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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03 01:19:31
Name Lunpis
Subject [LOL] SKT T1 K. 디아블로의 재림을 꿈꾸며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의 시대가 저물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저는 한동안 e스포츠계에서 멀어졌었습니다.
아마 마지막으로 집중해서 본 대회가 2007 다음 스타리그였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후로는 드문드문 경기를 보긴 했지만 예전처럼 거의 매경기를 생방 혹은 나중에 녹방이나 VOD로 시청하거나 하던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죠.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이야깃거리의 부재가 가져다주는 공허함이 컸던거라고 생각합니다.
4대천왕 시절부터 스타를 보기 시작한 저는 항상 선수들간에 형성되는 다양한 컨셉과 스토리라인들에 열광했고 각본없는 드라마에 환호했었죠.
그러나 대인배 김준영의 역스윕을 끝으로, 스타판은 완전하게 낭만의 시대가 종결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그에게 신음하는 프로토스라는 아주 약간의 조미료가 첨가된 스토리를 마치 거짓된 허상인양 한순간에 붕괴시켜버린 김택용의 혁명...
무자비한 피지컬로 완전한 테크니션의 시대를 연 이제동... 모든 낭만시대의 끝에서 튀어나온 최종병기 이영호.
어쩌면 마지막 순간에 최고의 빛을 발하는 초신성의 그것처럼, 낭만시절보다 더한 경기력, 명경기, 그리고 그것들을 만들어낸 선수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또 사라져갔죠. 제가 스타를 봐온 기간보다 더 긴 시간동안 그렇게 수많은 젊은 선수들이 명멸해간 모양입니다.

하지만 낭만의 르네상스에서 시작해서, 중흥기를 거쳐, 그 어떤 낭만보다도 화려하게 불타오른 기적적인 장면들까지(그 기적의 주인공은 또다른 기적의 희생양이되고, 종내에는 악마가 되어버렸지만) 모두 지켜보다보니 어느새인가 그 찬란한 시절들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서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지는 순간이 오더군요. 그래서 그만두게 된거죠.
그래도 허영무와 같은 선수들이 마지막을 그래도 뜨겁고, 감동적이고, 낭만적으로 장식해주어서 참 고맙다고나 할까요 크크크크.

제가 SKT T1이라는 e스포츠 구단의 팬이 된것은 제가 본디 스타판의 전무후무한 판타지스타인 임요환 선수의 열성팬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강하다는 것 자체로도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지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은 그저 강하다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죠.
뭔가 다른 매력, 독창적인 스타일, 그리고 빛나는 장면들을 연출할 수 있는 선수들이 이판의 파이를 키우는 큰 자산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제가 롤을 접하고 나서, 다시금 발길을 한동안 끊었던 e스포츠를 다시 주목하게 되고, 섬머 결승 이후로 '페이커'의 팬이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 같습니다. 또한 그 선수가 속한 팀의 전성기를 이렇게 생생하게 접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달도 차면 기울 듯이 너무 많은 것을 이뤄버린 선수들에게는, 그것을 뒤쫓는 자들의 치열한 노력과 본인들이 쌓아올린 금자탑을 바라보며 느슨해진 마음이 공명하면서 찰나의 순간부터 반석에 금이가고 순식간에 무너지는 상황이 따라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장면입니다.
스타판에서도, 다른 어떤 스포츠에서도 다 마찬가지죠. 그래서 지금 SKT T1 K의 부러진 날개가 안쓰럽긴 하지만 유별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반년 간 엄청나게 해먹은 것에 대한 업보라고 봐야겠죠.

과거의 VOD들을 틈틈이 돌려보면서 느끼는 것시지만, 아직 롤판은 낭만의 황금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계속해서 패치가 이뤄지고 수많은 챔프들로, 그리고 5 대 5 팀게임이라는 점에서 변화무쌍한 변수들이 요동치는 게임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 낭만시대는 어쩌면 스타판보다 훨씬 길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적인 상상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상상속에서, 아직까지는 SKT T1 K는 여전히 최강의 팀으로 우뚝서 있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는 롤판의 최고의 스타인 페이커가 있는 이 팀을 두고 디아블로라 칭하더군요. 지금은 뭐 지옥에 봉인되어있지만.
작년 스프링, 섬머, 롤드컵까지만 해도 T1 K는 주인공 포스를 뿜어내는 페이커와 각성한 네명의 선수들로 이루어진 지구방위대였지만
그 지구방위대가 세계를 정복하는 순간부터 사악한(?) 거대 조직으로 변모하여 롤판에 노잼과 균형붕괴를 초래하는 이미지로 탈바꿈된 것 같습니다. 승자의 여유와 같은 것이었겠지만, 그런 스토리들이 만들어지면서 마치 스타판에서의 본좌시대의 도래를 보는 것과 같아서 묘하게 즐거웠죠. 그게 또 응원하는 팀이 그런 성과를 냈으니 즐거움은 배가 되었고요.

