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가스가 유동밴에 올라있는 실버에 살고 있습니다....만 프로신에서도 사실 2년 가까이 사랑 받는 게 그라가스죠. 오리아나는 부침이라도 있었지만 그라는 그런 것도 없습니다. 최근에는 너프를 가장한 버프까지 챙겨갔고요-_-;

그 꼴을 보고 있으니 대체 얘는 왜 그렇게 강력한가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그래서 실버의 시각으로 대강대강 한번 봤습니다.


패시브는 뭐 무난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정글러로 만들어졌던 챔프고, 이 패시브가 있다고 해서 라인유지력을 정신나간 수준으로 올려주는 건 아니니까요. 문제는 액티브 스킬들이죠.

Q는 사거리 950에 피해범위 350, 맞은 상대 공속 감소 효과가 있고 최근엔 폭발 속도 버프를 받았습니다. 사거리와 폭발 반응속도를 바꾼 것인데, 그 결과 페이커가 피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봅니다. 950이면 빅토르 e 끄트머리 사정거리하고 비슷한 수준이고 최근 패치로 인해서 그라가스와 상대 챔프 컨트롤이 동급이라고 쳤을 때 이동기가 없으면 피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W는 마나 회복과 물공 증가, 받는 피해 감소가 붙어있습니다. 이 피해감소는 카타리나 순보와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보이는데, 결과적으로는 방어력과 마법방어력을 일정 수치 올려주는 셈입니다. 쿨감이 20%가 맞춰지는 순간 W는 무한 유지가 가능해지죠. AD의 증가는 E의 AD 계수와 같이 시너지를 냅니다.

E는 AP, AD계수가 붙어있고 돌진 거리는 600 가량으로 나오네요. 맞은 적은 슬로우에 걸립니다. 최근 패치에서는 쿨타임이 7초에서 12초로 변경되었으나, 대상을 타격했을 시에는 오히려 6초의 쿨타임을 가지게 되었고, 여러명이 같이 맞을 경우 데미지가 분산되던 메커니즘이 사라졌습니다. 이건 라인전에서 배치기 콤보 맞아보신 분들은 실감하셨을 겁니다.

R은 계수 0.9가 붙은 1050 사거리의 스킬이고 아시다시피 맞는 챔프를 싹 넉백시켜버립니다. 피해범위는 400에 최대 넉백 거리는 600이네요. 12년 가을 패치 때 쿨이 꽤 길어졌습니다.



그라가스 스킬들을 하나하나 보면 재밌는 것이,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부가효과들이 상당히 많이 붙어있다는 겁니다. Q의 상대 공속 감소, W의 방마방 상승, E의 슬로우 등이 그렇습니다. 이건 AP 딜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탓이라고 봐야하겠죠. 다만 라이엇에게 의문스러운 것은, 그렇다면 지금도 AP 딜탱으로 쓰이는 것이 아닌데 왜 이러한 스킬 효과들을 조정할 생각을 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더불어서 궁의 경우 피해범위가 400에 3렙 기본뎀 450, 계수가 0.9에 달하는 누킹 스킬인데, 심지어는 넉백까지 달려있죠. 다른 범위형 궁극기들하고 비교해보면 좀 더 확실히 감이 옵니다. 애니비아 궁의 범위가 400으로 같고, 3렙 기준으로 초당 160에 0.25인데, 애니비아 궁을 3.5초 이상 맞고 있어야 그라가스 궁을 맞은 데미지가 들어옵니다. 빅토르의 궁은 범위가 350정도 되고 350(+0.55ap)와 초당 80(+0.25ap)를 가지고 있는데 빅토르 궁 또한 1.5초 이상 히트해야 그라가스 궁과 비슷한 데미지가 나옵니다. 미드 누킹의 대명사였던 애니의 티버 역시 450에 0.7ap가 붙어있고, 피해범위는 150 밖에 되지 않습니다.
롤의, 혹은 aos 특성 상 같은 데미지를 준다고 하면 지속딜보다는 누킹딜이 훨씬 유리하고, 상대 이동을 강제하는 것은 상당히 강력한 효과를 가집니다. 애니비아의 경우엔 슬로우, 빅토르는 0.5초 침묵, 애니는 패시브를 이용한 범위 스턴인데 그라가스는 궁 하나로 잔나의 점멸궁 + 누킹데미지에 해당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심지어 사정거리는 1050에 달하는 데다 e와 조합하면 순간적으로 1500의 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죠. e 돌진, r 끄트머리로 계산하면 더 끔찍한 수치가 나옵니다. 이에 비해서 애니비아는 625 사거리, 빅토르 700, 애니 600입니다.

일전에 제드 카직스 등의 암살자 챔프가 한창 유행할 때 암살자 챔프로 성공할 수 있는 요건을 파밍력, 도주기, 누킹기의 세 가지 요소로 나눈 적이 있었는데(르블랑이 파밍력의 부족으로 그 일선에 서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새 슬슬 w 선마로 파밍력을 갖추고 올라오더군요), 요 몇 시즌 간 미드 ap들의 기본 요건은 빠른 라인클리어, 이동기, CC기를 동반한 누킹 능력이 아닌가 합니다. 오리아나의 경우엔 이동기가 어설프지만 유틸성과 방어막으로 갱 취약점을 메꿨다고 봐야겠지요.

그라가스가 한두해 1티어 미드를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닌데 라이엇이 왜 얘만은 그냥 두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보이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