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롤드컵 분산 개최로 PGR21을 포함한 여러 커뮤니티에서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온게임넷 번역가(Translator)라고 알려진 Eemkay라는 분이 레딧에 한 인벤 글을 번역해서 레딧에 올렸습니다.  

2.
인벤 글이라고 해서 전부 안좋은 건 아니지만 이 분이 번역해서 올린 글은 눈살이 찌푸려지는 욕설과 비하 표현이 난무하는 포스트였습니다.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도 빈약하고 허위 사실이 있음에도 그것이 모든 한국 유저들의 생각인 것처럼 그대로 레딧에 올렸습니다.

3.
그 전날에 "한국에서 이번 라이엇의 결정과 관련해서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라는 다른 비교적 잘 쓰여진 인벤 글이 올라왔고 외국인들도 한국인에 이런 마음을 공감해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글 하나로 상황은 뒤바뀌었습니다. 이제 레딧 사람들에게 모든 한국인은 자기들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편협하고, 자기들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강한 극도의 외국인혐오증 환자(Xenophobic) 집단이 되었습니다.

4.
누구나 레딧에 번역글을 올릴 수는 있습니다. 저 역시 레딧에 한국 이스포츠와 관련된 여러 번역글을 올린 바 있고 다른 여러 한국인 및 이쪽 사정에 밝은 외국인들도 종종 글을 남깁니다. 심지어 교포 분들 중에는 "Sh*ts Korean said to Yankees"라고 해서 한국 솔랭에서 영어만 쓰고서 한국인들이 "양키"에게 보이는 반응들을 쭉 나열해서 한국인들을 흉보는 포스트 시리즈도 있습니다.

5.
그러나 그런 글들은 그 의도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아무개"가 심심풀이로 쓴 글들입니다. 제가 이번에 레딧에서 파이어가 되고 있는 한국인 논란을 보면서 멘붕을 한 건 저자가 다름아닌 "온게임넷 정식 번역가(Ongamenet official translator)"로 레딧에서 이미 유명한 분이었기 떄문입니다. 공신력 있는 회사, 해외에서도 이미 최고 품질의 프로덕션 능력과 최고 수준의 팀들이 경합을 벌이는 걸로 유명한 OGN에서 고용한 직원이 모든 한국인이 지지를 표명하는 글이라고 레딧 메인에 소개를 하는 것은 무게감이나 신뢰도면에서 차원이 다른 일입니다.

6.
번역이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지만 "중국이 인구수는 많지만 거지새끼들이 대부분이라 게임에 돈쓰는데 인색하고" 같은 지극히 감정적인 글을 온게임넷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활동하시는 공인된 번역가님이 철자 하나 안틀리고 번역해서 떡하니 레딧 메인에 올리고 그에 추천을 누른 역시나 마찬 가지 수준의 사람들을 한국을 대표하는 것으로 설정하면 어떻하나, Leeka 님 글처럼 간결하고 논리적으로 거의 빈틈없는 글, 백번 양보해서 같은 인벤에 추천수 많은 글도 저것보단 나을텐데 하는 문의를 넣으니 제 입장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해명과 PGR21을 잘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을 뿐입니다.

7.
롤드컵이야 어디서 개최하든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라고 쓰고 라이엇의 미숙한 일처리에 한숨 푹푹 쉽니다라고 읽습니다) 한국팀 우승 못해도 괜찮아요. 제가 응원하는 팀 일찌감치 짐싸고 돌아가도 좋습니다. 글로벌? 로드 투 코리아?  다 좋습니다. 그런데 저 글의 감정적인 면만 부각되어서 "모든 한국인은 국수주의에 찌든 모질이" 취급 당하는 건 레딧에서도 거의 처음 보는 반응이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p.s 1. 레딧 관리자가 원본글은 삭제한 걸로 보입니다.

p.s. 2. 많은 한국분이 이번 논란을 지켜보며 안타까워 헸던건 그 글 자체가 너무 감정적이었고, 번역글에 딸린 레딧 코멘트에는 한국인의 이기심과 패쇄주의를 지탄하는 외국인들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수많은 롤팬들은 이번 시즌4 롤드컵과 관련된 라이엇의 결정에 큰 상실감을 느꼈고, 그 이유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 번역글로 인해 그들은 한순간에 "별다른 이유없이 성질부리는 Selfish Xenophobic Bastards" 가 되었습니다.

p.s. 3. 그렇지만 단지 이것만으로 eemkay님에게 삿대질을 하는 것은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한국팬을 우롱한 라이엇과 어떻게 인벤 글 하나로 한국인 전체를 그렇게 매도할수있는 가 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아쉬운 건 온게임넷 번역가로서 가장 논리적인 글을 번역했어야 하지 않았나하는 점입니다. 똑같이 추천수 많이 받은 글중에 그들의 입장을 더 잘 나타내줄 글들이 많았으니까요. 아무래도 다들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 감정의 분출구가 되주는 거친 글에 추천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