 한 명을 끊어 먹을 때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일반론입니다.
더 나아가서 단순히 간격을 좁히고 벌리는데 사용된다고 뭉뚱그려 얘기할 수 있지만 더 깊게 들어가면 조합의 특성에 따라 CC기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게 보통입니다. 그걸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Engage - 싸움 걸기
상대에게 CC기를 걸고 들어가서 싸움을 시작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보통 애니, 마오카이 같은 챔피언들의 CC기가 이런 용도로 쓰이죠.
2) Disengage - 싸움 피하기
싸움 자체를 최대한 회피하거나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잔나가 이런 용도로 가장 특화 되어 있는 챔피언이죠.
3) Peel - 딜러 지키기
딜러에게 달라 붙는 상대들을 밀어내거나 못 오게 막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누누나 우디르가 뚜벅이 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역할을 어느정도는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Zone - 못오게 막기.
아예 전장 진입 자체를 막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보통 오브젝트 싸움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거나 싸움 자체를 회피하고 오브잭트만 챙기기 위해서 쓰이죠. 베이가나 직스, 빅토르의 스킬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렇게 4가지를 용도들을 써놓기는 했지만 챔피언들의 CC기들은 대부분 하나가 아닌 여러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합의 목적에 따라서 반드시 특정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어느정도는 강제받습니다. 그 목적이라는 것이 상당히 다양하게 정의 될 수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면, 돌진 조합과 카이팅 조합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즉, 상대에게 싸움을 걸러 들어가야하는 돌진 조합의 경우 CC기를 Engage 용도로 써야 하고, 그걸 받아치는 카이팅 조합의 경우는 Disengage와 Peel, Zone 등의 용도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죠. 돌진 조합을 사용하는데 주요 CC기가 생존이나 뻘궁으로 빠지거나 하면 싸움을 걸 수가 없고, 카이팅 조합의 경우 CC기 활용이 거리를 벌리지 못하거나 딜러의 생존과 관계없는 방식으로 사용된다면 딜러가 죽으면서 한타를 지게 됩니다.
이 한타가 후자의 경우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SK telecom T1 (블루) & / /
KOO Tigers (레드) & / /
SKT는 기본적으로 근접 챔피언이 넷이나 있는 조합입니다. 따라서 한타를 이기려면 기본적으로 들어가서 싸워야하죠. 즉, 이 상황에서 SKT는 돌진 조합이고 KOO는 카이팅 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KT는 어떻게든 KOO의 뒷라인에 파고들어서 상대 진형을 붕괴 시켜야합니다. 반대로 KOO는 알리스타, 이렐리아, 이블린, 럼블이 들어오면 그라가스 술통으로 밀고, 아지르 궁으로 또 밀고, 잔나 궁으로 또 다시 한번 밀면서 시비르 궁으로 카이팅 하면서 싸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겠죠.
이 한타 상황에서는 럼블이 우선 끊겨서 죽은 상태입니다. 텔포가 있다고 하지만 이퀄도 빠진 상태라 텔포로 다시 전장 합류를 한다고 해도 무조건 거리를 좁혀서 들어와야 딜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이죠. 심지어 뱅기 이블린까지 잘못걸려서 체력을 많이 잃은 상태고요. 이때 KOO쪽에서 저지른 실수는 그라가스가 궁극기를 Disengage나 Peel의 용도가 아니라 뱅기를 끊으려는데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즉, Engage 용도로 활용한 것이죠.
물론 그 궁이 알리스타를 KOO 진영 한복판으로 끌고 온 것이 가장 큰 문제고 KOO 입장에선 정말 운이 나쁜 상황이지만 상대를 밀어내는데 사용해야하는 CC기가 그게 아닌 상황에서 쓰인게 모든 화근의 시작인 것이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지르 궁과 잔나의 궁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아지르가 궁극기 활용조차 하지 못하고 또 녹습니다. 거기에다가 잔나 궁의 활용이 이어지는데 여기서 또 문제는 마지막으로 남은 KOO의 메인 딜러인 시비르에게는 아직 아무도 붙지 않았고 이렐의 q도 빠지지 않았는데 잔나의 궁극기가 빠졌다는 것이죠.(이렐 대시를 예측하고 쓴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즉, Peel이나 Disengage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궁극기였습니다. 그러자 이렐은 바로 매섭게 시비르 노리러 들어가고요. 나중에 이렐의 HP 상황을 보면 시비르가 평타 2,3대만 카이팅 더 할 수 있었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것도 나름 아쉬운 부분이죠.