본디 절대강자가 있으면 그 강자를 경외할 지언정 그 강자에게 프로라는 선수들이 그저 떠받들고만 있진 않다는 점에서, 시즌이 새로이 시작되며 반격은 예고된 것이었고... 찰나의 삐끗거림으로 인해 틈을 보인 순간 연이은 카운터펀치를 맞으며 순식간에 재평가러시를 당하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참 재밌는(?) 현상이었습니다. 스타판도 참 정신사나웠지만 롤 판만큼 매경기마다 극단적으로 평가가 좌우되진 않았는데 여러모로 참 신기한 모습들이더군요.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부정적인 면도 있긴 하고 선수들을 너무 쪼이는 것 같지만, 롤판 특성상 그런걸 어떡하겠습니까 재밌으니 할 수 없죠 뭐 크크크. 원래 팬은 영광의 순간들에 대한 기억을 뜯어먹으며 끊임없이 고통받는 존재라고 생각하니까요.

다음주면 올스타전이 열리는데, 당장 확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올스타전에서의 성과보다도 그 사잇시간 동안 팀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뒤숭숭한 마음으로 해외에 나가봤자 뭐하겠습니까. 쿨하게 지나간 일은 있고 새출발한다고 생각하면 되는거죠. 물론 좋은 모습을 보여서 건재함을 보이고, 국뽕버프+자신감 게이지를 채워서 마스터즈 결승과 섬머시즌을 준비하게 된다면 팀, 선수들은 물론 팬으로서도 더할 나위 없는 금상첨화겠지요. 한편으로는 메타적응에 대한 부분들에 있어서 해외문물과의 교류를 통해서 정체된 팀의 운영, 픽밴면에서의 활력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반년간 T1 K가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줄 수 있었던 가장 큰 부분은 저는 밴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밴픽하는걸 보면 어지간하면 질 것 같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으니...

스프링은 T1 K에게는 참 잔인한 시즌입니다. 그래봤자 고작 두번이고, 데뷔시즌에 3위 해놓고도 뭐가 잔인하냐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선명한 패배의 기억은 원래 깊고 오래가는 법이죠. 특히 두번 다 삼성 오존에게 1 대 3 패배를 당했다는 공통점도 있구요. 그리고 지금은 그저 안습... 데뷔 이래 처음으로 제대로 된 슬럼프를 겪고 있는 법이니, 슬기롭게 이 위기를 헤쳐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롤판의 악역 아닌 악역, 마귀집단으로서 아직 더 많은 팀들에게 시련을 안겨줘야 합니다. 그래서 롤판의 수준을 더욱 끌어올리고 더많은 신흥강호들, 새로운 물결들이 나올 수 있겠끔, 그래서 롤판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도록 영향을 줄 수 있는 강팀은 여전히 T1 K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항상 통일 이후 수많은 분열국들이 난립하고 난세에 새로운 영웅들이 전설을 써내려갔던 것처럼, T1의 천하통일 이후 지금의 난장판(?) 꿀잼스가 도래한 것처럼... 모이면 흩어지고 흩어지면 다시 모이듯이, 롤판을 한번 통일해본 왕조로서 왕조의 부흥에 성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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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토스
14/05/03 01:21
수정 아이콘
그 시작은 올스타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4/05/03 01:26
수정 아이콘
올스타전으로 시작해서 마스터즈 결승, 챔피언스 섬머시즌까지 재정비를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14/05/03 01:30
수정 아이콘
다시 비상하길 바랍니다 sk
Legend0fProToss
14/05/03 01:39
수정 아이콘
지금만 생각한다면 뭐 좀 이상한 생각이겠지만
만약 다음시즌 우승후보를 꼽자면
Skk를 뽑겠습니다.
사실 이번시즌의 부진의 제일 큰 원인은
푸만두라고 봅니다. 경기력을 떠나서
푸만두의 휴식선언과 복귀가
팀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다음시즌에는 푸만두든 캐스퍼든
지금부터 멤버정리해서 마음 다잡고 연습하면
다시 날아오를거같네요
물론 다른 미드들의 성장으로 페이가 예전처럼 최고는
아니지만 여전히 넘버원이라고 보고
다음시즌 준비 잘하면 다시 돌아올거같습니다
크로스게이트
14/05/03 01:59
수정 아이콘
글쎄요.. 저는 이영호, 이제동같은 벽을 SK K와 같은 팀에서 봤던거라서... 크크
오히려 지금이 낭만의 시기같아요. 비시즌의 최강자라는 오명을 가졌던 삼성블루, 창단한지 오래되었지만 메이저 대회 결승에 처음올라온 나진실드
거기에 전통의 CJ 프로스트, 블레이즈, 나진소드도 비상하고있구요.
14/05/03 02:02
수정 아이콘
글에서도 밝혔지만 저는 계속 낭만기라고 생각해요. SKT T1 K가 우승하던 시절만이 낭만기가 아니라 통일-춘추전국을 반복하는 이 상황 자체가 그렇다는거죠. 제가 생각하는 낭만기의 종결점은 확연히 돋보이는 스토리가 사라진 시점인데 지금은 한참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시대니까요.
소주의탄생
14/05/03 02:20
수정 아이콘
음... 그말에는 동의 합니다. 중국의 그 수만은 왕조 사이에서도 춘추 전국시대에는 존재했죠.
조현영
14/05/03 03:09
수정 아이콘
여러가지 요인이있지 않을까요?

