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씨제이 프로게임단의 단장 직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lunaboy입니다.
막 코엑스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어찌어찌 관계가 되어 일은 하나도 안해도 되는 "스태프 아이디"를 습득하여 기분 좋게 경기장에 갔습니다.
조금 일찍 가서 티켓을 나누어 주시는 피지알 분들 얼굴을 한번 보려고 했는데, 오후 두시부터 시간을 때운다고 시작한 한게임 포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4시 30분!
아차, 싶어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코엑스로 향했습니다.
경기장에 들어간 순간 체리필터가 공연 준비를 위해 무대로 나오고 있더군요.(칼타이밍!)
혹, 선수들을 볼 수 있을까 해서 무대 뒤쪽으로 돌아가 봤습니다.
천막이 두개 있고 "선수 대기실", "출연자 대기실" 이라는 쪽지가 각 천막에 붙어 있더군요.
생각보다 대기실이 초라해서 실망했지만, 뭐 원래 경기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닌 컨벤션 홀이니 어쩔 수 없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천막 안을 들여다 봤지만, 역시 컴컴한 천막 안에는 테이블 위에 가방 몇 개 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더군요.
옵저빙 하시는 분들 컴퓨터를 지나서 무대 반대 쪽으로 나와보니,
우와~~~ 정말 사람 많이 왔더군요.
뭐, 장충 체육관이나 광안리 만큼은 아니겠지만, 대서양 홀을 꽉 채운 관중들의 모습에 괜히 저도 가슴이 뛰더군요.
일부러 여기 저기 다니려고 "티켓"이 아닌 "아이디 카드"를 받아냈지만, 막상 좋은 자리에서 경기를 보기는 힘들겠더라구요.
그래서 휘휘 둘러보는데... 앗, 마침 맨 앞자리 가운데 줄에 두 자리가 비어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잽싸게 두번째 줄 자리로 돌진했습니다.
자리에 앉으려다가 혹시나 해서 옆에 분에게,
"저, 여기 누구 앉을 분이 있는건가요?"
라고 물었더니,
" 네, 여기 올 사람이 있는데요.." 라고 하시더군요.( 켁..)
그래서, 슬쩍 그 앞, 즉 맨 앞자리에 앉아버렸습니다.
(혹시 또 누구 자리라고 할까봐 아예 묻지도 않았습니다. ㅡ,,ㅡ::)
앉고 나서 생각해 보니, 아까 제가 자리를 물어봤던 분 얼굴이 어째 아는 사람 같더란 말입니다. 그윽한 그 눈망울 하며, 반듯한 얼굴하며....
아......................... 이 주영 선수였습니다.
홱, 뒤를 돌아보며 제가 날린 말...
"혹시 김 주영 선수 아니세요?"
"저 이주영인데요.."
.
.
.
(에고에고.... 너 바보 아니냐?..ㅜ.ㅜ)
"으.. 죄송합니다..그리고 반갑습니다."
하고는 손을 덥석 잡아버렸습니다.
뭐 이주영 선수도 마주 잡고 흔들어 주긴 했는데, 그리 기쁘진 않아보였습니다.
(당연한거 아니냐..ㅡ..ㅡ;)
그러고 보니 이주영 선수 옆에는 변형태 선수, 서지훈 선수, 이재훈 선수 등 씨제이 게임단 선수들이 주욱 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혼자 감동의 도가니탕을 끓여먹고 계속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았습니다.
할 말이..........너무나 많은데....
"변형태 선수, 지금 하는거 쫌만 더 밀어붙여 봐, 응? 진짜 깡패테란 함 되봐.."
"지훈아, 넌 좀 웃어... 웃으면 이쁜데 왜 잘 안웃니, 웃어도 꼭 비웃는거 처럼 웃고 말야"
"이재훈, 죽지않아.. 니가 살아야 진짜 팀이 된다, 응? 잘 할 수 있지?"