만약 시간을 되돌려서 뱅기가 체력이 빠진 상태에서 KOO가 바로 용을 쳤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뱅기의 체력상황도 좋지 않고 점멸로 빠진 상태라 SKT는 올인해서 한타를 걸거나 용을 줘야 했습니다. 아마 후자가 됐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싸움을 걸었더라면 KOO가 대승하진 못할지언정 바론을 줄 정도로 대패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KOO의 벤픽은 SKT 조합을 상대해야함에 있어서 특정한 방식으로 특화되어있는 조합이었는데 운영이나, 스킬 활용이 그 방식에 맞지 않았던 것이죠. 물론 이러한 비판은 KOO 입장에서 좀 가혹하긴 합니다. 어쨌거나 시청자의 입장에서 본 결과론적인 관점이고 실제로 누군가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활용해도 무방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던질 수 있습니다. CC기를 Engage로 주로하는 돌진 조합과 CC기를 Disengage와 Peel을 위주로 활용하는 카이팅 조합을 결정 짓는 요인은 무엇인가.
2. 싸움을 강제하는 요소들.
1) 시간.
시간은 금이라는 말이 있죠. 롤에서는 말 그대로 시간이 곧 금입니다. CS가 일정 시간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시간이 어째서 싸움을 강제하는 요소일까요. 그것은 각 챔피언별로 시간의 가치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위 경기의 벤픽을 다시 한번 보죠.
SKT가 1픽으로 가져간 알리스타와 KOO가 1,2 픽으로 가져간 시비르 그라가스는 조합의 컨셉이 어떻게 결정되든 모두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픽입니다. 돌진 조합이냐 카이팅 조합이냐에 구애 받지 않고 양쪽 모두 활용될 수 있는 챔피언들을 가져간 것이죠. 이때 SKT가 이블린과 럼블을 락인합니다. 우선 이블린은 초반 라인 주도권을 가져오는데 도움이 되지만 후반에는 잿불거인을 올려서 아이템 효율이 좋고 더 한타에서 영향력이 강한 그라가스보다 뒤쳐지기 때문에 KOO의 약한 초반 타이밍을 이용해서 스노볼을 굴리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픽입니다. 또한 럼블은 적은 코어 아이템으로도 높은 효율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에 초반 오브잭트 싸움에서 더욱 힘을 주겠다는 것이죠.
이에 대응해서 KOO는 아지르 헤카림을 가져갑니다. 이는 경기를 길게 가져가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픽입니다. 아지르는 수성에 정말 좋은 픽이고 헤카림은 어느정도 성장을 해야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후반 캐리력이 럼블보다 좋아지는 시점이 오기 때문이죠. 이에 대응해서 SKT는 KOO의 초반 오브잭트 싸움에서의 약점을 더 강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픽이 코르키 이렐리아 입니다. 이렐리아는 아지르와 라인전 상성이 우위이면서 1,2코어 아이템이 갖춰졌을 때 파괴력이 엄청나고, 코르키는 1,2코어 타이밍에 오브잭트 싸움하는데 특화된 원딜이죠. 하지만 이렐리아, 코르키는 그 타이밍이 지나면 아지르, 시비르보다 한타에서의 파괴력이 점점 밀리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SKT의 조합은 1,2코어 타이밍에 큰 이득을 가져가기 용이하지만 거기서 스노우볼을 굴리지 못하고 삐그덕 대면 힘든 조합이 됩니다.
쉽게 얘기하면 저 두 조합의 매치업에서 시간은 KOO의 편입니다. 경기를 오래 유지하면 유지할수록 KOO한테 좋아지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SKT는 오브젝트를 초반부터 끊임없이 경쟁해야할 부담이 있고 따라서 국지전을 유도하거나 오브젝트 싸움을 걸어야합니다. 이렇듯 시간이 조합에 어떤 영향을 미치냐에 따라 초반 지향형 조합과 후반 지향형 조합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어떤 챔피언을 고르고 들어갔다는 것에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조합 사이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서 나뉘게 되죠.
2) 오브젝트.
