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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1/19 21:11:14
Name 여자예비역
Subject 악몽의 끝은 없다.
"더 이상 니가 여자로 보이지 않아.."

질렸다..

이렇게나 잔인한 말이 어딨니..?

너 나 좋아한다고.. 사귀어 달라고 말한게 2주전이거든..?



"어떡하니.. 미안하다.."

웃긴다.. 너..

너 한달을 강의실 앞에서 날 기다렸잖아..

너 나랑 그제 첫키스 했다고 자랑하고 다녔잖아..

무슨 사람 감정이 그래..? 너 사람 맞어..?

내가 미쳤었다.. 왜 널.. 널 선택했을까..

하필이면 왜..


"앞으로 내 눈에 띄지마"

"앞으로 선배라곤 죽어도 못해"

"반말해도 기분나빠하지마"

"너랑 나 선후배 절대 못돼"

"어떻게 이럴수 있어? 내가 왜 너한테 그런말을 들어야해?"

"너 제정신 아니야.. 내가 너 놔줄거 같니?"

"착각하지마. 시작은 니가 했어도 끝은 내가내"

"누구맘대로 끝이래?"

무슨말인지도 모르고 쏟아놓은 내 말은 그렇게 부서졌다.

끝이랜다. 잔인한 놈..

다른여자가 있는것도 아니라면서 왜 나한테 이렇게 모진건지..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설레어 보고, 기다려지고..

그냥 날 좋아한다니까 만났지.

날 사랑한다니까 만났지. 내가 기다리고, 설레어 본건 정말 처음이었다.

그래, 있는 년이 투정부린다고 욕해도 좋다.

그동안 남자한테 상처줘서 벌 받는거래도 좋아.

그런데 너 정말 이건 아니잖아..

왜 날 그렇게 흔들었어..

난 너 아니면 이젠 안될거 같은데.

너 이렇게 보내고 나면 난 아무것도 아닐 것만 같은데.



그렇게 며칠을 술로 보냈다.

친구녀석들은 내가 아까웠다고 위로한다.

술에 취해 그놈을 찾을까 핸드폰도 꺼놨었다.

그런데 오늘은 켜져있네.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나 오늘만 내버려둬."

안하던 꼬장부리고. 잘한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니가, 니깟게 뭔데 날 이렇게 망가지게 하니.?


그에게 전활걸어 갖은 욕을 퍼붙는 나를 친구들이 말린다.

그놈한테 사과도 대신해준다.

나 잘못한거 없어. 너네 그러지마.

나 그렇게 잘못한거니? 그러지마...

나 정말 여자같지 않은거니..?

그래서 내 잘못인거야..?

그래............?




맞은편에 걸어오던 학회장 언니가 반갑게 인사한다..

"예비역아~ 잘 지냈어?^^"

그녀의 애인도 옆에 있다..

"선배 안녕하세요.."

이런 저런 얘기하다 스쳐간다..

난 저 언니가 좋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내숭도 없고..

그래도 애인생기니까.. 예뻐졌네.. 참 예쁜 모습이다..






"너 그거 알어...?"

친구가 갑자기 날 불러 세운다..

"뭐..?"

"선배가 너랑 헤어지자 하고, 학회장 언니한테 고백했었대.. 군대가기 전부터 좋아했었다고..
너랑 사귄것도 너가 그언니 닮아서 끌렸던 거라고.."

뒤통수를 맞은것 같다..

그가 그언니에게 고백했다는 말보다..

그 언니가 모든걸 알면서도 나에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는 사실이..

더 차가운 배신으로 다가왔다..

정말 끔직하게 잔인한 인간..

어떻게 그걸 다 알면서.. 내가 저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힘들게 된것을..

다 알면서 어떻게 날 보며 아무일 없다는 듯이..

인사를 할 수 있냐...

어떻게 애인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날 그렇게 대할 수 있는거지..?

저가 미안해 할건 없다치자. 어떻게 그렇게 웃음이 나오는 건지..







-------------------------------------------------------------

오랜만에 악몽을 꾸었다..

그렇게 그가 떠난게 3년전인데..

다시 찾아온 악몽에 나는 슬프다.

그냥 나를 후배로, 동생으로 내버려 두지 그랬어..

희망같은 거 안갖게.. 내버려 두지 그랬어..


날 좋아하지도 않을거면서..

왜 날 흔들어... 그러지 마세요..

더이상 속아줄 만큼 착하지도, 순진하지도 않아요... 나...

이젠 당신들 그런 눈빛만 봐도, 알겠어..

내가 신기하고, 재밌는거 같으면.. 그냥 신기하게, 재밌게만 생각해요..

날 여자로 만들어서 옆에 두려고 하지마..






결국은 또 이렇게 버릴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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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oltCounteR
06/11/19 21:19
수정 아이콘
후...뜨끔하네...-_-;;;;;;;;;;
라비앙로즈
06/11/19 21:33
수정 아이콘
한번에 탁 털어버릴만큼 쉬운것도, 한번에 잊을만큼 가벼운것도 아닌데, 그 감정을 업수이 여기는 사람들이 있죠. 기운내세요.
맛있는빵
06/11/19 21:33
수정 아이콘
음....... 뭐라 할말이....
하얀늑대
06/11/19 21:45
수정 아이콘
근데 여자예비역이 도대체 뭐죠? 부사관 같은걸로 군대다녀오신건가요? 암튼 힘내세요..벌써 3년전 일 훌훌 털어버리게 만들어줄..아니 기억조차 안나게 해줄 새로운 사랑 만나시길 바랄께요..물론 쉽지 않지만요..ㅠㅠ
여자예비역
06/11/19 21:50
수정 아이콘
하얀늑대 님// 그 이유는 유게에 연재중입니다..^^;
아에리
06/11/19 22:41
수정 아이콘
똑같은 경험이 있네요 .. 그렇다는건 여자예비역님에게 상처를 준 그 끔찍한 인간같은 남자가 세상에 하나가 아니라는 뜻 -_- ...;; 대체 이 땅에 몇명이나 더 있다는거야..
22raptor
06/11/19 23:00
수정 아이콘
뜨끔할 남자들 많을껍니다 아마..

음...... 뭐라 할말이....(2)
구름처럼
06/11/19 23:13
수정 아이콘
서로 죽을만큼 사랑해도 시간을 탓해야 하는 저도 죽겠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비참할꺼 같네요. 근데 그런 사람 차라리 없는게 낫죠 옆에 있으면 더 괴롭게 할테니까요.
발컨저글링
06/11/19 23:42
수정 아이콘
음...... 뭐라 할말이....(3)
이런 얘기는 술 한잔 하면서 해야...
체념토스
06/11/20 00:12
수정 아이콘
잘은 모르지만 예비역님을 차버린 그사람은 나중에
분명 땅을 치며 후회할꺼예요.

분명히 분명히!


예비역님 스스로 증명할테니
06/11/20 12:49
수정 아이콘
받은 상처는 언젠가는 아물고,

누군가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따뜻함을 주지만,

준 상처는 나에게 다시 돌아오더이다...
06/11/20 13:15
수정 아이콘
상처를 받아본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해주고 치료해 줄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게 되더군요. 문제는, 상처를 이해해주고 감싸줄 대상이 안 생긴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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