이런 외침들을 계속 힐끔힐끔 뒤돌아 보며 속으로 날렸더랬습니다.
드디어 체리필터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체리필터 보컬이 항상 라이브에 많이 약했었는데, 오늘은 매우 좋은 공연을 보여주더군요.
마흔 넘은 나이에 박수치면서, "낭 만 고 양 이이이~~" 하고 따라 부르면서 공연을 보다가 힐끗 뒤를 보니 씨제이 게임단 선수들이 싸늘한 표정으로 미동도 않고 앞을 보고 있더군요.
우리 씨제이 선수단은 조금 더 풀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조금 더 여유있게, 조금 더 편해질 때 진짜 강팀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 말이죠.
아무튼...
공연이 끝나고, 사회자, 해설진이 소개되고, 선수들이 입장하는데...
마재윤 선수가 갑자기 크레인을 타고 하늘을 날아오는데..
멋지더군요.!!
그리고 임요환 선수....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뒤를 돌아봤지만 뒤쪽에선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그때 들려오는 드랍쉽의 굉음...
그리고 무대 정면 스크린에 안착하는 드랍쉽의 모습과,
그 문이 열리며 등장하는 임요환 선수!!!
그야말로 역대 최고의 등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엠넷과 케이엠티비에서 축적한 그간의 경험이 이러한. 무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말 멋지더군요.
한참 경기를 보다 보니, 옆자리에 있는 분도 아는 사람 같더군요.
그래서 또 질문을 날렸죠.
"혹시 박 현준 선수 아니세요?"
수줍게..
"네, 맞습니다."
(오오, 이게 웬 떡이냐..^___^)
"으아..정말 반갑습니다, 근데 살이 너무 빠지셨네요.."
"아, 네..(근데 이양반 누구지..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첫경기가 끝났습니다.
해설진은 흥분 속에 중계를 마쳤지만, 제가 보기엔 압승으로 보이더군요.
그래서, 이 하늘이 주신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프로선수께 질문을 날렸습니다.
"저... 저그가 불리한 순간은 한 번도 없었던 거 아닌가요?"
"네, 맞아요"
박현준 선수가 대답해주시더군요... 영광이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무대 옆쪽 공간으로 가서 좀 어슬렁거리다 보니, 정말 반가운 얼굴이 보였습니다.
문제는 그 얼굴이 누군지 모른다는 거....
아마도 장진수 선수였던 거 같습니다. 두 선수가 워낙 비슷해서 잘 구별이 안되는데다가 살까지 좀 쪄서 정말 누군지 모르겠더라구요.
강민 선수도 싱글거리며 왔다갔다 하는데...
강민 선수를 보며 든 생각은,
"정말 얼굴이 빤질빤질 하구나...." 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하얗고, 그러나 뽀얗지는 않고... 뭐랄까.... 그야말로 빤질빤질 했습니다. 하하..
그렇게 2경기도 압도적으로 끝나고...
3경기는 좀 더 재밌게 보기 위해서 옵저빙 테이블 쪽으로 돌아갔습니다.
제가 현장에 가본 것이 처음이라 다른 곳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데,
세 분이서 옵 화면을 컴퓨터에 띄워놓고 동시에 보시더라고요.
나머지 두 분은 여기 저기 찍어보다가,
"무탈 나왔어요."
"하이브 완성, 그레이터스파이어 갑니다"
"럴커 한부대 가량 달려요"
이런 식으로 정보를 날리고,
메인 옵저버 분이 그걸 참고해서 옵저빙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재미있는 시스템이긴 한데, 뭐랄까, 옵저빙이 좀 게임에 깊이 집중해 있다기 보다는, 그야말로 그냥 게임을 보고 있는 듯 한 느낌이 좀 들었습니다.
3경기 또한 그야말로 관광모드로 흘러가려는 즈음..(이렇게 말해도 되나 몰라요..?)
조규남 감독님이 옵저버 석 쪽으로 오셨습니다.
