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클릭하신 분들이라면 아마도 당연히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블리자드가 고블린과 노움 카드를 투기장에서 미리 체험할 수 있게 이벤트를 열었는데요. 가볍게 몇 판을 해본 과정에서 느낀 초보자의 소회를 풀면서 피지알에 계신 고수님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고견을 듣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물론 이런 섣부른 예측은 언제나 빗나가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어떻게 게임 판도가 변할지 얘기를 나누는 것은 실제 게임 양상을 분석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지 않나 싶습니다.
https://cdn.pgr21.com/?b=6&n=55774
서론이 길어졌는데 이번에 출시된 카드 목록 및 설명은 위에 링크를 건 글이 잘 정리된 것 같으니 그 글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고요. 그러면 이제부터 인상 깊게 남았던 것들에 대해 간단하게 적어보겠습니다.
1. 그물거미
이번 패치의 방향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이전에도 무작위성은 게임 결과에 큰 영향을 주곤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공용 전설 카드인 라그나로스와 실바나스, 그리고 전사의 난투가 있죠. 어렵게 어렵게 필드를 장악했는데 전사가 위니를 하나 내고 난투를 쓰니 상대 위니가 살아남았다는 괴담은 하스스톤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물론 이 밖에도 랜덤 효과를 가진 카드들은 많지만 죽메 냥꾼으로 명치를 달렸었던 저로서는 그물거미처럼 희비를 교차하게 하는 카드도 없었습니다. 그물거미가 평소처럼 굶주린 게, 화난 닭 혹은 선장의 앵무새를 주지 않고 사바나 사자나 왕 크루쉬를 가져다줄 때 그 심정, 참 기쁘면서도 상대방한테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사바나 사자나 왕 크루쉬는 냥꾼 전설카드라 그러려니 했었는데 이번 패치를 통해 드루이드 전설 말로른도 나오는 걸 보고 음 이건 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요. 상대 사냥꾼이 말로른을 내면서 도발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를 표출하는 드루이드 유저의 모습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2. 케잔 비술사
카드 설명을 봤을 때는 긴가민가했었는데 실제로 당해보니 주문 파괴자의 스탯을 가진 나이사나 흑기사 느낌으로 과학자로 빙결을 끌어 쓰는 사냥꾼이나 얼음 방패로 한턴을 버티고 불덩이 등으로 킬각 재는 법사를 저격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패치 후에 직업 강세가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사냥꾼이 계속 존엄을 유지한다면 수액이나 존스처럼 다들 한 장은 넣고 다니지 않을까 싶네요. 경험상 냥꾼은 덫이 주력은 아니진라 크게 타격받을 것 같진 않은데 법사는 새로운 전설 카드도 그렇고 이래저래 추운 겨울을 계속 보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성기사는 어차피 비밀이 있으나 없으나 똑같으니까...
3. 지브스, 태엽거인, 강화로봇
하스스톤에서 덱을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보는 기준은 카드 적게 소모하면서 가능한 모으느냐 아니면 필드로 올리느냐입니다. 전자로는 힐기사, 방밀, 거인흑마, 주문도적을 들 수 있겠고, 레이나드나 돌진 냥꾼, 명치 전사, 그리고 도적의 T6 같은 덱은 후자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상반되는 덱이 대결할 때 핵심은 제압기로 상대의 키 카드를 끊고 광역기를 통해 효율적으로 적의 다수의 카드를 제거할 수 있는가, 그리고 상대의 손패에 있는 카드가 줄 수 있는 데미지를 극복하고 더 많은 카드를 올려서 상대에게 데미지를 누적시킬 수 있느냐 여부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눈에 들어온 카드가 지브스, 태엽거인, 강화로봇입니다.
- 지브스
초반을 중시하는 어그로덱 중에서 레이나드가 죽메 냥꾼과 더불어 독보적인 위치에 서있는 것은 아무래도 영웅 능력을 통한 드로우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성기사의 비트다운 덱에서 신의 은총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지브스가 과거에 냥꾼이 '대머리 독수리 + 개풀' 콤보를 쓰는 것처럼 쓰면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기장에서는 카드가 마를 때쯤에 이 카드를 냈는데 상대도 이 카드를 꺼내서 탈진 직전까지 카드를 서로 주고받은 웃픈 일이 있었는데 실제로 어떻게 쓰일지 궁금하네요.