시간이 추상적인 개념으로서 싸움을 강제한다면 직접적으로 게임 안에서 싸움을 강제할 수 있는 요소는 오브젝트입니다. 오브젝트는 크게 중립 오브젝트인 드래곤, 바론과 진영 오브젝트인 타워, 억제기가 있습니다. 이때 단순히 한타력과 별개로 오브젝트를 경쟁함에 있어서 조합별로 유불리가 생기게 되는데 이런 유불리가 결국 "싸움을 하던가 - 오브젝트를 포기하던가" 이지선다를 걸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다음의 세가지죠.
가)- 포킹과 라인 클리어.
포킹과 라인 클리어는 오브잭트 쟁탈권을 서서히 자기 쪽으로 가져오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상대 포킹, 라인 클리어가 우리팀보다 훨씬 좋다면 가만히 있으면 포킹 당하고 오브젝트가 나가기 때문에 상대가 싸움을 벌여야할 유인이 생기죠. 상대가 포킹 조합일 때 용을 빠르게 먼저 치거나 텔포를 타고 하드 이니시를 거는 경우가 이런 경우 입니다.
나)- 기동성
서로 대등한 인원으로 게임을 하기 때문에 각 오브젝트 쟁탈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자원이 한정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상대가 자원을 재배치한다면 그에 맞게 나도 재배치 해야하는데 기동성의 차이가 크다면 대응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그러면 먼저 싸움을 걸어야할 유인이 생기죠. 한 팀이 텔포가 빠지고 상대편 팀은 텔포가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반대로 생각해서 기동성의 유리함이 있다면 국지적으로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역으로 자신이 싸움을 걸 유인이 생기기도 하죠.
다)- 국지적 우위.
특정 챔피언이 1:1 수행 능력이 상대편의 그 어떤 챔피언 보다 좋다면 그 1명을 나머지 4명과 나눠서 양쪽 오브잭트에 압박을 넣습니다. 이때 그 1명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에 반드시 구멍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원리를 활용한 전술이 스플릿 푸시죠. 스플릿 푸시 역시 일단 시작되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 전에 오브젝트 싸움을 강제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됩니다.
물론 이 외에도 다른 요소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결론은 양 팀이 완전히 동일한 조합을 가져간게 아니라면 오브젝트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특정 팀에서 먼저 "걸어야"하는 유인이 생긴다는 것입니다.(사실 5:5 미러전이 나오더라도 스펠, 맵 상황이 어떤가에 따라 혹은 어느쪽이 앞서 있느냐에 따라서 먼저 걸어야 하는 쪽이 결정될 것입니다.) . 즉, 위에서 설명한 돌진 조합이냐 카이팅 조합이냐를 결정하는 요인은 자신이 처음부터 정하고 들어갈 수 있는게 아니라 상대와 자신 조합의 상대적 특성에 의해 어느정도 강제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좋은 벤픽이란 무엇인가?
결국 1,2번의 설명을 바탕으로 본다면 좋은 벤픽은 초반에도 강하고, 후반에도 강하고, 돌진도 되고, 카이팅도 되고, 포킹과 라인클리어도 좋고, 기동성도 좋고, 국지전에서도 강한 조합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측면에서 상대방보다 유리한 조합을 짜는 것은 상대방이 바보가 아닌한 불가능하다라는 것이죠. 따라서 상대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피지알 게임게시판에도 분석글이 한번 올라온 적이 있는 나진 vs SKT의 벤픽 구도를 바탕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SK telecom T1 (블루) & / /
Najin e-mFire (레드) & / /
조합을 전체적으로 보면 바루스픽 때문에 오브젝트 경쟁에 있어서 SKT가 엄청난 포킹의 우위가 있습니다. 또한 세주 궁, 바루스 궁 연계가 있기 때문에 돌진 조합처럼 적절한 타이밍에 Engage하기도 굉장히 용이한 조합니다. 보통 저런 2원딜 기반 카이팅 조합 상대로는 하드하게 싸움을 걸 수 있는 마오카이, 시비르 같은 챔피언으로 대응을 하는데 예상을 못했기 때문에 나르 징크스를 락인했고 그런 한타 지향적인 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 선택지가 없다고 가정하면 다른 상대적인 우위를 통해 바탕으로 나진이 대응할 수 있는 전략 다음과 같습니다.
1) 시간을 이용.