(마재윤 선수의 등퇴장이 바로 옵저버 석 옆이었거든요)
은근 슬쩍 인사를 했죠.
"감독님, 안녕하셨죠?"
(물론 감독님은 절 잘 모르시는게 당연하지만,
제가 나이도 좀 있고, 스태프 아이디도 걸고 있고 하니, 이런 상황에서
"근데 누구시죠?"
하기는 좀 어렵다는 걸 잘 알고 머리를 쓴 거죠..크크크..)
다행히도 감독님은,
"아, 네 안녕하세요.."
라고 대답을 해 주시더군요.( 작전 성공!!)
기회다!! 싶어서, 계속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근데 정말 재윤 선수 너무 세네요.."
".................." (말 없음 사이에 찢어지는 미소)
"근데, 3대 영으로 끝나면 뒤쪽 게임이 좀 김빠지겠는데요?"
"그래도 어쩝니까, 첫게임에 나와서 우리가 들러리 설 수는 없자나요"
"아, 그럼요, 그럼요.. 당연하죠"
"재윤이가 2경기 끝나고 어떻게 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이겨라..라고 했습니다."
"아..네..."
?
?
?
?
?
앗.....................
혹시 이 사제지간은... 3 대 0 으로 이겨도 되는지 아닌지에 대해 문답을 나누었단 말인가?
정말 질 것 같지 않다고 스스로도 생각한 듯 했고, 그야말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더군요..마재윤 선수...
아무튼, 3경기가 그렇게 끝나고, 마재윤 선수가 뒤로 나왔습니다.
정말 하얗고 동그란, 귀티나는 얼굴... 너무 귀엽고 멋졌습니다.
속으로만, "마재윤 짱!" 이라고 외쳤습니다.
막 돌아서 나오는데, 오늘의 하일라이트!!
김동수 선수가 무대 뒤로 오는게 아니겠습니ㄲㅏ?
조감독님께 먹혔던 작전을 다시 한번 써 봤습니다.
"아이구, 김동수 선수, 오랫만입니다." (사실은 처음뵙겠습니다..)
"아이구, 안녕하셨어요?"
반갑게 대답해 주는 김동수 선수......... 미안합니다..^^
"김동수 선수 복귀 하셔야죠?"
"네, 해야죠.."
"진짜 하실거죠?"
"네.. 해 보려구요."
"언제쯤이요?"
"12월까지 연습하고 경기력이 올라오면 해 볼 생각입니다."
"근데 마재윤 선수 정말 쎄네요.."
"네, 쟤 이길 정도 되면 복귀할라고요.."
"크억.. 그렇다면 복귀 힘들지 않을까요?(앗, 이런 실례를..)"
"우허허허허 (맘 좋게 웃어주는 김선수)"
"선수들하고 연습하시나요? 승률은 어때요?"
"뭐, 안좋죠.."
이렇게나 길게 대화를 나누다니...정말 꿈 같았습니다.
꼭 복귀하시라는 인사를 남기고 돌아섰습니다.
약속이 있었던 터라 더 머무를 수가 없어서 경기장 밖으로 나오는데..
츄리닝을 입은 몇몇의 무리가 문 앞에 서 있는데,
그 속에 또 낯익은 얼굴이....
이재균 감독님이었습니다.
제가 빤히 들여다 보니까 감독님도 빤히 보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살짝 웃었더니,
감독님도 살짝 웃으시더군요.
그래서, 예의 뻔뻔작전을 다시 동원해서,
"감독님, 안녕하셨죠?"
라고 하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이구, 안녕하세요"
라며 악수를 해 주시더군요.
쿠허허허허허허허허허
경기를 다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평소에 보고 싶었던 여러 분들을 만나고 엉겁결에 대화도 나누고... 정말 기분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끝으로..
이 지면을 빌어, 괜히 아는척 당하고 시간 뺏기신 김동수 선수, 조규남 감독님, 이재균 감독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