- 태엽거인
마찬가지로 투기장에서 있었던 일인데 초반에 효율적으로 카드교환을 하는 데 성공하여 저는 수중에 많은 카드를 가지고 있었고 상대는 카드가 거의 마른 상황이 와 속으로 이겼다 싶었는데 갑자기 이 카드가 나오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거인흑마가 산악거인을 쓰는 것처럼 제가 특정 상황을 컨트롤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때에 따라서는 죽은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 별로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카드를 소모하는 덱이 후반 뒷심이 딸릴 때를 대비해 한 장 정도 넣으면 의외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강화로봇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초반에 위니 카드를 가능한 한 필드로 올리는 덱에서 핵심 중 하나는 상대가 줄 수 있는 데미지를 극복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방패병으로 화염임프를 보호한다던가 여명의 수호병을 통해 보호막을 입힌다던가 태양성직자를 통해 기본 공체를 늘리는 것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기본 카드가 2~3개가 필드에 올라온 상황에서 강화로봇이 올라와서 버프를 걸어주니 역시나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투기장에서는 잘 짜인 덱이 아니라 큰 문제가 없었는데 죽메덱에서 아르거스나 조련사가 하는 역할을 대신한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1턴 장동노, 2턴 과학자, 3턴 유령거미+그물거미, 4턴 강화로봇...
그 밖에는 토큰덱에서 나오거나 주수리가 7~8턴 이후에 번개폭풍으로 필드 정리하고 야수정령이랑 강화로봇을 같이 써주면 사냥꾼 입장에서는 참 괴로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기계덱의 최대 수혜자는 주술사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4. 누군가 조종하는 하늘 골렘, 전투절단기4000
- 골렘
누군가 조종하는 하늘 골렘은 영웅 카드인데 투기장에서 이 카드가 죽고난 뒤에 자동화마력제거기를 내놓고 가니까 기존의 전설 카드인 케른이 생각나더라고요. 물론 복불복이기는 하지만 센진이나 서리바람 설인 같은 카드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니 케른 대체품으로 유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전투절단기4000
투기장에서 이 카드에 스플래시 데미지를 맞고 필드정리를 당하니까 완전 개사기 카드로 보입니다. 공6이라 나이사도 피할 수 있으니 8코 원탑의 자리를 두고 라그나로스와 자웅을 겨룰만한 카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5. 병참장교, 병력소집
제가 성기사를 상대할 때 대략적인 마인드는 평등 + 신성화, 화염술사 2개를 빼고 나오는 티리온만 제압할 수 있으면 성기사도 할 건 별로 없다 입니다. 그런데 투기장에서 성기사가 신성화로 필드를 정리하고 이후에 이걸 콤보로 사용하니까 정말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성기사가 '평등 + 신성화', '병참장교 + 병력소집', 볼바르, 티리온 순으로 낸다면 지금보다는 강력하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힐기사 안 합니다.
6. 기타
모든 카드를 경험한 것이 아니라 아쉽지만 본 카드 중에서 인상 깊었던 카드들에 대해 간단하게 한줄평을 적어보겠습니다.
- 양로봇 : 화염술사 콤보처럼 불안정한 구울이랑 같이 초반 어그로덱을 막는 용도로 쓰면 나름 유용할 듯.
- 광휘의 노움 : 치유로봇과 더불어 힐기사가 쓰면 명치를 달리는 냥꾼은 힐기사의 회복량을 못 따라갈지도.
- 힘센 바위턱트로그 : 법사로 변이, 신비한 지능을 썼는데 이 카드의 공격력이 3에서 7로 올라가 당황.
- 막강 에너지전차 : 적어도 투기장에서는 법사 전설보다 이놈이 더 좋지 않을까.
- 완전히정신나간폭격수 : 6뎀 중 5뎀이 들어왔는데 응징의 격노보다 아픈 것 같음.
- 화염포 : 투기장에서는 얼음화살 못지 않게 좋은 듯.
- 벨렌의선택 : 벨렌보다 이 카드가 더 전설 느낌.
- 모래망치 주술사 : 스탯은 4(+1)코스트에 5/4, 그리고 질풍인데 50% 확률로 공격한 놈을 안 때리고 도발을 무시한 채 내 명치를 가격하니 이런 사기 카드가 따로 없는 것 같고, 체감상 파멸의 수호병보다 더 악랄함.
7. 결어
아직 모든 카드를 경험하지 못해서인지는 몰라도 장동간과 냥꾼으로 대표되는 죽메 컨셉의 어그로 덱을 어느 정도까지 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주술사가 쓰는 멀록덱이나 기계 컨셉의 덱도 결국 어그로덱의 형태를 띨 것을 생각해보면 딱히 해답이 안 보이더라고요. 전설 이상급은 잘 모르겠지만 그 이하의 랭겜에서는 계속 양심을 판 덱들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측됩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랭겜을 멀리하고 퀘스트만 가끔 하면서 추세를 눈여겨보는 편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합니다.
대머리 독수리처럼 제발 장의사도 빠른 시일 내에 너프를 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글을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운빨
상대가 1턴에 동전을 쓰고 안녕 로봇을 냈고, 저는 정신나간 폭격수를 내며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예수님, 알라, 부처님, 제발. 제 기도가 하늘에 닿아서일까요. 정확하게 3뎀을 안녕 로봇에 넣더라고요. 이 맛에 하스스톤을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