푸만두선수의 공백

계속된 두시즌 연속 팀전으로 인한 연습공백

이사 크크
14/05/03 04:37
수정 아이콘
말도 안되는 조작설로 인한 멘탈붕괴도 큰 이유라고 봅니다..
JustDoIt
14/05/03 03:44
수정 아이콘
그래도 역대 현존 최고 포스는 윈터시즌 SKT T1 K죠!!
아직도 결승전 오프더레코드에 "빨리 끝내고 지니어스보러가야지" 가 생각나네요.
푸만두 공백만 아니었어도 아니면 차라리 캐스퍼로 계속갔으면 훨씬 좋았을거라고 보는데
다음시즌에 메타적응잘해서 현존 최고포스 뿜기를 기대해보네요.
뱅기야 살아나라!!!!
저지방.우유
14/05/03 04:05
수정 아이콘
데뷔 1년차면 당연히 한번 주춤할 때가 됐죠
그래서 지금부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주춤하는 게 오래 지속되면 그게 슬럼프가 되는 거니까요

올스타전 때 콧바람도 쐬고
프랑스 미녀들을 보며...
한국에 돌아와서는 다시한번 비상하는 SKK가 되길!
14/05/03 04:40
수정 아이콘
KTA에게 질때부터 이번시즌은 힘들어 보일것 같았습니다만 이런저런 사건이 있어서 그러려니 이해 하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이러한 사건으로 인하여 더욱 강해진 맨탈로 다음 시즌에 더욱 잘해주길 기대합니다.
SKT K와 S 둘다 화이팅!!!
도로로
14/05/03 06:25
수정 아이콘
스크팬에겐 영원히 잘할 것만 같았던 skk가 경기 내, 외적으로 무너져가는걸 지켜봐야만 했던 잔인한 시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메타는 끊임없이 변하고 조금이라도 안일한 생각으로는 명함도 못내민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다음 시즌엔 멋지게 반등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14/05/03 07:27
수정 아이콘
이번시즌은 이것저것 너무 많이 겹쳤죠.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즌 어떤 팀이었어도 이 사단을 겪었으면 흔들렸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자신이 최고라 믿을 SKT K 선수들에겐 또 그렇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지금의 성적에 마음이 무너지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올라갈 수 있다던 김정균코치의 다짐을 모두가 마음에 품고 있다면 다음시즌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윤하
14/05/03 09:07
수정 아이콘
내전에서 진건 그냥 어차피 한번 진거니까 잘 수습하면 괜찮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연승은 언젠가는 당연히 깨지는거니까요...

근데 문제는 그 이후 터진 조작설 때문에 선수들이 은퇴직전까지 생각할 만큼 마음의 상처를 입은게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 상처가 쉽게 아물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은퇴하지 않은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할 만큼 힘겹게 버티고 있는거 같은데

힘 냈으면 좋겠습니다...
문영재
14/05/03 09:16
수정 아이콘
데뷔시즌, 섬머 롤드컵 윈터까지의 고공 행진은 비정상적이고 화려했어요. 플레이스타일도 화끈하고 화려해서 항상 던지기와 과감한 플레이 사이의 가느다란 줄을 잘 걷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침몰할 때는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던지기가 많아졌죠. 서서히 팀으로서의 유기적인 모습이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악재도 겹치고 지치기도 했다고 봅니다. 벵기가 채팅에서 딱 얼마만 쉬고 싶다고 했던가 암튼 그런 글보고 간절해보여서 안쓰러웠던 적이 있는데 선수들도 다 내려놓고 새출발한다는 맘으로 파리는 즐기고 새시즌을 준비하길. 김정균 코치도 맘고생, 몸고생 심하셨을 것 같은데, 정상의 자리에서도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 말 잊지 않고 있어요.
MoveCrowd
14/05/03 17:50
수정 아이콘
이번 시즌은
SKT S랑 1:1로 비기고 푸만두 복귀가 오히려 큰 독이 되었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우승할 수 있을까는 쉽사리 대답하기 힘들어요.
생각보다 '실패의 맛'을 처음 맛본다는건 힘든 일입니다.
그래도 다시 잘 돌아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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