SKT는 2원딜의 특성상 마뎀이 부족합니다. 나르 렉사이가 방템을 쌓기 시작하면 템 효율이 훨씬 좋기 때문에 조합 상성이 역전되는 시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라인전 단계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면서 오브젝트 손실을 최소화하고 후반을 노리면 됩니다. 실제로 나진도 이렇게 생각했는지 직스와 룰루(모두 바루스의 포킹 버티기 용으로 쓸 수 있음)를 고민하다가 룰루를 락인합니다.
2) 기동성을 이용.
렉사이는 글로벌 궁극기로 기동성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SKT 쪽에서 특정 오브젝트를 경쟁하려고 하면 기동성의 우위를 사용해서 그 오브잭트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닌 우회해서 트레이드 하는 식으로 운영을 할 여지가 있는 것이죠. 상대방의 상대적 우위를 자신의 다른 상대적 우위로 카운터 치는 방법입니다. 이는 결국 양팀의 글로벌 골드 축적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으므로 1)과 연계가 가능한 방법입니다.
3) 국지적 우위를 이용.
아니면 아예 5픽으로 제드 같은걸 박는 방법이 있습니다. 만약 꿍의 제드가 페이커의 바루스를 라인전에서 압도할 수 있다면 제드 스플릿 푸시로 SKT의 조합이 가진 장점이 발휘되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1차전에서 이미 라인전에서 심하게 말린 꿍인지라 그런 선택을 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나진의 조합은 후반 지향적이고 최대한 후반까지 한타를 하지 않고 버텨야 하는 조합이었습니다. 반대로 SKT는 1차 타워를 빨리빨리 다 무너뜨리고 라인전 단계를 빨리 정리한 다음 오브젝트 싸움을 통해 이득을 보고 그걸로 스노우볼을 굴려서 후반까지 갈 여지를 줘서는 안되는 조합이었죠. 그런 관점에서 이 게임은 20분까지는 SKT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고 평가하기 굉장히 어려운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드 포탑 빼고는 나진의 1차 타워가 살아 남아서 라인전이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된 상태였고 킬 스코어도 나진이 앞서면서 글로벌 골드가 굉장히 근소했거든요.
다만 문제가 있다면 20분 경 용한타를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나진은 자신의 조합이 가지고 있는 상대적 우위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상대적 우위를 더욱 빛내주는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죠.
한타는 5:0으로 끝났고 심지어 근소한 차이로 진것도 아니라 상대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결과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애초에 한타가 열리면 나진쪽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나진은 저기서 대치하고 있으면 무조건 싸움을 걸어야 하는 입장에 있을 수 밖에 없는데 Engage로 활용 할 수 있는건 쓰레쉬 그랩과 나르 메가나르로 들어가서 CC기를 넣는 것 뿐입니다. 일단 다른걸 떠나서 나르는 누누와의 라인전 때문에 방템이 아닌 마저템을 올렸습니다. 거기에다가 SKT 쪽에서는 잔나, 누누, 세주가 버티고 있어서 도저히 뒷라인부터 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딜이 앞서느냐, 누누 버프를 두른 2원딜을 딜로 이길 수 있는 상황 자체도 아니죠. 포킹도 이미 맞아놓은 상태였고요.
나진은 저 상황에서 탑에 텔포를 든 나르나 적절한 위치에 터널 뚫어놓은 렉사이가 라인을 이미 밀고 있는 상황이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여차하면 탑 1차와 SKT 2용을 교환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죠. 아니 아예 교환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먼저 용을 치는 선택은 정말 말이 안되는 선택이었습니다. 왜냐면 그 시간대에 그 부분에 장점이 있었던 조합이 아니었거든요.
물론 나진이 다르게 플레이 했으면 더 나은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나진의 저 벤픽은 망한 벤픽이 아니다라는 걸 주장하는건 아닙니다. 다만 모든 관점에서 완벽한 조합도 없고 모든 관점에서 상대적 열위를 가진 조합도 없다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벤픽 단계에서 그 조합이 상대방의 조합과 대응되는 상대적 위치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면 승리를 할 수 있을지 대한 명확한 공식이 먼저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벤픽을 하는 것이 좋은 벤픽이 아닌가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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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대로 시간과 공간(오브젝트), 밴픽의 지향점에 따라 이상적인 운영방향은 정해져 있겠습니다. 거기에 더해 밀어내기나 크게 조이기, 웨이브 컨트롤 등과 시야장악으로 상대방에게 이상적인 구도(배치)를 엉크러뜨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전장으로 끌어들이는/피해가는 게 강팀의 면모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